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익 실현 2배 달해…투자목적,투자여력 모으기 등 추측 난무

▲ 호반건설 김상열 회장(사진)이 최근 1%가 넘는 금호산업 지분을 내다 판 사실이 확인돼 금호산업 인수전을 놓고 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뉴시스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의 키를 쥐고 있는 금호산업 인수전이 막을 올린 가운데, 주요 주주 중 하나인 호반건설이 1%가 넘는 지분을 내다 판 사실이 알려지면서 금호산업의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26일 오후 1시 10분 현재 금호산업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650원(7.66%) 내린 1만9900원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지난 23일 호반건설이 전날 금호산업 주식 34만8000주(1.21%)를 장내 매도했다고 공시하자 22일 1350원(6.19%) 올랐던 금호산업 주가는 즉시 1600원(6.91%) 하락했다.

호반건설이 금호산업에 발을 빼는 모양새가 연출되자 인수전이 흥행에 실패할 것이라는 예상에 투자자들이 매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호반건설의 행보에 대해 업계에서는 많은 추측이 난무한 상태였다. 지난 15일 금호산업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매각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가 약 80여 곳의 잠재적 인수 후보에게 57.48%에 달하는 1955만3898주에 대한 요약투자설명서를 발송하자, 이미 지난해 말 6%가 넘는 금호산업의 지분을 매입했던 호반건설이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거론돼 왔다.

특히나 금호산업이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차지하는 위상은 실로 막대하다는 점에서 호반건설의 행보는 많은 관심을 불러 왔다.

금호산업은 현재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30.08%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아시아나항공은 아시아나개발, 에어부산, 금호터미널, 금호리조트 등 주요 10개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어 금호산업을 차지할 경우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금호산업 자체의 규모도 상당하다. 요약투자설명서에 따르면 금호산업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6조7450억원의 공사 도급액을 기록 중이고 도급잔액은 3조4350억원이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7256억원의 매출과 19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현재 워크아웃을 졸업하지는 못했지만 매각 직후 워크아웃이 조기 종결되는 것이 확실시되고 있어 현재 받고 있는 불이익도 일시에 해소되고 사업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지니고 있어 가장 유리한 입장에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말 호반건설이 잇따라 금호산업 지분을 매입하고 나서자 시장의 관심이 폭발했다.

지난해 11월 12일 호반건설은 금호산업 지분 5.16%를 취득했다고 공시했고 다음날 1%를 추가로 매입해 지분률을 6.16%로 늘렸다. 업계에서는 당연히 현금보유능력이 뛰어난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인수전에 뛰어들기 위한 사전 포석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이에 금호산업 채권단은 호반건설에 인수 의향을 묻기에 이르렀고 호반건설은 M&A가 목적이 아니라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답했지만 시장에서는 호반건설을 금호산업 인수전의 유력한 경쟁자로 꼽아 왔다. 지난달 22일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금호산업과 관련해 할 말이 없다”고 밝히자 이 같은 추측은 더욱 증폭됐다. 여기에 지난 달에는 호반건설 계열사가 금호산업 주식 0.9%를 매입했다는 소문도 돌면서 주가가 치솟았다.

하지만 호반건설이 지난 22일 1%가 넘는 지분을 내다 팔았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시장은 혼란에 휩싸이는 모양새다.

대체적으로 업계에서는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누차 밝힌 것처럼 정말 투자 목적으로 차익을 실현한 것이 아니겠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김상열 회장은 지난해 11월 금호산업 지분 6.16%를 평균 1만2000원대에 매입해 2만3150원(22일 종가 기준)에 매각, 2배에 가까운 차익을 실현했다. 이 같은 해석은 그간 호반건설 측이 밝혀온 투자 목적의 지분 매입이었다는 설명과도 부합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호반건설의 금호산업에 대한 관심이 식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남은 지분을 모두 매도해 차익을 실현해 인수전에 뛰어들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주장인 셈이다. 이 경우 투자 여력을 모으기 위해 지분을 매각했다는 논리로 귀결된다.

현재 채권단이 처분하는 금호산업 출자전환 주식의 지분가치는 4200억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으나 업계는 아시아나항공의 프리미엄까지 고려해 그 이상으로 대폭 올라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호반건설은 건설업계의 어려움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 2013년 1조1935억원의 매출액과 135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지난해에는 이보다 더 좋은 실적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상열 회장은 2010년부터 무차입경영을 해와 부채비중이 16%에 불과하고 이익잉여금만 5972억원에 달하며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실제 현금 규모도 3000억원에 달하는 등 재무구조가 가장 튼튼한 회사로 알려졌다.

이처럼 그간 빛을 발해온 호반건설 김상열 회장의 경영능력이 금호산업 인수전에 어떤 방향으로 빛을 발할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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