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우진산전·다원시스 3개사 철도차량 입찰 담합 적발
폐쇄적인 시장서 현대로템 ‘맏형’ 역할…업계 내 일감 분배

우진산전이 부산지하철 4호선에 공급한 경전철. ⓒ우진산전
우진산전이 부산지하철 4호선에 공급한 경전철. ⓒ우진산전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현대로템 등 3개사가 철도차량 담합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공정위는 이들 업체가 담합으로 인해 총 2조4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집계했다.

공정위는 코레일, 서울교통공사 등 철도운영기관이 발주한 철도차량 구매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예정자를 결정한 현대로템 등 3개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564억원(잠정)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13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5년 이전까지 국내 철도차량 제작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해온 현대로템은 전장품 공급 협력업체였던 우진산전이 2010년 부산지하철 4호선 관련 경전철 차량을 제작·납품하자 우진산전을 잠재적 경쟁상대로 여기기 시작했다.

현대로템은 우진산전과 경쟁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우진산전은 안정적으로 현대로템에 전장품 등을 공급하기 위해 2013년 발주된 ‘김포도시철도 열차운행시스템 일괄 구매설치 입찰’부터 담합을 하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양사는 6건의 철도차량 구매 입찰에서 현대로템이 낙찰받을 수 있도록 우진산전은 응찰하지 않거나 들러리로 참여하며, 그 대가로 입찰 사업 관련 일부 하도급을 받기로 3차례에 걸쳐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이후 2015년부터는 현대로템과 우진산전, 다원시스까지 3사간 입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철도 입찰 수주 단가는 계속 내려갔다.

공정위 관계자는 “제1 공동행위 종료 이후 2017년∼2018년 사이 철도차량 구매 입찰에서 실제로 경쟁이 이루어지며 3사 간의 경쟁이 치열해졌다”며 “2018년 말경부터 국내 철도차량 업계 내에 저가수주를 방지해 수익성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철도차량 제작 능력이 향상된 다원시스를 포함해 2019년 2월 국내 철도차량 제작사 전부인 3사 간의 담합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2019년 2월부터 12월 동안 발주된 5건의 입찰 중 우진산전은 ‘5, 7호선 신조전동차(336량) 구매 입찰’을, 다원시스는 ‘간선형전기동차(EMU-150) 208량 구매 입찰’을, 현대로템은 그 외 3건의 입찰을 수주하기로 사전에 배분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들은 임직원의 만남이나 연락을 통해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대로템은 합의과정에서 스스로를‘맏형’으로 칭하는 등 강한 중재 의지를 보였고, 현대로템의 주도 하에 관계가 악화된 우진산전과 다원시스를 포함한 3개사 간 합의가 성립할 수 있었다.

이에 공정위는 3사에 대해 공정거래법상 입찰 담합과 물량배분담합 혐의를 적용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564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회사별로는 현대로템 323억원, 우진산전 148억원, 다원시스 94억원 등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3개의 사업자만으로 구성된 폐쇄적인 철도차량 제작시장에서 수년에 걸쳐 발생한 담합을 적발·제재한 것”이라며 “일회 거래량과 거래 금액의 규모가 크고 국가기간산업과 연계돼 경제적 파급력이 큰 교통 산업 내의 경쟁제한 행위를 시정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공정위는 다수 국민이 이용하는 교통시설과 관련된 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법 위반 적발 시 국민의 안전한 교통환경 조성 및 공공예산의 절감을 위해 엄중하게 제재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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