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비상상태 놓인 대한민국, 변화없는 정치판 마냥 기다릴 수 없어”
“오늘부로 창당준비위원회는 가칭 ‘개혁신당’...보수개혁정당 기치 걸어”
“검투사 정치는 보름달, 미래 얘기하는 생산적 정치가 초승달처럼 올라”
한동훈 비대위원장에 “이제 경쟁자 관계로 들어섰다”...소통 가능성 無
국민의힘에도 변수 작용...홍준표 “비례대표 7~8석 가져갈 수 있을 것”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있는 한 식당에서 국민의힘 탈당 및 신당 창당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있는 한 식당에서 국민의힘 탈당 및 신당 창당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국민의힘 탈당 선언과 함께 신당 창당에 나서겠다고 밝혀 새해 첫날 기준으로 100일 남은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李 “대한민국 공용어는 미래여야…보편적 시민의 고민 담아낼 것”

앞서 국민의힘 탈당을 예고한 바 있는 이 전 대표는 27일 그동안 자신이 국민의힘 후보로 선거에 출마해왔던 서울 노원구에 있는 한 식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오늘 국민의힘을 탈당한다. 정치를 시작한지 12년째 되는 오늘을 그날로 정해놓고 지난 몇 달 간 많이 고민했다”며 “국민의힘에 제가 가지고 있던 모든 정치적 자산을 포기한다. 오늘 제 선택은 제 개인에 대한 처우, 저에게 가해진 아픈 기억 때문에 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호사가들은 국민의힘과 보수진영의 현 상황이 그토록 안 좋다면 지금은 때를 기다리고 기회를 보라고 제게 얘기하는데 사실 저는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다. 실제로 이미 몇 달 전 책임 있는 사람으로부터 ‘총괄 선거대책위원장’ 등의 자리도 제안 받은 적이 있다”며 “그런데 전혀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비상상태에 놓인 것은 절대 당이 아니라 바로 대한민국이고 변화가 없는 정치판을 바라보며 마냥 기다릴 수 없다”고 역설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 전 대표는 현 정권을 겨냥 “선출되지 않은 누군가가 모든 유무형의 권력을 휘두르며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하는 모습, 그 사람 앞에서 법과 상식마저 무력화되는 모습이 반복되는 것은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트라우마”라며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2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왜 적장을 쓰러뜨리기 위한 극한 대립, 칼잡이의 아집이 우리 모두의 언어가 되어야 하나. 대통령과 당 대표가 모두 군인인 시대를 겪어내고 이겨냈던 우리가 왜 다시 한 번 검찰과 경찰이 주도하는 정치적 결사체 때문에 중요한 시대적 과제들을 제쳐놓고 극한 대립을 강요받아야 하느냐”라고 꼬집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이제 대한민국의 공용어는 미래여야 한다. 정치는 대중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 노력”이라며 “대한민국은 현재 위기다. 제가 하는 신당에서는 이 위기를 정확하게 직시하고 당당하게 표 떨어지는 얘기를 하겠다”고 천명했고, 이공계 인재 육성한다면서 한편으로는 의대 정원을 확대하겠다는 모순, 지방대학 소멸 위기와 대학 등록금 지원 간 모순, 저출생에 따른 감군계획, 국민연금 개혁 등을 우선 현안으로 거론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는 “대한민국 대통령 이하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길어야 10년 이상 정치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열거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 내 임기 중에만, 내 정치인생 중에만 터지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그들의 정치가 어떻게 미래지향적일 수 있나”라며 “시민여러분, 아고라에 오셔서 공동체의 위기를 논의하는 책임 있는 정치인들에게 성원을 보내 달라. 무책임한 현재 위정자들과 달리 저는 제가 지금 하는 주장과 선택에 대해 30년 뒤에도 살아서 평가 받을 확률이 높다”고 대중을 향해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아울러 이 전 대표는 “서로 물어뜯기 밖에 못하는 고래 두 마리가 싸우는 동안 담담하게 많은 시민들의 희망을 머금고 미래를 그리면서 여러분이 모아주시는 십시일반의 밥 많이 먹고 크겠다. 나눠줄 돈과 동원할 조직 없이 당을 만들어 성공한다면 정치문화가 확 바뀔 것”이라며 “몇 개의 의석을 만들어낼지 확실하지도 않은 누군가의 말에 신빙성이 없고 실행이 담보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더 많은 의석을 만들어 달라. 여러분이 평생 사게 될 주식 중 가장 큰 수익률을 담보하는 주식은 바로 이 신당에 투자하는 지지와 성원일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 ‘개혁신당’ 발족한 李 “한동훈과 경쟁관계…불출마? 염두에 없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좌), 이준석 전 대표(우). 사진 / 이훈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좌), 이준석 전 대표(우). 사진 / 이훈 기자

