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국민 믿고 굽힘없이 정진하겠다”
친명 “내부의 적부터 조치해야…동지가 아니다”
이번 회기에 구속돼도 다음 회기에 석방될수도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재명 대표를 대신해 당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TV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재명 대표를 대신해 당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TV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내에서 친명계의 목소리는 더더욱 높아지고 이 대표 역시 사퇴 가능성에 선을 긋는 등 오히려 이들의 당 장악 행보는 더 노골화되는 모양새다.

◆ ‘세 과시’하며 비명계 압박 나선 친명 “배신 책임져야”

전날 본회의에서 민주당 의원 중 최소한 29명, 최대 39명의 ‘가결’ 투표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통과되면서 일견 비명계의 위력을 확인하게 된 듯 싶었지만 친명계를 중심으로 ‘부결’표를 던진 대다수 민주당 의원들이 격앙된 반응을 쏟아내면서 도리어 체포동의안 가결을 계기로 세력을 과시하고 보다 노골적으로 당 장악력 강화에 나섰다.

당장 전날 본회의 이후 열린 의원총회에선 ‘비명계’인 박광온 원내대표가 표결 결과에 책임지는 차원에서 물러나게 됐는데, 여기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친명계 의원들은 박 원내대표가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책임을 지겠다”는 발언을 하자 사퇴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면서 거취 압박한 끝에 물러나도록 했고 비명계에선 ‘사퇴하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박 원내대표에 힘을 실어주려 했으나 역부족인 실상만 확인하게 됐다.

이처럼 원내대표에게는 책임을 물은 친명계에선 정작 현재 당을 이끄는 ‘친명계 다수’의 지도부(최고위원회)에 대해선 사뭇 온도차 있는 반응을 보였으며 오히려 친명계 최고위원들은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자당 의원들에 책임을 물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등 직접 전면에 나서 비명계를 거세게 압박했다.

당장 이날 박찬대 최고위원은 “배신·협잡의 구태정치에 당원과 국민이 분노한다. 책임질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압박했으며 서은숙 최고위원도 “30명의 소수가 136명 다수의 뜻을 꺾을 수 있던 것은 윤석열 검사독재와 손잡았기 때문이고 그래서 배신자가 암적인 존재다. 해당행위한 것을 공개하고 내부의 적부터 조치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고 서영교 최고위원 역시 “(비명계에서) 이 대표에 대한 2선 후퇴를 요구하는 내용도 있었다는 얘기를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고 어제는 이 대표를 탄핵한 것이란 말까지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해 해당행위라고 결정하게 됐는데 흔들림 없이 빠르게 수습해 윤 정권의 폭정에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22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의총에서 사실상 체포동의안 부결하기로 한 거 아니었나. 동지가 아니다. 이런 해당행위자들을 용서해선 안 되고 반드시 엄중하게 심판해야 한다”고 처벌 필요성도 역설했는데, 비록 민주당이 당론으로 부결을 ‘강제’한 게 아니었던 만큼 단지 가결표 행사만으로 자당 의원들을 처벌할 수는 없겠지만 자당 당원이나 지지자들에게 누가 가결표를 던졌는지 공개함으로써 해당 의원의 내년 총선 출마 여부에 영향을 주게 만들 수 있는 만큼 가결투표자를 전원 색출하는 방향으로 친명계 지도부가 움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듯 지도부 내 ‘비명계’로 꼽히는 고민정 최고위원은 “착오 없기 바란다. 부결에 표를 던졌다”고 밝혔으며 이병훈 의원과 조오섭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체포동의안 부결에 투표했다”고 밝혔고 심지어 어기구 의원은 아예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부’라고 쓴 자신의 투표용지를 촬영한 사진까지 SNS로 공개해 인증에 나섰는데, 다만 ‘가결표 색출’로 자당 의원을 압박하는 상황에 대해 ‘친명계’ 박성준 의원은 2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체포동의안은 비밀투표였고 규명한다는 것은 문제가 더 양산될 수 있다. 해당행위자를 찾아 징계하면 더 당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 당권 놓을 뜻 없는 李 “검사정권 막아야…굽힘없이 정진”

