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있어 매입한 것이고 대학 등에 환원하는 중”

▲ 호반건설 김상열 회장이 광주상의 회장으로 선출되면서 그간 제기됐던 금호산업 주식으로 얻은 차익을 환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반건설

6%대의 금호산업 주식을 매입해 300억여 원의 차익을 거둬 비판의 대상이 됐던 호반건설 김상열 회장이 차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고 밝혀, 그간 제기돼 온 ‘투기 논란’에서 벗어날지 눈길을 끈다.

20일 김상열 회장은 광주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선출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광주상의의 향후 운영 방향 등에 대해 설명하고 상의 운영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약속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 김상열 회장은 금호산업 주식으로 얻은 300억원의 차익에 대해 “시세차익을 보려고 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지역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문화재단이나 계열사 등을 통해 여러 방법으로 환원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이날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환원 규모가 얼마나 될지 확정된 것은 없지만 환원을 현재 진행중인 것은 맞다”고 답했다. 그는 “얼마 전에도 광주 지역 대학교에 발전기금으로 수억 원 기탁했고, 시민축구구단 광주FC에도 운영기금으로 5억원을 전달했다”면서 “서울·수도권에 있는 학교에도 발전기금을 전달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건설사가 돈놀이 하느냐” 비판 나와
김상열 회장의 발언은 금호산업 주식을 대량 매입해 주가를 올리고 전량 매각해 차익을 챙겼다는 ‘투기 논란’에 대한 해명이다.

금호산업 인수전이 달아오르기 전인 지난해 11월 초 호반건설은 금호산업 주식 6.16%를 이틀간 매입해 재계와 투자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당시 오리무중에 빠져있던 인수전 구도 속에서 호반건설의 금호산업 주식 매입이 인수전을 달아오르게 할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금호산업 주가는 급격히 오르기 시작했다.

호반건설이 매입하기 이전의 금호산업 주가는 1만2000~1만5000원 정도였으나 호반건설의 매입 이후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급등, 2월 말까지 2만7000만원대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지난 1월 23일 호반건설이 1.21%의 금호산업 주식을 팔고 지분을 5% 미만인 4.95%로 낮추며 인수전 구도에서 몸을 사리자, 일각에서는 “건설회사가 건물 지어서 돈을 벌어야지 주식놀이로 돈을 버느냐”는 투기 논란이 일었다. 인수전에 참여하는 척 주식을 매입해 주가를 부양한 후 주식 투자로 차익을 챙겼다는 의혹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금을 쌓아놓은 대기업들이 특정 회사 주식으로 ‘돈놀이’를 하면 대체 주식 시장이 어떻게 되겠느냐”며 호반건설의 행태를 강력히 비판했다. 논란이 일자 금융감독원 시장감시팀까지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지켜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5% 미만으로 지분율이 낮아지자 공시의무가 없어진 호반건설의 금호산업 지분의 흐름은 이후 파악되지 않아 소문만 무성한 상태가 지속됐다. 추후 전해진 바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1월부터 한 달여 간 남은 금호산업 지분을 모두 되팔아 300억원 상당의 단기 차익을 얻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월 1.21%를 처음으로 매각할 당시의 금호산업 주가는 2만3150원이었으며 지난해 11월 6.16%의 평균 매입가는 1만2000원대로 거의 두 배 가까운 차익을 올린 셈이다. 아울러 5% 미만으로 낮춘 후 한 달여간 금호산업 주가는 2만7000원대에 육박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나머지 4.95%를 모두 매각할 때는 더 큰 수익률이 발생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관심 있어 매입하고 오해 사지 않기 위해 판 것”

▲ 호반건설 측도 시세 차익을 노린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호반건설

인수전 참여를 고심하던 호반건설이 결국 금호산업 인수전에서 인수의향서를 제출했고 김상열 회장이 차익을 환원하고 있다는 점을 밝혀 논란이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비판이 완전히 사그라들지는 않고 있다. 결국 호반건설이 300억여 원의 차익을 올리는 동안 피해를 본 것은 개인 투자자들이기 때문이다.

호반건설의 인수전 참여 기대로 금호산업 인수전이 본격적으로 달아오르기 시작했음을 감안해보면 호반건설 효과로 금호산업 주가가 크게 뛰었을 때 주식을 매입한 개인투자자들은 큰 손해를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호산업 주가는 19일 종가 기준으로 2만1500원을 기록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시세 차익을 노리고 금호산업 지분을 매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 해명했다. 그는 “절대 시세 차익을 노리고 매입했다가 매각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지분을 전량 매각한 것도 인수전에 전력을 다하면서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미리 지분을 처분한 것”이라고 의혹을 부인했다.

이어 “실제로 채권단 측에서 지분 전량 매각 후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즉, 시세 차익을 노리고 고점에서 판 것이 아니라 인수전 참가를 염두에 둔 전략이었다는 얘기다.

또한 이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설명했던 것에 대해서도 “(김상열 회장의 설명처럼) 주택사업 비중이 99%를 넘는 회사 특성 때문에 사업다각화를 2000년대 후반부터 고민해 왔고 정말 금호산업에 관심이 있어 투자를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호반건설이 지분을 가지고 있으면 인수전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주식을 오히려 보유하지 않고 깨끗한 상태로 참여하는 것이 더욱 유리하다는 판단이 내려져 지분을 매각했을 것”으로 풀이했다.

한편 이날 김상열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의 지지를 받은 박흥석 전 회장의 후임 회장으로 추대됐다. 박흥석 전 회장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양 그룹이 화해무드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제기됐지만 이날 김상열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전에서 반드시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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