또 이 전 대표는 내년 총선까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인지 이날 회견에서 “이 시각에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저희 측 관계자가 신고서를 내고 있을 것이고 계획대로 된다면 오늘부로 창당준비위원회는 가칭 ‘개혁신당’이란 이름으로 발족했음을 알려드릴 수 있다”며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겠다. 신당 창당 과정은 일반 정당의 창당과 마찬가지로 시도당 결성하고 중앙당 등록 절차로 이어질 건데 허례허식 없는 형태로 시도당대회 같은 경우 간소화해서 진행할 것”이라고 신당 관련 계획도 바로 밝혔다.

이 뿐 아니라 그는 내년 총선 전 국민의힘과 재결합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적어도 오늘 이 자리에선 총선 전 재결합 시나오는 제가 부정하고 시작하겠다. 당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곳의 출마도 제안 받았지만 전혀 동하지 않았다”며 “12년 전 정치 출발선에 서서 당시 비례대표 의원이 될 수 있는 길을 마다한 제가 지금 와서 그 길을 갈 수 없지 않나. 신당 성공을 위해 견마지로를 다할 뿐 개인적 욕심을 위해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호히 일축했다.

심지어 이 전 대표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서도 “한 전 장관과 저는 이제 경쟁자 관계로 들어섰다. 평론가들이 ‘이준석이 한동훈 전화 기다린다’ 등을 떠들었는데 저는 4일째 휴대전화 꺼놨고 전화 받을 기대도, 할 생각도 없다”고 했는데, 앞서 같은 날 오전 한 위원장도 이 전 대표를 끌어안기 위해 전향적 입장을 낼 계획이 있는지 묻는 질의에 “저에 대해 여러 많은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누구 하나하나 이야기에 대해 답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답한 바 있어 여당 지도부 교체에도 불구하고 양측 간 소통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그는 지난 3·8전당대회 당시 함께 했던 ‘천아용인’이 자신의 탈당 및 신당 창당 회견에 불참한 데 대해선 “김용태 전 최고위원은 개인의 고민으로 합류하지 못했는데 다른 분의 거취는 제 입으로 말 못하겠지만 곧 알게 될 것”이라며 “그분들에게 부탁한 것은 ‘가장 명예로운 방식으로 본인의 뜻을 알려 달라’고 했다. 각자 선택을 지켜봐 달라”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이어 “사실 제가 대표직을 떠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를 이끈 당직자들이 저와 함께 했다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승리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고, 방법을 아는 그들을 꼭 활용해 승리에 다가설 수 있는 게 선택일 것”이라며 자신과 가까웠던 국민의힘 내 인사들을 신당에 적극 끌어들이겠다는 구상도 내비쳤다.

한편 그는 창당할 신당의 성격에 대해선 “보수 개혁하겠다고 나선 인사 중심으로 보수개혁 정당의 기치를 걸고 있고 그 안에서 경쟁하겠다”고 밝혔으며 연대 범위에 대해선 “완벽한 동일성을 찾아 헤매는 것보다 같은 점을 몇 가지 찾아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 제가 함께 할 수 있는 스펙트럼은 노회찬의 정의당까지고 새로운선택이나 한국의희망 같은 기 창당 정당과 관련해 양향자 의원, 금태섭 전 의원과 매우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며 ‘제3지대 빅텐트’ 의지도 분명히 드러냈다.

