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종섭 대사 귀국 소식에 새벽부터 인천국제공항 달려가 피켓시위
이종섭 귀국에 ‘쌍특검·1국조’ 꺼내며 공세하는 민주당, 꼼수 귀국 의심까지
군소 정당도 일제히 공격 가세, “급조된 정치적 귀국, 이종섭 즉각 사퇴” 촉구
李 귀국에 반전 꾀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이제 공수처와 민주당이 답할 차례”
엇갈리는 여권 반응 “계급장 떼고 수사받길” vs “민주당 쇼에 휘둘려선 안돼”

이종섭 호주대사가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좌)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귀국한 이 대사를 향해 항의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우). 사진 / ⓒ뉴시스
이종섭 호주대사가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좌)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귀국한 이 대사를 향해 항의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우). 사진 / ⓒ뉴시스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4·10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20일 앞둔 가운데 그간 야권에서 ‘윤석열 정권 심판론’을 외치며 정부·여당을 공격하기 위한 공세 목표로 삼았던 ‘해병대원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를 받는 이종섭 호주대사가 오늘(21일) 자진 귀국하여 정치권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 이종섭 대사 귀국 소식에 몸 바쁜 민주당, 새벽부터 인천공항 달려가

법무부의 출국금지 해제 결정으로 지난 10일 호주로 출국했던 이종섭 대사는 21일 주요 재외공관장들과 방산협력 협의를 위한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한 지 11일 만에 귀국했는데,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새벽부터 인천국제공항으로 몰려가 이 대사를 비판하기 위한 집단 항의 시위에 나선 모습을 보이며 총공세를 펼쳤다.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전날 밤 긴급공지를 통해 이 대사의 귀국 예정 시간을 공유하면서 당내 의원들을 향해 피켓시위에 참여할 것을 권유하며 공세를 펼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한 상황이었는데, 실제로 이날 홍익표 원내대표를 비롯해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 조정식 사무총장, 김민석 선대위 상황실장 등 여러 명이 ‘피의자 이종섭, 즉각 해임, 즉각 수사’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입국장에서 시위를 벌였다.

특히 홍 원내대표는 이날 입국장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여당이 선거를 앞두고 민심이 나빠지고 선거에 불리하다고 판단해 급히 귀국시키는 것 같다”고 의구심을 내비치면서 “이 대사의 귀국은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이제부터 진실을 밝히는 시작이다. 이 대사가 한국에 들어온 것 자체가 핵심이 아니라 젊은 장병의 죽음을 밝히는 것이 핵심이다. 이미 국정조사와 특검법이 발의돼 있다”고 공세했다.

더욱이 그는 “이 대사는 수사 외압의 핵심 피의자”라고 강조하면서 “이 대사는 대통령실이 부당한 수사 외압을 했는지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인데 그런 대사를 호주로 도피시킨 것 자체가 대통령실로 연결되는 수사에 대한 고의 방해나 지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직격했다.

아울러 홍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도 기자회견을 열고 “애초부터 호주대사 임명은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이 대사가 이미 국가를 대표해 대사직 수행을 할 수 없는 상황인 점을 감안해 당장 해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이 대사의 귀국을 촉구했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제가 다 해결됐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홍 원내대표는 “한 위원장은 마치 대단한 역할을 해 정치적 성과를 낸 것처럼 모두 다 해결됐다고 발언하고 있는데, 그렇게 모두 해결됐다고 말하고 싶다면 이 전 장관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검법 처리에 대해 당장 협조해주길 바란다”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홍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권이 진실을 숨기고 국민을 속이려 하는 것”이라며 “지금도 윤 대통령과 정권이 거짓과 불법을 계속해서 더 큰 거짓과 불법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결국 감당할 수 없는 국민 심판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 민주당, 李 귀국에 ‘쌍특검·1국조’ 꺼내 들며 총공격···이재명 “도둑 입국”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중앙선대위 회의를 열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이해찬·이재명·김부겸 상임 공동선대위원장. 사진 / 시사포커스TV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중앙선대위 회의를 열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이해찬·이재명·김부겸 상임 공동선대위원장. 사진 / 시사포커스TV

