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수도권 위기 고조되자 적극 나서…당정갈등으로 비쳐지는 ‘딜레마’는 과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좌),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우). 사진 / 시사포커스DB(좌), ⓒ뉴시스(우)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좌),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우). 사진 / 시사포커스DB(좌), ⓒ뉴시스(우)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이종섭 호주대사와 황상무 시민사회수석 논란 관련해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 눈높이’를 내세워 결단해줄 것을 주문했는데, 최근 감지되는 수도권 민심 동향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친윤 후보들까지 이종섭·황상무 직격…‘선거 악재’로 인식했나

한 위원장은 지난 17일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사 출국 논란과 관련해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즉각 소환 통보하고 이 대사는 즉각 귀국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황 수석 설화에 대해선 “부적절했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발언이고 본인 스스로 거취 결정해야 한다”고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심지어 대통령실 홍보수석을 지냈던 ‘친윤’ 인사로 꼽히는 김은혜 경기 성남 분당을 후보조차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사 즉시 귀국, 황 수석 자진사퇴가 국민 눈높이다. 지체하지 말라”며 한 목소리로 압박했고 18일에는 여당 내 ‘친윤’ 의원으로 분류되는 이용 경기 하남갑 후보도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이 대사가 수사 받거나 빨리 귀국해서 본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발언한 데 이어 황 수석에 대해선 “사과를 국민들이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이슈가 계속되면 스스로 거취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특히 이 후보는 한 위원장이 이 대사 귀국과 황 수석 거취 결정을 언급한 이유에 대해 “총선에 대한 간절함이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는데, 실제로 이 같은 해석을 확인시켜주듯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18일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은 국민들의 민심을 맨 앞에서 느끼고 살피는 조직이기 때문에 저희의 입장과 국민들의 지금 민심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고 급기야 김경율 국민의힘 선거대책부위원장은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황 수석을 향해 “오늘이라도 당장 사퇴하는 게 올바른 길”이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 뿐 아니라 김 부위원장은 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적어도 수도권, 그중에서도 서울 같은 경우 21대 (총선) 시절의 그런 당선자 인원수와 크게 어긋나지 않을 것 같다. 8석 플러스 알파 정도에 머무르지 않을까, 그런 상당한 위기의식을 모두 다 공감하는 것 같다”며 이 대사 문제에 대해서도 “지도부 간 논의가 있었다. 다들 위기감을 느껴서 서로 통화하는 그런 상황”이라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국민의힘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이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국민의힘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이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당장 최근 수도권 대상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국민의힘에서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실정인데, 미디어리서치가 경기일보 의뢰를 받아 지난 14~15일 유·무선 ARS(유선 10%·무선 90%) 전화로 경기 성남 분당을 거주 유권자 502명에 실시한 이 지역 총선 여론조사(95%신뢰수준±4.4%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의 경우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 44.2%,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45.3%로 오차범위 내 박빙인 상황이다.

또 한국갤럽이 중앙일보 의뢰로 지난 13~14일 서울 중·성동갑 유권자 505명을 상대로 진행한 총선 지지후보 조사(무선 100%, 95%신뢰수준±4.4%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도 윤희숙 국민의힘 후보와 전현희 민주당 후보가 39% 동률을 기록했는데, 그래선지 윤 후보는 18일 KBS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에서 한 위원장이 이 대사 귀국을 언급한 점을 들어 “현장에서 지지자들도 그런 의혹을 말하면서 불안해하는데 한 위원장이 지금 위중함을 알고 그 문제를 제기해준 것을 보면 지지자들도 고맙다고 느낄 것 같고 중도에 있는 분들은 그래도 민심에 반응하는구나 생각할 것 같아 다행”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 한국갤럽이 중앙일보 의뢰로 경기 수원병 지역구 유권자 501명에게 ‘누가 국회의원이 되는 게 좋은지’ 조사한 결과(무선 100%, 95%신뢰수준±4.4%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선 윤석열 정부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출신인 방문규 국민의힘 후보가 35%를 얻어 김영진 민주당 후보(44%)에 오차범위 밖 (9%P) 열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는데, 이처럼 총선 판세가 달린 수도권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박빙이나 열세인 결과가 나오다 보니 여당 내에서조차 수도권 위기론이 다시 불거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 대사나 황 수석 사안과 관련해 쓴 소리를 내는 후보들 역시 대부분 수도권 출마자들인데, 앞서 김은혜·이용·윤희숙 후보 외에도 경기 성남 분당갑에 출마한 안철수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이 18일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사를 겨냥 “빨리 귀국해서 수사 받는 게 좋다. 해임 문제도 나왔는데 그것도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고 압박했으며 서울 동작을 국민의힘 후보인 나경원 공동선대위원장도 같은 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 대사 논란과 관련 “대통령실 잘못이 없었다고 해도 당연히 국민들이 느끼기에는 도피성 대사 임명이라고 느껴지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황 수석 설화에 대해서도 나 위원장은 “본인이 알아서 정리할 것은 정리해야 된다”고 거취 결단을 압박했으며 안 위원장 역시 이날 중앙선대위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인사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김 부위원장도 중앙선대위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한 위원장의 입장, 당 입장은 그대로 유지한다. 한 위원장 입장이 상식적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우리 당 입장을 잘 설득해 나가는 올바른 방향”이라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 대통령실 “공수처, 정치하는 곳 아냐…황 수석 사퇴? 사실 아냐”

