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 발표...26일 사교육 경감 대책 예고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 다양성 위해 자사고·특목고는 존치
이주호 “학원 가서 문제풀이 기술 익혀야만 푸는 킬러 문항 배제할 것”
킬러 문항 배제 등 교육 정책 방침에 野 “아마추어” vs 與 “발목 잡기”
EBS국어 윤혜정 강사, 수험생 격려 나서 “기본과 개념은 달라지지 않아”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학교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 출제는 불공정한 것’이라고 규정하며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킬러 문항’을 배제하고 공교육 범위 내에서 변별성을 가를 수 있는 문제로 출제할 것을 지시한 데 이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1일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해 사실상 정부가 공교육 정상화에 시동을 걸며 학교 교육의 역량 확대 주력 방침을 세운 모습을 보였다.

◆ 공교육 경쟁력 강화방안 발표, 고교학점제 시행 및 특목고 존치 예고

이주호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공교육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골라 들을 수 있게 하는 ‘고교학점제’를 올해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인 2025년부터 예정대로 전면 시행하겠다고 밝혔으며, 기존에 고교학점제 시행 선결 조건으로 거론됐던 고1 공통과목 내신을 절대평가(A·B·C·D·E 성취평가제)로 전환하지 않고 상대평가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즉, 대입 전형을 위한 내신과 관련해 고1 학년은 성취평가와 9등급 상대평가가 함께 실시하며 2~3학년은 절대평가로만 시행한다는 얘기이다.

교육부는 학교별·지역별로 개설과목의 편차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현재 4개인 공립 온라인 학교를 2025년까지 17개로 확대할 계획임을 전했으며, 지역별로도 고교학점제 지원센터를 설치해 고교와 대학·기업 협력 강화를 통해 프로젝트 등 참여형 학습 수업을 늘릴 예정이며 객관식 위주 시험보다는 논·서술형 평가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당국은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학생들의 기초학력이 하락했다고 진단하면서 학업 성취도를 높이는 방안도 내놓기도 했는데, 초3학년과 중1학년을 ‘책임 교육 학년’으로 지정하고 학업 성취도 진단 결과에 따라 학습지원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교육부는 문재인 정부가 일반고로 전화하기로 했던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는 존치하고, 시·도 교육청이 지역별·학교별 여건에 따라 자율적으로 학교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자율형 공립고 2.0’도 추진된다고 알렸다.

또한 당국은 사교육의 이권 카르텔을 막고 허위·과장 광고 등의 학원 부조리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으로 오는 22일부터 2주간 집중신고 기간을 운영하여 신고된 사안에 대해 엄정 대응에 나설 거라고 표명했으며, 오는 26일에는 수능과 관련한 내용을 포함한 사교육비 경감 대책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 이주호 “사교육 부담 낮출 것”...특목고 존치 방침에 우려 목소리도 솔솔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모습 / ⓒ대통령실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모습 / ⓒ대통령실

특히 이주호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수능 시험과 관련해 “공정한 수능은 쉬운 수능, 어려운 수능이 아니라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문제는 배제하면서 적정 난이도로 시험의 변별도는 갖춘 수능”이라면서 “학원에 가서 문제풀이 기술을 익혀야만 하는 소위 킬러 문항은 배제하면서도 성실한 학생들은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장관은 공교육 경쟁력 강화 방침에 대해서도 “학생 한 명, 한 명이 각자의 소질과 적성에 따라 건강한 미래 사회의 주역으로 성장해 나아갈 수 있도록 공교육을 근본적으로 혁신해 나갈 것”이라면서 “공교육의 혁신을 통해 사교육 수요를 공교육 내에서 흡수함으로써 사교육을 줄여나가겠다.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을 수능 출제에서 배제하여 우리 아이들이 학원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학부모들이 사교육 부담에서 벗어나도록 공정한 수능을 꼭 만들겠다”고 피력했다.

다만 교육부가 공교육의 강화 방침을 말하면서도 자사고·외고·국제고는 존치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여 교육 현장의 혼란은 계속되는 분위기였는데, 다시 말해 자사고·외고·국제고 존치는 사실상 공교육의 다양화가 아닌 학교의 서열화 정책이기에 오히려 사교육비 경감대책과는 동떨어져 보인다는 지적이 교원단체들로부터 쏟아져 나왔다. 즉,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을 없애겠다는 데에서 출발한 ‘킬러 문항’ 배제 조치와 자사고·특목고 존치 정책은 상반된 정책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는 얘기인 것이다.

더군다나 고2~3학년은 전면 절대평가로 실시되기 때문에 자사고·특목고의 내신 부담이 완화되어 오히려 자사고·특목고의 쏠림 현상이 이어질 수 있고, 이로 인해 자사고·특목고를 보내기 위해 사교육비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일각에서 흘러나왔다.

