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객 감소로 매출 사실상 ‘제로’…임차료 부담
공항 측 “입찰 계약 조건 변경은 법적 다툼 소지”

코로나19 여파로 한산한 인천국제공항. ⓒ임현지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한산한 인천국제공항. ⓒ임현지 기자

[시사포커스 / 임현지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공항 면세점 신규 사업권 줄 반납이 이어졌다. 롯데와 신라가 전날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사업권을 포기한데 이어 중소사업자인 그랜드면세점도 우선협상지위를 반납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가운데 높은 임대료가 면세 사업 운영에 발목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9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사업권 포기했다. 이들은 앞서 올 초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에 참여해 지난달 각각 DF4, DF3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2월 말 4기 사업 응찰 시점 이후에 코로나19 확산세가 전 세계로 더욱 확대돼 시장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계약을 진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업권 포기 요인으로는 높은 임대료가 꼽힌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의 제4기 면세사업권 임차료는 1년 차엔 입찰 시 낙찰받은 금액으로 고정돼 있다. 롯데 DF4 최소보장금은 연간 697억 원, 신라 DF3은 638억 원에 달한다. 운영 2년 차부터는 최소보장금에 직전 연도 여객 증감률 50%를 증감한 금액을 납부해야 한다.

계약을 체결한다면 오는 9월부터 영업을 시작해야 한다. 고객 수에 상관없이 최소보장금을 납부해야하고, 임대료 기준이 되는 여객수가 올해 기저효과로 내년에는 크게 증가하면 실제로 고객수가 증가하지 않아도 임대료 9%까지 인상이 예상돼 부담이 늘어난다.

현재 인천공항은 일일 여객수가 5000명 이하로 하락한 상태다. 이는 2001년 개장 이래 처음이다. 현재는 출국장 중 4개를 폐쇄하고 주기장 운영을 축소하는 등 비상운영에 돌입한 상태다. 

공항면세점 매출액은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상황이다. DF8(전품목) 사업권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던 그랜드면세점도 결국 사업권을 포기했다.  롯데와 신라, 그랜드면세점은 인천공항공사 측에 계약 조건 변경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결국 사업권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진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본지에 “절박한 현실을 감안해 인천공항 측에 계약 내용 변경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특히 10년간 운영하게 되는 4기 사업권은 기존에 추정했던 사업계획과 큰 차이가 발생해 기존 계약 조건으로는 매장을 운영하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 측은 임차료를 확인한 상태에서 입찰이 진행된 만큼 계약 조건 변경 요청은 형평성 훼손 및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투찰일인 지난 2월 27일은 이미 코로나19 악화로 인천공항 여객 수요가 50% 감소한 상황이며, 이에 따른 기저효과로 2차 연도 임대료 급등이 예견 가능한 상황이라는 것. 

공사 관계자는 “업계의 어려움은 공감하지만 공개경쟁입찰 기본조건 수정에 관한 사항으로, 업계 요구 수용시 ‘입찰 공정성 훼손’ 및 ‘중도포기사업자 및 후순위 협상대상자와의 법적 문제 소지’가 있다”며 “우선협상대상자보다 낮은 가격으로 투찰한 후순위협상대상자들이 ‘당초 입찰조건을 감안해 적정 가격을 투찰한 것이며, 해당 조건을 수용해 계약체결’ 주장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기 때문에 요구 수용은 형평성 시비 및 법적 다툼 소지가 다분하다”고 설명했다.

인천공항공사는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즉각적인 재입찰 보다는 제반여건을 충분히 고려해 입찰 방안을 재검토한 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