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공천 파동 속 “사당 전락” 탈당에 이인영, 기동민 여론조사 제외
광주 송갑석 “선거 흔들려...서울의 봄이 위태롭고 광주의 봄이 뒤숭숭해”
하위 20% 통보 받은 김영주 “이재명을 지키지 않겠다...당을 떠나겠다”
與에도 공천 논란 “공천특권 카르텔이 작동하고 있었다”는 반발 목소리
대통령실 혹은 검사 출신 후보들...단수추천 대상 많지 않은 것에 긍정적
한동훈, 野 겨냥 “사(私)가 들어가선 안 돼”...총선까지 이 분위기 순항할까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총선 공천이 진행되면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 밀실 사천 의혹에 민주당 ‘격랑 속’…‘비명계 배제’ 논란 일파만파

민주당에서 일부 비명계 중진 의원들을 배제한 후보 경쟁력 조사를 시행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지난 주말엔 홍영표 의원의 지역구인 인천부평갑에서 홍 의원을 제외하고 비례대표 이동주 의원과 영입인재인 박선원 전 국가정보원 차장 중 누가 민주당 후보로 적합한지 묻는 여론조사가 돈 것으로 알려졌으며 광주 서구갑에선 현역인 송갑석 의원이 제외된 채 정은경 전 전남대 의대 교수와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의 후보 경쟁력 조사를 묻는 서로 다른 여론조사가 실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뿐 아니라 서울 구로갑에서도 현역인 이인영 의원, 서울 성북을에선 현역인 기동민 의원이 제외된 민주당 후보 경쟁력 조사가 실시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1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해당 여론조사들을 당에서 진행한 것인지 다른 곳에서 한 것인지 직접 구별해내기 어렵다. 공천 시기엔 다양한 조사들이 행해지는 게 일반적”이라고 당 차원에서 이뤄진 조사가 아니란 반응을 보였으나 파장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당장 이 대표 체제 하에서 최고위원직을 자진사퇴한 바 있던 비명계의 송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에 이번 총선은 도저히 지기 힘든 선거인데 이게 흔들리고 있다. 서울의 봄이 위태롭고 광주의 봄이 뒤숭숭하다. 요 며칠 제 지역구에선 여성 후보를 내세운 정체불명의 여론조사 2건이 진행되고 있다”며 “19대 총선도 민주통합당이 질 수 없는 선거라고 예측됐으나 결과는 패배였는데 19대 총선이 데자뷔처럼 떠오른다. 이 상황을 주도한 사람들만 역사의 죄인이 되는 게 아니라 무기력하게 받아들이는 자, 비겁하게 방관하는 자 모두 역사의 죄인”이라고 ‘뼈 있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더구나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아니라 여러 비공식 회의를 통해 이재명 대표 참모들이 총선 공천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명계 공천학살 아니냐는 관측에 한층 더 무게가 실렸는데, 이에 대해서도 권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언론 보도가 있어서 회의에 참석한 분들이 있는지 내부적으로 확인해봤지만 그런 분을 찾을 수 없었다. (이 대표도) 그 부분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다”고 일축했으며 당 공보국도 공지를 통해 “모 언론이 보도한 비공식 회의에서 공천 논의했다는 기사는 사실이 아니다. 이 대표는 비공식 실무회의를 지시한 바 없고 열린 적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같은 날 친명계 인사들이 총선 불출마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등 당 내홍은 여전한 모양새인데,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최재성 전 의원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민주당에는 단합 의지는 찾아볼 수 없고 친명을 자처하며 당의 중책을 맡고 있는 사람들은 문 정부 책임론을 연일 주장하고 있다. 한 달 넘게 민주당 뉴스는 탈당과 분열, 갈등으로 도배되고 있다”며 “조정식 사무총장을 비롯한 이 대표 핵심들은 불출마로 헌신하고 통합 공천으로 하나가 돼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또 이 대표의 환영 속에 민주당에 복당했으나 친문계로부터 비판 받고 있는 이언주 전 의원에 대해서도 김두관 의원은 19일 KBS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에 나와 “가능하면 불출마하는 게 반윤 총선을 위해 우리 당에 왔다는 명분이 그나마 (설 것이다). 특정 지역의 공천을 받기 위한다면 복당 진정성이 의심될 것”이라고 총선 불출마를 주문했으며 (친문 인사로 서울 중·성동갑 출마를 고수 중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둘러싼 ‘공천 잡음’에 대해선 “공천 문제가 굉장히 논란 되고 있어 더 길어지면 당내 분란 소지가 커질 것이다. 공관위나 지도부에서 책임지고 가부 여부를 빨리 정리해줘야 할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급기야 이수진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동작을에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공천이 고려되고 있다는 기사가 나오자 이날 오후 민주당 의원 단체대화방에서 안규백 전략공관위원장과 이 대표에게 공천 능력 없으니까 2선으로 물러나라는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같은 날 세종갑 출마 예비후보들은 이해찬 전 대표의 보좌관 등을 지내 ‘이해찬 측근’으로 꼽히는 이강진 전 세종시 정무부시장이 전략공천을 받는다는 ‘설’이 도는 데 반발해 기자회견을 열고 “사전에 특정인 전략공천 얘기가 공공연히 돌았는데 현실이 된다면 당원과 시민들의 의사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이 전 부시장의 불출마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당내 반발이 격화되어가자 우선 민주당 지도부는 컷오프된 예비후보들이 집단 항의방문은 물론 삭발, 단식농성까지 벌인 광주 광산을 지역과 관련해선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중앙당 재심위의 광산을 재심 결과를 인용하기로 의결해 이 지역은 김성진 전 대변인과 민형배 의원, 정재혁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 간 3자 경선이 치러지게 되는 등 수습에 나섰으나 하위 20%를 대상으로 한 현역의원 컷오프 통보도 공천 파동을 확대시키는 또 다른 뇌관이 되고 있다.

