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비례대표 배분 방식’ 두고 고심만 하는 여야, 신당 준비도 활발
조국 신당 가시화 “尹에 아부하며 살 수 없어, 총선에서 제 역할 할 것”
‘반윤 연대’ 지향하는 신당 창당 움직임, 우후죽순 난립 양상 보이기도
용혜인에 정의당까지 신당 행보, 이준석도 ‘정치 함께할 세력 모집’ 돌입
민주당, 반명 기류 신당에는 거부감 보이면서도 반윤 정서 신당은 환영?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이낙연 전 국무총리,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시사포커스DB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이낙연 전 국무총리,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내년 4월에 열리는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비례대표 배분 방식과 관련해 ‘준연동형제 유지’와 ‘병립형제 회귀’ 사이에서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유지 가능성 때문인지 곳곳에서 제3지대 신당 창당을 꾀하는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지는 듯한 기류가 흘렀다.

◆ 조국, 신당 창당 돌입 “조용히 웅크리고 골방에 처박혀서 살 수는 없는 것”

일단 야권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이어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신당 창당설까지 우후죽순으로 들끓으며 여러 신당 창당 움직임의 난립 양상을 보여주면서도 점차 신당 창당이 가시화되는 듯한 분위기는 분명해 보였다.

실제로 자녀 입시 비리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형을 받아 서울대 교수직에서 파면당한 조국 전 장관은 5일 유튜브 채널인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하여 “내년 총선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며 “윤석열 정권에 아부하면서 살 수도, 침묵할 수도 없다”면서 자신의 신당 창당 계획을 밝혔다.

무엇보다도 그는 “평생 학자를 소명으로 살았는데, 학자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요즘 ‘학자의 역할은 끝났구나’라는 생각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며 “조용히 웅크리고 골방에 처박혀서 살 수는 없는 것”이라고 소회를 밝히면서 여야의 선거제도 논의 결과와 관계없이 신당 창당 행보를 걷겠다고 선언했다.

아울러 조 전 장관은 전날에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도 “저는 사실 평생 학자를 소명으로 생각하고 살았는데, 알다시피 2019년 사태 이후로 제가 학자로 돌아가는 길이 봉쇄됐다. 그리고 저도 인간이기 때문에 분노가 없다고는 얘기하지 않겠다”고 불편한 심경을 토로하면서 “민주당을 중심으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고 노회찬 의원 같은 분들이 학익진처럼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말해 세력 모집에 나서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특히 그는 “신군부에 이은 신검부(검찰) 독재가 종식돼야 하고 추락하는 민생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것을 위해서 제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돌 하나는 들어야겠다는 마음”이라고 덧붙이기도 해 사실상 ‘반윤(반윤석열) 연대’의 비례정당 창당을 예고하며 본격적인 총선 준비에 돌입한 모양새였다.

◆ 또 다른 반윤연대 ‘송영길당’ 움직임에 이낙연 신당 창당 가능성에도 촉각

(좌측부터)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이낙연 전 국무총리.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이낙연 전 국무총리. 사진 / 시사포커스DB

또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돈봉투 살포 의혹의 종착점으로 지목되고 있는 송영길 전 대표도 오는 8일 검찰에 출석하면서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알리면서 내년 총선의 비례정당인 ‘윤석열 탄핵당’(가칭) 창당을 예고해 관심을 집중시켰는데, 실제로 송 전 대표는 전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하여 “오는 8일에 검찰에 출두하면서 저의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할 생각”이라면서 “윤석열 퇴진을 바라고 가장 선봉에서 싸우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윤석열 탄핵당’을 만들 필요가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더욱이 송 전 대표는 “우리나라 검찰이 공권력으로서의 기능을 하는 게 아니라 특정 정치 세력,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 정치 검찰화 돼 있다”며 “이 특수부 출신들의 권력화 돼 있는 세력의 비리들이 그 가족들의 비위들을 비호하고 보호하는 가족 로펌으로 전락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것을 좀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고 말해 조 전 장관과 결이 비슷한 또 다른 ‘반윤 연대’ 신당 창당을 예고했다.

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는 계파 갈등이 극심한 민주당 당내 사정과 함께 최근 신당 창당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발언을 하며 이재명 대표체제를 작심 비판하고 나선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정치 행보에도 촉각을 곤두세운 분위기였다.

