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 이원욱 “李, 송갑석 후임에 친명 앉힐 것”
‘반전’의 李 “강서구청장 선거, 반드시 이겨야”
이준석 “지금 비명계에는 명분이 없어”
민주당, 당분간 ‘강성 친명’ 기조로 갈듯

10일 이재명 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10일 이재명 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백현동 개발비리 의혹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로 사법리스크에 직면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법원의 영장 기각 결정으로 기사회생하면서 그간 흔들렸던 리더십을 회복하게 돼 이번 ‘반전’을 기회로 장차 민주당을 어떻게 이끌지 벌써부터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힘 받은 ‘친명’, 가결표 행사 의원들 겨냥 “외상값 계산해야”

일단 이 대표에 대한 영장 기각이 전화위복으로 작용하면서 당내 강성 친명계의 목소리는 한층 높아졌는데, 민주당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 대표를 중심으로 당의 역량을 총집결하겠다”고 공언한 데 이어 추석 연휴 이후엔 정부 규탄 촛불문화제를 추진하기로 하는 등 한층 강경한 대정부투쟁 기조를 드러냈으며 정청래 최고위원은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를 중심으로 더 똘똘 뭉쳐서 정권 심판, 총선 승리의 길을 닦고 밭을 일구겠다”고 역설했다.

특히 정 최고위원은 “이재명 당 대표의 직인이 찍힌 총선 공천장이 총선 승리를 부르는 나팔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으며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에 힘을 보탠 자당 내 일부 의원들을 겨냥 “검찰과 한통속이 되어 이 대표의 구속을 열망했던 민주당 ‘가결파’ 의원들도 참회하고 속죄해야 할 것이다. 당원과 지지자, 국민들에게 피멍 들게 했던 자해행위에 대해 통렬한 반성과 사과를 요구한다. 반드시 외상값은 계산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전날 다수의 친명계 지지 속에 당선된 홍익표 신임 원내대표가 “당선 후 일성으로 ‘원팀으로 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내 분열을 해소하고 통합하는 것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게 무색할 만큼 바로 다음 날 비명계를 궁지로 모는 발언이 친명계 지도부에서 나왔다는 점은 앞으로 이 대표가 당을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지 예상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십명의 자당 의원들을 무작정 압박했다가는 선거를 앞두고 자칫 내홍 등 악재가 발생할 가능성을 의식한 듯 또 다른 친명계 최고위원인 서은숙 최고위원은 같은 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가결했던 분들을 일부러 찾아내서 마녀사냥식 하는 것은 옳지 않은 행위, 아주 부끄럽고 수준 낮은 행위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가결투표 이후에 성찰하거나 고민의 시간 없이 스스로 자기가 가결표 던진 것을 공개하고, 또 정권의 야당 탄압 수사 칼날 앞에 서 있는 당 대표를 비난한 극소수의 의원들은 징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고 실제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표적을 좁혔다.

그러면서 서 최고위원은 “이미 지난 최고위원회에서도 이것에 대해선 해당행위라고 규정했기 때문에 이것에 대한 이후의 절차는 필요하다. 본인 스스로 가결했다고 얘기한 의원들이 있는데 그런 분들에 대해선 어떤 형태로든 그에 상응하는 조치, 필요하다면 징계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당은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민주정당이어야 하지만 최소한의 규율과 기강도 없는 정당은 승리할 수 없다는 것도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찬성 기표를 한 행위를 문제 삼는 게 아니라 공개적으로 해당행위에 간주될 수 있는 의견 표명한 것을 문제 삼겠다는 건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이 나오자 서 최고위원은 “아니다. 찬성한 것 자체에 대해서도 당론으로 정하지는 않았지만 의총이라든가 지도부 권유, 결의대회를 통해 부결을 요청했음에도 가결한 것에 대해선 분명히 비판한다”고 선을 그었으며 ‘가결표 공개자만 책임지게 하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지 않나’라는 추가 질의엔 “자신 있게 얘기한 분은 자기의 당 대표를 검찰의 판단에 맡긴 것에 대한 정치적 책임도 생각하고 그런 행위를 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책임도 분명히 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심지어 ‘인사권자인 이 대표에 해야 되는 질문이긴 하다’는 진행자의 발언에도 서 최고위원은 “지도부도 이 문제에 대해선 함께 고민한다”고 못을 박았는데, 결국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 중 공개 발언한 소수를 ‘본보기’ 삼아 비명계 전체를 눌러두겠다는 의중으로 해석되며 같은 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이재명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주장한 ‘친명계’ 안민석 의원은 아예 “(의원총회에서) 스스로 가결표 이야기했던 분이 한 너댓 분 된다”고 의원 수까지 밝히기도 했다.

◆ 비명계 “李 사당화 되면 국민들로부터 버림받을 것” 경고

(좌측부터) 민주당 이원욱, 이상민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민주당 이원욱, 이상민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반면 비명계에선 이원욱 의원이 같은 날 동 라디오 인터뷰에서 “가결파 중 일부 밝혀진 의원들이 몇 분 있는 것 같은데 그분들에 대해선 표창을 줘야 될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가결한 의원들 덕분에 민주당은 방탄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며 “민주당 의총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고 결의했으면 불체포특권을 포기한 게 거의 당론과 가까웠는데 이번에 오히려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은 당론을 준수했다고 보이고 부결표 던진 의원들이 당론을 어긴 사람들이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친명계 주장에 반박했다.