그러나 이 장관은 “자사고와 외국어고, 국제고를 존치는 공교육 내에서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존치로 인해서 새로운 사교육 요인이 더 유발되지 않도록 하겠다. 사교육을 줄이고 공교육의 다양성, 자율성 확보라는 두 가치를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킬러 문항 두고 여야 극한 대립, 민주당 “대혼란” vs 국힘 “이재명 공약”

이재명 민주당 대표(좌),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재명 민주당 대표(좌),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한편 오늘도 정치권에서는 올해 수능시험이 5개월 여를 남겨둔 상황에서 초고난도의 문제인 ‘킬러 문항’ 배제 방침을 두고 여야는 충돌했는데,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국회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의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제는 수능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발언 자체는 크게 잘못되거나 틀린 말이 아니다”면서도 “수능이 수험생만이 아니라 온 국민이 민감해하는 시험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인데, 지난 15일 열린 국무회의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내뱉은 수능 발언으로 수험생과 학부모를 비롯한 온 국민들이 극도의 불안과 혼란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 교육위 의원들은 “수능을 불과 5개월 앞둔 시점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수능 문제 출제에 대한 사실상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고, 교육부는 그런 대통령의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며 단 하루 만에 담당 국장 경질,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감사까지 하겠다고 하니 국민들로서는 불안과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며 “교육을 모르는 대통령이 교육의 구체적 문제에 개입하면 빚어지는 참혹한 결과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국회 본회의에서도 수능 ‘킬러 문항 배제’ 방침으로 충돌은 이어졌는데, 서동용 민주당 의원은 “수능을 불과 5개월 앞두고 대통령의 수능 출제 난이도 발언으로 교육 현장은 대혼란에 휩싸였다”며 “아마추어 정부가 또 사고를 쳤다. 윤 대통령의 단순한 말 한마디에 수험생과 학부모의 고통이 크다”고 비난했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도 맞불 대응에 나섰는데, 교육위 여당 간사인 이태규 의원은 국회 본회의 자유발언을 통해 “윤 대통령의 발언은 공교육의 경쟁력을 높여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절감을 함께 해결해 보자는 취지인데 이를 왜곡해 대통령이 수능 150일을 앞두고 혼선을 초래했다는 등 거짓 선동으로 학부모와 학생들을 불안하게 만들어 자신들의 경제 사회적 이익 구조를 지키려는 세력이 있다”면서 “여의도발 괴담과 선동이 드디어 우리 아들·딸들의 수능 문제까지 파고들고 있다”고 대립각을 세웠다.

더욱이 이태규 의원은 길러 문항 배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선공약이었다는 점을 피력하면서 “그렇다면 민주당은 대통령의 발언에 쌍수를 들고 환영해야 정상인데 지금 보이는 민주당의 태도와 주장은 어쩌면 그렇게 이율배반적일 수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또한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민주당을 향해 “이재명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수능에서 사교육 의존도가 높은 초고난도 문항을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해놓고도 윤석열 정부가 이를 추진한다고 하니 ‘묻지마 반대’를 하며 또다시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쏘아붙이면서 “민주당은 발목잡기를 멈추고 ‘사교육 이권 카르텔’ 혁파에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 싸움만 하는 정치권, 수험생 격려 나선 EBS 강사에 눈길 “달라질 건 없어”

EBS 국어 일타 강사로 널리 알려져 있는 현직 국어교사 윤혜정씨. 사진 / ⓒ윤혜정씨 인스타그램
EBS 국어 일타 강사로 널리 알려져 있는 현직 국어교사 윤혜정씨. 사진 / ⓒ윤혜정씨 인스타그램

이렇듯 민주당에서 ‘킬러 문항 배제’ 방침을 고리로 정부 비판에 앞장서면서 여야의 정치권은 정부의 교육 정책을 두고 연일 충돌하는 모습만을 보여주고 있는 반면, 또 다른 한편으로는 EBS국어 일타 강사로 알려져 있는 윤혜정 강사가 지난 19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이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행보와 대조를 이뤘다.

윤혜정 강사는 오히려 수험생들을 향해 “(킬러 문항이 배제된다고 하더라도) 기본과 개념은 달라지지 않는다”면서 “EBS에서 강의를 시작한 2007년부터, 특히 EBS 연계가 시작된 2010년부터 항상 강조해온 건 수능 정책이 어떻게 달라지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기본이 탄탄한 국어 공부를 그냥 하면 된다는 것”이라고 격려에 나선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면서 윤 강사는 “달라진다고 해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연계에 무작정 기대는 공부가 아니라 제대로 된 올바른 국어 공부를 하면서 연계는 덤으로 활용하면 되는 거다. 연계 정책을 올바르게, 그리고 똑똑하게 활용하면 된다. 달라지지 않는 걸 공부하라”며 “흔들릴 시간도 없다. 이제 150일 남았다. (난 너희들에게) 흔들릴 필요 없는 공부법을 가르쳤다. (그러니 너희는) 그냥 하던 대로 하면 된다”고 수험생들을 응원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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