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횡사 공천 논란에 “혁신공천” 주장한 李, ‘양평고속도로’ 이슈 재점화 나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청 앞에 마련된 서울·양평 고속도로 국정농단 진상규명 촉구 농성장 앞에서 열린 양평고속도로 특혜의혹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재관 더불어민주당 여주시·양평군 후보, 이재명 대표, 더불어민주연합 윤영덕 공동대표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청 앞에 마련된 서울·양평 고속도로 국정농단 진상규명 촉구 농성장 앞에서 열린 양평고속도로 특혜의혹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재관 더불어민주당 여주시·양평군 후보, 이재명 대표, 더불어민주연합 윤영덕 공동대표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른바 ‘비명횡사’ 공천 논란에도 불구하고 “혁신공천”임을 강조하면서 직접 정면돌파에 나서는 한편 정권심판론 동력을 재점화하고자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현장을 찾는 등 적극 국면 전환에 나서고 있어 과연 목표한 바대로 정국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친명과 맞불은 비명 현역, 대거 탈락…李 “당원과 국민이 뽑은 것”

지난 6일 밤 발표된 민주당 경선 결과, 박광온·윤영찬·김한정·강병원·전혜숙·저춘숙 등 비명계 현역의원들이 친명 후보에게 패해 무더기 탈락한 것으로 나왔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노영민 전 의원마저 친명계 후보에 고배를 마신 것으로 나타나 사실상 ‘비명횡사’ 공천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이날 발표를 보면 비명계 현역 의원이 친명계 후보를 꺾은 사례는 단지 초선의 신영대 의원이 김의겸 비례대표 의원을 상대로 승리한 전북·군산·김제·부안갑 경선과 초선의 오기형 의원이 강민석 전 청와대 대변인을 이긴 서울 도봉을 등 2곳뿐으로, 대표적 비명계 의원인 박용진 의원도 친명계 정봉주 당 교육연수원장과 결선을 치러야 되는 상황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된 데에는 현역의원 평가에서 하위권으로 분류되면서 감산된 영향도 없지 않지만 경선 룰상 절반을 차지하는 권리당원 표가 친명 후보로 결집한 부분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데, 특히 이번에 출마한 친문계 후보 중 임종석 전 실장 못지않게 주목받아온 노 전 의원은 현역 의원이 아님에도 친명계 후보를 상대로 경선 패배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권리당원 표심 향방에 따라 희비가 갈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 같은 경선 결과에 비명계 송갑석 의원은 7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전체 총선 구도에는 좋은 결과가 아니다. 유권자들이 보기에 친명 구도가 강화되는 것으로 보이고,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며 “당 내부의 결집과 단합을 약화시키고 중도층 표심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 같지 않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친명 일색의 지도부로 구성됐을 때 그런 우려가 있지 않았나”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 뿐 아니라 경선 탈락에 민주당을 탈당한 ‘친문 좌장’ 홍영표 의원은 같은 날 KBS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에 나와 “강성 지지자들을 동원한 선동 정치가 지금 민주당을 점령하고 있다. 서울 은평을의 경우 강원도당위원장이 현역 강병원에게 ‘수박’이라며 공격하면서 왔기 때문에 당원들이 일도 잘한 강 의원을 선택하지 않을까 했는데 충격적”이라며 “이 대표가 사당화를 위해 이번 총선을 앞두고 치밀하게 준비한 선출직 평가에서 의원들을 하위 그룹에 놓은 게 작동한 것 같다. 이제 민주당은 이 대표가 계획했던 대로 사당화의 완성 단계에 왔고, 결국 계속 강성 지지층만 가지고 선거를 하겠다는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설훈·홍영표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연대를 띄우며 이낙연 신당 새로운미래와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 이 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설훈·홍영표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연대를 띄우며 이낙연 신당 새로운미래와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 이 훈 기자

반면 이 대표는 같은 날 경기 양평군청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어떤 경선에서도 당원, 국민에 의해 대규모로 현역이 탈락한 적 없다. 당원과 국민이 경쟁력을 가진 분들을 뽑은 것”이라며 “비명이라 피해를 보고 친명이라 이익을 보고, 이렇게 보면 안 된다. 경선 결과를 개별적으로 몇 군데 체크해봤는데 현역이 진 구역의 경우 거의 대부분 구역이 가산, 감산 없이 결판 난 것으로 안다. 어제 경선 과정 보면서 민주당은 시스템에 따른 매우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여당과 일부 악의적 언론들이 공천 혁신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있을 수밖에 없는 진통, 개혁의 과정에서 생길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아픔을 마치 심각한 분열, 내홍, 갈등인 것처럼 과장하고 폄훼한다. 국민의힘은 보은·특권 공천, 현역 불패, 기득권 공천인 데 반해 민주당은 혁신·투명·시스템 공천”이라며 “위대한 국민과 당원의 뜻이고, 앞으로는 민주당 공천에 대한 잘못된 의심이 사라질 것이다. ‘민주당이 역시 공천 잘한다’, ‘개혁공천 했구나’ 하며 저희에 대한 기대도 되살아날 것이라 믿는다”고 주장했다.

