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교육 경쟁력 제고 이어 사교육 경감 대책도 발표
수능 ‘킬러 문항’ 분석하며 예시까지 보여주고 나선 교육부
정부 ‘교육 정책’ 두고 연일 싸우는 여야, 오늘도 충돌음
이주호 “반드시 개혁할 것, 사교육 악순환 확실히 끊어 낼 것”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사교육비 경감 대책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사교육비 경감 대책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정부가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학교 교육 밖의 킬러 문항들을 배제할 방침임을 밝히면서 학교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 경감을 위한 행보에 시동을 걸고 나선 가운데 여야의 정치권에서는 연일 정부의 교육 방침을 두고 옥신각신하며 대립하는 모습을 보였다.

◆ 공교육 정상화 시동 건 윤석열 정부, 사교육 시장 카르텔 손질 나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 출제는 불공정한 것’이라고 규정하면서 수능 출제 문제 중 초고난도 문제인 킬러 문항에 대해 사교육 이권 카르텔 문제를 제기하며 엄정 대응을 주문하고 나선 가운데 교육부는 지난 21일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 발표에 이어 26일에는 <사교육 경감 대책>을 내놓고 나섰다.

게다가 교육부는 다음 달 6일까지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를 운영하여 접수된 사례들을 근거로 하여 공정거래위원회와 함께 주요 입시학원의 부당 광고 실태까지 점검하여 사실상 학교 공교육의 정상화와 과도한 사교육 시장의 만연된 문제점들을 깨부수려는 의도임을 보여주고 나섰다.

특히 교육부는 전날 사교육 경감 대책과 함께 수능 킬러 문항에 대한 예도 제시했는데, 480개 문항 중 총 22개가 부적절한 킬러 문항이라고 지적했고, 과목별로는 ▲국어 7개 ▲수학 9개 ▲영어 6개였고, 연도별로는 ▲2021학년도 수능 1개 ▲2022학년도 수능 7개 ▲2023학년도 수능 7개 ▲2024학년도 6월 모의평가 7개라고 밝혔다. 다만 교육부는 이번 킬러 문항 점검은 국·영·수 과목을 대상으로 한 검토 결과이고, 사회탐구와 과학탐구 영역에서도 킬러 문항이 존재한다고 시사했다.

또한 교육부는 사교육비 경감을 위한 방책으로 EBS 교육방송의 활용도를 높이려는 계획을 꾀하고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내일 EBS 본사를 방문해 EBS 수능 강의 제작 현장을 살펴보고 EBS 수능 국어 과목의 일타 강사로 알려진 윤혜정씨를 비롯한 강사진들과 EBS 수능 강의를 활용해 대학에 입학한 사례인 이현우 군을 만나 간담회를 가지면서 학생들이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을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알렸다.

◆ 정치권 공세에 진땀 빼는 교육부 수장, 이주호 “반드시 교육개혁 실행할 것”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여 여야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여 여야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이주호 부총리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교육부는 EBS 수준별 학습 콘텐츠 확대, 중학 프리미엄 무료 전환 등을 통해 학생들이 사교육 없이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으며, 앞서 전날 발표한 브리핑에서도 이 부총리는 “지나치게 전문가와 공급자인 출제 당국 입장에서 학생과 학부모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고 킬러 문항이 출제된 것에 대해서 깊은 반성의 말씀을 드린다. 이번 반성의 계기로 이러한 킬러 문항 출제와 그로 인한 사교육, 학생과 학부모의 과도한 경제 부담이라는 악순환을 확실히 끊어 내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정부의 정책 방향과는 다르게 여야의 정치권에서는 ‘킬러 문항’을 고리로 하여 정쟁으로 비화되면서 오늘도 여야는 충돌하며 공방을 벌였는데,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이 부총리는 킬러 문항 배제 방침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선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지난 6월에 진행된 고3 대상 모의고사는) 난이도가 아닌, 공정성의 문제였다. 킬러 문항을 배제한 노력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며 “윤 대통령도 의지를 갖고 킬러문항 배제를 지시하고 저도 지시했는데, 아이들 입장에서 너무 어처구니 없는 문항이 나와 너무나 큰 책임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이 부총리는 교육부 대입 담당 국장을 교체한 배경에 대해서도 “해당 국장에 대한 인사 조치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한 것이 아니다”며 “담당 국장이 ‘공정 수능’이라는 취지를 6월 모의평가에서 실현하지 못해 제가 판단해서 내린 인사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더욱이 그는 ‘킬러 문항’에 대해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이며, 사교육에서 문제풀이 기술을 익히고 반복적으로 훈련한 학생들에게만 유리한 문항일 뿐”이라고 잘라 말하면서 “수능을 150일 남겨두고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굉장히 송구스럽게 생각하지만 (고3 학생 등 수험생들의) 불안감을 최소화해 드리면서 반드시 개혁을 실행해 내겠다”고 그 포부를 밝혔다.

