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청하면 상대리의 200년 된 비보림(裨補林)
200년 된 소나무들이 하천범람과 바닷바람 막아줘
자연과 조화 이루며 살아가는 지혜 되새겨야 할 때

포항시 청하면 상대리 상대마을숲.ⓒ엄지원 기자
포항시 청하면 상대리 상대마을숲.ⓒ엄지원 기자

[대구경북본부 / 엄지원 기자] 한 해 시작 경북 포항시 청하면 상대리 173-1번지 일원의 상대마을숲을 찾았다. 200여 년의 세월을 품은 이 비보림(裨補林)은 단순한 나무들의 집합이 아닌, 마을의 역사와 주민들의 삶이 켜켜이 쌓인 살아있는 기록이었다. 바닷바람과 청하천의 범람으로부터 마을을 지켜온 소나무들은 시간의 무게만큼이나 묵직한 존재감으로 서 있었다.

이 숲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소나무들의 독특한 모습이다. 수령이 100~200년에 이르는 나무들임에도 키는 그리 크지 않고 줄기는 단단하게 굵어, 마치 오랜 세월 마을을 지켜온 수호신 같은 인상을 준다. 2012년 전통마을숲 복원사업을 통해 새롭게 정비된 숲길을 걸으며, 발아래 쌓인 솔잎이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운 쿠션감이 발걸음을 부드럽게 받쳐준다.

이곳에는 흥미로운 이야기도 숨어있다. 한때는 이 숲 근처에 독일의 기후와 비슷하다 하여 포도주 원료를 생산하는 큰 포도원이 있었다고 한다. 비록 지금은 사라졌지만, 소나무숲과 포도밭이 어우러진 그 시절의 풍경은 상상만으로도 아름답다. 이는 우리 마을숲이 단순한 생태적 가치를 넘어 문화적, 역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포항시 청하면 상대리 상대마을숲.ⓒ엄지원 기자
포항시 청하면 상대리 상대마을숲.ⓒ엄지원 기자

최근 국립산림과학원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45%가 소나무를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꼽았으며, 83.5%가 소나무가 자신의 삶에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이는 우리 민족의 정서 속에 소나무가 얼마나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상대마을숲의 소나무들은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이들은 단순한 나무가 아닌, 우리의 문화적 정체성을 담고 있는 살아있는 문화유산이다.

강풍에 부러진 가지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지만, 그럼에도 의연하게 서 있는 소나무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삶의 지혜를 배운다. 약 10분이면 한 바퀴를 돌 수 있는 이 작은 숲이지만, 그 안에는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법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있다.

을사년 새해 상대마을숲은 우리에게 조용한 울림을 전한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며 마을과 함께 호흡해온 이 숲처럼, 우리도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지혜를 되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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