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합의 일방 파기되자 “협상 무의미”…민주당 “발목잡기 하면 패스트트랙”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국민의힘과 양당 원내대표 회동을 통해 특검법 개정안과 정부조직법 처리 관련 합의를 이뤘던 더불어민주당이 사실상 일방적으로 결렬을 선언하면서 합의안을 파기했다. 국민의힘에서도 대여투쟁 기조로 전환하면서 결국 여야가 대치정국 수순으로 가는 모양새다.
◆ 합의 파기한 민주당, 국민의힘 원내대표 맹공으로 국면 전환 나서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오후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3대 특검법 개정안 수정에 합의했지만 당내 반발에 직면하자 11일 “(민주당 의원들이) 안 받아준다면 (국민의힘과의) 협의가 최종 결렬됐다고 봐야 한다”고 밝혀 사실상 여야 합의가 민주당에 의해 일방 파기됐다.
조정식 민주당 의원도 1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여야 간 일단 합의안을 만들기는 했었지만 당내에서 다시 한 번 ‘민심이라든가 당심을 반영하면서 좀 더 보완할 필요가 있겠다’ 그런 것들이 반영된 측면”이라며 여야 간 합의가 민주당 당심 등을 반영하기 위해 파기됐음을 내비쳤다.
한 발 더 나아가 같은 당 장경태 의원은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원내대표 간에 합의했다 할지라도 국민의힘은 (과거) 원내대표 간의 합의를 밥 먹듯이 깼기 때문에 원내대표가 의총만 가면 다 판판이 깨져서 왔던 기억이 많이 난다”며 “최고위 과정에서 논의는 분명히 뒤집어질 수는 있다고 본다”며 합의 파기를 정당화 했다.
이 뿐 아니라 장 의원은 ‘노상원 수첩이 현실로 성공했더라면 이재명 대통령도 저 정청래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란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때 송 원내대표가 ‘제발 그리됐으면 좋았을 걸’이라고 말했던 점을 꼬집어 “원내대표로서의 자질과 기본이 안 된 것”이라며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에 대해서 민주당 지지층이 이게 용납이 안 되는 것이다. 저 발언을 했던 사람과 무슨 합의를 하냐. 우리를 죽이려고 했던 사람인데 이렇게 되는 것”이라고 도리어 송 원내대표를 탓했다.
다만 송 원내대표의 지난 9일 발언이 나온 뒤에도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국민의힘 원내대표와의 만남에 선을 긋지 않고 세 차례나 회동을 가졌다.
그럼에도 민주당에선 12일 국회 의안과에 송 원내대표 징계안을 제출한 데 이어 이성윤 민주당 법률위원장은 “이런 막말을 한 송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뿐 아니라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 송 원내대표에 대한 강력한 징계와 국회의원 제명까지 밀고 나가겠다”며 오히려 야당 원내대표에 대한 공세를 통해 국면 전환에 나섰다.
◆ 국민의힘 “민주당, 개딸 눈치 보는 구조라서 협상이라는 게 무의미”
반면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1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협상 과정에서 민주당 김 원내대표와 정 대표가 충분히 협의하면서 최종 협상 합의안을 만들었는데 그저께 밤부터 국민의힘 의원한테도 ‘개딸’들이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고 그 뒤 아침에 정 대표가 김 원내대표에게 ‘재협상하라’고 지시했다는 말을 했다. 결국 모든 결정은 개딸의 눈치를 보는 구조”라며 “그렇게 되면 지금 여당과 협상이라는 게 저희 당 입장에선 무의미하다. 여야 협치를 할 때는 개딸이 어떤 목소리를 내더라도 국민이 원하는 방향과 관련해 통합의 정치를 해야 한다”고 민주당의 태도를 비판했다.