또 단지 친명계에 그치지 않고 이 의원은 이 대표에 대해서도 “이 대표와 다른 목소리 내면 전부 수박이 돼버리고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지 않으면 당은 결국 이재명의 사당화가 완성되고, 그러면 국민들로부터 버림받게 될 것이라는 게 저희들 주장이다. 지금 당은 근본적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국민을 보고 가는 정치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라고 하는 게 지금 이 대표가 해야 될 가장 중요한 문제고, ‘재명이네 마을’ 이장직 사퇴해야 된다. 민주당은 개딸의 정당이 아니고 국민의 정당이라고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올바른 당 대표으로서의 모습”이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진행자가 ‘이 대표의 병상에서 낸 메시지를 보면 민주당이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당원들이 채워주기 바란다고 강성 지지층 활동을 독려하는 건데 영장 기각까지 됐다. 개딸과의 절연을 통한 혁신이 더 어려워진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이 의원은 “그 문제가 남는다면 당의 분열은 계속 만들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통합하고 원팀으로 갈 것인가 고민하는 게 지도자의 모습인데 더 분열 획책하는 단어를 남발하는 것은 지도자로서의 모습이 아니다”라며 “민주당이 앞으로 총선 승리를 위해 중도층 견인을 해나가야 된다고 보는데 오히려 강성 지지층 중심으로 해서 중도보다 좌편향이 더 중요하다는 이념적 갈등”이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 의원은 향후 이 대표의 당 운영에 대해서도 ‘이 대표의 당에 대한 그립감이 강화될 거라 보나’란 진행자의 질문에 “이미 그건 완성했다고 보인다. (비명계) 송갑석 최고위원도 그만두고 (후임에) 친명으로 앉히리라고 본다”며 이 대표 강성 당원들의 행태와 관련해서도 “이 대표의 핵심 지지세력이라고 하는 더민주혁신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 출당 요구가 나왔다. 공식 입장은 아니고 일부의 얘기이기는 했지만 그 얘기 나왔을 때 박수가 나왔다고 하는 것은 이 대표의 핵심조직이라고 하는 강성 팬덤들의 생각이 어떤가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 아닌가”라고 거듭 우려를 표했다.

한 발 더 나아가 비명계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같은 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이 대표 체제로 내년까지 가는 것인가’란 진행자의 질문에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이번 영장 기각과 관계없이 여전히 사법리스크가 완전 해소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시 당이 전열을 재정비하고 당에 부정적 이미지를 걷어내는 데 이 대표 결단이 필요하다. 가능하면 빨리 대표직 사임하는 게 적절하다”며 “이번에 영장이 기각돼 당내 분위기는 오히려 이 대표가 더 날개 단 상황 아니겠나. 저 같이 지금 당 대표 물러나라 하면 돌팔매 맞는데 저는 당 이론적으로나 전략적으로나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리더십 회복한 李, 강서구청장 선거로 ‘일석이조’ 노리나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강서구청장 후보가 22일 오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찾아 단식중인 이재명 대표의 손을 잡고 대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강서구청장 후보가 22일 오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찾아 단식중인 이재명 대표의 손을 잡고 대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처럼 장차 이 대표가 이전보다 한층 ‘친명계’ 위주로 당을 재편해나갈 것이란 우려가 비명계 사이에 만연한 가운데 이 대표는 27일 검찰의 구속각 이후 첫 당무로 친·비명계 등 내부 사안보다 먼저 내달 11일 열리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와 관련해 진교훈 후보와 통화를 갖고 “이번 선거는 저들의 무도한 폭력적 지배, 민생 실패, 국정 실패를 심판하는 선거여서 강서구뿐만 아니라 전국적 선거와 다름없어 반드시 이겨야 한다. 나를 포함해 우리 당에서도 있는 방법을 다 찾을 테니 최선을 다해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뿐 아니라 이 대표는 오는 28일 조정식 사무총장과 보궐선거 지원본부장인 이해식 사무부총장으로부터 선거 관련 현황을 보고 받으면서 선거사무소 개소식 등 상황을 점검하고 지역 여론조사 동향까지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만일 곧 있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앞서 대선과 지방선거 등 그간의 선거 연패에 대한 자신의 책임론을 일축시키는 것은 물론 이번 영장 기각으로 힘 받게 된 이 대표의 당 장악력은 선거 승리로 완전히 확고해질 것이며 반대로 비명계의 존재감은 이 대표가 더 이상 견제하거나 의식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자연히 사라지게 되는 ‘일석이조’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27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지금 비명계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분당이나 창당은 명분이 중요한데 지금 비명계에는 명분이 없어 독자적 세력을 구축하거나 분당할 가능성도 거의 사라졌다. 이 대표가 비명계 의원들에게도 경선 기회를 자유롭게 부여할 것”이라며 “이 대표 지지세력이 경선 때 비명계한테 상당한 분노를 표출할 것이고 그럼 예전에 금태섭 의원이 강서구 경선에서 진 것과 같다. 자생력이 있으면 버티겠지만, 안 그러면 경선에서 각개격파 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기도 한 만큼 당분간 민주당에선 이 대표에 대한 견제가 없다시피 ‘강성 친명’ 기조로 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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