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대사에 판 깔아준 이재명 책임론 더 거세지는 분위기
中대사로 더 악화된 한중관계 두고 여야 대립 공방 이어져
발언 논란 속 방중 행보 떠난 민주당 향해 국민의힘 총공세
김기현 “국격과 국민들의 자존심도 잘 지켜주기를 바라”
조태용 “계획된 한·중·일 정상회의, 올해 중 열리기를 기대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8일 저녁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중국대사 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관저를 둘러보고 있는 모습. 사진 /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8일 저녁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중국대사 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관저를 둘러보고 있는 모습. 사진 / ⓒ뉴시스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지난 8일 가진 만찬 회동에서 한국 정부를 겨냥해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고 압박하는 발언을 하여 내정 간섭 논란이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소속 의원 5인이 지난 12일 중국 방문을 위해 몰래 떠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야의 대립이 극한으로 치닫는 양상을 보였다.

◆ 민주당, 지난 12일 中 초대 받아 ‘방중 행보’ 떠난 것으로 알려져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 소속의 김태년·고용진·홍익표·홍기원·홍성국 의원이 지난 12일 중국 외교부의 초청을 받고 4박5일 일정으로 떠나 오는 16일까지 중국에 머물 예정인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민주당에 따르면 이들은 방중 취지에 대해 코로나19 해제 이후의 중국 현지 상황을 살펴 한국 기업의 경제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는데, 이들 방중단은 중국에 있는 국내 기업들과의 간담회를 시작으로 하여 ▲전인대 외사위원회 ▲중국국제무역촉진회 ▲중국 외교부 ▲국제문제연구원 ▲칭화대 전략안전연구센터 등 여러 방문 일정을 소화하고 돌아올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측은 방중단이 중국 내 한국기업의 불공정 차별대우 해소와 중국 단체관광 활성화를 위한 방한 규제 완화 등 우리 경제계의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이와 함께 중국 내부 분위기도 살펴보고 올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필요하다면 귀국 후에 기자간담회 개최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싱하이밍 대사가 한국 정부에 대한 무례한 발언으로 국격을 훼손시켜 중국 정부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 속에서 민주당이 방중 행보까지 떠나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는 분위기였는데, 민주당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오래전부터 경제 싱크탱크 중심으로 방문 일정을 구성했다”며 “두 달 전부터 추진해 온 일정”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앞서 싱 대사의 발언에 대해 한국 정부는 중국 정부에게 공식 사과를 요구하며 중국대사의 무례한 발언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해 달라고 항의했는데,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3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싱 대사가 한국의 각계각층 인사들과 광범위하게 접촉하고 교류하는 것은 그 직무”라고 선을 그으면서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혀 한중 양국 정부 간의 신경전으로 이어졌다.

◆ 방중 행보 시기 적절성 논란 도마위, 국힘 “野, 성난 민심 안 보이나”

방중 행보를 떠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좌)과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우). 시사포커스DB
방중 행보를 떠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좌)과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우). 시사포커스DB

그래서인지 민주당의 방중 행보와 관련해 시기의 적절성을 놓고 여권에서는 민주당을 향해 비판을 쏟아냈는데, 게다가 그다지 좋지 못했던 한중 관계 속에서 이 대표가 중국대사를 만나 한국 정부를 비판할 수 있는 장을 열어줬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상황 속에서 방중 행보를 떠난 터라 당분간 파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일각은 관측했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이날 민주당 의원들의 방중 행보에 대해 ‘친중 사대 행보’라고 규정하면서 비판을 쏟아냈는데,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오늘 논평을 통해 “오늘 언론보도를 통해 민주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 소속 의원 5명이 중국을 극비리에 방문 중인 것이 알려졌다”며 “민주당은 단순한 의원 외교일 뿐이라며 방문 취지를 축소했지만, 이는 명백한 국격 훼손 행위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을 향해 “우리 국민은 싱 대사의 태도와 이 대표의 처신에 분노했는데, 민주당은 이런 성난 민심이 보이지 않는 것이냐”고 따져 물으면서 “중국의 심기를 살피기 위해 ‘조공, 알현’ 외교를 자처하는 민주당의 모습을 보며 대체 어느 나라 정당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전 원내대변인은 “대한민국은 결코 작은 나라가 아니다. G8의 반열에 올랐고, 경제력 세계 8위, 군사력 세계 6위의 강대국이다”고 외치면서 “민주당은 ‘중국은 높은 산봉우리이고 우리는 작은 나라’라 칭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대주의, 패배주의 의식에서 이제 벗어나길 바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아울러 김민수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끊임없이 국격을 떨어트리려 하는 민주당은 대체 어느 나라 정당인가”라고 쏘아붙이면서 “대한민국의 핵심 가치와 이익을 지켜야 할 공당이 자신들의 지지층 결집을 위해서 무조건적인 정부 비난과 함께 외교 영역까지 이용하려다 중국에 역이용만 당하는 꼴이다. 외세를 끌어들여 국내 정치에 이용하는 것은 ‘외환의 죄’를 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하며 민주당의 방중에 대해 한중 관계의 리스크가 더한 것이라고 부정평가를 내렸다.

더욱이 신주호 상근부대변인도 민주당의 방중 행보에 대해 “일정을 취소해도 모자란 상황에서 중국을 방문하는 것은 민주당이 싱하이밍 대사의 입장과 사실상 궤를 같이 하겠다는 것일 뿐”이라며 “가히 을사 5적에 버금가는 ‘계묘 5적’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다”고 비난했다.