단식 중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진 /오훈 기자
단식 중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진 /오훈 기자

이 같은 기류 속에 이날 최고위원회의에는 ‘비명계’ 송갑석 최고위원이 나타나지 않는 등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와 달리 친명계 의원들이 더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가결표를 던진 자당 의원 이외에 최소 100명 이상은 그래도 체포동의안 부결표를 던졌다는 부분을 기반 삼아 이 대표의 당 장악력을 높여주려는 듯 오는 26일 오후 선출될 새 원내대표 자리를 놓고도 벌써부터 홍익표·김민석·김두관 등 ‘친명계’ 의원들의 이름이 후보로 오르내리고 있다.

물론 계파 대결 양상으로 치닫는 만큼 비명계 후보도 출마할 가능성은 있지만 전날 사퇴한 박 원내대표가 비명계인데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가결 표를 던졌다는 강성 지지층의 성토 속에 일부 비명계 의원들도 현재 위축된 모습을 보이는 만큼 의원들의 투표로 결정되는 새 원내대표직을 친명계가 차지함으로써 이 대표가 체포되든 말든 당내 주류는 ‘친명’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못박아놓으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이 대표 본인도 전날 국회에서 가결된 체포동의안을 개의치 않는다는 듯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처음 내놓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검사독재정권의 폭주와 퇴행을 막고 민생과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 당의 모든 역량을 하나로 모을 수 있다면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며 “이재명을 넘어 민주당과 민주주의를, 국민과 나라를 지켜 달라. 민주당이 무너지면 검찰독재의 폭압은 더 거세지고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지지층 결집을 호소하는 입장을 내놨다.

사실상 자신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찰은 정당한 게 아니라 ‘폭주’하는 것이며 그러므로 민주당 소속이면 이에 동조할 게 아니라 모두가 하나로 결집해 맞서야 한다는 주문으로 풀이되는데, 이에 그치지 않고 이 대표는 “더 개혁적인 민주당, 더 유능한 민주당, 더 민주적인 민주당이 될 수 있도록 사력을 다하겠다. 국민을 믿고 굽힘없이 정진하겠다”고 당권을 내려놓을 뜻이 없음을 한층 분명히 했다.

특히 강선우 대변인 브리핑에 따르면 이 대표는 내달 있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관련해서도 22일 오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찾아온 진교훈 후보와 만나 “민생과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는 윤 정부가 자기 잘못을 돌아볼 수 있게 반드시 이번 선거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주문하는 등 체포동의안 가결과 별개로 여전히 당 대표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분명히 하려는 행보를 보였다.

또 이 대표는 전날 사의를 표명한 조정식 사무총장에게도 사의 수리 여부 결정 시까지 정상 근무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조 사무총장은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앞둔 이 대표를 위해 168명의 민주당 의원과 전국 17개 시·도당 위원장, 지역위원장들에게 ‘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부당한 구속영장 청구 기각 탄원 요청의 건’이란 제목의 공문을 낸 것으로 22일 밝혀졌고 일각에선 이 탄원서에 이름을 올리지 않는 의원들이 누군지 확인해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을 우회적으로 알아내려는 셈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급기야 일부 지지자들은 가결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들을 향한 격앙된 감정을 쏟아내기도 했는데, 민주당 전북지역 원외 평당원 모임인 ‘더민주전북혁신회의’는 22일 “가결에 표를 던진 30여명의 민주당 의원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를 부정하며 자신이 속한 정당의 대표를 검찰에 넘긴 것은 사리사욕에 의한 게 자명하다. 윤석열 폭정에 동조하는 세력이자 척결대상”이란 입장을 내놨으며 같은 날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비명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의원 14명의 이름과 함께 ‘라이플(소총)을 준비하겠다’는 살인예고 글이 올라와 경찰이 IP 주소 확인 등 수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 與 “李 거취, 정치 아닌 사법 영역…진실은 법원이 판단”

22일 서울중앙지법은 11가지 혐의로 전날 구속영장이 청구된 정경심 교수에 대한 영장심사를 23일 오전 10시 30분에 연다고 밝혔다. ⓒ시사포커스DB
22일 서울중앙지법은 11가지 혐의로 전날 구속영장이 청구된 정경심 교수에 대한 영장심사를 23일 오전 10시 30분에 연다고 밝혔다. ⓒ시사포커스DB