특히 이 전 총리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하여 개딸이라고 불리는 이재명 대표의 강성지지층에서 자신에게 출당을 요청하는 청원이 올라온 것에 대한 질문에 대해 “지금 (청원에 동의한 당원들이) 7000명이 넘었다고 봤다. 몇 달 전에는 5만 명 이상이 제명 청원을 했다”면서 “당에서 몰아내면 받아야지 어떻게 하겠느냐. 당원들이 그렇게 하고 당이 결정한다면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해 사실상 민주당이 심리적 분당 상태까지 가 있는 상황임을 짐작케 했다.

더군다나 이 전 총리는 ‘내년 총선 때 당에서 역할을 요청하면 수락할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 대해 “내 역할이나 직책에는 관심 없다”고 에둘러 거절하면서 “저는 국가를 위해 이 시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가 1번 관심사다”고 덧붙여 정치권 일각에서 신당 창당을 시사한 발언이라고 해석했다.

◆ 이준석 신당 움직임도 활발, “총선에 관심 있는 분 찾습니다” 세력 모집까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이 훈 기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이 훈 기자

반면 민주당과 경쟁 구도에 있는 국민의힘 상황도 마찬가지였는데, 신당 창당 움직임을 보여왔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제 22대 총선에 관심 있으신 분들을 찾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신청 링크까지 게재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무엇보다도 이 전 대표는 신청서 양식에 신청자의 이름과 성별, 연령, 전화번호 및 직업과 학력 등의 기본적인 인적 사항 기재란을 비롯해 급기야 관심 있는 지역구와 공직선거 출마 경험 여부까지도 작성하게 되어 있었고, 이와 함께 이 전 대표는 “제공한 정보는 저를 제외한 누구에게도 제공되거나 공유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하여 사실상 신당 창당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나선 모습을 보여줬다.

더 나아가 이 전 대표는 같은날 KBS ‘특집 1라디오 저녁’에 출연하여 자신과 함께 할 정치 세력과 관련해 “음모론자는 배척하려고 한다”며 “예를 들면 갑자기 ‘부정선거’(총선 투표 조작 음모론 등)나 ‘천안함은 북한 소행이 아니다’ 주장이나 ‘달 착륙을 믿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는 분들은 배제한다. 저는 합리적인 주제를 던지고 토론할 수 있는 분이라면 함께할 수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다만 이 전 대표는 자신이 즉각 창당에 나서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사실 윤 대통령은) 본인이 정말 위험해지고 다급하면 급작스런 변화를 가져오기도 하는 분이다. 지난 대선 때도 보면 평소엔 저한테 뭐 길길이 날뛰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이재명 민주당 후보한테 지지율이 많이 뒤진다’고 이러면서 오셔서 90도 인사하시고 그랬다”며 “만약 제가 창당 먼저 해버렸는데 대통령이 갑자기 모든 걸 내려놓고 변하겠다고 해버리면 웃긴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오는 27일 정도면 총선을 100일 정도 앞둔 시점이기 때문”이라고 밝혀 신당 창당의 시기가 도래하고 있는 상황임을 에둘러 표현했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송영길 전 대표나 조국 전 장관 같은 반윤 연대와는 거리를 두며 연합 가능성에 선을 긋기도 했는데, 그는 “반윤 연대라면 누가 제일 맛깔스럽게 윤석열 대통령을 공격하느냐 경쟁이 될 건데, 그건 제가 누구보다 잘할 자신은 있지만 별로 흥미가 없다”며 “더군다나 반윤연대 같은 건 그렇게 성공할수도 없거니와 ‘당을 위한 가치’로서 부적절하다. 저는 제가 생각하는 자유주의를 구현하고 싶고, 이건 보수와도 분파가 다르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 류호정·금태섭·양향자 신당 이어 정의당과 용혜인도 신당 창당 행보 나서

(좌측부터)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금태섭 새로운선택 창당준비위원회 대표,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금태섭 새로운선택 창당준비위원회 대표,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심지어 정의당에서도 선거연합신당을 구상 중에 있었는데,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많은 정치세력이 제3지대를 외치고 다당제 정치개혁을 외치고 있다. 참으로 반가운 일”이라면서 “정의당이 제안하는 선거연합신당은 단순히 내년 총선만을 겨냥한 선거 공학이 아니라 ‘가치에 기반한 연합’이다”고 밝히고 나섰다.

