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민생 국회 만들어야”…홍익표 “중요한 것은 윤 대통령 태도”
정의당 “민생 현안 해결을 위해 여야가 책임 있게 머리 맞대야”
영장실질심사 결과에 따라 초반부터 강경투쟁 노선으로 갈수도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1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제4기 원내대표 보궐선거 의원총회'에서 당선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1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제4기 원내대표 보궐선거 의원총회'에서 당선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이재명 대표의 사법 문제로 더불어민주당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 범친명계로 꼽히는 홍익표 의원이 박광온 의원의 후임으로 새 원내대표 자리에 올라 이번 당선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또 앞으로 당 내외 변수에 따라 원내전략을 어떻게 펼쳐나갈 것인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재도전 성공한 홍익표, ‘친명 지도체제’ 화룡점정 찍어

‘범친명계’로 꼽히는 3선의 홍 의원은 앞서 지난 4월 친명계의 지지 속에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도 출마했으나 친이낙연계인 박광온 의원이 결선 없이 1차 투표에서 과반 지지를 확보함에 따라 고배를 마신 바 있는데, 사실상 친명계 후보들만 나선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는 1차 투표에서 김민석 후보를 제치고 결선에서 남인순 후보와 경쟁한 끝에 최종적으로 새 원내사령탑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홍 의원의 원내대표 당선은 과거 ‘친명계’인 박홍근 의원에서 ‘비명계’인 박광온 의원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친명계’가 원내대표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는 점이나 최근 ‘비명계’ 송갑석 의원이 최고위원을 자진 사퇴하고 지도부 내 유일한 ‘비명계’인 고민정 최고위원마저 겨냥한 사퇴 청원까지 민주당 국민응답센터에 올라올 만큼 당내 비명계의 입지가 위축되는 상황 속에 나온 결과라는 점에서 사실상 친명계가 당 요직을 모두 장악하는 ‘친명 지도체제’ 완결판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런 면에서 그가 이날 당선 소감에서 “꼭 민주당이 하나의 팀이 되어서 이 대표와 함께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그런 동력을 만들어내겠다”고 호언했으나 과연 친·비명계 간 갈등이 잦아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데, 특히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 처리됐던 지난 21일 밤 열린 비상의원총회에서 홍 의원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너무 화가 난다’면서 탈당 발언까지 하기도 할 정도로 강경한 태도를 보인 바 있기 때문이다.

비록 과거 이낙연 전 대표 하에서 민주연구원장과 정책위의장을 지냈으며 대선 경선 당시 이낙연 캠프 정책총괄본부장을 맡은 바 있고 당내 최대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 창립 멤버이자 김근태계 모임인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 회장도 역임하고 있어 ‘원조 친명’은 아니지만 이 대표 취임 이래 노골적인 ‘친명’ 색채를 드러내고 있는데, 당초 원내대표 보선에 출마하면서도 “당 대표 중심으로 흔들림 없는 단결된 힘으로 어려움을 극복해가겠다”고 밝혔으며 이날 당선 뒤 지도부와 간담회 이후에도 “내일 기각돼 뵙는다면 당 운영과 관련해 대표께 포괄적 협의하고 이 대표 중심으로 내년 선거를 차질 없이 준비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또 당내 계파 갈등 해결 방안을 묻는 질문에 홍 의원은 “민주당이 원팀이 될 수 있도록 당내 분열을 해소하고 통합하는 데 적극 나서겠다. 일부 당원들과 우리 지지층에서 문제제기가 되고 있는 부분을 잘 알고 있고 그런 부분을 책임 있게 해결하겠다”고 답하면서도 “주요 당직자 최고위원들과 상의해서 이 대표가 계시기 때문에 당 대표 지침을 받아 당이 통합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답해 사실상 현 ‘친명계’ 지도부 목소리가 주로 반영될 가능성을 높였다.

이미 친명계 지도부에선 체포동의안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에게 해당행위를 했다면서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나선 상황인데, 홍 의원도 이날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의원을 색출하려는 데 대해 “민주주의 사회에서 당연히 자신의 정치적 선택에 대해 민주성과 다양성이 보장돼야 하지만 정치적 책임도 져야 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해 결국 당내 비명계 축출을 통한 통합을 추진하려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쏠리고 있다.

그래선지 친명 후보뿐인 이날 원내대표 경선에서 다수의 친명계는 홍 의원에 힘을 실어줬다면 반대로 비명계는 남 후보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는데, 다만 홍 의원은 지난 2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신임 원내대표가 되고 나면 이 대표의 영장실질심사 결과에 따라 당 대표와 최고위원회를 어떻게 할 건지는 영향 받을 것 같다. 대표가 구속된다고 해서 ‘대표 물러나야 된다’ 이건 아니지만 구속된 상태에서 당무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 않나”라고 말해 옥중 공천을 외친 강성 친명계와 일부 온도차를 보였으며 만일 이 대표가 구속될 경우 원내대표인 홍 의원은 당 대표 직무대행도 맡을 수 있게 된다.

