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맞닿은 650m에 펼쳐진 26개 테마정원
멸종위기 히어리가 피어나는 생태계 보전의 요람
늦게 피는 수국과 동해 전망이 그리는 특별한 풍경
[대구경북본부 / 엄지원 기자] 해발 650미터, 하늘과 더 가까운 곳에서 자연은 속삭인다. 경상북도수목원은 단순한 나무들의 집합이 아닌, 우리 생태계의 살아있는 교과서다. 포항 죽장면에 자리 잡은 이곳에서는 계절마다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봄이면 북방산개구리의 구애 소리가, 여름이면 수국의 화려한 자태가, 가을이면 단풍나무의 붉은 손짓이, 겨울에는 새하얀 눈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곳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26개의 테마정원이다. 각각의 정원은 저마다의 개성을 품고 있다. 만남의 광장에서 시작되는 여정은 창포원을 거쳐 삼미담 호수에 이르기까지, 마치 자연이 써내려간 한 편의 시를 읽는 듯하다. 특히 희귀종 망개나무 47그루의 자생지는 이곳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생태계 보전의 요람임을 증명한다.
봄이 찾아오면 수목원은 가장 화려한 옷을 갈아입는다. 복수초를 시작으로 목련까지, 봄꽃들의 릴레이가 시작된다. 그중에서도 특별한 손님이 있다. 한때 멸종위기에 처했던 우리나라 특산종 ‘히어리’다. 노란 꽃잎을 활짝 피운 히어리는 우리 생태계의 회복력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다.
도심보다 3~4도 낮은 기온은 이곳만의 특별한 리듬을 만들어낸다. 수국이 피어나는 시기가 늦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늦음’은 오히려 축복이 된다. 다른 곳의 수국이 시들어갈 때 이곳의 수국은 절정을 맞이하니 말이다. 수국과 산수국이 어우러진 풍경은 마치 자연이 빚어낸 한 폭의 수채화 같다.
전망대에 오르면 동해바다와 푸른 숲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는 단순한 경관이 아니다. 바다와 산, 하늘이 만나는 이 장면은 우리 자연의 위대한 순환을 보여준다. 귀여운 다람쥐가 도토리를 찾아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은 이 거대한 생태계의 작은 단면을 보여주는 듯하다.
자연은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계절의 변화에 맞춰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자신의 모습을 바꾼다. 경상북도수목원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바로 이것이다. 우리도 자연의 속도에 맞춰 걸어가라는 의미일 것이다.
삼미담 연못에 비친 하늘을 바라보며, 잠시 우리의 걸음을 멈추고 자연의 속삭임에 귀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