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 쏘아 올린 공천 갈등에 발칵 뒤집힌 국민의힘, 어쩌나?
김경율 마포을 전략공천 시사에 뿔난 김성동 “시스템 공천 무너져”
해명나선 김경율 “전략공천 이런 거 없어···韓과 저, 둘 다 정치 초보”
당 안팎 비판 쇄도, 이용호 “많은 경험 있었다면 이런 발표 안 했을 것”
민주당도 ‘친명 자객 공천’ 논란으로 시끌, 김부겸 “공천 공정성 확보해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좌)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우). 국회 본회의장 모습(가운데). 사진 / 시사포커스DB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좌)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우). 국회 본회의장 모습(가운데).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오는 4·10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여야 할 것 없이 공천권을 둘러싼 갈등이 벌이지면서 공천 전쟁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가운데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최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마포을’ 지역에 김경율 비대위원의 전략공천을 시사하는 행동을 하여 이목을 집중시켰다.

◆ 김경율 출마 발표에 국민의힘 김성동 버럭, ‘마포을 공천권’ 놓고 잡음 일어

앞서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 인사회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김경율 비대위원을 소개하면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마포을 지역에서 맞상대할 인사라고 전략공천을 시사하여 공천 잡음 논란을 일으켰다.

실제로 한 비대위원장은 신년인사회 행사에서 “개딸 전체주의와 운동권 특권 주의, 이재명 개인 사당으로 변질된 민주당을 상징하는 얼굴이 마포을의 정청래 의원”이라고 꼬집으면서 “우리는 이에 맞서 진영과 무관하게 공정과 정의를 위해서 평생 싸운 김경율 비대위원이 나설 것”이라고 소개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마포을 지역의 전략공천을 시산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더욱이 마포을 지역을 지켜왔던 김성동 전 국민의힘 마포을 당협위원장도 당시 현장에서 강하게 반발하는 소동을 벌이며 퇴장했고, 그 이후로도 연일 공천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는데 김 전 위원장은 오늘(19일)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하여 “시스템 공천이 무너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위원장은 한 비대위원장이 김 비대위원을 소개하는 서울시당 신년인사회 당시 상황에 대해 “충격적이고 참담했다”고 불편했던 심경을 밝히면서 한 비대위원장을 겨냥해 “이런 태도야말로 이번 선거 자체를 굉장히 혼란하게 만들고 모처럼 일궈지고 있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반성해야 할 태도”라고 직격했다.

아울러 그는 “공천관리위원회에서도 (한 비대위원장의 행동에 대해) 당황했을 것”이라면서 “바로 그 전날 시스템 공천 규칙을 다 말했는데, 그 다음날 그렇게 거의 확정짓다시피 발표했다. 그러고선 이제는 ‘들은 사람들이 잘못 들었다’고 이러면 경우에 앞뒤가 안 맞는 말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김 전 위원장은 “다른 지역의 당협위원장들도 ‘내가 제2의 김성동이 될지 모른다, 우리 지역이 제2의 마포을이 될지 모른다’고 이런 걱정들을 당연히 하게 될 것”이라며 “급할수록 바로 가야 하는데, 한 비대위원장의 욕심, 목표가 너무 앞섰다”고 질타했다.

이에 더해 최근 한 위원장이 ‘지역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데 선거에서 계속 지면 그게 의미가 있느냐’고 한 발언에도 문제를 제기했는데, 마포을 지역에서 내리 3번 패배한 경험이 있는 김 전 위원장은 “이 어려운 곳에서 땀 흘리면서, 때로는 눈물 흘려가면서 대선·총선·지방선거를 치르고 뭔가 일궈보겠다고 노력해온 사람들의 노력을 이렇게 무시할 수 있느냐”고 쏘아붙이며 분노감을 표했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은 “탈당은 안 한다. 한 비대위원장보다 제가 이른바 보수정당(국민의힘)에 애정을 갖고 바로 세우려고 노력한 시간이 더 길다”고 잘라 말하면서 “저는 마포을을 정치적 고향으로 생각한다. 마포을 지역이 험지·사지라고 하지만 제 숙명이라 생각한다. 저는 여기에서 희망의 불씨를 일으킬 것이다”고 다짐했다.

◆ 당황한 김경율, 사과 나서며 수습에 진땀 “저와 한동훈 둘 다 정치 초보, 몰랐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우)과 김경율 비대위원(우)이 지난 17일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우)과 김경율 비대위원(우)이 지난 17일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반면 공천권을 둘러싼 갈등이 벌어진 상황에 대해 한 비대위원장과 김 비대위원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인 분위기가 엿보였는데, 그러면서도 공천 잡음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즉각 해명에 나선 모습도 보여줬다.

