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노조·쿠팡노조, 각각 기자회견 열어
물량 폭증에도 배송기사 위한 대책 없어

마트산업노동조합은 18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 열고 온라인 배송기사의 업무 환경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오훈 기자
마트산업노동조합은 18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 열고 온라인 배송기사의 업무 환경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임현지 기자] 택배 노동자가 새벽 배송 중 사망한 사건을 두고 관련 노동조합이 일제히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 같은 사고는 ‘예견된 인재’라며 코로나19 사태로 높아진 노동 강도에 대한 실태 파악과 실질적인 대안 수립을 요구했다.

마트산업노동조합(이하 마트노조)와 온라인배송지회준비위원회,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은 18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배송 노동자 사망 사고는 예견된 산업재해”라며 “과로와 중량물로 쓰러지는 온라인 배송 노동자에 대한 대책을 즉각 수립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지난 12일 새벽 쿠팡 소속 40대 배송 노동자 김모씨가 안산의 한 빌라에서 새벽 배송을 하던 중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배송업무를 맡은 지 얼마 안 된 계약직 기사다. 코로나19 사태로 폭증한 물량으로 인해 과로에 시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 100kg 넘어도 ‘1건’…노동환경 변화해야

마트노조에 따르면 배송기사는 의무휴업을 포함 월 4회 휴무가 주어진다. 이 이상 쉬려면 하루 18만 원 이상 비용을 기사가 지불하고 대신 배송할 차량(용차)을 섭외해 주어진 배송 건수를 책임져야 한다. 불어나는 용차 비용이 부담스러워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게 노조 측 입장이다.

회사가 정한 중량물 제한 기준이 실제 배송 현장에서는 아무런 효력이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민정 마트산업노동조합 사무처장은 “대표적인 중량물인 생수와 쌀에 대한 문제 제기를 했는데, 여전히 합 배송 등 추가 주문이 가능해 중량물 문제가 개선되고 있지 않다”며 “지금도 생수 12묶음에 다른 상품까지 합해 100kg이 넘는 상품을 배송하는 일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마트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실제 배송 기사들의 업무 환경을 표현한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생수와 휴지 등 수십 kg가 넘는 배송물품을 등에 짊어지고 배송하는 상황을 연출했다. 본배송과 합배송까지 130kg가 넘는 주문이 ‘1건’으로 취급되는 실상과 쌀 239kg 주문한 고객의 명세서도 함께 공개하며 강도 높은 업무 환경에 대해 설득력을 더했다.

같은 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도 서울 영등포구 공공운수노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더 이상 편리함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자본의 탐욕 앞에 무한질주와 비인간적 노동에 내몰리는 배송기사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쿠팡지부는 쉴 틈 없는 새벽배송과 철야 노동이 고객 만족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인공지능(AI) 데이터관리, 4차 산업혁명 등으로 부르는 세련된 풍경에서 노동자 안전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들 마트노조와 쿠팡지부는 각각 따로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노동계와 사측에게 요구하는 바는 같았다. 정규직 고용을 통해 배송기사들을 노동자로 인정하고, 중량물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 친 노동적인 업무환경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마트산업노동조합이 기자회견에서 실제 배송 기사들의 업무 환경을 표현한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오훈 기자
마트산업노동조합이 기자회견에서 실제 배송 기사들의 업무 환경을 표현한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오훈 기자

■ 업체는 쏟아지는 물량에 자구책 마련 

홈플러스를 비롯한 대형마트와 쿠팡 등은 폭주하는 물량에 대응하기 인력을 늘리고 배송 차량을 증차하는 등 나름의 자구책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다. 

홈플러스는 오프라인 고객 감소로 업무가 줄어든 매장 내 인력을 배송물품을 정리하는 피킹 업무에 최대한 동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배송기사 업무 환경 개선을 위해 상품별로 제한 수량을 지정·운영하고 있으며, 사전 협의된 수량을 넘는 경우 별도 인텐시브로 보상하고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마트노조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경우 주문번호 당 70kg에서 84kg까지 무게가 나가는 생수 7묶음 또는 쌀 140kg 또는 절임배추 200kg 이상의 주문이 발생할 경우 1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노조는 해당 인텐시브가 노동 강도에 비해 적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쿠팡은 급증한 물량을 원활하게 배송하기 위해 배송기사를 추가 채용하고 있으며 쿠팡 플렉스는 3배가량 인원을 충원했다고 밝혔다. 중량이 21kg가 넘어가는 배송품은 외주에 맡기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입사를 하면 일주일 간 교육을 하고 3개월 정도 적응 기간을 가진다”며 “이때 일반 기사들과 같은 물량을 처리하는 게 아니라 50%로 시작해 점차 늘려가고 3개월 이후부터 똑같이 업무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배송이 육체노동인 만큼, 일반 물량인 ‘노멀’과 상대적으로 적은 물량인 ‘라이트’로 나눠 처리하도록 하는 제도가 있는데 배송기사가 스스로 이를 선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망한 노동자는 당시 트레이닝 기간으로 일반 쿠팡맨 업무의 50%만 소화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쿠팡 관계자는 “사망한 배송기사의 장례는 다 치렀으며 조사 마무리 단계로 알고 있다”며 “불의의 일을 겪으신 유족들을 최대한 지원하고 위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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