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잔류 선언하고 나선 유승민 “당 지킬 것, 공천 신청은 하지 않을 것”
제3지대 신당행 예측됐던 유승민, 당 잔류 선언에 희비 교차하며 관심 집중
국민의힘 일부 ‘유승민 총선 역할론’ 꿈틀, 윤희숙 “劉, 수도권에 소구력 있어”
유승민 ‘경기 오산 안민석 대항마’ 출마설까지···한동훈 “검토한 바 없어” 부인

(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유승민 전 의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시사포커스DB
(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유승민 전 의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날카로운 비판을 쏟아내며 대립 구도를 펼쳐왔던 유승민 전 의원이 국민의힘의 잔류 의사를 표명한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경제전문가로 분류되는 유 전 의원의 총선 역할론에 대해 촉각을 세우면서 향후 정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는 양상을 보였다.

◆ 유승민 “당 지킬 것, 공천 신청은 하지 않을 것” 당 잔류 선언에 눈길

이준석 전 대표를 시작으로 비윤계(비윤석열)로 분류되는 여권 인사들이 탈당하며 제3지대 신당 창당에 합류 행렬이 이어지면서 대표적인 비윤으로 꼽히던 유 전 의원의 거취에도 정치권의 시선이 집중되자 유 전 의원은 지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의 거취에 대해 말씀드린다”며 당 잔류를 선언했다.

이어 유 전 의원은 “당을 지키겠다. 공천 신청은 하지 않는다”면서 “오랜 시간 인내해왔고 앞으로도 인내할 것이다. 우리 정치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복무하도록 남은 인생을 바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탈당해 본 경험이 있는 유 전 의원이 그간 당 안팎에서 ‘배신자 프레임’에 갇혀 있었던 만큼 이번 ‘당 잔류’ 결정이 자신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어낼 수 있는 반전의 기회로 만들어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여부도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래서인지 유 전 의원은 “24년 전, 처음으로 야당이 된 한나라당에 입당했다”며 “힘든 시간들도 많았지만, 이 당에 젊음을 바쳤고, 이 당이 옳은 길을 가길 항상 원했으며, 처음이나 지금이나 이 당에 누구보다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당은 특정인의 사당이 아니다. 정치가 공공선을 위해 존재하기를 바라는 민주공화국 시민들이 이 당의 진정한 주인이다”며 “(나는) 이분들을 위한 정치를 해왔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 제3지대 신당행 예측됐던 유승민, 국민의힘 ‘잔류 선언’ 왜 했을까?

유승민 전 의원이  과거 자신의 캠프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이강산 기자
유승민 전 의원이  과거 자신의 캠프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이강산 기자

반면 이준석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으로의 합류할 것이라는 예측을 깨고 유(劉) 전 의원이 당 잔류를 선택함으로 인해 보수 진영의 희비는 분명하게 엇갈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돌연 유 전 의원의 총선 역할론이 당 안팎에서 솔솔 흘러나오며 하나의 정치 이슈로 떠올랐다.

즉, 유 전 의원은 그간 합리적 보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던 만큼 이번 총선에서 중도층 외연 확장을 끌어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분류되는 수도권 선거의 자원으로 활용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정치적 셈법이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인 것이다.

더군다나 대권에도 욕심이 있는 유 전 의원의 입장에서도 그간 낙인되어 꼬리표처럼 달려 왔던 ‘배신자’ 프레임을 넘어서야 하는 정치 환경적 요인도 있기에 앞으로 유 전 의원이 보여줄 정치 행보에 많은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유이다.

이에 더해 유 전 의원은 ‘총선 불출마’가 아닌 ‘공천 신청 안한다’는 표현을 하여 또 다른 일각에서는 이를 주목하며 전략 공천을 요구하는 의중이 있을 수 있다는 해석까지 흘러나오는 상황이라고 관측했다.