19일 오후 김영주 민주당 의원이 국회 소통관에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 /오훈 기자]
19일 오후 김영주 민주당 의원이 국회 소통관에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 /오훈 기자]

이를 증명해주듯 민주당 공관위로부터 하위 20% 통보를 받은 4선 중진의 국회부의장인 김영주 민주당 의원은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절 반명으로 낙인찍고 공천 배제하려고 하위 20%로 내리찍었다. 하위 20% 통보는 민주당이 이 대표의 사당으로 전락했다고 볼 수 있는 가장 적나라하고 상징적 사례”라며 “민주당이 잘되기를 바라지만 이재명을 지키지는 않겠다. 저는 이제 민주당을 떠나려고 한다”고 민주당 탈당을 선언하기도 했다.

◆ 與 “민주당, 밀실회의 등 무늬만 시스템 공천…私 들어가선 안 돼”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공천 잡음이 커져가는 민주당 상황을 꼬집어 19일 윤재옥 원내대표가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비상대책위원회의에 나와 “최근 민주당은 전화 컷오프, 밀실회의 등 무늬만 시스템 공천으로 당내 민주주의 실종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고 민주당을 직격했으며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당을 이끄는 사람의 ‘사(私)’가 들어가선 안 된다. 저희는 그렇지 않고 이 대표는 그렇게 하고 있다”고 이 대표를 압박했다.