◆ 국회 교육위에서도 ‘킬러 문항 배제 방침’ 두고 여야 난타전 벌여

국회 교육위원회의 여당 간사인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좌)과 야당 간사인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우). 시사포커스DB
국회 교육위원회의 여당 간사인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좌)과 야당 간사인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우). 시사포커스DB

그러나 민주당 측에서는 수능 킬러 문항 배제 방침 지시가 내려진 배경에 대해 날을 세우면서 정치 공세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역력해 보였는데, 강득구 의원은 “수능을 5개월 앞둔 시점에서 대통령이 수능 메시지를 직접 낸 게 적절했느냐”고 따져 물었으며, 유기홍 의원도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에 킬러 문항 이야기는 전혀 없었는데, 3월에 대통령이 도대체 언제, 어디서, 어떤 형식으로 어떤 지시를 내렸던 것이냐”고 쏘아붙였다.

교육위 야당 간사인 김영호 의원은 “예측 가능해야 할 수능을 5개월 남짓 남긴 시기에 대통령이 느닷없이 (킬러문항 배제를) 발언하고 장관이 여과 없이 브리핑을 통해 밝혀 파장이 커진 것”이라며 “국민들은 대통령이 (수능) 출제 지침을 지시했다고 받아들인다. 고등교육법상 4년 예고제가 무시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측에서는 정부의 킬러문항 배제 방침에 대해 공교육 강화와 사교육비 경감 대책이라는 점을 피력하면서 정부를 적극 두둔하며 방어전을 펼쳤는데, 김병욱 의원은 “대학입시제도에 뭔가 큰 변화를 주겠다는 게 아니라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문제를 풀도록 강요하고 사교육을 조장하는 구조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정치권이 존재하지 않는 혼란을 생성하거나 미미한 것을 침소봉대해서 증폭시키는 것이야말로 비교육적인 태도인 것”이라고 맞대응에 나섰으며 정경희 의원도 “킬러 문항은 학생들을 사교육 시장으로 끌어내서 고가의 사교육비를 지불하게 만들고 결국 학부모의 등골을 휘게 만든다. 또 킬러 문항이 없으면 변별력이 사라진다는 건 사교육 이권 카르텔이 만들어낸 궤변에 불과한 것이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여당 간사인 이태규 의원도 “2018년도 문재인 정부 평가원장이 불수능, 킬러문항에 대해 사과했던 것 기억하느냐”고 쏘아붙이면서 “불공정 수능은 과도한 사교육비가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으며, 서병수 의원도 “문재인 정부가 집권한 5년 동안 사교육비가 50.9% 폭등했다”며 “이는 사교육을 방치 하고 공교육을 죽인 결과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 尹 정부 교육 정책이 못마땅한 野, 박광온 “학생·학부모 허탈하게 만들어”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좌)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인 강득구 민주당 의원이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수능 발언 관련한 교육주체 온라인 자체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우). 사진 / 시사포커스DB(좌), 이훈 기자(우)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좌)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인 강득구 민주당 의원이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수능 발언 관련한 교육주체 온라인 자체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우). 사진 / 시사포커스DB(좌), 이훈 기자(우)

뿐만 아니라 이날 교육위가 열리기 전에도 여야는 ‘킬러문항 배제’를 두고서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는데,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정부가 발표한 사교육비 경감 대책은 학생들과 학부모를 허탈하게 했다. 최근 학부모와 학생 불신과 불안, 불확실성을 조금도 없애지 못했다”면서 “정부는 킬러문항에만 집착해 새로운 수능의 출제 방향을 명확 제시하지 못했고, 사교육비 대책의 본질에서 벗어난 내용의 나열에 그쳤다”고 혹평했다.

이어 박 원내대표는 “킬러문항은 그동안 사교육비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됐고 개선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으나 정부는 얼마 전까지 킬러문항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우리 당의 강민정 의원이 제출한 킬러문항 방지법을 강하게 반대했지 않았느냐”면서 “그런데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단 열흘 만에 대책을 만들어 30년 된 수능 시험의 난이도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나섰던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또한 같은당 안민석 의원도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하여 “수능을 5개월 앞둔 시점에서 대통령이 폭탄을 던진 것”이라고 몰아붙였으며, 윤 대통령의 사교육 이권 카르텔 지적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헛발질한 것인데, 정부가 이것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희생양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공격했다.

