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식 통합론과 국민시각 온도 차…이재명 “6월 3일은 응징의 날” 발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20일 경기도 의정부시 태조이성계상 앞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20일 경기도 의정부시 태조이성계상 앞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6·3 대선에서 ‘국민 통합’과 ‘화합’에 방점을 찍고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중도·보수층의 표심을 잡기 위해 ‘정치 보복은 없다’고 선언했음에도, ‘통합과 봉합은 다르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각종“ 개혁을 예고했다.

◆ ‘국민 통합’ 외치는 이재명, 행보는 엇박자?…“통합과 봉합은 다르다”

이재명 후보는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치에서 상대를 제거하려는 잘못된 움직임이 역사적으로 여러 번 있었는데, 그 희생자 중 한 분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면서 “노 전 대통령은 정치검찰에 탄압돼 서거하셨다”고 평가했다.

이재명 후보는 “정치는 공존과 상생,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민적 통합을 이루는 것이 본질인데, 지금은 상대를 제거하고 혐오하는 분열의 정치가 반복되고 있다”며 “요즘 정치가, 정치가 아니라 전쟁처럼 느껴진다. 상대를 적대하고 혐오하면 결국 ‘통합’이 아니라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승래 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도 이날 이 후보가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 및 노 전 대통령 배우자인 권양숙 여사와 함께 가진 오찬 자리에 나눈 얘기를 전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 후보에게 “윤석열 정부에서 국민 간 갈등의 골이 너무 깊어졌다”며 “혐오와 적대감을 극복하고 사회를 통합하는 게 시급하다”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조 수석대변인은 이재명 후보와 문 전 대통령이 검찰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대를 이룬 분위기였다며, “윤석열 정부는 검찰들이 쪼개기 기소와 과잉 수사로 권한을 남용했다. 망신 주기와 정치 보복이라고 느껴질 수밖에 없어 검찰권을 바로 세우는 게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후보 역시 이번 대선 과정에서 ‘국민 통합’을 외치면서 검찰과 사법부 등 지난 윤석열 정권에 대한 심판론을 꺼내들고 나선 모습을 보여줬다. 이 후보는 전날 오전에도 제주 지역 집중 유세 현장에서 “이번 6·3 대선은 작년 12월 3일에 시작된 세 번째 제주 4·3을 청산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경남 양산 유세 현장에서, 검찰에서 기소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수사 상황에 반발하며 “없는 죄를 만들려고 저렇게 극렬하게 난리를 친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은 권력과 예산을 가지고 국민을 배반하고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며 모두가 지켜야 할 최고 규범인 헌법까지 파괴하고 말았으니, 파면이 아니라 처벌을 해도 시원치 않을 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죄지은 나쁜 사람들 싹 다 살려 주자 이런 건 아니다”면서 “통합과 봉합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뿐만 아니라 이재명 후보는 지난 20일 의정부 집중 유세 현장에서도 “힘 있고 많이 가진 특정 소수들의 이익을 위해 압도적 다수가 희생당하는 비정상적 사회를 벗어나야 한다. 자신의 범죄를 덮기 위해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을 겁박하고, 누군가를 죽이고 제거하고, 독재적인 군사 정치를 하는 것을 우리가 응징해야 한다”면서 “(이번 대선일인) 6월 3일을 압도적인 승리의 날이 아닌, 압도적인 ‘응징의 날’이라고 해야 한다”고 외치기도 했다.

박찬대 상임총괄선대위원장도 오늘(23일) 경남 창원 경남도당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김건희 특검이 시급한 이유가 점점 더 쌓이고 있다. 김건희 여사 측이 건진 법사로부터 최소 2개의 명품 가방을 전달 받았다. 더군다나 김건희 여사를 무혐의 처리한 이창수 서울지검장과 조상원 4차장도 동시에 사표를 냈다”며 “극우세력과 내란 잔당은 국민의 불벼락 같은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 민주, 대법관 정원 확대 추진···박범계, 비법조인도 대법관 임용 법안 준비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과거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DB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과거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DB

6·3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이 사법부를 겨냥해 ‘사법 대개혁’ 추진을 예고한 것도 대선 이슈로 떠올랐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사법부 압박 행보에 대해 지난 1일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 선고를 내린 것이 시발점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이재명 후보에게 유죄를 판결한 시점을 기점으로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 거취 압박을 비롯해 지귀연 부장판사 등 개별 판사를 정조준하고 나선 데 이어, 특검·국정조사·탄핵소추안·청문회 추진을 비롯해 ▲법원조직법 개정안(대법관 증원)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재판소원 4심제) 추진 등 사법 시스템 체계를 뒤흔드는 입법안 추진에 나섰다. 

오늘도 사법 체계를 흔들 수 있는 입법안 개정을 예고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변호사 자격이 없는 비법조인도 대법관으로 임용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과 14명인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증원하는 내용을 담은 ‘법원조직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젔다. 현재 민주당 의원들은 박 의원 법안의 공동 발의 참여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회람하며 서명을 진행 중인 상황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이 준비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임용자격을 ‘학식과 덕망이 있고 각계 전문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하며 법률에 관한 소양이 있는 사람’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구체적으로는 ▲판사·검사·변호사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서 국가기관 등 공공기관, 그 밖의 법인에서 법률에 관한 사무에 종사한 사람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서 공인된 대학의 법률학 조교수 이상으로 재직한 자로 각 직에 대해 20년 이상의 경력을 충족하면 된다.

