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계 지도부, 비명계 반발에도 ‘대의원제 비중 축소’ 강행 추진
이재명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 대한 열망 커, 용인해 달라”
비명계 반발 “대의원제 폐지하겠다는 것, 당내 민주주의 포기 선언”
조기숙 “총선 앞두고 룰 변경 왜?, 이재명 아바타 내세우려는 목적”
분열 자초하는 민주당, 이낙연 신당설까지 “개딸 전체주의 거부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를 비롯 최고위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를 비롯 최고위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친명계’(친이재명)가 장악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돌연 내년 8월에 열리는 전국대의원대회(전당대회)의 적용을 목표로 대의원의 권한을 약화하고 권리당원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시켜 당 안팎의 계파 갈등에 또다시 불씨를 지펴 위기감이 감돌았다.

◆ 이재명 체제 지도부, 돌연 전당대회 룰 ‘권리당원 비중 확대’로 의결 발표해

민주당 지도부는 27일 국회에서 당무위원회를 열어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전당대회에서 대의원의 투표 비중을 줄이고 권리당원의 비중을 높이는 방안으로 당헌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는 현행 민주당 당헌·당규에는 전당대회 표 반영 비율이 권리당원 40%, 대의원 30%, 일반 국민 여론조사 25%, 일반 당원 5%로 규정되어 있던 것을 국민과 일반 당원을 합쳐 30%, 대의원과 권리당원을 합쳐 70%로 하고 권리당원과 대의원의 비율을 조정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무위원회를 마친 후 브리핑을 통해 당헌·당규 개정안 의결 사항에 대해 발표하면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전당대회 표 반영 비율 20대 1 미만은 당 내부에서 공감하는 범위라고 판단한다”고 못박았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4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권리당원과 대의원의 전당대회 투표 반영 비율을 20대 1 미만으로 변경하는 안을 통과시켰는데, 이는 현재 대의원 1표가 권리당원 60~70표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만큼 권리당원의 표 가치를 3배 정도 낮추겠다는 것을 의미하여 사실상 이재명 대표의 강성지지층인 개딸이 대거 포진돼 있는 권리당원에 힘을 키우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더욱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의원제 축소’ 방침과 관련해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의 등가성은 매우 중요한 가치”라면서 비명계 의원들을 겨냥해 “민주당의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1인 1표제’에 대한 열망이 매우 큰 건 사실이며,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 하지만 단번에 넘어서긴 어려운 벽이어서 한 걸음씩 점진적으로 바꿔 나간다는 점을 이해하고 용인해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무엇보다도 이 대표는 비명계의 반발을 우려한 듯 “이견이 있는 건 당연하다”고 잘라 말하면서 “당에 다양한 입장이 있고, 제도란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게 아니라 서로 양해해야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충분한 협의와 논의를 거쳐서 의견을 모아가도록 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비명계와의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완강한 의지를 내보여 이목을 집중시켰다.

친명의 지도부가 의결한 대의원제 투표 비중 축소 및 권리당원 투표 비중 확대 방안은 내달 7일에 열리는 민주당 중앙위원회를 통과하게 되면 당장 내년 8월 전당대회부터 그 효력이 적용되게 된다.

◆ 대의원제 축소에 반발하는 비명계, 조응천 “친명, 힘 되는 건 팬덤 느꼈기 때문”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에서 ‘비명계’(비이재명)로 분류되던 ▲이원욱 ▲김종민 ▲윤영찬 ▲조응천 의원이  지난1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원칙과 상식’ 모임을 출범한다고 밝혔다. 사진 / ⓒ뉴시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에서 ‘비명계’(비이재명)로 분류되던 ▲이원욱 ▲김종민 ▲윤영찬 ▲조응천 의원이  지난1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원칙과 상식’ 모임을 출범한다고 밝혔다. 사진 / ⓒ뉴시스

하지만 전당대회는 내년 8월에 열리고 당장 내년 4월에 열리는 총선과도 관계가 없는 안건이기에 비명계에서는 개딸이라고 불리는 이 대표의 강성지지층의 팬덤 정치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총선의 승패와 관계없이 친명계가 당권을 계속 장악해 나가겠다는 숨은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상황을 짚으면서 불만을 토로하는 분위기가 역력해 보였다.

실제로 비명계가 중심이 되어 만들어진 ‘원칙과 상식’ 모임의 김종민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두번째 민심소통, 전문가에게 듣는다’ 간담회에서 “민주적으로 결정하려면 내년 총선 끝나고 나서 해야 하는 것”이라고 꼬집으면서 “사실상 대의원제를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일부 유튜버의 목소리와 팬덤 등을 가지고 의사결정을 하겠다는 것으로 당내 민주주의 포기 선언과 다름없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더욱이 이원욱 의원도 같은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친명계를 향해 “얼마나 갈 거라고 이러는지”라고 씁쓸해하면서 “권불삼년(權不三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거늘 어찌 지금만 보이고 3년 후를 못보느냐”라고 지적해 사실상 우회적으로 이재명 지도부를 향한 불편한 심경을 적나라하게 내보였다.

