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츠 작년 ‘무료 배달’ 덕에 급성장, 배민 독점 지위 흔들
[시사포커스 / 강민 기자]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지난 12일 다음달 14일부터 포장 주문에도 6.8%의 중개 수수료를 부과한다고 밝히자, 쿠팡이츠가 20일 내년 3월까지 포장 수수료를 무료로 유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작년부터 치열해진 양사 경쟁이 포장 주문으로 전선을 확대하며 새로운 경쟁 구도를 만들고 있다.
◆ 배민, 비용 부담에 ‘포장 주문 유료화’…쿠팡이츠는 ‘무료 유지’ 맞불
배민은 지난 5년간 포장 주문 중개 수수료를 받지 않았으나 운영 및 개발 비용 부담이 계속 늘고 있어 부득이하게 수수료 부과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대신 배민은 포장 주문 서비스를 ‘픽업’으로 리브랜딩하고 연간 300억 원 규모의 마케팅 투자를 통해 서비스 활성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배민 관계자는 “픽업 서비스 활성화를 통해 소비자 혜택을 강화하고 점주 매출 증가도 기대한다”고 말했다.
소비자 단체들은 배민의 수수료 정책을 비판하고 정책 철회를 촉구했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는 외식업 점주 502명을 조사한 결과 배달앱 매출 중 포장 주문이 차지하는 비율이 31.5%에 이른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이 조사에서는 이미 47.6%의 점주들이 배달앱 수수료 부담으로 음식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는 포장 수수료가 추가되면 음식값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국소비자연맹도 지난 18일 포장 서비스까지 수수료가 붙으면 소비자 할인 혜택 축소는 물론, 물가 인상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배민에 정책 철회를 요구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쿠팡이츠는 배민과 대비되는 결정을 알렸다. 내년 3월까지 포장 주문 수수료를 무료로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쿠팡이츠는 “포장 주문뿐 아니라 오는 4월부터 배달 중개 수수료도 기존보다 최대 7.8% 낮추는 상생요금제를 시행해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와의 상생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배민‧쿠팡이츠, 점유율 격차 빠르게 축소
업계에선 두 회사의 상반된 정책이 시장 판도에 영향을 줄지 관심이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쿠팡이츠가 빠르게 성장하며 배민과의 격차를 좁혔다. 쿠팡이츠 월간 카드 결제액은 작년 1월 2700억 원에서 같은 해 12월 5878억 원으로 118% 급증했다. 같은 기간 앱 사용자 수도 553만 명에서 963만 명으로 74% 늘었다.
특히 쿠팡이츠는 작년 무료 배달 혜택이 포함된 와우 멤버십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크게 높였다. 작년 1월 카드 결제액 기준 배민 점유율은 71.14%, 쿠팡이츠는 18.4%였다. 같은 해 12월에는 배민이 57.6%로 떨어진 반면 쿠팡이츠는 35.31%로 거의 두 배 증가했다. 재구매율 역시 쿠팡이츠가 5.1건으로 배민(4.33건)보다 높았다.
통계청 소비자 지출조사와 업계에 따르면, 작년 국내 배달앱 시장 규모는 약 30조 원, 올해 33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배달앱 3사의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작년 12월 3753만 명으로 전년 대비 9% 증가했다. 배민이 2243만 명으로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쿠팡이츠 역시 963만 명으로 빠르게 성장하며 점유율 격차를 좁히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이츠가 작년 무료 배달 정책과 쿠팡과의 서비스 연계로 이용자를 빠르게 늘린 상황”이라며 “이런 가운데 배민의 포장 수수료 부과와 쿠팡이츠의 무료 정책이 대립하면서 새로운 경쟁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가격에 민감한 자영업자와 소비자들이 움직이면 시장 점유율 변화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