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 의지 시험대에 올라

▲ 형제의 난, 구조조정 등으로 바람 잘 날 없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그룹 재건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그룹 재건을 목표로 모태인 금호고속과 지주회사격이었던 금호산업을 되찾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양 기업의 인수를 목전에 두고 금호고속 대표해임, 금호산업 주가 상승, 아시아나항공의 운항정지 등 악재가 곳곳에서 터지고 있어 박 회장의 근심이 나날이 늘어나는 모양새다. ‘형제의 난’과 핵심 기업들의 이탈로 어려움을 겪은 박 회장의 그룹 재건 의지가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그룹 재건은 순탄하게 이뤄질 수 있을까. 박 회장이 잃어버린 알짜 회사를 되찾아 과거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지난 12일 금호고속 지분 100%를 보유한 ‘KoFC IBKS 케이스톤 PEF’(IBK투자증권과 사모펀드인 케이스톤파트너스가 공동으로 운용)가 김성산 금호고속 대표이사를 해임한 것을 계기로 박 회장의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 의지가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이날 ‘KoFC IBKS 케이스톤 PEF’는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김 대표를 해임하고 사모펀드 운용인력인 김대진·박봉섭씨를 공동 대표 이사로 선임했다. 김 대표는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최장수 CEO였다. 이에 17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해임 조치가 ‘불법적 해임’이라며 무효화를 주장하고 나서 갈등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 금호고속 대표는 왜 해임됐나
대표 해임 논란의 중심에는 금호고속과 금호리조트가 자리잡고 있다. ‘KoFC IBKS 케이스톤 PEF’ 측이 밝힌 김 대표의 해임 이유는 이사회의 결의를 무시하고 지난 7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실시한 금호리조트의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금호고속 이사회는 “김 사장이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의 편을 들어 금호리조트를 손에 넣을 수 있게 방임했다”고 주장했다.

원래 금호고속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계열사인 금호리조트의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었고 나머지 50%는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금호터미널과 아시아나IDT, 아시아나에어포트, 아시아나애바카스가 소유한 상태였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제주리조트 등 리모델링 수요가 있는 건물의 재건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8월 유상 증자를 실시했는데,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들은 지난 8월에 실시한 금호리조트의 150억 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51.20%로 늘린 반면 금호고속은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아 지분이 48.80%으로 떨어졌다.

당시 금호고속의 금호리조트 유상증자 불참은 많은 논란을 낳았다. 업계에 따르면 금호고속 이사회의 결정은 사내이사 3명이 합의해야 하는데, 사내이사 2명은 유상증자 참가에 찬성했으나 김 대표가 완강히 반대한 사실이 유상증자 불참의 결정적인 요인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금호리조트의 주당 발행 단가가 지난 3월 유상증자 당시의 주당 5000원보다 훨씬 비싼 주당 2만원이기 때문에 유상증자에 참여하게 되면 금호고속에 손해가 발생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다른 2명은 불참이 오히려 손해를 입힌다며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금호고속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계열사가 아니다. 지난 2012년 8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눈물을 머금고 금호고속 지분 100%를 3300억원의 가격으로 ‘KoFC IBKS 케이스톤 PEF’에 넘겼다.

하지만 당시 박 회장은 금호고속을 반드시 다시 찾아오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며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장받았다. 보장받은 우선매수청구권에 따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추후 진행될 금호고속 인수전에서 최고 입찰가를 써낸 업체의 가격과 동일하게 금호고속을 먼저 인수할 수 있다. 우선매수청구권 보장은 내년 2월까지 유효하다. 따라서 금호고속이 금호리조트의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1대 주주 지위를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에 넘겨준 셈이 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고속에 금호리조트를 매각한 뒤 2년여만에 이를 되찾은 것이다.