뿐만 아니라 조응천 민주당 의원도 이날(27일) KBS ‘특집 1라디오 오늘’에 출연하여 “지도부 내지는 강성파들은 결국 정치적으로 든든한 배경이 되고 힘이 되는 것은 팬덤이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면서 “그것을 약화 시키는 일은 스스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조 의원은 “(이재명 체제의 지도부는) 강성 지지층의 영향력을 계속 확대하는 쪽으로 바꿔 왔다”며 “그렇기 때문에 지금 와서 갑자기 유턴한다고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해 다소 자포자기한 듯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민주당의 개딸 영향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총선과 관계없는데 왜?, 조기숙 “총선 져도 이재명 아바타 세우기 위함”

노무현 정부 시절 홍보수석을 역임한 바 있는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좌)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우). 사진 / ⓒ뉴시스(좌), 시사포커스DB(우)
노무현 정부 시절 홍보수석을 역임한 바 있는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좌)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우). 사진 / ⓒ뉴시스(좌), 시사포커스DB(우)

한편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을 역임했던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권리당원의 투표 비중 확대하려는 배경에 대해 “지금 총선을 앞두고 제대로 토론도 하지 않고 전당대회 룰을 바꾸려는 이유가 뭘까”라고 반문을 던지면서 “(아마도 친명계 지도부는) 총선 패배를 스스로도 예상하기 때문이라는 이유 외엔 저로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고 역설했다.

조 교수는 “패배 후 당지도부 선거에서 이재명 대표 아바타를 내세우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지금 왜 당의 분열을 초래할 일을 하는거냐”고 되물으면서 “원래 독재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게 직접민주주의다. 왜냐하면, 대중은 대의원보다 선동하기가 훨씬 쉽기 때문”이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더 나아가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실정을 충분히 봤으니 이번에는 민주당이 앉아서 표를 얻을 거라고 믿고 있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읽으면서 “하지만 이번 총선은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대결만이 아니라 국민의힘에는 인요한 혁신위원장도 있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 미래세대가 총출동한다. 총선은 정부 심판의 리트머스가 되는 재보궐선거와는 다르다. 총선에서 윤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해 잘못 가는 민주당에 투표하진 않는다. 과거에도 늘 그랬다. 지금 상태로 선거가 치러지면 낮은 투표율로 국민의힘이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으면서 민주당을 향해 경고하고 나섰다.

심지어 조 교수는 “국민들은 윤 대통령 뿐만 아니라 이 대표의 리더로서의 자질을 평가할 충분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짚으면서 “그런데 그동안 이 대표는 무슨 리더십을 보여줬는가. 민주당 역사상 주류가 비주류를 대놓고 탄압하는 최초의 민주당을 만든 게 이 대표의 업적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이라도 이 대표가 결단으로 당내 민주주의를 강화하면 저를 포함한 민주당 지지자들은 민주당에 표를 줄 준비가 되어 있다. 하지만 이 대표가 혁신을 빙자해 사당화를 지속한다면 제 3당에게 표를 줌으로써 양당을 심판할 준비가 된 유권자는 넘쳐나게 될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내년 총선에 등장할 제3당은 과거와는 사뭇 다른 폭발력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 분열 조짐 보이는 민주당, 이낙연 신당설까지···“개딸 전체주의 거부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현 대표(좌)와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우). 시사포커스DB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현 대표(좌)와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우). 시사포커스DB

더군다나 친명계의 지도부가 대의원제를 손보면서 다시 비명계가 뭉치려는 조짐까지 엿보였는데, 특히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낙연 신당설’도 솔솔 흘러나오는 상황이라고 관측했다.

실제로 친이낙연계 원외 인사들이 주도하고 있는 ‘민주주의실천행동’은 최근 “말의 자유에 칼을 대는 용산 전체주의와 폭언과 막말로 이견을 색출하는 개딸 전체주의를 거부한다”면서 “우리는 새로운 정치·정당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행동에 나선다”고 목소리를 내고 나서면서 신당 창당을 위한 시민 발기인을 모집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이낙연 전 대표는 오는 28일 여의도 싱크탱크인 ‘연대와공생’ 주최 포럼에 기조연설자 겸 토론자로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는데, 무엇보다도 이 전 대표는 최근 당내 몇몇 중진 의원에게 친명계를 겨냥해 “전우들의 시체 위에서 응원가를 부를 수 없다”고 말해 당내 위기감을 고조시키기도 한 바 있다.

특히 친문(친문재인)으로 분류되는 박성민 전 민주당 최고위원은 전날 ‘국민맞수’라는 민방 공동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이낙연 전 대표의 발언과 관련해 “이 전 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면서 “특정 계파라는 이유로 공천에서 부당하게 배제당할 경우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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