더군다나 이재명 대표도 이날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현장 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오늘 이 대사가 도둑 입국을 했다”며 “이 대사는 국기 문란 사건의 명백한 핵심 ‘피의자’다. 대통령은 즉각 이종섭 대사를 해임하고 출국을 금지시켜야 한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무엇보다도 이 대표는 “이 대사가 행사 때문에 귀국한 것처럼, 마치 국민의 뜻을 존중하는 것처럼 포장하려 하지만 본질은 여전히 대사직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해병대원 순직 사건 외압 의혹, 이종섭 도주 사태라는 중대 사건에 대해 의혹을 명확하게 밝히고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채 상병 사망 사건에 대한 특검 뿐만 아니라 이종섭 특검도 시작해야 한다. 채 상병 국정조사, 채 상병 특검, 이종섭 특검 등 ‘쌍특검·1국조’ 처리를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촉구하면서 “민주당은 총선 전 본회의에 의원 전원이 참석해 ‘쌍특검 1국조’를 처리하겠다”고 예고했다.

또한 이해찬 상임 공동선대위원장도 이날 같은 회의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이제 모든 게 다 끝났다’고 얘기했는데 어림도 없는 소리다”며 “이제 시작이다. 핵심은 윤석열이다. 이게 본질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에 더해 강선우 대변인도 이날 서면 논평을 통해 “대통령이 피의자를 도피시켰다는 국민의 분노가 가라앉지 않자, 총선 패배가 너무도 두려워서 예정에 없던 회의를 급조한 것 아니냐”고 음모론을 펼치면서 “호주 대사직을 피의자를 빼돌릴 수단으로 쓰더니, 이제는 공관장 회의를 도피 혐의를 벗기 위한 알리바이로 삼는데, 윤 대통령의 파렴치한 작태에 치가 떨린다. 양두구육을 하려면 제대로 하라”고 맹폭했다.

심지어 박찬대 최고위원도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하여 “주요 피의자가 말도 안 되는 절차와 방법을 통해 호주대사로 부임하는 것 자체가 국격의 실추이고 외교 망신”이라면서 “해임을 하든지 사임을 하든지 그 직을 내려놓는 게 우선이다”고 자진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 야권 군소 정당들도 일제히 공격 가세···“급조 귀국, 이종섭 즉각 해임하라”

이종섭 호주대사(좌)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우). 시사포커스DB
이종섭 호주대사(좌)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우). 시사포커스DB

뿐만 아니라 제3지대 야권인 개혁신당에서도 공격에 가세한 분위기였는데, 실제로 이준석 대표는 이날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되어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리는 재판에 출석에 출석하기 위해 나온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과 면담을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지금 재판받고 책임져야 할 사람(이종섭)은 공항 귀빈실로 빠져나가고 반대로 채 상병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열심히 일해야 할 사람(박정훈)은 군사법원 좁은 입구로 들어가 재판에 임해야 하는가”라고 따져 물으면서 “윤 대통령이 국민에게 항명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준석 대표는 “이 대사 도피 행각에 많은 사람이 실망하고 있고, 더욱이 (오는 25일 예정된) 공관장 회의에 온다는 것 자체가 급히 출국할 이유가 없다는 방증인 것”이라며 “이 대사 귀국은 누가 봐도 총선 일정에 맞춰 잡은 것이다. 정치적인 목적의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준석 대표는 “이미 호주 언론에서도 이 대사 건이 보도되고 있고 무엇보다 이 대사가 대사직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기에 본인의 결단도 필요하고, 결단이 늦어지면 인사권자인 윤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것”이라고 쏘아붙이면서 더 나아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본인이 수사받고 재판받느라 당무를 제대로 못 한다는 지적이 있는 상황에서 주요국 대사가 수사와 재판 때문에 자주 귀환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상대국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이준석 대표는 재판을 받고 있는 박 전 수사단장에 대해 “임기가 3년 남은 권력자에게 찍혀서 개인이 얼마나 어려운 저항을 하는지 느껴온 사람이라 공감대가 있다”며 “개혁신당에서 어떻게든 돕겠다. 박 대령에게 무한 응원을 보낸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또한 녹색정의당 이세동 부대변인도 이날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실은 임시 귀국으로 성난 민심을 달래보려는 속셈이지만, 이 대사 해임과 철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여론은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 대사의 즉각 해임과 공수처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새로운미래 오영환 총괄 상임선대위원장도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총선 악영향을 우려한 여당의 압박에 못 이겨, 급조했다는 의심을 받는 공관장 회의 소집을 명목으로 ‘묻지마 귀국’했을 뿐”이라고 “윤 대통령은 이 대사 임명을 즉각 철회하고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조국혁신당의 박은정·차규근 비례대표 후보도 이날 공수처를 방문해 이 대사의 재출국 금지를 법무부에 즉시 요청하라는 요구가 담긴 서한을 제출하면서 압박에 가세했고, 마찬가지로 진보당 김도현 부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 대사의 귀국은 대통령실과 여당의 합작품”이라고 비난하면서 “이 대사는 스스로 호주 대사직에서 사퇴하고 공정한 수사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 반전 꾀하는 한동훈 “공수처·민주당 답할 차례”, 그러나 반응 엇갈리는 여권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0일 경기 안양 현장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0일 경기 안양 현장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한편 그간 야권에서 이 대사의 출국을 빌미로 하여 ‘도피·도주’ 프레임을 씌우며 강하게 공격하여 수세에 몰렸던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 대사가 업무차 귀국하게 되면서 반전을 꾀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실제로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이날 대구에서 열린 윤재옥 원내대표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이제 답은 공수처와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이지, 정부와 국민의힘이 해야 할 일이 아니다”면서 “만약 공수처에서 아직 (이 대사를 조사할) 준비가 안 되어 있다면 이건 공수처와 민주당이 총선 앞두고 정치질을 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반격에 나섰다.