이렇듯 이 대표가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에도 불구하고 ‘정치검찰’, ‘검사독재’ 등의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지지층 결속에 나서자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김기현 대표가 22일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에 대한 것은 사법적인 절차를 거쳐 판단할 것이기 때문에 정치의 영역이 아니라 사법부의 영역이다. 진실이 무엇인지는 법원이 명확하게 판단할 것이고 (영장실질심사 받는 게) 영장을 청구 받은 피의자의 도리”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 뿐 아니라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같은 날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반성의 계기로 삼아도 모자랄 판에 가결이란 결론을 두고도 정치탄압이라느니 책임론, 해당행위 운운하는 모습으로 여전히 정신 못 차리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박광온 원내대표) 사퇴를 요구하고 또 사퇴를 선언하는 모습에선 민심과 한참 동떨어져 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끝 모르고 달려온 민주당의 방탄폭주를 멈추라는 게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다. 이 대표는 당당하게 영장심사에 임해 겸허히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실제로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이상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피할 수는 없는 실정인데, 김성환·김영진·민형배·박주민·박홍근·우원식·정성호 등 친명계 의원 10여 명도 22일 병상에 있는 이 대표를 찾아가 영장실질심사 준비를 위해 단식 중단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실제로 우 의원은 병문안 뒤 기자들과 만나 “법원에서 기일이 (26일로) 잡혔으니 실질심사에 잘 응하는 게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 대표를 방문해 단식을 풀고 앞으로 해나가야 할 중요한 일들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건강을 회복하라고 권했고 (이 대표가) 저희들의 뜻을 알겠다는 정도로 답했다”고 설명했다.

일단 이 대표에 대한 구속 여부는 이제 재판부의 손에 달린 만큼 이를 맡게 된 서울중앙지법의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에 대해서도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데, 다만 그는 올해 2월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주거지에 침입한 혐의를 받은 매체인 ‘시민언론 더탐사’ 강진구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한 바 있고, 이달 초엔 김용우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정치자금 의혹 재판에서 위증 혐의를 받은 이홍우 전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장에 대한 영장을 기각했으며 지난 총선에서 민중당에 불법 정치자금을 준 혐의를 받는 민주노총 건설노조 간부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바 있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비록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과 송영길 전 대표의 전직 보좌관엔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 의혹으로 민주당을 탈당했던 이성만 무소속 의원에 대해선 구속영장을 발부하지 않기도 했고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에 대한 첫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도 검찰의 영장 청구를 기각하는 등 굵직한 사건에서 영장 기각한 사례가 적지 않아 유 판사가 이 대표에 대한 영장도 기각할 경우 정치권에 미칠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설령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더라도 이 대표가 민주당 당권을 내려놓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인데, 이미 지난 17일 박찬대 의원이 ‘이 대표가 구속돼도 그를 중심으로 결속한 건가’란 질문이 나오자 “필요하다면 그것도 가능하지 않나”라고 답한 데 이어 정성호 의원도 지난 21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구속되든 불구속되든 당 대표의 리더십을 확실하게 보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최악의 상황이 와도 당 대표로서의 권한을 적정하게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옥중 공천’ 가능성까지 열어두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단독 원내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으로선 ‘석방요구안’이란 최후의 카드 역시 없지 않은데, 헌법 44조에는 ‘국회의원이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데에는 현행범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 석방된다’고 적시되어 있는데, 이 ‘회기 전’이란 ‘이번 회기’ 중인 현 정기국회 중에 구속되더라도 ‘다음 회기’ 중에 석방요구안이 통과되면 가능하다고 22일 국회 의사과는 설명했다. 따라서 국회법 29조에 따라 재적의원 4분의 1이 국회의장에게 석방요구서를 제출해 본회의에 상정될 경우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 조건을 충족하면 이 대표가 석방될 수도 있는 만큼 ‘친명계’의 목소리가 연일 높아지는 민주당에서 과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어떤 선택을 할지에도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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