갈수록 더 뜨거워지는 여야 ‘日오염수 방류’ 전쟁, 명칭 두고도 또 설전
과거 러시아 방류 문제 꺼내든 野 vs 역사 왜곡 지적하며 맞대응 펼친 與
‘오염 처리수’로 공식화하겠단 與 vs 오염수·핵폐수 고집하며 공세나선 野
용어 전쟁에 수습 나선 정부 “당장 바뀌는 것 아냐, 앞으로 검토하겠단 것”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용산 전쟁기념관 정문 앞에서 핵물질을 의미하는 노란  대형 천을 머리 위에 들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투기 철회를 외치고 있다. 사진/유우상 기자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용산 전쟁기념관 정문 앞에서 핵물질을 의미하는 노란  대형 천을 머리 위에 들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투기 철회를 외치고 있다. 사진/유우상 기자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일본 정부에서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온 처리된 오염수를 지난 24일부터 자신들이 구상한 계획에 맞춰 해양 방류를 시작한 가운데 여야의 정치권에서는 오염수 방류 문제를 놓고 시간이 가면 갈수록 공방은 더 뜨거워지는 양상을 보였는데, 정부·여당과 야당은 오늘도 서로 대립하면서 급기야 ‘오염수’의 명칭 변경 문제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일본에서 방류를 시작한지 일주일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거대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여전히 처리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 문제를 놓고 장외 투쟁을 벌이면서 연일 비판을 쏟아내며 여론전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이날도 마찬가지로 민주당은 오염수 문제에 당력을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 박광온 “과거 러시아 방류 저지했던 일본” vs 윤재옥 “역사 왜곡 선동 말라”

(좌측부터) 국민의힘 윤재옥, 민주당 박광온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국민의힘 윤재옥, 민주당 박광온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실제로 이날 박광온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1993년 러시아가 방사성 폐기물 900톤을 블라디보스토크 해변 연안에 버렸을 때, 일본은 ‘방사능 스시를 먹게 됐다’면서 주일러시아대사관을 찾아가 격렬하게 항의를 했다. 일본 정부는 외교적·경제적 채널을 총동원해 초강경 대응에 나섰다”며 “일본은 이웃국가는 물론 세계적으로 심각한 환경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논리로 해양 투기를 저지시켰다”고 알리면서 정부·여당을 압박했다.

이어 박 원내대표는 “그해 11월 런던에서 열린 런던협약에서 해양 투기 금지 대상을 고준위 방사성 물질에서 저준위 방사성 물질로까지 확대 적용을 주장했고, 일본의 뜻대로 런던의정서는 모든 방사성 물질의 해양 투기를 금지했다”며 “일본 정부가 성공한 일을 우리 정부가 못할 이유가 없다. 우리 정부는 1993년 일본의 자세와 논리로 투기를 저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자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전남 순천만정원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국민을 설득할 근거가 부족하자 이제는 역사까지 입맛대로 해석해 국민을 호도하려 한다”며 “당시에 러시아는 무려 30년 가까이 동해 부근에 화학적 안전처리가 안 된 핵폐기물을 몰래 버리다가 발각됐기에 우리나라와 일본이 모두 들고 일어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러시아가 방류를 중단한 것”이라고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맞대응을 펼쳤다.

그러면서 윤 원내대표는 “후쿠시마 처리수가 어떻게 1993년 러시아 핵폐기물 무단 방류 사례와 동일 선상에서 비교될 수 있단 말인가”라고 따져 물으면서 “아무리 왜곡 선동이 민주당의 특기라지만 이런 식이라면 한 번 더 국제적 망신을 초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윤 원내대표는 이날 오염수를 ‘후쿠시마 처리수’로 용어를 변경해 사용했는데, 그는 “수협에서 일본에서 방류하는 오염수를 후쿠시마 처리수로 부르겠다고 발표하면서 정부에서도 명칭 변경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면서 “이처럼 수협에서 먼저 명칭 변경을 제안한 것을 보면 지금 수산업 관계자들이 국민의 수산물 소비 심리에 얼마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고 지적하며 반격에 나서기도 했다.

더 나아가 윤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 반대는 빌미에 불과하고, 본심은 총선을 앞두고 정권심판론을 불붙이는 데 있다”고 규정하면서 “민주당은 반일이 곧 정의이며 후쿠시마 처리수는 악의 산물이란 광적인 믿음 때문에 수산업계의 목소리는 귀에 들어오지 않는 상태인 것”이라고 맹비난하며 맞불 대응했다.