또한 윤재옥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중국 방문 일정은 우선 시기적으로 좀 적절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고, 유상범 수석대변인도 “이 대표가 친중국 태도를 보이는 상황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중국대사의 베팅 발언에 대한) 논란에 전혀 부담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 계속 이어지는 싱 대사 ‘베팅 발언’ 논란...이재명 책임론도 더 커져

이재명 민주당 대표(좌),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재명 민주당 대표(좌),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반면 김기현 대표는 이날 광주 기아자동차 공장 방문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의원 외교 활동은 활발히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단순히 중국 방문 갖고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다. 민주당 의원들이 방문 과정에서 대한민국 국격을 잘 지켜주기를 바라고, 국민들의 자존심도 잘 지켜주시기를 바란다”고 입장을 표명하면서도 “혹시나 또 거기 가서 공식적으로 수행하는 분들에게 폭행이 가해지는 사태 때문에 눈살 찌푸리는 일이 없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더군다나 김 대표는 이날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중국 대사에게 찾아가 굽신거리며 국익 훼손의 멍석을 깔아준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 이제는 광우병 괴담의 선동 전문 시위꾼들과 손잡고 국민을 상대로 또 비과학적 괴담을 조성하고 있다”면서 “대한민국 발목잡기에 급급한 ‘더불어 민폐당’의 편협함은 하루빨리 척결해야 할 적폐인 것”이라고 맹폭해 사실상 민주당의 행보에 대해 못마땅하게 바라보고 있음을 짐작케 했다.

무엇보다 싱 대사의 ‘베팅 발언’ 논란으로 인해 중국에 대한 국민적 반중 정서도 다시 들끓기 시작하는 모습이었는데, 윤희숙 전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하여 “야당 대표가 국장급 중국 대사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그걸 받아 적는 모습을 통해 국민들은 마음을 굉장히 다쳤다. 지금 국민들이 굉장히 화가 나 있다”고 상황을 알리면서 앞으로의 한중 관계의 변수는 “우리 국민들의 마음”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윤 전 의원은 “이것을 우리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주면, 앞으로 한·중 관계가 어떻게 건강해질 것이라는 것을 기대하겠느냐”며 “(일단 싱 대사는) 추방은 아니더라도 중국이 데리고 나가는 게 맞다. 그리고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에 대해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더 나아가 그는 “세상에 어떤 대사가 주재국 국민들에게 협박을 하나. 전 세계 어떤 경우를 봐도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라고 분노하면서 “국민들이 이런 날것의 협박을 듣게 자리를 깔아준 이재명 대표 역시 큰 잘못을 했다”고 힐난했다.

특히 민주당의 방중 행보로 인해 이 대표를 향한 책임론이 거세지는 양상을 보였는데, 조경태 의원도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하여 “중국이 한국을 주권 국가로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혹시 하대 외교를 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싱 대사의 발언은) 중국이 구한말 시대 때 철저하게 내정간섭을 했던 연장선에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판을 깔아준 이 대표의 그런 정치 행위는 상당히 부적절한 처신을 한 것이다. 우리나라를 얕잡아보고 업신여기는 대사를 왜 만나서 그 판을 깔아줬는지 석고대죄하는 마음으로 입장표명을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 오히려 큰소리치는 민주당, 장경태 “尹, 李에 열등감 표출돼” 주장하기도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이 과거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사진 / 김기범 기자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이 과거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사진 / 김기범 기자

반면 민주당에서는 오히려 큰소리치며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고 나섰고, 급기야 윤석열 대통령이 비공개석상에서 싱 대사의 발언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을 두고 이 대표에 대한 열등감 때문이라고 해석하여 눈길을 끌었는데, 실제로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하여 “아무래도 대통령께서 외교를 잘하고 싶으실 텐데, 오히려 이재명 대표가 더 외교를 잘하는 것으로 지금 보여진다. 그래서 윤 대통령이 아마 거기에 대한 열등감이 표출된 것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장경태 최고위원은 “특히나 지금 한중 간의 관계가 매우 경색되고 있고 한중 간에 여러 무역 규모로 보나 경제적 여러 협력 관계로 보나 매우 중요한 국가는 분명하기에 국민의힘에서도 그건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그러면 자꾸 이 대한민국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는데 나락으로 빠지는 것을 계속 방관하고 방치해야 되는 것인지, 그리고 본인들이 더 해야 할 역할을 민주당이 해야 되는지에 대해 좀 더 양심적인 고민을 하셨으면 좋겠다”고 반박해 눈길을 끌었다.

◆ 싱 대사 발언 논란에 올해 계획된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에 영향 미칠까?

조태용 신임 국가안보실장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 / ⓒ뉴시스
조태용 신임 국가안보실장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 / ⓒ뉴시스

한편 싱 대사의 발언으로 인해 여야가 극한 대립 구도에 놓여 싸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 참석차 일본으로 향하는 출국길에 기자들과 만나 한중 관계에 대해 “상호존중과 공동이익을 두 가지 핵심 키워드를 중심에 놓고 한중 간 관계를 건강하게 발전시키자는 것이 윤석열 정부의 변함 없는 입장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조 실장은 싱 대사의 ‘베팅 발언’ 논란에 대해 “저는 외교 안보를 총괄적으로 조정해 나가는 자리를 맡고 있는 입장에서 주한 중국대사에 대한 이러쿵저러쿵하는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 얘기하는 거 자체가 우리나라의 당당함과 국격에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한중 관계의 건강한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고, 역행하는 그런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여 사실상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다만 싱 대사의 발언 논란이 올해 말로 예정됐던 한·중·일 정상회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 조 실장은 “한·중·일 정상회의는 정상 차원에서 한·중·일이 필요해서 만든 것이다”며 “공동의 이익이 되기 때문에 중국과 일본이 우리의 요청에 호응해서 올해 중에 열릴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부연해 앞으로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해 양국 정부가 어떤 해결책을 도출해 낼지 그 과정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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