아울러 이 전 대표는 불출마를 선언한 한 위원장과 비교하며 총선 도전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엔 “불출마는 염두에 없고 이번에도 총선 승리를 위해 도전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맞받아쳤으며 내년 총선에도 서울 노원병에 출마할지 여부에 대해 묻는 질의엔 “상계동에 출마하겠다는 생각을 잠시도 버린 적이 없는데 신당 창당하는 과정에 있다 보니 신당을 하면 여러 다른 역할이 부여될 것이라 거취 선택할 것이고 상계동을 떠나는 선택을 해야 하면 주민들에게 지체 없이 알리겠다”고 답변했다.

◆ 李 신당, 일부 조사서 두 자리수대 지지율…홍준표 “비례 7~8석”

27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 소재 식당에서 열린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거취 발표 기자회견에 취재진들이 몰려든 모습. 사진 / 이훈 기자
27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 소재 식당에서 열린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거취 발표 기자회견에 취재진들이 몰려든 모습. 사진 / 이훈 기자

이런 가운데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이 공식화된 만큼 내년 총선에 어느 정도의 파급력을 미칠지 벌써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 여론조사업체 에브리씨앤알이 뉴스피릿 의뢰로 지난 22~23일 전국 유권자 1000명에게 실시해 26일 공개한 ‘내일이 총선 투표일이라면 어느 정당 후보에 투표하겠느냐’는 여론조사 결과(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이 전 대표의 신당은 10.5%로 나와 거대 양당 외엔 유일하게 두 자리수대 지지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조사에선 이 전 대표가 신당을 만들면 두 거대 양당 간 격차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나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은 국민의힘에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비단 이 기관 외에도 앞서 지난 16~18일 한길리서치가 아주경제 의뢰를 받아 전국 유권자 1004명에게 실시한 여론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선 이준석 신당만 창당 시 민주당(29.6%)과 국민의힘(28.6%) 지지율이 박빙으로 나와 적어도 정권 운명을 좌우할 이번 총선 결과에 이 전 대표 신당의 존재 여부가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 절하하기는 어려운 모양새다.

무엇보다 이준석·금태섭·유승민 등이 신당 만들 경우 어느 당을 지지할지 묻는 질문에서 이 신당의 지지율이 15.8%로 나오기도 한 점은 제3세력의 등장을 경시할 수 없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는데, 그래선지 국민의힘의 새 사령탑에 오른 한 위원장도 이날 국회 첫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세대포위론이나 세대를 나이 기준으로 갈라치기 하는 것은 누군가에게 정략적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을지 몰라도 세상에는 해로울 수 있다”며 그간 ‘세대포위론’을 주장한 바 있는 이 전 대표를 겨냥해 견제구를 던지기도 했다.

이에 맞불을 놓듯 이 전 대표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금도 누군가는 대한민국의 위기 속에서도 상대를 악으로 상정하고 청산하는 것을 소명으로 생각하고 그 방향으로 시민들을 이끌려 한다. 상대 정치세력을 빌런으로 만드는 검투사 정치는 (기울 일만 남은) 보름달과 같아지게 돼 있고, 미래를 얘기하는 생산적 정치는 초승달과 같이 차오른다”고 꼬집었는데, 같은 날 홍준표 대구시장은 대구시청에서 가진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여당에 대해 “선거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선거에 지면 (윤 정권은) 식물 정권이 된다”면서 “이준석 신당은 내년 총선에서 비례대표 7~8석 가량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홍 시장은 “이준석 신당이 지지율 10%선을 유지해 7~8석을 차지하면 총선 후에 (여당은 이와) 연합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굳이 (이 전 대표 신당을) 적대시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는데, 비록 그가 “내년 총선은 한국 정치사상 가장 극렬한 진영 대결이 돼 제3지대 정당들이 큰 주목을 받기 힘들 것”이라고 보면서도 이 전 대표의 신당에 대해선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될 것으로 전망한 만큼 이번에 제3지대로 나선 이 전 대표가 과연 정치권에 어느 정도의 파장을 일으킬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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