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과 화해무드 조성…사모펀드도 적극성 잃어 청신호

 

▲ 금호아시아나그룹과 호반건설과의 화해무드와 소극적인 사모펀드 후보들 때문에 금호산업 인수전의 열기가 한 풀 꺾이면서 채권단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금호산업 인수전에서 치열하게 맞붙을 것으로 예상되는 호반건설과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최근 화해무드가 조성되면서 금호산업 채권단에 비상이 걸렸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광주상공회의소 박흥석 회장(㈜럭키산업 대표)이 지난 16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호반건설 김상열 회장이 합의 추대 형식으로 차기 광주상의 회장에 내정됐다. 박흥석 회장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과 막역한 사이로 박삼구 회장은 그간 박흥석 회장의 연임을 지지해 왔다.

김상열 회장이 그간 야심을 보이던 광주상의 회장 자리에 잡음없이 추대됨에 따라 금호산업 인수를 놓고 치열하게 맞붙어 오던 두 회장이 화해무드에 돌입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예전부터 간간히 제기돼 오던 호반건설의 백기사론까지 나오고 있다. 비록 인수전 참여 전이나 직후에는 인수 의지를 불태웠을 수도 있겠지만 화해모드로 접어들게 된 현재 호반건설이 인수전을 완주하면서 모양새를 살려주면서 적당한 가격을 제시해 박삼구 회장의 부담을 덜어주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맥 빠지는 금호산업 인수전?
반면 금호산업 채권단은 매각가 경쟁을 주도해야 할 호반건설이 금호아시아나그룹과 화해모드로 돌아서는 것을 반기지 않는 눈치다. 가뜩이나 호반건설을 제외한 나머지 4곳의 후보가 모두 사모펀드라 낙찰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유력 후보로 꼽히던 호반건설이 적극성을 상실할 경우 매각가를 높이려던 계획이 무산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금호산업 인수전은 대기업들의 참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약간 맥이 빠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인수의향서 제출 직전까지만 해도 신세계, 호텔신라, 롯데 등 여러 곳의 굴지의 대기업들이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지만 정작 인수의향서 당일 참가한 곳은 신세계뿐이었다. 이마저도 하루 뒤 신세계의 인수의향서 철회로 맥이 빠졌다.

사모펀드의 중도 이탈 가능성도 간간히 포착되고 있다.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금호산업 인수전에 참여한 MBK파트너스·IBK투자증권-케이스톤파트너스·IMM PE·자베즈 파트너스 4곳의 사모펀드 중 일부는 인수전 포기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략적 투자자들의 뚜렷한 러브콜이 가시화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갈수록 박삼구 회장이 우세한 분위기가 형성되자 굳이 참여할 필요가 있겠냐는 속셈이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간접적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이 인수를 중도에 포기했으면 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는 얘기는 터무니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안그래도 박삼구 회장이 유리한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는데 그런 황당한 자충수를 둘 리가 없다는 분석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도 이날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지금 저희가 그룹의 명운을 걸고 있는 이 중요한 금호산업 인수전에서 채권단을 포함한 모두가 주시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이 말이 되겠느냐”면서 의혹을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그런 사실이 확인될 경우 우리는 우선매수청구권은 물론 인수전 참여 기회 자체를 박탈당한다”면서 “아직 인수전 경쟁 구도도 뚜렷하게 나온 바가 없고 최종 인수 제안 가격도 나오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그런 일을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안그래도 흥행몰이에 실패한 채권단은 매각 방해 행위가 발견되면 우선매수청구권을 박탈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상태다.

 

▲ 사모펀드들마저 현재처럼 적극성을 보이지 않을 경우 대기업들의 참여 없이는 무난하게 금호산업이 박삼구 회장의 품에 안길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사모펀드 조용한 움직임…판세 뒤집을 카드 있나
한편 현재까지 호반건설을 제외한 사모펀드들은 조용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호산업 실사는 지난 9일부터 내달 10일까지 5주간 진행되지만 현재 적극적으로 실사를 추진중인 곳은 호반건설과 IMM PE 정도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사가 끝나면 본입찰 제안서를 제출하고 주관사 측은 이르면 내달 중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현재까지 뚜렷하게 중도 포기의사를 내비친 후보도 없지만, 딱히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후보도 없다. 일각에서는 합종연횡 가능성도 제기했지만 자금 조달 우려가 크지 않고 합종연횡시 경영권 셈법이 복잡해지는 등 큰 메리트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M&A 컨설팅 기업에 따르면 4개 사모펀드 중 그나마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곳은 국내 최고의 사모펀드인 MBK 파트너스와 IMM PE 정도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금호고속 지분을 100%를 보유한 IBK펀드는 애초에 금호고속 매각과 관련된 영향 때문에 형식적으로 금호산업 인수전에 참여했다는 인상이 짙고, 과거 대우건설 인수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실체 논란까지 불거진 끝에 예치금을 차일피일 미루며 자격을 박탈당했던 자베즈파트너스는 처음부터 인수 의지 자체를 의심받은 전력이 있다.

채권단이 인수의향서 제출 마감 이후 후보들이 금호아시아나그룹 측과 손을 잡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아낸 후 뚜렷한 대기업들의 러브콜이 나오지 않아 사모펀드들은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는 얘기가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결국은 판세를 뒤집을 만한 대기업들이 사모펀드와 손잡지 않는 이상 박삼구 회장이 금호산업을 되찾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래저래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는 채권단으로서는 매각 금액이 조건에 충족되지 않을 경우 재매각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재까지의 판세로는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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