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비선 밀실 공천 개입설’ 급부상, 공천 공정성 의구심 증폭 중
이재명 비선조직 ‘경기도팀’ 실존하나?, 공천갈등 속 문학진 폭로까지
민주당에 항의 나선 공천 탈락자들, 집회 상경에 무기한 단식 투쟁까지
野 공천 갈등에 비판 가세한 與, 한동훈 “대장동식 공천, 제 표현 정확”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좌)와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우). 시사포커스DB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좌)와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우).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떡잎이 져야 새순이 자란다’면서 총선 공천의 인적 쇄신 작업을 예고한 가운데 당내 이 대표의 비선조직인 ‘경기도팀’의 공천 개입 의혹이 불거지면서 공천 갈등이 격화되는 양상을 보여 관심이 집중됐다.

◆ 이재명 ‘비선 밀실 공천 개입설’ 급부상, 민주당 공천 공정성 의구심 증폭

정치권에 떠도는 이재명 대표의 ‘경기도팀’은 그간 실체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비선조직이었지만 최근 이 대표가 지난 13일 심야에 당직을 맡고 있지 않는 ‘친명계(친이재명) 좌장’이라고 널리 알려진 정성호 의원 등을 포함해 친명계 핵심 인사 8명과 비공개 회동을 가지면서 사법 문제에 얽혀 있는 노웅래·기동민 등 현역 의원들의 컷오프 여부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공천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켰다.

일단 컷오프 대상에 오른 노웅래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보도된 논의 참여자들을 볼 때 최고위원회, 공천관리위원회 등 당의 공천 관련 공식 논의 기구가 아님은 분명하며, 이러한 비공식 모임에 대한 우려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비공식 논의 구조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결정적 내용의 논의를 하고 언론에 알린다면, 이는 명백한 밀실 논의이자 이기는 공천, 시스템 공천을 부정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경고하며 반발했다.

이렇듯 비선들의 밀실 공천 개입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당 지도부는 수습에 나서며 논란 진화에 애를 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실제로 한병도 전략기획위원장은 16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하여 “8명이 모여서 누구누구를 컷오프 하겠다고 말한 이런 모임을 그날 했다고 하는 것은 사실관계가 상당히 왜곡된 것 같다. 오보인 것 같다”며 “제가 (심야 모임에) 참석했다고 나온 사람에게 물었는데, 그런 성격의 모임이 없었다고 했다”고 반박했다.

더욱이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인 김영진 의원도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하여 “공천과 관련한 구체적 사안은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정해진 절차와 과정을 따라 진행 하고 있다”고 피력하면서 “적절하지 않은 보도였고, 사실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또한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허위 추측성 보도가 공관위의 공정성을 해치고 있다”고 씁쓸해하면서 “민주당 공천은 계획된 일정에 맞춰 ‘원칙과 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심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하며 진화에 가세했다.

다만 장경태 최고위원은 이날 YTN라디오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비선 밀실 공천 논란에 대해 “당대표가 혼자서 독방에서 정말 혈혈단신 기도하면서 공천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참모와 주변인들과 상의하고 여러 가지 정보를 보고 받는 게 당연한 것”이라고 옹호하여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켰다.

◆ 이재명 비선조직 ‘경기도팀’도 실존?, 공천 잡음 거세지는 민주당

(좌측부터)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과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인 김영진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과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인 김영진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더군다나 앞서 친명계로 분류되던 문학진 전 의원이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1월 27일 오전 9시 41분에 이 대표의 전화를 받았다”면서 언제, 어느 기관에서 조사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불출마를 종용한 사실을 폭로하는 과정에서 ‘경기도팀’이라는 비선조직이 실존한다는 것이 드러났다.

특히 문 전 의원은 “‘친위부대’(안태준 당대표 특별보좌역)를 꽂으려다 보니 비선에서 무리수를 둔 것이고, 누가 보아도 납득할 수 없는 수치를 조작한 것”이라며 “조작이 혁신인가. 당이 지금이라도 혼미한 상태에서 깨어나길 바란다”고 직격했다.

아울러 문 전 의원은 해당 내용의 폭로 배경에 대해 “70년 전통의 공당 민주당에서, 정당에서 가장 중요한 절차인 공천과 관련하여 이런 초현실적인 작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상황을 짚으면서 “이는 나 한 사람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지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개연성이 다분히 있다고 보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정면으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 대표는 지난 설 연휴 기간 동안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과 ‘라임 불법 뇌물 수수 사건’에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복수의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재판과 수사 상황을 물어보며 불출마 의사를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해 사실상 문 전 의원의 비판 글에 힘이 실리면서 비선 공천 개입설과 시스템 공천에 대한 불신을 자초한 셈이 됐다.

