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 63%인 산림, 다양한 공익기능에도 예산 부족
산불 피해지 복구비용, 산주들 감당 어려워
탄소중립 실현 위해 산림 가치 재평가 시급
[대구경북본부 / 김영삼 기자] 산불이 휩쓸고 간 자리에 남은 것은 검게 그을린 나무들과 산주들의 절망뿐이다. 국토의 63%를 차지하는 우리 산림은 숨 쉬는 공기부터 마시는 물까지 삶의 근간을 지탱하지만, 정작 그 가치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산림청 예산은 연간 3조 원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는 산림이 제공하는 공익적 가치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목재 생산과 산소 공급은 물론, 홍수 조절과 경관 조성, 산림 복지까지 - 이 모든 기능을 유지하기에는 역부족인 예산이다.
최근 경북 지역을 강타한 대형 산불은 이러한 예산 부족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초기 진화에 필요한 비용을 아낀 결과, 수십만 배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한 셈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하지만 외양간을 복구할 예산이 없다는 점이다.
산불 피해 복구의 핵심은 고사목 벌채와 신규 조림이다. 현재 조림비의 일부는 지원되지만, 그보다 두 배 이상 비용이 드는 벌채 작업은 산주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 이는 산주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것이며, 결국 산림 복구의 지연으로 이어진다. 특히 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경북 5개 시군(안동,의성,청송,영양,영덕)은 지자체의 재정적 한계로 인해 국비 일부 지원으로는 복구 작업이 더디기만 하다. 곧 다가올 장마철의 폭우와 산사태가 걱정이다.
산림은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자산이다.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도 건강한 산림 생태계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기업들은 탄소배출권 확보를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 산림에서 탄소배출권을 확보할 수 있는 체계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산림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고 그에 맞는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산림 예산을 현실화하고, 특히 재난 지역에 대해서는 국비 100%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 지자체의 비용 분담 비율을 낮추거나 없애는 것도 신속한 복구를 위한 방안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임업인들에게 무작정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산림의 공익적 기능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정부와 시민사회, 임업인들이 함께 협력해야 할 때다. 산림은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한 자산이며, 이를 보호하고 관리하는 것은 우리 세대의 책임이다.
이제 우리는 산림의 진정한 가치를 인식하고, 그에 걸맞은 투자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미래 세대에게 건강한 산림을 물려주는 유일한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