송 원내대표도 1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 월요일 더 많이 가진 여당이 더 많이 내달라던 대통령의 미소 띤 덕담이 완전한 거짓말이었다는 게 드러나기까지 딱 4일 걸렸다. 특검 수사 기한을 연장하지 않고 특검 규모를 무리하게 확대하지 않겠다고 여야 합의를 했는데 민주당은 단 하루 만에 이를 파기했고 이 과정에서 민주당 지도부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우스운 촌극을 보였다”며 “원내지도부는 또 ‘일단 정부조직법 통과시키고, 나중에 특검법 개정해 수사 기한 연장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냐’란 취지의 발언을 했다. 언젠가는 야당의 뒤통수 치고 특검 연장하려 했다는 얄팍한 모략을 실토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 원내대표는 뒤이어 국회에서 열린 ‘이재명 정부 100일 국정 파탄 실정 토론회’에서도 “이 정부와 정 대표를 포함한 민주당은 여야 간 합의라는 것을 손바닥 뒤집기보다 쉽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협치 무산의 책임이 정부여당에 있음을 재차 분명히 했다.
장 대표 역시 같은 날 오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야당탄압 독재정치 규탄대회’에서 “대한민국의 보이지 않는 대통령은 개딸”이라고 한 목소리로 정부여당에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장 대표는 여야 합의를 깨고 특검법을 전날 민주당이 본회의 처리한 데 대해 “특검이 야당을 죽이려 한다. (나라 밖에서) 국민들의 손발이 묶여도 말 한마디 못하면서 안에서는 정치보복의 도끼를 휘둘러대고 있다”며 “더러운 정치탄압에 익숙해지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용산으로 진격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실제 전국 각지에서 모인 약 3000명의 당원과 의원들은 12일 국회에서의 규탄대회가 끝난 직후 용산 대통령실로 이동해 압박을 이어갔다.
아울러 개혁신당에서도 12일 이동훈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여야가 합의안 특검안이 하루 만에 뒤집혔던 이유는 단 하나, 개딸 팬덤의 눈치 때문이다. 대통령의 신중론도, 여당 지도부의 합의도, 결국 개딸 팬덤의 목소리에 무너졌다”며 “지금 민주당의 실세는 용산도, 여의도도 아니고 김어준이 주도하는 이른바 충정로 팬덤이다. 협치의 약속보다 중요한 것은 팬덤의 기분”이라고 당정을 직격했다.
◆ 국민의힘 “민생경제협의체 열자”…민주당 “정부조직법 처리 협조하길”
하지만 여당과의 협치 가능성에 완전히 선을 긋지는 않았는지 국민의힘의 송 원내대표는 12일 ‘이재명 정부 100일 국정 파탄 실정 토론회’에서 “월요일에 김 원내대표를 만나 저희들은 여야 민생경제협의체를 양당의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그리고 정책수석까지 해서 6명으로 운영하고 소통창구는 정책수석으로 하자라고 하는 데까지 1차적으로 합의했었다”며 “특검법과 정부조직법 합의를 번복한 것과 관계없이 여야 민생경제협의체 합의된 사항을 준수하기 바란다. 다음 주 빠른 시간 내에 가급적 화요일 전에 여야 민생경제협의체 첫 회의를 하길 다시 한 번 제안한다”고 손을 내밀었다.
같은 날 민주당에선 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가 국회 의안과에 정부조직법을 제출한 뒤 기자들과 만나 “야당의 협조를 최대한 끌어내도록 노력하겠다. 야당 상임위원장을 원내지도부가 찾아뵙고 협조를 부탁할 것”이라며 정부조직법 처리와 관련해 국민의힘과 협의할 뜻을 내비쳤다. 기재위와 정무위의 경우 국민의힘 소속 위원장인 임이자·윤한홍 의원이 전체회의를 열지 않으면 상임위 차원의 법안 처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앞서 여야 원내대표 합의 당시 국민의힘이 특검법 개정안 수정을 전제로,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한 금감위 설치법 제정에 협조해 달라는 민주당 요청을 수용했음에도, 민주당이 그 합의 자체를 파기한 채 이미 특검법 개정안까지 전날 일방 처리해버린 상황이어서, 국민의힘이 정부조직법 개정에 협조해 줄지는 미지수다.
이에 문 원내수석부대표는 “기본적으로 야당의 협조를 요청할 생각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계속 발목잡기를 한다면 패스트트랙을 태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협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강행 처리하겠다는 압박인 셈이다. 이에 이전처럼 일방독주 국회가 반복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 어린 시선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