민주당의 사법개혁에 대한 열정은 이재명 후보의 대선 공약에서도 확인이 된다. 이 후보는 사법개혁 방안으로 ▲온라인재판제도 도입 ▲대법관 정원 확대 등 신속한 재판 받을 권리 실질적 보장 ▲국민참여재판 확대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피해자 진술권 강화 ▲한국형 디스커버리제도(증거개시제도) 도입 등을 제시했다.

다만 경쟁 상대 정당인 국민의힘에서는 민주당의 사법개혁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박범계 의원이 발의를 준비 중인 대법관 임용자격 확대에 대해 최영해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누구를 위해 변호사 자격증도 없는 장삼이사(張三李四)를 대법관으로 앉히겠다는 것이냐”고 되물으면서 “5개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는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를 법의 심판대에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방탄대법원’을 만들겠다는 사법 질서 유린 획책”이라고 규탄했다.

아울러 검사 출신인 국민의힘 주진우 법률자문위원장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사법부 장악이 아니라 사법부 해체로 불러야 옳다”며 “사법부 해체 시도”라고 비판했다. 법무부 장관 출신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이 법조인 자격 없는 사람을 대법관 하게 하겠다고 한 것”이라면서 “김어준 같은 사람들을 대법관 시켜서 국민들 재판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이재명 ‘통합’ 발언에 ‘불신 팽배’…과연 ‘국민 통합’ 가능할까?

법원 외벽에 부착되어 있는 법원 마크(좌)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우). 시사포커스DB
법원 외벽에 부착되어 있는 법원 마크(좌)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우). 시사포커스DB

여론조사 상으로도 이재명 후보가 정치 보복에 나설 것이라는 인식이 상당히 높은 수준에 있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지난 21일 발표된 한국리서치가 한국일보 의뢰로 12일부터 13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한 대선 인식 웹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 당선 시 정치 보복을 예상한다’는 응답은 53%로 나타난 바 있다. 이어 ‘정치 보복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답변은 29%였고, ‘모르겠다’는 18%였다. 게다가 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 ‘삼권분립이 위협받고 민주주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공감한다’는 응답이 44%로 집계돼 ‘공감하지 않는다’(39%)는 응답보다 오차범위 밖으로 앞선 것으로 기록됐다. 해당 조사의 응답률은 31.5%였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오차범위는 ±1.8%포인트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앞선 여론조사 결과 내용을 언급하면서 “이것이 바로 국민께서 이재명 후보를 바라보고 계신 실제 모습”이라면서 “이재명 후보는 본인 입으로 아무리 정치 보복을 하지 않는다고 해봐야, 그동안 입법 폭주, 사법부 겁박 등 행태들을 똑똑히 지켜본 국민들께서는 그 말을 절대 믿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재명 후보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언급했던 ‘세상에 어떤 대통령 후보가 정치 보복을 공언하느냐, 꼭 숨겨 놓았다가 나중에 몰래하지’라는 발언도 언급하면서 “정치 보복에 대한 이 후보의 생각이 잘 드러나 있다”며 “더욱이 이재명 후보는 지난 3월 한 인터넷 방송에서는 ‘본인에 대한 2차 체포 동의안 가결은 민주당 비명계 의원들과 검찰이 짜고 친 것’이라는 발언까지 했다. 명확한 증거도 없이 같은 당 소속 의원들을 의심한 것은 물론, 이러한 생각이 ‘비명횡사 공천’의 배경이 되었음을 의심할 수 있는 발언을 내놓은 것”이라고 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대변인도 전날 논평을 통해 같은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하면서 “이것이 바로 민심”이라며 “이재명 후보는 최근 전직 대통령 묘소에 찾아가 ‘정치보복 안 한다’며 통합을 강조했지만, 정작 유세장에서는 ‘이번 선거는 응징’이라 규정하고, ‘내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외쳤다. 이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내란척결이라는 명목하에 관련자들을 찾아 죗값을 물리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재명 후보는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는 어록을 남겼었다”며 “‘정치 보복이 없다고 했더니 정말인 줄 안다’고 비웃고 있을 모습이 이재명의 진짜 얼굴”이라고 공세한 바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 후보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은근슬쩍 사실관계가 틀린 거짓말을 일삼고 있다”며 “HMM 본사 부산 이전에 대해 직원들의 동의를 구했다고 거짓말, 법원에서 패소한 일산대교 무료화가 정부 반대로 철회됐다고 거짓말, 커피 재료비만 갖고서 원가가 120원이라고 거짓말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허위사실 유포죄로 2년 반 동안 재판을 받는 중이고,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음에도 아무런 반성도 없이 거짓말을 반복하면서 선거판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며 “또 ‘아니면 말고’ 식으로 치고 빠지면 그만이라는 생각인 모양”이라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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