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 지도부 ‘대의원제 권한 축소’ 방침에 반발하는 비명계 ‘결집’ 행보
이재명 사법리스크 꺼내든 이낙연, 강성지지층 ‘팬덤 정치’ 집중 질타
이낙연 신당 창당론 꿈틀, 설훈 “앞으로 반드시 보람찬 상황 올 것”
민주당 계파 갈등 격화 양상, 김남국 “이낙연은 반성문 써야 할 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좌)와 이낙연 전 국무총리(우). 시사포커스DB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좌)와 이낙연 전 국무총리(우).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내년 4월에 열리는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돌연 ‘친명계’(친이재명) 중심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내년 8월 전당대회에 적용될 ‘룰’과 관련해 대의원 권한을 축소하고 권리당원 투표 비중을 강화하기로 의결해 비명계(비이재명)에서 ‘친명계의 당권 장악 의도’라고 반발하면서 계파 갈등 양상의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 이재명 사법리스크와 팬덤정치 때리기 나선 이낙연 “지금 민주당 참담해”

비명계(비이재명)의 ‘구심점’격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28일 이재명 대표체제의 민주당을 향해 날을 세우면서 작심 비판하고 나서 이목을 집중시켰는데, 이 전 총리는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자신의 싱크탱크인 ‘연대와 공생’이 개최한 포럼에 기조 연설에 나서 “참담하다”며 “제1야당 민주당은 오래 지켜온 가치와 품격을 잃었고, 안팎을 향한 적대와 증오의 폭력적 언동이 난무한다”고 질타했다.

이낙연 전 총리는 “과거의 민주당은 내부 다양성과 민주주의라는 면역체계가 작동해 여러 문제를 걸러 내고 건강을 회복했었으나, 지금은 리더십과 강성 지지자들의 영향으로 그 면역체계가 무너졌다”며 “당내 민주주의가 거의 질식하고 있다”고 비판해 사실상 이재명 대표와 ‘개딸’이라고 불리는 강성지지층의 팬덤 정치를 향해 강하게 경고하고 나섰다.

특히 이 전 총리는 이날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해서도 함께 문제 제기하고 나섰는데, 그는 “민주당은 긴 세월 동안 나름의 자생력과 회복력을 구사해 왔으나 요즘은 그렇지 못하다”며 “지금 민주당은 도덕적 감수성이 무뎌지고, 국민의 마음에 둔해졌다. 정책이나 비전을 내놓는 활동도 미약해졌고, 어쩌다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사법 문제에 가려지곤 한다”고 꼬집었다.

더욱이 그는 “양대 정당이 ‘국민 실망시키기’ 경쟁을 해 온 결과로 무당층이 예전보다 더 두텁고 단단해졌다”고 상황을 짚으면서 “다당제를 통해 무당층을 국회에 포용하는 것이 정치 양극화 극복과 정치 불안정 예방에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당장 할 일은 위성정당 포기를 전제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정치권의 제3지대의 필요성을 꺼내 들었다.

또한 이 전 총리는 최근 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의원 등 비명계 4인방이 출범시킨 ‘원칙과 상식’ 모임에 대해서도 “그들과 상의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문제의식과 충정에 공감한다”며 “정치 양극화의 해악을 줄이려면 거대 정당의 내부혁신이 시급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도 그는 “거대 정당들이 능력과 도덕성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만 정치 양극화의 폐해를 완화할 수 있는 것”이라고 피력하면서 “그렇기에 지금의 절망적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여러 갈래의 모색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해 최근 정치권의 신당 창당 움직임은 거대 정당의 잘못된 정치 행보로 인한 결과라고 역설한 셈이다.

◆ 대의원제 축소·권리당원 강화 방침에 뿔난 비명계, 왜 반발하나?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김종민(왼쪽부터), 이원욱, 조응천(오른쪽) 의원과 함께 원칙과 상식 출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김종민(왼쪽부터), 이원욱, 조응천(오른쪽) 의원과 함께 원칙과 상식 출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날 이 전 총리가 이재명 체제의 민주당 지도부를 작심 비판하고 나선 것에 대한 배경에 대해 총선과 관계없는 대의원제도를 지금 이 시점에 손보고 나서면서 노골적으로 친명계의 당권 장악 의도를 보여주고 나선 것이 화근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라고 관측했다.

실제로 내년 총선의 공천권과 관련해 긴장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재명 지도부는 지난 27일 당무위원회를 열어 대의원 권한을 축소 시키면서 개딸의 강성 지지층이 대거 포진되어 있는 권리당원의 투표 비중을 늘리는 당헌 개정안을 의결시켰다.

즉, 친명의 지도부는 전당대회에서 적용되는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투표 반영 비율을 기존 60대1에서 20대1 미만으로 변경해 사실상 이 대표의 강성지지층의 힘을 키워준 것으로 분석되어, 그간 민주당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던 ‘팬덤정치’에 대한 비명계의 타파 요구에 역행하여 계파 갈등을 더욱 악화시키는 당 내홍을 자초했다는 얘기로 풀이된다.

더군다나 이날 비명계에서는 당 지도부가 권리당원의 권한을 강화한 것에 대해 분노감을 표출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는데, 대표적인 비명인 이원욱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모든 국회의원과 원외지역위원장 등 중앙위원들이 이재명 대표의 공천권 행사에 숨죽인 상태에서 당의 중요 당헌·당규 의결을 한다는 것은 ‘누군가의 뚜렷한 의도’가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며 “이재명 대표의 당대표 재선 도전을 위한 길을 열어주기 위함인가”라고 되물으며 씁쓸해했다.

