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 알뜰소비 트렌드 상승…가격 내리니 매출 증가
“마진 줄이더라도 매출 발생시켜야, 피할 수 없는 선택”

런치플레이션 이후 본격적인 편의점 도시락 가성비 전쟁을 알린 김혜자의 6년만의 귀환(사진 좌), get 아아 XL을 900 원에 팔았더니 매출이 120% 증가했다. (사진 우) ⓒ시사포커스DB
런치플레이션 이후 본격적인 편의점 도시락 가성비 전쟁을 알린 김혜자의 6년만의 귀환(사진 좌), get 아아 XL을 900 원에 팔았더니 매출이 120% 증가했다. (사진 우)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강민 기자] 제품 가격을 내리면 매출이 증가하거나 호응도가 높아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신 통금으로 억압받았던 소비가 엔데믹 상황에 리오프닝 효과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었다. 하지만 미국발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고금리, 러·우 전쟁 장기화로 인한 공급망 위기, 국내 물가 상승 등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면서 오히려 코로나19 이전보다 체감 경기는 더 악화했다.

체감 경기 악화가 사회 현상으로 나타난 첫 사례는 런치플레이션이다. 재택근무에서 벗어나 출근하면서 지출이 발생했고 외식업계는 원가 상승 부담을 음식값에 반영했다. 이에 소비자인 직장인들이 재택근무 등에서 정상 출근으로 복귀했다. 이후 점심값 지출에서 모든 원가 상승 부담의 최종 목적지가 소비자가 되는 사회 현상이 발생한 것. 이를 두고 점심물가상승이란 표현으로 런치와 인플레이션 합성어인 런치플레이션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었다.

편의점 GS25는 지난 2월 김혜자 도시락 소환했다. 6년 만의 재출시였다. 이때를 기점으로 편의점 가성비 도시락 경쟁이 시작됐다. GS25에 따르면 김혜자 도시락이 출시 직후 50일간 입고 물량 사실상 완판됐고 300만 개를 돌파하면서 최단기간 누적 판매량 기록을 갈아치웠다. 김혜자 도시락 판매 당시 인기 요인으로 다양한 채널의 할인수단을 중복할인 해 최대 할인율이 92.2%에 이르는 프로모션을 진행한 것도 화제가 됐다.

혜자 도시락을 시작된 가성비 경쟁은 다른 편의점으로 불이 붙었다. CU는 지난 3월 백종원 도시락을 통해 높은 판매고를 기록했다. 제육 한판 도시락은 출시하자마자 하루 8만 개 이상 판매되면서 출시 엿새만에 누적 판매량 50만 개를 기록했다. CU의 백종원 도시락은 런치플레이션을 겪은 오피스, 대학가에서 발생한 매출이 전체의 33.1%를 차지했다. 또 CU에서 지난달 get아이스아메리카노(XL)를 타임세일(05시~10시) 500원+결제 제휴 할인(30%)을 적용하여 900원에 판매했더니 지난달 한 달 매출이 작년 동기와 비교해 120.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와 접점이 가장 가까운 편의점 채널에선 이외에도 덤 증정, 각종 할인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통해 소비자를 유인하고 있다.

이 같은 편의점의 가성비 전략에 소비자들이 반응했다. 산업부가 집계한 올해 상반기 업태별 매출 구성비를 살펴보면 백화점과 편의점 간 1%p 차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연간 기준 백화점과 편의점의 격차가 1.6%p였던 것을 감안하면 0.6%p가 줄어들었다.

국민 다소비 상품 중 하나인 커피 분야 트렌드에서 저가 커피를 찾는 사례도 많았다.

지난 5월 검색데이터 조사분석 업체 아하트렌드가 지난 5월 공정위 등록 가맹 사업자 중 외식프랜차이즈 4000개의 검색데이터를 조사했더니 메가커피가 검색량 98만 개를 기록했다. 아하 트렌드가 외식프랜차이즈 브랜드 검색조사 이래 처음 1위에 올랐고 작년 5월과 비교해 28% 상승했다. 이외에도 저가 테이크아웃커피 컴포즈커피는 50만 건, 빽다방 47만 건을 기록하며 작년과 비교해 각 24%, 32% 상승했다. 단, 이 데이터에는 공정위 정보공개서를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스타벅스코리아는 리스트에 없다.

현대차 경형 SUV 가격수준의 준중형급 SUV 트랙스크로스오버가 한국GM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사진 상)  5년만에 싼타페 풀체인지 모델  디 올 뉴 싼타페가 예상보다 높지 않은 가격 인상에 시장 반응이 뜨겁다. (사진 하) ⓒ시사포커스DB
현대차 경형 SUV 가격수준의 준중형급 SUV 트랙스크로스오버가 한국GM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사진 상) 5년만에 싼타페 풀체인지 모델 디 올 뉴 싼타페가 예상보다 높지 않은 가격 인상에 시장 반응이 뜨겁다. (사진 하) ⓒ시사포커스DB

친환경차를 구매하지만 친환경보다 가격에 대한 고민을 더 크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EV 트렌드 코리아 사무국이 국내 성인남녀 217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전기차 구매시 망설이는 이유로 차량 가격이 24%에 달했다. 이 조사에서 친환경을 전기차를 살 때 고려하는 경우는 3%에 불과해 목적성보다 가격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GM이 지난 3월 선보인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출시 4영업일 만에 사전 계약 1만 대 계약을 돌파했다. 이 차량은 한국GM 실적 성장을 견인 중이다. 이 차량은 준중형급 공간 활용성과 뛰어난 디자인 그리고 가장 큰 매력은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꼽는다. 현대자동차의 경형 SUV보다 저렴하다고.

또 현대차가 지난 2018년 4세대 출시 이후 5년만에 새롭게 선보이는 디 올 뉴 싼타페의 가장 낮은 가격은 3506만 원으로 책정됐다. 당초 예상과는 달리 풀체인지 모델이지만 가격 인상 폭이 높지 않다는 반응이다. 그동안 현대자동차그룹이 페이스리프트나 연식 변경 모델임에도 가격 인상 폭이 컸던 것에 비해 더 뉴 쏘렌토의 엔트리 가격이 예상보다 낮게 책정됐다는 분석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더 뉴 쏘렌토가 중형 SUV 수요를 상당 부분 흡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차와 기아의 지속 출시되는 차량에도 가격정책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해외에서도 나타났다. 지난달 중국에서 폭스바겐 ID.3는 가격인하를 약 500만 원 단행하자 월 판매량이 305%나 급증했다. ID.3 가격인하는 중국 시장 점유율의 큰 폭 하락과 중국 전기차 브랜드 점유율과 테슬라 전기차 가격인하 등으로 인해 점유율이 지속 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격을 내리면 마진이 줄어들긴 하지만 소비자 선택을 아예 받지 못하면 매출도 발생하지 않는다”며 “물가와 금리가 오르면서 실질 소득이 줄어들었다고 여겨지는 요즘 알뜰소비 트렌드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며 규모의 경제를 통해 현 경제 상황을 극복하는 중이고 향후 알뜰 소비 트렌드에 맞춘 다양한 프로모션과 가격정책이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은품이나 쿠폰 증정보다 실질적으로 사용하는 금액을 줄일 수 있는 할인이 가장 효과적이다”라며 “최근 기업들은 가격할인 등을 내세우면서 유료 멤버십을 도입해 락인을 시도하고 있는데 모두 가입시 회비보다 누리는 혜택이 많기 때문에 ‘사실상’ 가입비 없는 유료 멤버십이라고 홍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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