금호고속의 가치를 최대한 높여서 되팔아야 하는 ‘KoFC IBKS 케이스톤 PEF’측은 거세게 반발했다. 48%대로 떨어진 금호고속의 금호리조트 지분 가치가 하락을 피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비상장사인 금호리조트에서 경영권이 없는 2대주주의 지분은 ‘KoFC IBKS 케이스톤 PEF’ 측에는 계륵일 수밖에 없다. 시장에 내다 팔 수도 없고 1대 주주에 대한 매각을 보장받은 바도 없다. 여기에 보유지분 가치가 하락한 만큼 금호고속의 가치마저 동반 하락했다. 게다가 김 대표도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에서 추천한 인사라 이런 의혹이 더욱 설득력을 얻었다.

즉, 금호고속의 금호리조트 유상증자 불참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리조트를 되찾고 추후 금호고속 인수전에 뛰어들 때를 대비해 금호고속의 가치를 일부러 떨어뜨리려는 의도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결국 ‘KoFC IBKS 케이스톤 PEF’는 이에 반발해 김 대표를 해임하는 초강수를 뒀고,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고속 매각 당시 대표이사 선임 및 해임에 대한 권리는 금호아시아나에 속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어 이번 해임조치는 무효”라고 맞서고 있다.

이처럼 박 회장이 금호고속 되찾기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것은 다양한 면에서 조명이 가능하다. 우선 금호고속은 옛 금호그룹의 모태 격의 회사다. 박 회장의 선친인 창업주 고(故) 박인천 회장은 1946년 자본금 17만원을 가지고 중고택시 2대를 구입해 광주택시를 창업했고 점차 버스로 영역을 넓혀가며 지금의 금호고속을 키워냈다. 금호그룹은 금호고속을 필두로 항공과 타이어, 건설, 리조트 등 다양한 사업 분야에 진출해 대기업으로 성장해 나갔다. 따라서 박 회장은 항상 선친이 세운 그룹의 기반인 금호고속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또한 유동성 확보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매각했지만 금호고속이 알짜회사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해 매출 3962억원, 영업이익 522억원, 당기순이익 318억원의 건실한 성적표를 받아들었고 큰 금액은 아니지만 현금 창출이 가능한 알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같은 현금동원 능력은 현재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에도 반드시 필요하다. 금호고속을 놓고 금호아시아나그룹과 ‘KoFC IBKS 케이스톤 PEF’가 정면충돌 양상을 빚은 것도 박 회장의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 의지에서 빚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그룹 재건 의지를 밝히며 금호고속과 금호산업을 되찾아 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뉴시스