실제로 마포을 지역 출마를 선언한 김 비대위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하여 “김성동 전 위원장이 출마할 의사가 없다고 받아드린 제가 한동훈 비대위원장에게 잘못된 정보를 드렸다”면서 “김 전 위원장께 정말 죄송하고 엎드려 사죄드리고 싶다. 전략공천 이런 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비대위원은 마포을 지역의 출마를 결심하게 된 배경과 관련해 “한 비대위원장과 대화하며 검색하다가 마포을 당협위원장이 예비후보로 등록이 안 돼 있었다”며 “저와 한 비대위원장은 둘 다 정치 초보라서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민주당이 강세를 보이는 마포을 지역을) 다들 여러 이유로 피하길래, 아무도 안 하면 ‘내가 가야겠다’고 한 것”이라며 “더군다나 머릿속으로 적합하다고 판단한 의원에게 (마포을 지역을) 권유해봤지만 (그가) ‘이전투구 될 게 뻔하다, 그런 식으로 내 이미지를 소모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김 비대위원은 자신의 마포을 출마 의지에 대한 생각도 내보였는데, 그는 “저는 정청래 의원이 ‘어떻게 86(80년대 학번·60년대생)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진보를 내걸고 살아가나, 정말 창피하다’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저 사람은 한번 이기고 싶다는 생각을 과거부터 많이 해 왔다”며 “정 의원이나 저나 공정과 정의를 모토로 내걸고 살아왔는데, 그래서 저는 마포구민들에게 둘 중 누가 더 공정과 정의에 부합하는 삶을 살았는지 한 번쯤 여쭤보고 싶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 한동훈 ‘전략공천’ 시사에 당 안팎 비판 쇄도, 이준석 “중진 쳐내기 위한 룰”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좌),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중), 유승민 전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좌),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중), 유승민 전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렇듯 ‘마포을 공천 잡음’ 논란이 연일 이슈가 되면서 당내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운 분위기가 역력해 보였는데,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하여 “정청래 민주당 의원을 잡을 사람이 국민의힘은 없느냐는 요구가 빗발치는 상황에서 김 비대위원이 용기를 내서 출마를 결심한 것은 아주 잘된,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그러나 문제는 김성동 전 위원장이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의원은 “사실 (한 비대위원장은) 정치적으로 조금 더 많은 경험이 있었다면, 또 세심한 배려가 있었다고 한다면 김성동 전 당협위원장에게 전날이라도 조금 귀띔을 해 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김 전 위원장은 인품이 훌륭하고 그동안 어려운 시기에 고생하셨던 것도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세 차례 낙선을 한 분이어서 그 지역에서 이번에도 도전하는 것은 정청래 의원의 당선으로 연결된다는 시각도 많았는데, 그렇지만 신년인사회 자리에서 그런 방식으로 김 비대위원을 공개하는 게 맞았는가 하는 부분은 정말 아쉬운 부분”이라고 거듭했다.

또한 당 밖에서도 국민의힘의 마포을 공천 잡음에 대한 비판은 쏟아졌는데, 실제로 탈당했던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은 이날 연합뉴스TV ‘뉴스포커스’에 출연하여 “한 위원장은 윤영선 인천 계양을 당협위원장 말고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을 띄우고, 서울에서는 김성동 마포을 당협위원장을 놔두고 김경율 비대위원을 띄웠다”고 언급하면서 한 비대위원장을 향해 “사람 앞에 세워놓고 면박 주는 문법이 과연 여의도 문법을 대체할 문법인가”라고 반문하듯 공격을 가하고 나섰다.

이어 이 위원장은 “이미 당 내부가 부글부글한 상황”이라고 짚으면서 더 나아가 국민의힘 공관위가 발표한 공천룰에 대해 “누가 공천 규칙을 짜놓은 다음 들고 있다가 회의에서 통과시킨 것이다. 사실상 중진들을 쳐내기 위한 룰이었던 것”이라고 의심했다.

심지어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를 향해 꾸준히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던 유승민 전 의원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마포을 공천은 벌써 끝났다”고 단정지으면서 “이런 ‘불공정 시스템 공천’은 처음 구경한다”고 조롱하듯 글을 올려 시선을 끌기도 했다.

◆ 민주당 ‘친명 자격 공천’ 논란으로 시끌, 김부겸 “공천 공정성 확보해야”

김부겸 전 총리가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오찬 회동 전 취재진과 만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김부겸 전 총리가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오찬 회동 전 취재진과 만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한편 이런 공천 잡음은 거대 제1당의 야당인 민주당도 ‘친명(친이재명) 자객 공천’ 논란으로 상황은 마찬가지였는데, 그래서인지 이날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계파 갈등 양상의 공천 갈등이 일부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을 염두에 두며 이재명 대표를 향해 쓴소리를 하고 나선 모습을 보여줬다.

김 전 총리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하여 “이재명 대표와 지도부가 소통하고 통합하려는 노력을 좀 더 열심히 해야 한다”면서 “결국 선거에서 제일 중요한 게 공천인데, 그 공천 과정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납득할 만한 공천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당내 일각에서 ‘친명(친이재명) 공천’을 우려하고 있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그게 무슨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라며 “지금까지 예비후보 검증 과정에서 잣대가 많이 흔들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른바 예비후보 검증위원회라는 과정을 통해서 좀 납득하기 어려운 그런 조치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김 전 총리는 “제가 양평에 있어 보니까 일반 시민들의 민주당에 대한 기대·우려·비판 이런 이야기들은 당 내부하고 분명히 온도차가 있었다”면서 “더군다나 그간 메시지 등을 보면 이 대표가 너무 주변 분들 이야기만 듣는 게 아닌가 싶다. 좀 더 귀를 열어야 한다”고 비판해 사실상 여야의 정치권에서 공천 전쟁의 막이 올랐음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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