한 발 더 나아가 한 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선 “국민의힘의 공천이 시스템 공천으로 나름 원칙을 지켜서 진행되고 있다고 저는 생각한다. 단적으로 발표할 공천 결과에 대해 저도 보도자료가 만들어지는 무렵에 보고 받고 그 내용에 관여하지 않는다”며 “모두 지켜줘야 할 것은 공관위의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고 그 점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비례대표 후보 결정과 관련해서도 “민주당 계열의 비례후보 결정 과정을 보면 그야말로 난삽한 복마전이라 할 수 있는데 저희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며 “우리의 비례정당은 민주당계 계열 비례정당처럼 조국 전 법무부장관 같은 사람, 창원간첩단 관련 단체의 사람, 종북으로 해산된 정당의 후신 관련한 사람들이 뒷구멍으로 공천되는 통로로 활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아울러 구자룡 비대위원도 “민주당에선 밀실공천 논란이 벌어지는데 아무 대책이 없다보니 이번 선거를 감나무에서 감 떨어지길 기다리는 전략을 쓰고 있고 우리 당에서 실수라도 하길 바라고 있다, 이런 얘기를 언론에서 봤다”며 “저희는 민주당과 다르고 이전과 달리 전혀 그런 일은 벌어질 수 없다. 더욱 더 공천관리가 공정하게 진행되도록 노력하고 있고, 공정해 보이도록 노력하는 게 우리 임무라는 것을 명심하고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다만 국민의힘에서도 용인병 공천을 신청했으나 컷오프된 서정숙 의원이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직 우수 국회의원을 경선도 안 시키고 원천배제하다니 이게 과연 시스템 공천, 공정 공천이 맞나”라며 “7월부터 지역위원장이 공석이었는데 1년간 공석으로 방치하다가 무슨 연유인지 2023년 8월에야 지역위원장을 당 조직강화특위에서 결정했고 이때 고석 후보가 응모자 중 결정됐다. 이상일 용인시장이 공천한 지방의원들은 이 시장의 부탁으로 용인 지역 유일한 현직 의원인 저와는 교류도 차단된 채 공천특권 카르텔이 작동하고 있었다”고 공천 결과에 반발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 뿐 아니라 같은 날 경남 진주을에서도 강민국 후보가 단수공천 된 데 반발한 김재경 예비후보가 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천심사 평가 기준 5개 항목(경쟁력, 도덕성, 당 기여도, 당무감사, 면접)에 따르면 자신은 결격 사유가 없는데도 공관위가 강 후보를 단수추천한 데 대한 합리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이의제기했으며 김병규 예비후보도 “현지 실태 조사 등을 종합해 공천하도록 돼 있지만 공관위는 ‘진주민심 몰라도 너무 모른다’며 불만과 우려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공관위에 공식적으로 이의제기를 신청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에선 이미 대통령실 혹은 검사 출신 후보들이 단수추천 대상에 포함된 경우가 많지 않고 컷오프 된 경우도 있다 보니 민주당과 달리 계파 갈등 형태로 비화되지는 않은 채 개개인의 반발 차원에 그치고 있는데, 다만 아직 공천 배제된 지역구 현역 의원이 1명도 나오지 않은 만큼 텃밭인 영남권의 현역 의원 교체 규모에 따라 여당에서도 공천 파동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 직무평가에서 野 이재명 앞선 與 한동훈, 총선까지 당 순항시킬까

국민의힘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이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국민의힘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이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하지만 현재까지 당내 상황이나 지지율 추이로 보면 이 대표와 달리 한 위원장이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어 민주당의 총선 위기감은 점점 고조되고 있는데, 실제로 여론조사업체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CBS노컷뉴스 의뢰로 지난 15~16일 전국 유권자 1007명에게 실시한 직무수행평가(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한 위원장에 대해선 ‘잘한다’는 평가가 과반인 53%를 기록한 데 반해 이 대표에 대해선 ‘잘못한다’는 부정적 답변이 과반인 56.6%로 나왔고 긍정평가는 38%에 그쳤다.

심지어 이 기관이 함께 실시한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에서도 국민의힘은 44.3%, 민주당은 37.2%를 기록해 양당 간 격차가 오차범위 밖으로 벌어졌으며 지역구 투표 의향을 묻는 질문엔 국민의힘 44.3%, 민주당 35.9%로 나왔고, 비례대표 투표 의향을 묻는 질문에도 국민의힘 43%, 민주당 30.3%로 나왔는데,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측은 이 같은 결과를 “한 위원장에 대한 긍정평가가 국민의힘 상승세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공천과정에서 비교적 잡음이 적은 국민의힘과 친문, 친명 간 갈등이 비춰지는 민주당이 대비되는 모습”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비단 이 조사 외에도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한국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4~15일 서울·인천·경기 유권자 1001명에게 한 위원장과 이 대표의 직무수행평가(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한 위원장에 대한 긍정평가는 수도권 지역의 국민의힘 지지율(37%)보다 높은 46%, 이 대표에 대한 긍정평가는 수도권 지역 민주당 지지율(43%)을 밑도는 39%로 나오기도 했다.

그래선지 김경율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한 위원장에게 몇 점을 주겠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저도 (한 위원장에게) 개인적으로 반대한 사안들도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한 위원장이) 성공했다. 정치 초보라고 하는 것은 아닌 것 같고 지금 92점 정도는 줄 수 있지 않나”며 “작년 비대위가 출범할 때 서울에서 6석밖에 당선 가능성이 없다고 했는데 그 추이를 반전시킬 수 있었던 것은 한 위원장의 역할이 크지 않았나 생각한다. 대단하다”고 한 위원장을 극찬하기도 했는데, 민주당이 공천 잡음으로 흔들리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총선까지 그대로 순항할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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