◆ 정부에 힘 싣는 與, 윤재옥 “그대로 두면 부자 특권 인정하는 불공정 교육돼”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7일 국회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7일 국회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반대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의 킬러 문항 배제 방침에 대해 “교육부가 수능 킬러문항 22개를 예시로 공개했는데 문제의 난도에 모두가 혀를 내두르고 있다. 어떻게 사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이 이런 문제를 푸느냐, 대학 석·박사를 한 사람도 못 풀겠다는 말씀도 많이 한다”며 “학생들 사이에서 난도에 대한 걱정이 나오기는 하지만, 킬러 문항의 부담에서 벗어났다는 것에 대해 안도하는 분위기다”라고 호평했다.

이어 윤 원내대표는 “실제 현장 상황을 보면 혼란을 부추기고 있는 것은 더불어민주당과 사교육 카르텔이고, 정부의 방침에 혼란을 느끼고 분노하는 사람들은 킬러 문항으로 부당이득을 축적해 온 사교육 카르텔인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사교육을 비싸게 받은 학생이 유리한 시스템을 그대로 두는 것은 부자의 특권을 인정하는 불공정 교육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민주당을 겨냥해 “킬러 문항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민주당이 방향을 바꿔 4년 예고제를 문제 삼는 것도 참으로 궁색해 보인다. 그리고 고등교육법상 4년 전 공표 원칙은 수능 과목·평가방법·출제형식 등에 관한 것으로 킬러 문항 핀셋 제거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라고 반론을 펼치면서 “민주당은 수능을 앞둔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을 그만 부채질하고, 정부의 방침에 이견이 있다면 구체적이고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같은당 강민국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연 26조원에 달하는 사교육비로 물든 시스템에 교육이 병들어가고 있는데도, 사교육 문제는 그동안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는 성역처럼 여겨져 왔던 것이 현실”이라면서 “모든 시험에서 최소한의 변별력은 필요하지만 학교 공부만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를 내고, 이 때문에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아야 하는 시스템을 그대로 둔다면 그것은 특권을 인정하는 것이고, 불공정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힘을 보탰다.

더 나아가 강 수석대변인은 “그렇기에 ‘공교육에서 가르치지 않는 킬러 문항을 수능에서 빼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은 비이상적인 사교육 시스템에서 고통받는 학생들과 학부모, 대한민국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인 것”이라며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지난 정권에서 걷어차 버린 공정의 사다리를 되찾고, 누구나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는 공교육의 정상화를 실현해 나갈 것이다”고 피력했다.

◆ ‘진보 교육감’ 조희연 “킬러문항 출제 부작용 심각, 여야 다툼 말아야 해”

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감 / ⓒ시사포커스DB
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감 / ⓒ시사포커스DB

한편 여야가 ‘수능 킬러 문항 배제 방침’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진보 성향의 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감은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사교육 문제 해결 없이 저출생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은 명백하다”면서 “현재의 여당과 최근까지 여당이었던 현 야당, 그리고 저를 포함한 어른 세대 전체가 책임을 지고 있는 사안인 것”이라며 여야 구분 없는 적극적인 논의를 촉구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조 교육감은 “교육적 타당도에 대한 고려 없이 변별도만 고려한 킬러문항 출제는 부작용이 심각하다. 이 같은 부작용은 여당과 야당, 그리고 교육계 전체가 공감하고 있다”며 “대학 입시 준비는 공교육만으로 충분해야 한다는 것은 다툼의 여지가 없는 교육개혁의 최소 합의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더해 그는 ‘킬러 문항’에 대해 “이미 교육단체에서 이에 대한 주장을 해왔고 야당에서도 입법안을 제출한 바 있다”며 “수능 주관 기관의 실무 일정을 고려하면 논의를 위한 최소한의 시간도 없는 상황이다. 교육부 장관, 여야 정당, 시·도교육감 협의회 등이 머리를 맞대고 역지사지의 자세로 토론하는 자리가 필요하다. 킬러 문항에 대한 개념규정을 포함해 열린 토론과 합의를 거쳐 입법화에 이르게끔 하자는 제안을 드린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조 교육감은 “더구나 지금은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등장해 거대한 변화를 예고하는 때”라면서 “새로운 평가는 학생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도록 촉진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수능 개혁 논의는 몇몇 킬러 문항 파동에 그쳐서는 안 되며, 이 같은 전제 위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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