◆ 유상범 “처리수로 공식화해야” vs 민주당 반발음 “정부가 도쿄전력 입 돼”

국민의힘 유상범 수석대변인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국민의힘 유상범 수석대변인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이렇듯 여야는 처리된 오염수의 방류 문제를 두고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평행선의 치열한 여론전을 펼쳐 나가는 분위기였는데, 특히 민주당이 오염수 방류 문제에 총력을 다하며 집중 공세를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오염수의 명칭을 ‘오염처리수’로 변경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주면서 갈등은 더욱 증폭되는 양상으로 흘러가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전날 국민의힘은 수협에서 ‘오염수’ 표현이 수산업계에 피해를 주기에 후쿠시마 처리수로 명명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는 이유를 들면서 처리된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의 명칭을 ‘오염 처리수’로 공식화하겠단 방침을 밝혔는데,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전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염된 걸 처리해서 방류하는 거니까 이제 오염 처리수 사태라고 불러야 한다”며 “그게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공식 용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 수석대변인은 원래 그렇게 불렀어야 되는 건데 그동안 용어를 가지고 국민적 감정이 있고, 여러 가지 여론이 있어 조심했었다”고 밝히면서 “오염 처리수로 명칭을 공식화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더군다나 같은날 한덕수 국무총리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처리된 후쿠시마 오염수의 용어 변경 필요성에 대해 “검토해 보겠다”면서 “오염수가 방류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기준에 의해 알프스(ALPS, 다핵종제거설비)를 거쳐서 처리된 오염수니까, (오염 처리수라고 부르는 것이) 과학적으로 맞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정부·여당에서 명칭 변경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는데, 실제로 위성곤 민주당 의원은 예결위 회의에서 “우리 정부가 도쿄전력의 입이 됐다”며 “일본의 핵 폐수 테러에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방류 계획이 과학적이라며 일본 정부를 대변하는 모습을 보이고 안전성을 우려하는 국민은 괴담을 유포하지 말라고 국민에게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군다나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정부가 섬기는 대상은 국민인가, 아니면 일본인가”라고 쏘아붙이면서 “정부·여당의 눈물겨운 노력에 일본 정부가 손뼉 치며 좋아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비꼬았다.

◆ 여야, 연일 오염수 용어 공방전···국회 외통위 회의에서도 이어져

지난 23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방침과 관련해 여야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TV
지난 23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방침과 관련해 여야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TV

심지어 처리된 후쿠시마 오염수의 명칭을 두고 정부·여당과 야당의 공방은 전날에 이어 오늘도 계속됐는데, 이날(31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해양으로 방류되고 있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명칭과 관련하여 “객관적인 언어를 써야 한다”며 “초반에 제가 ‘처리오염수, 오염처리수’라고 부르는 게 맞다고 했다가 욕을 많이 들었는데, 지금은 수산업자와 횟집까지 피해를 받고 있기 때문에 있는 상태 그대로 불러야 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하 의원은 ”국제 스탠다드를 따라야 한다“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현재 방류되고 있는 오염수에 대해 ‘트리티드 워터(treated water, 처리수)’로 명명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사실상 ‘오염 처리수’로 변경해야 한다는 점을 피력했다.

이에 이날 회의에 출석한 박진 외교부 장관도 하 의원과 결을 같이 하면서 “일본에서는 ‘알프스 처리수’라 부르고, 중국에서는 ‘방사능 오염수’라고 부르고 있다”며 “우리는 오염수라고 하는데, 과학적으로는 ‘처리된 오염수’가 보다 정확한 표현이다. 개인적으로는 오염수를 처리하기 전 오염수와 처리한 다음 오염수는 방사능 물질이나 농도가 다르기 때문에 구별해서 부르는 것이 과학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당인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과학적으로 볼 때 우리 정부가 오염수 문제에 임하는 태도는 비과학적이고 종교적이라 할 정도다”고 비난하면서 “왜 이렇게 일본의 입장을 종교적으로 추종하느냐”고 쏘아붙이며 대립했다.

◆ 野 반발 속 ‘처리수’ 명칭 사용에 공감대 이룬 정부·여당, 일단 일보 후퇴?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이 지난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언론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이 지난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언론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심지어 서동용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여권에서 오염 처리수로 명칭을 변경하려는 움직임과 관련해 “다핵종제거설비(알프스, ALPS)가 거르지 못하는 방사성 물질에 대한 안정성 논란도 여전히 존재한다”고 주장하면서 “그렇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도 얘기할 수 없어서 여전히 오염수인 것”이라고 반론을 펼치기도 했다.

다만 정부·여당은 용어 변경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한 분위기가 엿보였는데, 실제로 장예찬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하여 처리된 원전 오염수 명칭과 관련해 “오염수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졌을 때 무방비 상태에서 쏟아졌던 처리되지 않은 물을 부르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그러나 지금은 알프스를 통해 처리한 오염수를 방류하는 것이기 때문에) 처리수라고 부르는 게 맞는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정부·여당은 이미 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렇지만 용어 변경 문제를 두고 여야의 갈등이 거세지는 분위기로 흘러가는 듯한 조짐을 보이자 일단 정부에서는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 수습에 나선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이날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일일브리핑을 통해 “당장 용어가 바뀌는 것으로 오해하는 분들이 있지만 그건 절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박 차장은 “오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끝나고 나면 각계 의견이 어떤지 분석해보는 시간도 있지 않을까 한다”며 “여러 가지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 만큼 어떤 용어가 바람직한지 검토해볼 것이다”고 예고했는데, 한편으로는 정부가 일본의 처리된 오염수 방류 문제를 두고 여야가 치열한 정쟁을 벌이는 과정 속에서 어떤 해법과 묘수로 이 난관을 해결해 나갈지 그 결과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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