더군다나 민주당은 가장 민감한 사안인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결과에 대한 개별 통보까지 늦어지고 있어 당내 현역 의원들의 심기가 더욱 예민해진 모습이었는데, 다만 이는 비선 개입설과 사천 논란 등으로 인해 커져 버린 공천 갈등 상황에서 하위 20% 발표까지 하게 되면 불난 데 기름까지 끼얹는 형국이 될 가능성이 있기에 민주당 지도부가 당내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무적 판단이 작용하면서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일각은 관측했다.

그러나 김병기 공관위 간사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하위 20% 대상자는 임혁백 위원장이 직접 다음 주 초쯤 통보할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시간만 잠시 지연된 것일 뿐 지금 상황에서는 본질적으로 공천권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라는 시선이 큰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또 다른 일각에서는 ‘늦게 맞거나 일찍 맞거나 결국은 맞아야 할 똑같은 매’라는 시각에서 차라리 민주당 공관위가 하위 평가 20% 현역 의원들에게 빨리 결과를 통보하여 공천 갈등이 벌어진 상황의 시간을 최소화하여 조기 매듭을 지을 필요성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고 전했다.

◆ 민주당에 항의 나선 공천 탈락자들, 시스템 공천 문제 제기 나서

더불어민주당 광주광역시 광산구(을) 공천에서 탈락한 최치현 예비후보와 김성진 예비후보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광주광역시 광산구(을) 공천에서 탈락한 최치현 예비후보와 김성진 예비후보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반면 민주당 광주 광산을 지역 공천 심사에서 컷오프 당한 김성진 전 산업통상자원부 대변인과 최치현 전 청와대 행정관은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제 발표된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의 경선 후보 심사 결과는 이해할 수도 없고 우리가 가졌던 민주적 가치와 광주 정신이 온통 무너졌다”고 비판하면서 재심해 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앞서 전날 민주당 공관위는 광주 광산을 공천과 관련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앞장 섰던 친명계로 분류되는 민형배 의원과 정재혁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 2인을 경선 후보로 발표한 바 있는데, 이날 김 전 대변인과 최 전 행정관은 자신들이 지지율 2·3위를 다퉜다고 주장하면서 “가장 약체로 평가받고 있는 후보를 현역 의원과 맞세운다는 것은 사실상 민형배 의원의 단수 공천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맹비난했다.

더욱이 이들은 “(지금까지 진행된) 세 번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민형배 후보와 정재혁 후보 간 지지율 차이가 30% 넘게 나는데, 이는 꼼수 탈당한 민형배 의원을 지키기 위해 비용과 시간을 들여 꼼수 경선을 하는 것은 당당하지 못한 행위”라면서 “경선 후보 결정 과정과 그 근거를 명확하고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촉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고민정 최고위원이 단수 공천 받은 서울 광진을 지역 상황도 마찬가지였는데, 김상진 예비후보도 이날 오전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단수 공천 결정에 항의하며 무기한 단식 투쟁에 들어갔다.

특히 김 예비후보는 이날 “지난 20대 총선에서 추미애 후보와 경선해 6대 4로 져서 결과에 승복해 선거대책위원장을 하며 누구보다 앞서서 추 후보를 도왔다”고 밝히면서 “그런데 4년 전 21대 총선에서 전략공천 했던 고 최고위원을 (이번에도) 단수 공천을 해 준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제발 경선만 시켜 달라. 저는 요구 사항이 받아들여질 때ᄁᆞ지 무기한 단식농성을 이어가며 요청이 묵살 될 경우 중대한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 與, 민주당 공천 갈등에 연일 비판 가세···한동훈 “대장동식 공천, 제 표현 정확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한편 순조로운 공천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경쟁 당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경기 의정부시에서 열린 시민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의 공천 갈등 상황에 대해 “국민들은 이름도 모르는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측근인 정진상의 친구를 내리꽂는 공천이었는데, 그건 ‘대장동식 공천’이다”며 “제 표현은 대단히 정확한 것이다. 고발하려면 하시라”고 공세했다.

한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민주당이 한 위원장의 ‘대장동식 공천’ 발언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로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경고한 것에 대한 반격이었는데, 특히 한 위원장은 “(민주당 원로인) 정대철·권노갑 등 그분들도 저랑 비슷한 취지의 말을 하셨다”고 꼬집으면서 “정통 인사들도 고발하겠다는 건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실제로 전날 한 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이 대표가 하고 있는 공천은 대장동식 공천”이라고 비판하자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즉각 브리핑을 통해 “한 위원장이 (그 말에) 사과하지 않는다면,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법적 조치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에 나서면서 치열한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또한 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출근길에서도 이 대표가 돈 봉투 수수 의혹의 의원들에게 연락을 취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기소된 분들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상의한 거 아닌가”라며 “같은 입장에서 수사받은 의원들끼리 상의한 거 아닌가”라고 꼬집기도 해 이 대표에게 의문의 1패를 안겨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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