특히 한 위원장은 공수처를 향해 “이렇게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이렇게 시끄럽게 언론플레이를 하고 직접 입장문을 내고 하는 수사기관을 본 적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이 대사에게 정말 문제가 있었으면 빨리 조사하고 끝내야 한다”고 경고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 위원장은 “우리는 민심에 순응해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조치를 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하면서 “민심을 거부하고 있는 민주당을 심판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국민의힘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당내에서는 이 대사의 문제에 대한 대응을 두고 엇갈린 반응이 나오기도 했는데, 경남 양산을 지역구에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하는 김태호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계급장 떼고 수사받는 게 국민 눈높이이다. 억울할수록 당당해야 한다. 그래야 멍에에서 벗어난다. 그렇지 않으면 선거 내내 꼬투리를 잡혀 정권심판론 단골 메뉴가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면서 “이 대사는 즉시 사퇴하고 민간인 신분으로 철저하게 수사받아야 한다. (이 대사의 이번 귀국이) 여론무마책이 아니라 사태 해결의 시발점임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도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하여 “만시지탄(晚時之嘆, 시기에 늦어 기회를 놓쳤음을 안타까워하는 탄식)이다. 일이 생기자마자 조치를 해야 했는데, 이 조치가 늦어지면서 오히려 민심의 역풍이 우려되는 그런 상황이다”고 진단하면서 “이 대사는 일단 공수처 수사를 받아 혐의에 대해서 완전히 클리어하게 결론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그 이후에 갈 수도 있는 거다. 그리고 이 대사 스스로가 거취 문제로 고민을 한다면 스스로 결단도 가능하다. 당의 문제보다도 오히려 이 대사의 결심이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을 후보인 이혜훈 전 의원은 이날 채널A ‘정치 시그널’에 출연하여 “이 대사가 뭘 잘못했느냐. 이게 (민주당에서) 항의할 일이냐. 재외공관장인데 어디를 숨느냐. 어떻게 ‘도주 대사’라는 이름을 붙이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두둔하면서 당을 향해 “답답하다고 생각하는 게 저쪽이 몰아가면 우리가 덩달아서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하고 있는데, 민주당의 쇼에 휘둘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더 나아가 이 전 의원은 “그냥 민주당과 같이 ‘빨리 사퇴하라’고 이렇게 다그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오히려 민주당이 악의적인 프레임을 거는 것에 대해서 준엄하게 꾸짖고, 국민들이 정확하게 ‘절대 도주가 될 수 없는 일을 악의적으로 뒤집어씌우고 있습니다’라고 진상을 정확하게 말해줘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이 전 의원은 “제가 시장이나 골목을 돌며 하루 종일 명함만 뿌리는 사람인데, 그 어디에서도 이종섭 대사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국민들은 그런 얘기를 안 한다. 대부분이 ‘이 집에서 못 살겠다, 냄새 나서 못 살겠다, 교통 신호 바꿔달라’는 그런 실생활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고 꼬집으면서 여야의 정치권을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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