실제로 정치평론가로 활동 중인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전날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하여 유 전 의원의 ‘공천 신청 안한다’는 입장에 대해 “불출마 선언이 아니다”면서 “(그건 당에서) 전략 공천을 해주면 나가겠다는 뜻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진 교수는 “유 전 의원의 경우는 아마 전통적인 보수층에서 반감이 있을 텐데,그걸 어떻게 극복해 내느냐가 중요했을 것”이라며 “그렇기에 만약 (전략 공천이) 성사가 된다면 ‘한동훈표 공천’이라는 강한 색깔을 가질 수 있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유 전 의원은 지난 지방선거 경선 과정에서도 경쟁 후보였던 김은혜 전 의원에게 당심에서 밀려나 패배의 고배를 마셨던 만큼 유 전 의원에게는 당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방안이 가장 시급하고 힘든 과제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 국민의힘 내 ‘유승민 총선 역할론’ 급부상, 윤희숙 “劉, 당에 기여하겠단 뜻”

국민의힘 윤희숙 전 의원이 과거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 권민구 기자
국민의힘 윤희숙 전 의원이 과거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 권민구 기자

더군다나 서울 중·성동갑 지역구의 출마를 선언한 윤희숙 전 의원도 오늘(31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하여 유 전 의원이 ‘공천 신청 안한다’고 표현한 것에 대해 “이해가 가며, 또 불출마라는 표현을 쓰지 않은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이것은 자신을 정말 필요한 곳에 배치하거나 상징적으로 멋지게 희생할 수 있는 곳으로 당에서 알아서 배치해 달라는 뜻일 것”이라고 해석의 결을 함께 했다.

이어 윤 전 의원은 “유 전 의원이 수도권에 소구력이 있는 만큼 (그의 총선 출마는) 당에도 좋고 본인에게도 좋은 일”이라면서 “어쨌든 국민의힘에 기여하겠다는 것이니 아주 멋진 모습인 것”이라고 극찬했다.

더 나아가 그는 “제가 한참 전에 좀 전해 들은 것도 있고, 그간 그런 얘기도 좀 있었다”면서 “(4선을 한) 유 전 의원이 지금 국회의원 배지를 한 번 더 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아마도 본인은 당에 충성심을 보이면서 국민에게 ‘멋진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복구하고 싶은 걸 거다. 또 한참 전부터 전해 들었는데, 자신은 ‘매우 험지에, 승률이 거의 없는 곳에 가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제가 들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 유승민 ‘경기도 오산 안민석 대항마’ 출마설까지···한동훈 “검토한 바 없어” 부인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인재영입위원회 국민인재 영입 환영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인재영입위원회 국민인재 영입 환영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한편 당 일각에서는 유 전 의원에 대한 수도권 역할론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도 흘러 나오면서 급기야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운동권 출신이 자리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도 오산 출마설까지 언급되고 있었다.

즉,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 구도로 내세우고 있는 ‘운동권 청산론’ 차원의 ‘운동권 대 경제통’ 구도가 가능하기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인데, 특히 이철규 당 인재영입위원장은 이날 국회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제 회의에서 검토된 것은 없지만, 유 전 의원도 이번에 활로를 좀 찾지 않겠느냐”면서 “본인이 잘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그 가능성을 열어뒀다.

또한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전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하여 “유 전 의원의 출마는 국민의힘으로 봐서도 총선 승리하는 데 역할이 될 것”이라고 긍정 평가를 하면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유승민 카드를 쓸 거냐, 말 거냐 부분에 있어서는 용산(대통령실)과 생각이 다를 것 같다”고 부연했다.

다만 ‘유승민 총선 역할론’의 여부는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당 지도부의 선택에 달린 것은 분명해 보였는데, 하지만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이날 경기도 수원 한국나노기술원에서 열린 ‘반도체 산업 현장간담회’ 참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유 전 의원의 경기도 오산 지역구 등 총선 전략공천 투입 여부와 관련해 “그런 검토를 한 바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한 위원장은 “저희의 총선 전략은 그렇게 대놓고 얘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며 “저희는 이기는 공천, 국민들에게 명분 있는 공천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해 사실상 당 지도부가 유 전 의원을 이번 총선에서 자원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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