◆‘호반건설 난입’에 꼬여버린 상황

박 회장은 여기에 내년 1월로 예정된 금호산업의 지분 확보도 절실한 상황이다. 금호산업 채권단은 지난 11일 보유 지분 57.6%를 공동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금호산업은 건설업이 주력인 회사로 상반기 개별 기준으로 매출 7256억원, 영업이익 192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금호산업의 더 중요한 가치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라는 데 있다. 금호산업은 재건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핵심 기업인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30.8%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관계는 아시아나항공을 통해 금호터미널, 금호사옥, 금호리조트 등으로 연결된다. 따라서 금호산업의 경영권을 확보하면 금호타이어를 제외한 금호아시아나그룹 대부분의 계열사 경영권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채권단의 지분을 사들이기 위해서는 1조원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근 삼일회계법인은 실사 결과 금호산업의 주당 가치를 현재 주가 수준인 1만4500원의 4배가 넘는 최대 6만원으로 추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이 보유한 1897만주의 가치를 평가하면 1조 1382억원에 달한다. 현재로서는 이 지분에 대해 우선매수청구권이 있는 박삼구 회장이 인수 1순위다. 박 회장은 자금 조달을 위해 재무적 투자자(FI)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반드시 박 회장 측에서 인수를 해 경영권을 유지할 것”이라며 “재원 마련 작업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박 회장은 아들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과 함께 금호산업 지분 10.4%를 보유하고 있어 금호산업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분 20∼30%만 추가로 확보하면 된다. 따라서 내년 1월로 예정된 매각 공고가 날 때까지 채권단과 인수 물량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경영권과 함께 57.6% 지분 전량을 매각할 경우 보다 많은 자금을 회수할 수 있어 일부만을 원하고 있는 박 회장 측과는 이해가 상충돼 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다만 채권단이 금호산업의 워크아웃을 연장한 상태에서 매각을 진행하기로 한 것은 박 회장에게 유리한 부분이다. 채권단이 워크아웃을 종료한 이후 보유 지분을 매각하려면 공개매수를 실시해야 하는데 이 경우 매수자의 부담이 커진다.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에서는 10인 이상 주주로 이뤄진 상장사의 주식을 장외에서 6개월 이내에 5% 이상을 매입하려면 공개매수의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 이 경우 금호산업의 장내 가격이 크게 상승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워크아웃 기업은 자통법이 적용되지 않아 공개 매수를 하지 않아도 된다. 금호산업으로서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관련 채무를 출자전환 형식으로 갚아야 하기 때문에 주가가 상승할 경우 충당금 부담만 늘어나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우선매수권이 있는 지분 매각의 경우 거의 모두 우선매수권 보유자가 인수했다”며 “이번 금호산업 지분 역시 박 회장이 가져갈 가능성이 큰데, 재무적 투자자에게 어떤 조건을 제시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기에 호반건설이 뛰어들면서 금호산업 인수전은 복잡한 모양새로 흘러가고 있다. 지난 12일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지분 5.16%를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물론 박 회장 일가가 10%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호반건설이 인수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문제는 지분 인수 가격이다. 호반건설의 금호산업 지분 매입 발표 다음날인 지난 13일 금호산업 주가는 상한가를 쳤고, 이튿날 호반건설은 1%(33만 3115주)를 추가매입해 지분률을 6.16%로 늘렸다.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주식을 사들인 매입가는 주당 평균 12,391원인데 비해 금호산업의 주가는 19,950원으로 61.00%나 급등했다. 금호고속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금호산업 역시 주가가 올라가면 박 회장이 조달해야 하는 비용이 그만큼 늘어난다.

▲ 가뜩이나 인수 금액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박 회장 앞에 아시아나항공 운항정지라는 돌발변수까지 등장하며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뉴시스

◆‘양날의 검’ 된 박 회장의 의지
이처럼 금호고속과 금호산업의 우선매수청구권을 지니고 있는 박 회장이 공공연하게 밝혀온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 의지는 오히려 독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인수 가격이 아무리 높아지더라도 탈환에 사활을 걸고 있는 박 회장이 반드시 인수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호고속을 보유하고 있는 ‘KoFC IBKS 케이스톤 PEF’나 금호산업 채권단으로써는 가치가 올라갈수록 쾌재를 부르게 된다.

물론 이같은 박 회장의 의지가 타 인수 희망자들에게는 일종의 경고가 될 수도 있겠지만 필요한 인수 금액이 너무 높아지게 되면 박 회장으로서는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금호아시아나그룹 매출의 50%를 차지하는 핵심인 아시아나항공에 샌프란시스코 착륙사고에 대한 행정처분으로 45일간의 운항정지를 결정하면서 박 회장의 부담은 더욱 늘게 됐다.

현재 지난 2010년부터 자율협약 과정을 밟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이 내건 ‘영업이익 및 이자보상 배율 등 경영 목표 달성’ 등의 요건을 달성하지 못해 지난해 자율협약 기간을 1년 더 연장했으나 국토부의 이번 처분으로 자율협약 졸업은 올해도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적자를 낸 이후 올해 2, 3분기에 연속 흑자를 달성했으며 3분기까지의 누적 영업이익이 666억원에 이른다. 아시아나항공이 추산한 바에 따르면 운항정지로 당장 135억원의 매출이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박 회장은 금호산업과 금호고속을 인수하기 위한 종잣돈으로 5천억 원 정도를 마련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인 금호터미널에서 광주 신세계로부터 받은 20년어치 보증금 5천억 원이 바로 그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중심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재편해 놓은 만큼 5천억 원이나 되는 현금을 재무개선에 최우선적으로 쓰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의견을 내놨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모태이자 핵심인 금호고속과 금호산업을 향한 박 회장의 꿈은 과연 순탄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이번 ‘KoFC IBKS 케이스톤 PEF’의 금호고속 대표 해임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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