이어 이원욱 의원은 “내로남불의 민주당은 아직 건재하다”며 “청년비하 현수막 사태, 최강욱 전 의원의 사과없는 암컷논란, 처럼회의원들의 탄핵만능주의, 김남국의원의 코인사태에도 불구한 뻔뻔스러움, 이들과 한 무리로 움직이는 개딸과 강성유튜버들. 그들과 함께 하는 재명이네마을 이장님 이재명 대표. 현재 민주당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더욱이 이원욱 의원은 앞서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서도 대의원제도를 없애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친명계를 향해 “당의 주인은 당원이니까 대의원제는 필요 없다고 그러면 완전히 광장으로 돌아가자는 것인데, 이거는 광화문광장에서 촛불행동이 맨날 ‘탄핵하자’고 그러고 당 지도부의 일부 강성의원이 그걸 받아 정당 차원에서 ‘(탄핵을 당론으로) 도입하자’고 하는 것이 때문에 결국 당이 망해가는 꼴로 가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또한 김종민 의원도 이날 같은 방송에 출연해 “이재명 대표가 다음 전당대회에 또 나오려고 한다는 이런 얘기까지 나온다”고 한탄하면서 “우리가 그냥 목소리 크기로 결정하면 좋은 결정이 안 될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의회가 만들고 대표를 뽑는 거다. 대의원도 마찬가지다. 당원의 역할과 대의원의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반발에 가세했다.

이에 더해 윤영찬 의원도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지금 결정해놓는다는 것은 내년 전대 때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겠다는 것이다. 누구도 납득할 수 없기 때문에 그것밖에는 해석할 여지가 없다”고 꼬집으면서 “내년 선거에서도 중도층까지를 포용할 수 있는 정당으로 전환을 해야 되는데 오히려 팬덤 정치는 우리 당의 입지를 계속해서 축소하고 협소화시킬 수밖에 없다. 그러면 총선 전망까지도 굉장히 어두워지는 것”이라고 혹평했다.

◆ 이낙연 신당 창당론도 꿈틀, 설훈 “이낙연, 언젠가는 이름값 할 상황 올 것”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중간)가 지난 27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설훈 의원. 오른쪽은 윤영찬 의원. 사진 / ⓒ뉴시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중간)가 지난 27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설훈 의원. 오른쪽은 윤영찬 의원. 사진 / ⓒ뉴시스

한편 이재명 지도부가 쏘아 올린 권리당원 권한 강화 움직임에 맞물려 계파 갈등 양상으로 번지면서 이낙연 전 총리의 신당 창당설까지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는데, 이와 관련해 설훈 민주당 의원은 이날 이 전 총리와 같은 포럼에 참여해 “한국 정치에서 ‘이낙연’이라는 이름 석자는 앞으로 계속 요구할 것이고, 언젠가는 이름값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온다고 본다”고 말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설 의원은 “이 전 총리는 지난 대선 당시 아쉽게 패했다. 하지만 그 패배는 또다시 도전해서 일어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을 전제한다. 그래서 결코 패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많다. 반드시 보람찬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해 ‘이낙연 신당 창당론’에 힘을 보태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했다.

더욱이 이낙연계의 민주당 원외 모임인 ‘민주주의 실천행동’(실천행동)은 지난 26일에 토론회를 열어 “우리는 새로운 정치·정당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행동에 나선다”면서 신당 창당 준비를 위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조직을 구성하겠다고 밝힌 바도 있다.

심지어 당내 ‘원칙과상식’ 모임에서도 오는 12월까지 민주당을 혁신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 보고 나서 당의 변화가 없을 경우에는 또 다른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제3지대 신당 행보 가능성도 이미 열어둔 상황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포럼에 참석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신당 창당에 나설 수 있느냐’에 대한 질문에 대해 즉답은 피했지만 “국가를 위해 내가 할 일이 무엇인가 하는 것은 항상 골똘하게 생각한다”고 말해 사실상 비명계가 결집해 움직인다면 이들의 ‘구심점’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는 분명해 보인다.

◆ 이낙연에 불쾌감 보이는 친명, 김남국 “당내 분란 키우는 기폭제 발언, 충격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좌)와 코인 거래 논란으로 민주당에서 탈당했던 김남국 무소속 의원(우). 시사포커스DB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좌)와 코인 거래 논란으로 민주당에서 탈당했던 김남국 무소속 의원(우). 시사포커스DB

반면 친명계에서는 이낙연 전 총리의 작심 발언 비판에 대해 매우 불쾌한 반응을 보이면서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이었는데, 특히 친명 인사로 분류되는 김남국 무소속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철저하게 반성문을 써야 할 분이 자기 책임은 모두 망각한 채로 당 지도부를 흔들고 있다”며 “정말 믿기지 않는 일”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김 의원은 “이 전 총리는 정치평론가가 아니다”며 “정치평론가처럼 남일 보듯이 말할 것이 아니라 처절한 반성문부터 먼저 써야 한다. 부동산 정책을 비롯해 자산 양극화 심화 등 국무총리로서, 180석 의석을 가진 여당 대표로서 정책 실패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돌아보는 것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김 의원은 “이 전 총리는 지금 자기 정치, 계파 정치할 때가 아니다”고 쏘아붙이면서 “당의 어른으로서 당내 계파 갈등을 완화 시키고 그 누구보다도 당내 통합을 위해 힘을 보태줘야 할 분인데, 도리어 계파 갈등을 재부각시키고 당내 분란을 더 키울 기폭제가 될 만한 발언을 한다는 게 너무 충격적”이라고 비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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