◆ 與 “민생 위해 협치하길”…정의당 “대화 통한 정치 복원 나서길”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6일 오후 국회에서 워내대책회의 뒤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6일 오후 국회에서 워내대책회의 뒤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한편 국민의힘과 정의당에선 원내 제1당의 새 원내사령탑으로 홍 의원이 선출된 데 대해 한 목소리로 협치에 나설 것을 주문했는데,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보호출산제와 머그샷법을 비롯한 민생 법안 처리, 국정감사 등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며 “제1야당의 원내대표라는 자리의 무게를 엄중히 인식하고 그에 걸맞은 행보로 제 역할을 다해주기 바란다. 이재명 리스크로 멈춰진 국회를 빨리 재가동해 민생을 위한 대한민국 정치시계를 다시 움직이게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도 강 수석대변인은 “요 며칠 사이 민주당이 보여준 모습은 변화와 쇄신을 기대하는 일말의 기대마저 무너뜨리기에 충분했기에 우려가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일부 후보는 제1야당 원내대표의 최우선 과제가 ‘민생’이 아닌 ‘이재명 지키기’인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며 “신임 원내대표는 국민께서 느끼고 계신 실망감과 허탈감을 무겁게 인식하고 국민을 위한 국회를 만드는 데에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같은 당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에서 민주당의 ‘정책통’으로 꼽히는 홍 의원의 경력을 들어 “다양한 식견과 오랜 경륜으로 여야를 막론하고 존경과 신망을 받아왔다. 민주당의 혼란스러운 상황이 빨리 수습되고 국회도 국민을 위해 다시 일할 수 있길 희망한다”며 “당장 30년 만의 대법원장 공석 사태부터 민생법안까지 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는데 홍 원내대표의 선출을 계기로 협치를 복원한다면 21대 국회가 국민과 민생을 위한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민생 협치’를 호소하기도 했다.

여기에 정의당에서도 강은미 원내대변인이 같은 날 오후 서면브리핑에서 홍 의원을 향해 “여야 간 대화와 협력을 통한 정치복원에 제1야당 원내대표로서 책임 있게 나서주길 당부한다. 21대 마지막 정기국회”라며 “정치 파국이 불러올 민생 파탄과 정치 불신의 책임에서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해병대원 사망사건 특검법, 노란봉투법, 선거제도 개혁 등 시급한 과제와 민생 현안 해결을 위해 여야가 책임 있게 머리를 맞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당 공식 논평과 별개로 이날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홍 의원이 선출된 이번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과정을 지적하기도 했는데, ‘강서구 보궐선거 선대위 위촉식 및 대책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그는 “한 가지 의아스러운 것은 국회에서 투표는 비밀을 보장하는 비밀투표를 하도록 돼 있다. 비밀투표를 사실상 공개투표로 하기 위해 (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에 대해) 배신자 색출까지 벌이는 정당에서 막상 원내대표 선거는 투명하게 공개로 진행해야 하는데 거꾸로 밀실에서 비밀투표를 했다”며 “대체 왜 이렇게 계속 정상과 다르게 역행하고 퇴행하는 모습을 보이는지 유감이다. 민주당이 정상적인 정당으로 기능하길 부탁한다”고 꼬집었다.

◆ 홍익표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태도가 변하면 협상 여지 있다”

홍익표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오훈 기자]
홍익표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오훈 기자]

이런 가운데 홍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빠른 시일 내에 당을 정비해서 국가와 우리 사회를 위한 비전과 대책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정기국회 기간이기 때문에 차질 없이 진행해 국민 삶을 책임지는 당의 면모를 보일 예정”이라며 민생 과제에 관심을 둘 뜻을 밝히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대표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있는데 이후 결과에 따라 비상한 각오로 싸워나갈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투쟁 가능성도 동시에 열어뒀다.

일단 여당과의 관계에 대해 그는 “정기국회에서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반대할 것은 반대하겠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만나 협의할 것”이라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윤석열 정부와 대통령이 국회를 대하는 태도다. 정부가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 대한 존중과 최소한의 지켜야 할 예의를 갖고 있느냐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홍 의원은 “먼저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태도 변화를 촉구한다. 그렇다면 협상의 여지가 충분히 있고 언제든지 저는 정부 정책에 대한 지혜를 모을 준비가 됐다”며 협치 가능성과 관련해 당정 쪽으로 공을 던졌는데, 우선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같은 날 오후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먼저 “21대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민생을 돌보고 생산성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를 같이 한다면 국민 기대에 맞게 협상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윤 원내대표는 민주당 새 원내대표와도 이전 박광온 원내대표와 했던 ‘월요모임’을 가질 것인지 묻는 질문에 “그렇게 하겠다. 자주 만나 소통하고 여러 산적한 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협상하고 대화하고 타협하는 노력들을 할 것”이라며 협치 의지를 드러냈는데, 다만 홍 의원이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을 겨냥한 ‘귀태’ 발언으로 원내대변인직에서 사퇴하는 등 그간 막말 논란에 몇 차례 올랐을 정도로 거친 부분도 없지 않아 이 대표에 대한 영장실질심사 결과를 명분 삼아 임기 초부터 강경투쟁 노선으로 갈 경우 오히려 대치 국면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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