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싱하이밍 대사 초치해 엄중 경고…與, 싱 대사와 회동한 민주당 맹폭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좌),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중),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좌),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중),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가진 만찬 회동 자리에서 “미국이 승리할 것이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고 베팅하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판단이고 단언할 수 있는 것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 발언해 정치권에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 中 대사, 이재명과 회동서 발언 논란…당정 “내정간섭하나” 격앙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가 지난 8일 이 대표 만찬회동에서 작심한 듯 A4 5장 분량의 원고를 꺼내 15분 동안 윤석열 정부의 외교정책은 물론 경제 상황을 비롯해 한반도 문제 등 사안마다 비판하는 발언을 쏟아내자 9일 정부여당이 싱 대사에 대해서는 물론 이를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던 이 대표와 유튜브로 생중계한 민주당을 겨냥해 한 목소리로 성토했다.

당시 싱 대사는 “중국 정부는 중한 관계를 발전시키려 하는데 현재 어려움에 부딪혔고 그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다”며 사실상 한미일 동맹 강화를 강조해온 윤 정부를 겨냥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처리할 때 외부 요소의 방해에서 벗어나줬으면 고맙겠다.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 속에 일각에선 미국이 승리할 것이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란 베팅을 하는 것 같은데 이는 잘못된 판단이고 역사의 흐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이들은 아마 반드시 후회(한다)”고 발언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서도 싱 대사는 “조속히 쌍중단(북한의 도발과 한미연합훈련의 동시 중단)을 다시 추진하고 정세 완화와 대화 재개를 추진할 것을 호소한다”고 촉구했으며 이 대표가 “중국이 최대 흑자국에서 최대 적자국으로 전환돼 경제가 많은 곤란에 봉착했다”고 한국의 대중 무역 적자 상황을 거론하자 싱 대사는 “탈중국화 추진을 시도한 게 주요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이 대중국 협력에 대한 믿음을 굳건히 하고 중국시장과 산업구조 변화에 순응하며 대중투자 전략을 조성해 중국 경제성장의 보너스를 지속적으로 누릴 수 있길 믿는다”라고 사실상 윤 정부를 직격했다.

반면 싱 대사는 이 대표를 향해선 “중국에선 2, 3회 만나면 친구라는 말이 있는데 친구로 생각한다”며 “민주당은 대중관계를 중시하고 오랜 기간 동안 중국 각계와 우호 교류를 전개해오고 양국이 호혜 협력을 대대적으로 추진해왔다. 이 대표가 계속 중한관계에 관심과 지지를 보내주고 한국사회의 중국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양국 관계의 안정적이고 건전한 발전을 위해 주도적 역할을 당에서 해줬으면 고맙겠다”고 호의적인 자세를 취했다.

아울러 두 사람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를 꼬집어 한 목소리로 공동 대응하자는 데에 공감대를 형성했으며 중국대사관은 이날 회동에서의 싱 대사 발언을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로 배포했고 민주당에선 유튜브를 통해 모두발언을 생중계했는데, 이에 대해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김기현 대표가 9일 전국위원회에서 싱 대사를 겨냥 “명백한 내정간섭일뿐더러 외교적으로 심각한 결례로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입장을 내놨고, 같은 당 신원식 의원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싱 대사가 마치 구한말에 우리나라에 왔던 청나라의 위안스카이처럼 막말을 쏟아냈다. 오만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이 뿐 아니라 박진 외교부 장관 역시 같은 날 오후 싱 대사 발언에 대한 평가를 묻는 기자들의 질의에 “도를 넘었다. 외교 관례라는 게 있고 대사의 역할은 우호를 증진하는 것이지 오해를 확산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으며 조태영 국가안보실장도 같은 날 ‘윤 정부 출범 1주년 외교·안보·통일 분야 평가와 과제’를 주제로 개최한 공동학술회의 기조연설에서 싱 대사 발언을 의식한 듯 “국가 간 관계는 상호존중이 기본이 돼야 한다. 중국과 관계도 다를 바 없고 한국의 신장된 국력에 걸맞게 국민 눈높이에 맞는 당당한 외교로 건강한 한중관계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빈 말이 아니라는 듯 윤 정부에선 경고성 메시지를 내놓는 데 그치지 않고 싱 대사를 초치해 강력 항의했는데, 외교부는 이날 “정호진 외교부 1차관은 싱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우리나라 야당 대표와 만찬에서 외교 관례에 어긋나는 비상식적이고 도발적인 언행을 한 데 대해 엄중 경고하고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며 장 차관은 이 자리에서 ‘우리 국내 정치에 개입하는 내정간섭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고 싱 대사에게 ‘외교사절 본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처신해야 하고 모든 결과는 본인 책임이 될 것’이라고도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 국민의힘, 민주당·이재명도 맹폭…“중국 백댄서·꼭두각시냐” 직격