◆ 양평고속도로 찾아 ‘정권심판’ 띄운 李 “권력 ‘사적사용’시 박탈해야”

한 발 더 나아가 이 대표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 일가의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을 재점화하면서 직접 ‘서울·양평 고속도로 국정농단 진상규명 촉구’ 농성장을 찾아 정권심판론을 띄웠는데, “국정농단의 대표적 사례가 바로 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사건이라 생각한다. 주어진 권력을 사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잘못 사용하면 주인의 입장에서 권력을 박탈해야 한다”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함부로 (권력) 행사하는 이런 집단들은 국민의 대리인 할 자격이 없다. 원안대로 추진하면 되는데 왜 백지화 하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 대표는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안에 대해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는 원희룡 전 장관도 공천을 받았다. 국민의힘은 이런 분들 내세워서 국민에게 심판 받겠다고 하는데 그게 국민에 대한 도리냐”라며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 도전장을 던진 원 전 장관까지 싸잡아 비판했고, 최재관 민주당 후보도 “종점이 변경된 곳은 김 여사 일가 땅과 휴게소 가운데로 노른자 땅이다. 고속도로뿐 아니라 아파트 개발, 대통령 동문에 휴게소를 내준 3대 특혜 비리가 있는 현장”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처럼 이 대표가 공천 논란에 대해 ‘혁신 공천’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양평고속도로’ 의혹을 고리로 정권심판론을 내세우는 행보를 보이는 것은 정권심판 여론이 여전히 더 높으니 이를 국면 전환 계기로 삼아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되는데, 실제로 한국리서치가 코리아타임스 의뢰로 지난 4~5일 전국 유권자 1002명에게 실시해 7일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38%에 그친 반면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답변은 과반인 52%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총선 승부처로 꼽히는 서울과 인천·경기 등 수도권은 물론 ‘스윙보터’ 격인 대전·세종·충청에서도 정권심판론이 모두 50%선을 넘은데다 연령별로도 60대 이상을 제외하면 모든 연령대에서 정권심판론이 58%를 넘어선 것으로 나왔는데, 다만 조사기관에 따라 차이는 있어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4~6일 전국 유권자 1000명에게 실시해 7일 공개한 3월 2주차 전국지표조사 결과(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22대 총선에 대한 인식과 관련해 ‘정부여당 지원’은 직전인 2월 4주 때보다 1%P 오른 45%, ‘정부여당 견제’는 1%P 내린 47%로 집계되기도 했다.

다만 민주당이 정권심판론만으로 공천 논란을 넘어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데, 이 전국지표조사에서 함께 실시한 ‘민주당 후보 공천과정 평가’ 여론조사에선 ‘잘못하고 있다’가 과반인 53%, ‘잘하고 있다’는 32%에 그쳤으며 중도층에서도 부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이 50%로 나왔고 심지어 앞서 거론한 코리아타임스 의뢰 한국리서치 조사에서도 ‘민주당 공천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는 56%, ‘국민의힘 공천 잘못하고 있다’는 48%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이 기관이 ‘투표 결정에 영향을 미칠 사안’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6%가 ‘정당의 공천 문제’를 꼽았으며 ‘공천이 투표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답변은 26%에 그쳤고, 다음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꼽은 요인으로는 김건희 여사 명품백 의혹(57%), 이 대표 대장동 재판 및 부인 법인카드 의혹(55%), 경제 문제(46%), 정치 지도자에 대한 평가(29%), 의대정원 확대 등 갈등 현안에 대한 정부 대응(10%) 순으로 나와 김 여사 등 사안보다 후보 공천 문제가 총선 결과에 더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이재명 심판론’으로 맞불 놓은 與 “패배 위기감에 짜낸 게 남 탓인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그래선지 이 대표 역시 이날 ‘서울-양평 고속도로 국정농단 진상규명 촉구’ 농성장에서조차 “분열과 갈등 프레임으로 몰아넣으면 안 된다. 이번 민주당 공천은 혁신 공천”이라며 거듭 자당 공천 결과를 긍정적으로 자평하는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는데, 반대로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이 대표를 꼬집어 “(이 대표) 본인도 음주운전 전과자인데 혹시 음주운전에 대한 가산점이 있나. 음주운전 경력자나 음주운전으로 사고까지 냈던 분들이 다수 공천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민주당 공천 결과에 일침을 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한 위원장은 같은 날 오후 수원 지동못골시장에서 상인간담회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비명계 박광온 의원이 민주당 경선에서 친명계 후보에 패해 공천 탈락한 점까지 들어 “너무 속보이는 사천이다. 제가 그런 공천은 하지 않아온 것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이 대표를 직격했으며 “(국민의힘은) 누가 보더라도 경쟁력 있는 후보들을 공천했다. 과연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그동안 (지역구 의원 5석 모두 차지한) 수원에서 무엇을 했나”라고 맞받아쳤다.

아울러 이 대표의 지역구에 국민의힘 후보로 나선 원 전 장관은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대표의 양평 고속도로 발언과 관련해 경찰에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했다는 사진을 올렸는데, “국토부 장관 취임하기 전에 일어난 일을 제가 ‘확 바꾸었다’ 하신 것, 나중에 ‘기억 안 난다’고 하지는 않겠지요. ‘김문기를 모른다’던 거짓말이 생각나서 하는 말”이라며 대장동 의혹까지 꼬집어 이 대표에 맞불을 놨다.

급기야 윤희석 국민의힘 선임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이 대표는 민주당 안팎에서 일고 있는 사천 논란을 정부여당과 언론이 만든 가짜뉴스 협잡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대선에선 패배 원인을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서 찾더니 추락하는 지지율과 총선 패배 위기감에 짜낸 대책이 고작 언론 겁박과 남 탓인가”라며 “자신의 사법리스크는 측근과 검찰 탓, 위성정당을 만들게 된 것은 여당 탓, 공천 논란은 언론 탓이라 강변하니 이 대표는 책임이라는 단어 자체를 아예 잊은 듯하다. 반성과 혁신 없는 구태로 일관한다면 개혁과 심판의 대상은 이 대표 자신이 될 것”이라고 ‘이재명 심판론’으로 역공에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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