반면 대통령실에선 같은 날 이 대사 관련해 “공수처가 조사 준비도 되지 않아 소환도 안 한 상태이기에 재외공관장이 국내에 들어와 마냥 대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봅무부에서만 출국금지 해제 결정을 받은 게 아니라 공수처에서도 출국 허락을 받고 호주로 부임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입장문을 내놨으며 황 수석 설화와 관련해서도 “대통령실은 특정 현안 관련해 언론사 관계자를 상대로 어떤 강압 내지 압력도 행사해본 적 없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같은 날 공수처에선 언론 공지를 통해 “공수처는 출국금지 해제 권한이 없다. 해당 사건관계인 조사 과정에서 (이 대사) 출국을 허락한 적 없다”며 대통령실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입장을 내놨는데, 그러자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실 입장이 나오자마자 공수처가 반박을 했는데 이렇게 간절했으면 당장 소환해 조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지난 6개월 동안 소환 한번 하지 않은 것은 수사할 준비도, 의지도 없었던 것”이라며 “모든 게 말 뿐이며 행동을 보면 출굮금지의 의지도 없었다. 공수처는 수사를 하는 곳이지 정치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공수처에 맞불을 놨다.

아울러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황 수석 문제와 관련해서도 일부 언론에서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금명간 거취 결단을 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강하게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는 보도가 나오자 이날 오후 언론인 공지를 통해 “오늘 문화일보 1면 대통령실 인사 관련 기사는 사실과 다르니 보도에 참고하기 바란다”며 사퇴설을 일축하는 입장을 내놔 여당과 사실상 온도차를 보였다.

이런 가운데 이날 발표된 윤 대통령 지지율까지 공교롭게도 40%선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는데,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1~15일 전국 유권자 2504명에게 무선(97%), 유선(3%) 자동응답 전화조사 방식을 통해 실시한 3월 2주차 윤 대통령 국정수행평가 결과(95%신뢰수준±2.0%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긍정평가는 38.6%로 하락한 데 반해 부정평가는 58.4%로 올랐으며 리얼미터 측은 “해병대 수사 외압 의혹에 연루된 이종섭 전 장관의 도피성 인사 논란, 과일·채소 값 등 인상 여파에 따른 민심 악재 등이 변수로 등장하며 40%대를 유지하기 어렵게 된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 국민의힘, 대통령실과 ‘온도차’에 당정갈등으로 비쳐질까 고심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제22대 총선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구성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제22대 총선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구성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은 이번 이슈를 계기로 대통령실과 충돌하는 ‘당정갈등’이란 인상을 주지 않겠다는 모습을 줄곧 보였는데, 장 사무총장은 이날 당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한 위원장의 ‘이종섭·황상무’ 관련 발언이 대통령실과의 조율 됐는지 묻는 질문에 “따로 조율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당정 갈등 아니냐는 해석에 선을 그었고, 대통령실의 조치가 없을 경우 추가 입장을 낼지 여부에 대해선 “일단 당의 입장을 밝힌 만큼 저희들도 상황을 보겠다”고 답했다.

이밖에 김 부위원장도 같은 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충분히 설득하고 서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지 않겠나. (당정)갈등 국면이 아니라 조정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서로 간 인식의 폭을 좁혀 나갈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선대위 회의 뒤엔 “약간 (당정갈등이라고) 오해가 있는데 선행돼야 할 것은 공수처의 소환, 그리고 소환 있는 즉시 (이 대사가) 곧바로 귀국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관상 차이일지언정 좀 이렇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면 공통점이지 않을까. 공수처의 조속한 소환, 그리고 이에 따르는 이 대사의 귀국 이렇게 정의할 수 이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다 직접적으로 같은 당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중앙선대위 회의 뒤 ‘당정갈등’에 대해 “과한 해석 아닌가. 당정 간 갈등 상황, 의견이 부딪히거나 이런 조짐을 저는 못 느끼겠다”고 강조했으며 한 위원장이 황 수석, 이 대사 임명 건 언급에 대통령실이 사실상 거부하는 메시지를 내놨다는 지적에도 박 수석대변인은 “선대위 차원에서 (입장을) 정리하지는 않았다. 일단 진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고 공수처 입장과 상황을 기다려보겠다”고 좀 더 지켜보겠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대응했다.

이렇듯 여당이 당정갈등으로 비쳐질까 조심하는 데에는 총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당정갈등은 자칫 ‘분열’로 비쳐질 수 있을 뿐 아니라 이 사안이 다른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는 소재로 커지게만 만들 수 있고, 더 나아가 국민의힘에 대한 국민의 시선과 별개로 대통령실과 여당의 충돌 끝에 윤 대통령을 향한 비판 여론이 높아질 경우 결국 ‘정권심판론’을 내세우고 있는 야당에 유리한 구도가 형성될 수 있어 국민의힘으로선 가급적 대통령실과의 직접적 충돌로 이번 사안을 확대시키고 싶어 하지 않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미 민주당에선 이날 오후 강민석 대변인 논평을 통해 “여당 비대위원장까지 사퇴를 요구하는데 대통령실은 비호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은 또 한 번 국민의 요구를 거부했다”며 “남은 것은 국민이 표로 심판하는 길 뿐”이라고 적극 ‘정권심판론’에 이번 이슈를 활용하는 모양새인데, 이 문제가 장기간 이슈화 될 경우 여당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어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어떻게 돌파해 나갈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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