국민의힘 강민국 수석대변인, 신원식 의원, 송언석 의원, 최재형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국민의힘 강민국 수석대변인, 신원식 의원, 송언석 의원, 최재형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또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번 논란을 고리로 싱 대사 뿐 아니라 이 대표와 민주당에게도 십자포화를 퍼부었는데, 김 대표는 “싱 대사가 준비한 원고를 꺼내 들어 작심한 듯 한국 정부를 비판하는데 이 대표는 짝짜꿍하고 백댄서를 자처했다. 싱 대사의 무례한 발언을 제지하고 항의하기는커녕 도리어 교지를 받들 듯 15분 동안 고분고분 듣고만 있었다”고 꼬집은 데 이어 “민주당 참모들은 싱 대사의 도를 넘는 오만한 발언을 받아 적는 모습까지 보였다. 민주당이 대한민국 정당인지 중국의 꼭두각시인지 의심케 하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김 대표는 “문재인 정권 당시 대중국 굴종 외교를 일관했던 모습을 재방송한 것 같아 참 무겁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민주당과 이 대표는 국민 앞에 정중히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으며 강민국 수석대변인도 ‘중국 사대에 빠진 이 대표, 대한민국 야당 대표 자격 있나’란 논평을 통해 “‘중국은 높은 산봉우리, 대한민국은 낮은 골짜기’라던 문 전 대통령의 사대주의적 중국몽에서 민주당은 5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듯하다. 이 대표와 싱 대사의 회동 장면은 마치 청나라 앞에 굴복했던 삼전도 굴욕마저 떠올리게 할 정도”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강 수석대변인은 “귀를 의심케 하는 (싱 대사의) 발언이 쏟아지는데도 (이 대표는) 제1야당 대표로서 항의는커녕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에 공동 대응책을 강구해봤으면 좋겠다며 정쟁과 선동의 불씨가 꺼질세라 급기야 중국에 손을 내밀기까지 했다. 이런 부끄러운 장면들을 민주당은 당 공식 유튜브로 30분간 생중계까지 했으니 민주당이 대놓고 우리 국민 대상으로 중국 주장을 그대로 전달할 기회를 제공한 셈”이라며 “국민은 지금 이 대표에게 어느 나라 정당의 대표냐고 묻는다. 부끄러운 중국몽에서 깨어나 무엇이 국익을 위한 것인지 생각하고 엄중한 외교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고 역설했다.

이밖에도 같은 당 송언석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는 병풍 노릇을 자처하고 국격을 갉아먹은 데 대해 머리 숙여 사죄해야 할 것이다. 사대주의적 태도의 대가로 중국대사관에서 주는 밥 먹고 속이 빤히 보이는 계산적 환대를 받았겠지만 우리 국민이 받은 모멸감과 자긍심의 상처는 어떻게 회복할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이 대표를 압박했으며 최재형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대변인의 천안함 막말, 김남국 코인 사태에 침묵하다가 겨우 찾아낸 돌파구가 중국 대사 찾아가 국격 떨어뜨리는 것이라니 대책 없는 처사다. 중국 가서 홀로 식사하고 온 문 전 대통령의 대를 잇는 굴욕외교가 민주당의 전통이 돼버린 것 같다”고 꼬집었다.

