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례회 하루 전날 86건 요구하기도 해
직속기관, 지역교육청, 각급학교까지 자료 요구
주민 “가방 크다고 공부 잘하는 것 아니다”

경북교육청 전경. 사진/김영삼 기자
경북교육청 전경. 사진/김영삼 기자

[대구경북본부 / 김영삼 기자] 지난달부터 악성민원으로부터 보호해 달라는 교사들의 집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경북도의회  A 의원이 시스템을 통하지 않는 과도한 자료 제출 요구가 경북교육청의 업무를 마비시킬 정도라는 지적이다.

17일 제336회 경상북도의회 교육위원회 제2차 정례회 회의록에 따르면 A 의원은 “교육청 관계자의 말씀을 들어보니까 제가 어제 여러분께 요구한 자료가 총 86건이라고 합니다. 일선 학교 자료는 제외했다”고 발언해 본인의 자료 제출 요구가 많음을 일부 인정했다.

12대 의회가 개원한 이래 15번의 교육위원회가 열린 것을 감안하면 A 의원의 자료제출 요구건은 최소 400여건이 넘을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 견해이다. 이는 매일 1건 이상의 자료를 요청한 셈이다.

본지가 경북교육청에 ‘정보공개 청구’한 자료에 따르면 경북도의원 중 A 의원을 제외한 59명의 도의원이 2022년 7월 1일부터 2023년 7월 31일까지 경북교육청에 시스템을 통해 공식 요구한 자료는 총 66건에 불과하다.

경북교육청은 시스템을 통한 공식적인 요청이 아닌 위원회 회의 도중이나 전화 등으로 해당 부서에 직접 요구한 내역에 대해서는 자료를 생성하고 있지 않아 실제 자료 제출 요구 건수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A 의원이 요구한 자료에는 △최근 3년 경북교육청(본청) 출장 현황 △최근 3년 경북교육청 각 기관 초과근무 현황 △학교 대청소의 날 운영비 지원 사업 관련 △수의계약 관련 상세 자료 △전국 17개 시도 지역별 공·사립 유아학비 지원 예산 △최근 3년 시군별/학교별 시설비 예산 현황 △기계설비성능점검 예산 편성 내역 (교육지원청별, 학교별) 등 광범위한 자료를 포함하고 했다.

문제는 A 의원이 요청하는 자료가 본청, 직속기관, 지역교육지원청, 각급학교에 이르기까지 방대하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A 의원이 요청한 그 많은 자료를 짧은 시간에 어떻게 검토하는지, 또 자료를 어떻게 폐기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경북도의회는 공식적으로 개별 의원의 문서파쇄는 지원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경북교육청의 경우 국회 국정감사와 경북도의회 행정 사무감사, 교육부 감사, 감사원 감사까지 짧은 시차를 두고 이어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는 하소연이 나오는 부분이다.

또 최근 자신의 아이가 ‘왕의 DNA’를 가졌다고 언급하며 자녀의 담임교사에게 ‘갑질’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교육부 사무관까지 나타나는 등 교육 현장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A 의원은 자녀 2명이 초등학교 학생이다. 경북교육청이 지원청 내지 학교에 직접 예산을 배정하기 때문에 교육위원인 A 의원의 ‘이해충돌’도 논란이다.

의회가 안건심의나 행정사무감사 등의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 관련 자료에 대한 수집과 분석이 바탕이 돼야 한다. 그래서 자료 제출 요구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과도한 정보 요구에 대해서는 개인정보‧업무상 비밀 등 다른 법익과의 조화를 위해 경북도의회도 ‘국회법 등 관계 법률에서 국회 본회의, 위원회 등의 의결이나 위원회에서 일정 비율 이상의 위원의 요구로 국가기관 등에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것처럼’ 해당 조례의 제(개)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주민 B 씨(포항. 직장인. 39. 여)는 “일부 학부모의 시간과 장소를 넘어선 민원과 지방의원의 과도한 자료 제출 요구 중 어느 쪽이 교원의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주요 주체일까”라며 “가방 크다고 공부 잘하는 것은 아니다. 도민의 대변자인 도의원은 감정이나 다른 목적의 수단이 아닌 건전하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집행부를 견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의 경북교육청 (교직)관계자는 “교사들이 행정 업무를 처리함에 미숙함이 있어 의원님들의 신뢰를 받지 못한 교직원들의 책임도 크다”며 “의원님들의 추가 자료 요청을 줄일 수 있도록 업무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A 의원은 본지 기자가 전화와 문자로 자료 요청(비공식 포함) 건수와 불용 자료에 대한 처리 방법 확인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한편, 경북교육청 소속 교직원(공립학교) 중 지난해 명예퇴직 신청자는 437명으로 2021년 403명 보다 소폭 증가 했지만 올해는 상반기(8월 말 기준)에만 전년도 명퇴자 수인 437명이 경북교육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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