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참가 소식에 LOI 제출, 불참 확인되자 철회 ‘오락가락’

 

▲ 신세계가 금호산업 인수전에서 롯데의 참가 소식을 확인하고 부랴부랴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지 3일 만에 인수의향서를 철회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금호산업 인수의향서 제출 마감 후 별도 요청으로 인수의향서를 제출해 무성한 추측을 불러일으켰던 신세계가 결국 금호산업 본입찰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전달해 주목을 끌고 있다.

27일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채권단인) 산업은행 측에 금호산업 인수 의향서 철회 입장을 전달하고 본입찰에 참여치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신세계가 지난 25일 오후 2시 인수의향서 제출 마감 직전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지 3일 만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철회 결정은 인수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은 롯데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사모펀드 자베즈 파트너스 등과 미리 손을 잡아 두고 추후 컨소시엄 형태로 뛰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돼 내려진 것으로 풀이된다.

신세계로서는 금호산업을 롯데그룹이 인수하는 일 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하는 입장이다. 유통업계 라이벌이라는 자존심 싸움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롯데가 금호산업을 인수할 경우 알짜기업 역할을 하고 있는 광주터미널의 광주신세계가 쫓겨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았음에도 신세계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은 이처럼 롯데의 인수가능성을 낮추고자 방어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 관계자에 따르면 향후에도 롯데가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확인되면서 결국 본입찰에 참가하지 않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오락가락’ 신세계, 백기사 될까
하지만 워낙 많은 가능성이 남아 있는 만큼 상황 변화를 섣불리 추측하기는 힘들다.

우선 신세계의 설명을 곧이 곧대로 믿지 않는 시각도 존재한다. 애당초 박삼구 회장과의 오랜 우호관계 때문에 신세계의 인수 가능성만큼이나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의 백기사 역할에 대한 가능성도 함께 제기돼 왔다.

신세계의 인수의향서 제출 사실이 알려진 이후 업계에서는 실제로 신세계의 인수 가능성보다 박삼구 회장의 구원투수로 등판할 가능성을 높기 점치기도 했다.

하지만 인수의향서 제출 이후 채권단이 이런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나섰다. 본입찰에 참가할 후보들은 박삼구 회장과 컨소시엄 형태로 손을 잡을 수 없도록 각서를 받겠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결국 신세계가 롯데의 불참 가능성을 확인해서 본입찰에서 빠지겠다고 한 것이 아니라, 참가할 가능성이 있는 다른 대기업들을 견제하고 추후 박삼구 회장과 손을 잡기 위해 참가했다가 합작 금지 각서의 존재 때문에 빠진 것 아니냐는 얘기다.

이러한 시각에 따르면 결국 신세계가 자금 동원에 애를 먹고 있는 박삼구 회장의 구원투수로 등판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박삼구 회장이 투자자를 모집한다면 손을 잡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대상그룹, 군인공제회 정도다.

다만 이렇게 되더라도 신세계가 박삼구 회장과 손을 잡게 되면 마찬가지로 롯데가 인수할 가능성이 사라지기 때문에 신세계가 롯데에 밀리는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 롯데그룹은 처음부터 지속적으로 인수전 불참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워낙 패를 잘 드러내지 않는 특성 탓에 많은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M&A 강자 롯데, 정말 파악됐을까
반면 신세계의 설명이 사실이라고 해도 해도 다른 분석이 나올 수 있다. 신세계가 롯데의 움직임을 잘못 파악했을 가능성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애당초 롯데가 불참을 선언하고 금호산업 인수에 관심이 없다고 할 때도 사모펀드와 손을 잡고 나중에 움직일 것이라는 예측이 시시각각 쏟아진 바 있다. 워낙 M&A 시장에서 기민하고 통 큰 베팅으로 승리를 거머쥐기로 유명한 롯데의 연막작전에 신세계가 걸려들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KT렌탈 인수전에서 롯데가 보여준 행보는 상상 이상이었다. 롯데는 예비입찰에 이어 본입찰에서도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한 행보를 보이다 2차 본입찰에서 1조원을 베팅하며 대역전극을 일궈냈다. 롯데에 ‘물 먹은’ 상대는 신세계보다도 더 규모가 큰 SK그룹과 한국타이어그룹, 국내에서 오비맥주 등 수 차례 M&A 성공 사례를 일궈낸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였다.

만약 신세계의 오판으로 금호산업 인수에서 빠진 사이 롯데가 사모펀드 또는 박삼구 회장과 손을 잡게 되면 광주신세계의 운명은 풍전등화의 상황으로 떨어지게 된다.

삼국지에 보면 오장원 전투에서 제갈량(공명)은 죽어서도 인형을 만들어 세워놓음으로써 사마의(중달)를 물리쳤다는 내용이 나온다. 제갈량이 죽은 줄 알고 크게 기뻐하며 촉의 진영에 찾아간 사마의가 제갈량의 인형을 보고 계략에 빠졌다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갔다는 내용이다.

일각에서는 신세계가 금호산업 인수전에서 별 움직임을 내비치지 않고 있는 롯데를 의식해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가 3일만에 철회하는 모습을 마치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물리치던’ 상황에까지 비유하고 있다.

신세계가 롯데의 움직임을 두고 3일새 오락가락 하는 사이, 정작 롯데는 어떠한 언급도 없이 신세계와 대조된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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