◆ 민주당 “왜 중국 자극하나…경제 흔들려야 정신 차릴 건가”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 박성준 대변인. 사진 / 시사포커스DB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 박성준 대변인. 사진 / 시사포커스DB

심지어 야권인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를 겨냥 “야당의 정부 견제와 비판은 마땅하지만 그 비판이 국경을 넘어가면 절대 안 된다. 저 같으면 당장 중단하라고 (싱 대사에) 호통 쳤을 것”이라고 쓴 소리를 했는데, 이렇듯 일파만파 논란이 확산되자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비공식 만남 할 때 관저에서 만나는 건데 이걸 (자당이) 유튜브로 생중계한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홍 의원은 “주한미국대사의 경우도 과거 한 대사 같은 경우는 발언이 공개되지 않았을 뿐 굉장히 노골적 발언을 한 적도 있다. 과거 문재인 정부 때 일본 대사도 얼마나 노골적으로 우리 관계에 대해 불편한 얘기 했었나”라고 주장하면서 싱 대사의 발언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싱 대사를 잘 아는데 훈계적으로 얘기할 만한 인품 가진 분이 아니다. 훈계로 들를 이유가 없고 일부가 자꾸 그런 프레임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최근 이런 발언이 나올 정도의 동북아 상황, 한중관계 또 한미관계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훈계다’라는 식의 접근을 해서 상황을 악화시키기보다 우리 국익에 맞게 한중관계를 복원할 수 있는 거냐는 노력을 여야가 지혜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으며 이 대표도 9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수출로 먹고 사는 대한민국이 최대 교역국을 배제한 채 저성장의 늪을 빠져나오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어제 저는 경색된 한중 간 경제협력을 복원해 대중 외교를 살려내고 경제 활로를 찾기 위해 중국 대사를 만나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힘주어 말했다.

특히 이 대표는 정부를 향해 “미·중 갈등 중에도 테슬라, JP모건, 엔비디아와 같은 미국 주요 기업과 유럽 기업들은 줄줄이 중국을 찾고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의 정부 고위 관료들이 중국과 경제·협력을 확대 강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정부도 제대로 들여다봐야 한다”고 촉구했으며 ‘중국이 한국을 작심 비판하는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여당의 비판에 대해선 기자들과 만나 “경제, 안보 문제 등 할 이야기는 충분히 했다”고 응수했다.

이 뿐 아니라 민주당은 이날 박성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역공에 나서기도 했는데, “야당이 경색된 한중관계 해소를 위해 돕겠다는데 ‘위안스카이’, ‘삼전도의 굴욕’ 운운할 수 있나. 대중국 수출 부진에 우리 기업들은 죽을 맛인데 정치적 사안으로 중국을 자극하는 이유가 뭐냐”라며 “수출이 주저앉고 나라 경제가 흔들려야 정신 차릴 생각인가. 이 대표와 싱 대사의 대화를 트집 잡기 전에 중국의 한한령 재현 가능성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지 답하라. 윤 정부는 경제적 피해를 초래하면서까지 왜 중국과 불편한 관계를 자처하는지 이유를 밝히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여당도 지지 않고 이날 황규환 수석부대변인을 통해 “지난 4월에도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변경에 반대한다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원칙을 언급한 윤 대통령의 발언에 중국은 ‘말참견’ 운운하며 무례한 태도를 보였다. ‘중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한다’는 민주당 대변인 논평은 대체 대한민국 정당 논평인지, 중국 공산당 논평인지 헷갈릴 지경”이라며 “한중관계의 중요성을 모르는 이는 없지만 주권국가를 무시하고 국민 자존심을 짓밟는 중국의 안하무인 태도에 굴욕적으로 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민주당은 외교관계를 정쟁에 이용하려고 할 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으로서의 자격이 있는지 생각해보라”고 바로 응수하는 등 정쟁으로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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