이어 김 위원장은 “(정의당이 추진하는) 선거연합정당은 연대와 협력을 통해 한국사회의 복합위기를 극복하고 기득권 양당정치를 극복하려는 절박한 고민의 산물”이라면서 “선거연합신당은 세력과 세력의 만남으로 거쳐서는 안 된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가치 기반 선거연합신당을 통해 진짜 제3지대 정당이 누구인지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증명하겠다”고 설명해 조 전 장관과 송 전 대표가 구상하는 총선용 비례정당과는 결이 다른 신당임을 피력했다.

앞서 정의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 이후 ▲녹색당 ▲노동당 ▲진보당 ▲직접민주지역당연합 등과 만남을 가지면서 선거연합신당 구상에 박차를 가해왔었다.

이밖에도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소수정당이 연대하는 비례정당인 ‘개혁연합신당’을 추진하겠다면서 “민주당도 연대가 가능한 대상”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류호정 정의당 의원도 당내 정치모임인 ‘세 번째 권력’을 구성해 신당 창당을 꾀하고 있었고, 금태섭 전 의원이 구성한 ‘새로운 선택’과 양향자 의원의 ‘한국의 희망’도 제3지대의 신당 창당을 언급하며 사실상 봇물처럼 신당 창당을 꾀하는 움직임이 정치권에서 점차 늘어가고 있는 양상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 민주당, 반명 기류 신당 견제하면서도 반윤 정서 신당의 위성 정당은 환영?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좌)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우). 시사포커스DB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좌)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우). 시사포커스DB

한편 거대 양당에서는 줄줄이 쏟아져 나오는 신당 창당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면서 견제에 나선 분위기도 엿보였는데, 특히 정치9단이라고 불리는 민주당 원로인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이날 김어준씨의 유튜브채널에 출연하여 “이낙연 전 총리가 현재 상당히 독한 말을 하면서 신당 창당 가능성을 내비치지만 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해서도 안 되는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를 향해 이 전 총리와의 소통 필요성을 에둘러 당부하고 나선 모습을 보여줬다.

아울러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도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하여 송 전 대표와 이낙연 전 총리가 신당 창당을 꾀하고 있는 것에 대해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다”면서 “애당심과 같은 이야기를 지난 4년 내내 들었던 만큼 착잡한 생각이다. 정권을 견제할 야당 역할을 보여줘야 할 텐데 전직 대표들이 당을 쪼개는 듯한 모습은 무언가”라고 비판했다.

다만 고 최고위원은 조 전 장관의 신당 창당에 대해서는 “조국 전 장관은 민주당원이 아니다”며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원으로서 역할을 내가 부과할 수는 없다. 제가 뭐라고 왈가왈부하기가 조금 어렵지만 제3세력들이 계속 만들어지는 취지는 공감이 된다”고 선을 그었다.

더 나아가 그는 “민주당 혼자 윤석열 정권을 상대하는 것보다 다양한 세력들이 규합해 총선 승패를 가를 것”이라면서 “다만 민주당 대표를 지내신 분들이 (당을) 나가서 뭔가 하는 건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덧붙여 사실상 반명 기류의 신당에는 반발하면서도 반윤 정서의 신당은 환영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며 위성 정당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듯했다.

하지만 민주당에서는 조 전 장관이나 송 전 대표가 주도하는 신당 창당에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가 커 보였는데, 그래서인지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하여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당론으로 발표했던 과거와 관련해 “약속을 다 지켜야 하느냐”고 반문하면서 “물론 약속은 지켜야 하지만, 때로는 약속을 못 지키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 원내대표는 “(당내에서는 선거제도와 관련해) 병립형을 주장하는 분도 있고 연동형 중에서는 위성 정당을 하지 말자라는 분도 반이다. 또 나머지 반은 위성 정당은 아니지만 연합 비례 정당은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얘기하는 분도 있다”고 덧붙여 사실상 조 전 장관이나 송 전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의 형제·자매 정당의 출현을 에둘러 표현한 셈이 되어 정치권의 제3지대 신당 창당 행보가 어떤 결과를 보여줄지 그 귀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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