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황상무·이종섭 문제, 오늘 다 해결됐다...민심에 순응하려고 노력해”
‘정부심판론’을 띄우는 야권을 겨냥해 “이재명과 조국, 수사 받는 사람들”
野, 귀국하는 이종섭에 “임명 철회를 대통령에게 건의해 진정성 보여줘야”
이철규, ‘비례대표 공천’에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 공개 반발로 뇌관
與, 긴급 공관위 회의 전격 취소...비례공천문제가 국면전환 걸린돌 되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경기 안양 현장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경기 안양 현장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총선을 20여일 앞두고 국민의힘의 속을 태웠던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이종섭 주호주대사 등 용산발 리스크가 어느 정도 풀리게 되면서 다시 여당이 표심을 잡을 전환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황상무 사퇴에 이종섭 조기 귀국…한동훈 “저희는 민심에 순응”

일부 언론인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1980년대에 기자를 상대로 벌어진 ‘회칼 테러’ 사건을 언급했다가 논란이 된 황 수석이 스스로 사의를 표명하고 20일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그간 국민의힘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던 ‘용산발 리스크’가 풀리기 시작했다.

이 뿐 아니라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피의자임에도 불구하고 호주로 출국해 논란이 된 이종섭 주호주대사 역시 오는 25일 열리는 정부의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에 참석하는 등 이유로 총선 전 귀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앞서 전날 법률대리인을 통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조사기일 지정촉구서를 접수하기도 한 만큼 이번에 국내에 들어와 공수처 수사도 받을 뜻까지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통령실이 이날 황 수석 자진사퇴와 이 대사의 귀국 예고 등 소식을 밝힌 점은 여당에서조차 우려를 표했을 만큼 최근 여론 동향이 심상치 않은 상황임을 인지했다는 의미로 풀이되고 있는데, 실제로 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 전국 유권자 1002명에게 무선 100%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실시한 3월 2주차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서울과 인천·경기에서 각각 30%, 32%를 기록했다.

동 기관의 직전 여론조사인 3월 1주차 조사 때는 국민의힘이 서울에서 45%, 인천·경기에서 30%를 기록했으며 그보다 이전인 2월 5주차에는 서울 43%, 인천·경기 33%로 나왔었던 만큼 최근 3주 간 서울에서 지지율이 최대 15%P 하락하고 인천·경기에선 30%대 초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인데, 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 이번 총선 주요 승부처로 꼽히는 수도권에서 이 같은 흐름을 보이다 보니 집권 후반기 국정 동력 여부가 여당의 총선 승패에 달려있는 윤 대통령도 결국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힘입어 한 위원장은 20일 경기도 안양 거리 인사에서 “최근 여러분이 실망했던 황 수석 문제라든가 이 대사 문제, 결국 오늘 다 해결됐다. 선거 앞두고 국민 여러분의 민심에 더 귀 기울이고, 더 겸손한 자세를 보이는 것만이 우리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적극 국면 전환에 나섰으며 앞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도 “저희는 민심에 순응하려고 노력하는 정당이고 더불어민주당은 민심을 거부하는 정당”이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이 뿐 아니라 한 위원장은 “저희는 여러 찬반 논란, 후폭풍도 있었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후보들의) 과거 발언에 대해 국민 여러분의 지적이 있을 경우 과감하게 정리하고 교체했다, 민주당은 그렇지 않고 있다”며 사실상 양문석 후보 등 논란을 꼬집어 민주당에 대한 역공에도 나섰는데, 일각에서 황 수석과 이 대사 등 문제를 ‘당정 갈등 2라운드’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선제적으로 차단하려는 듯 그는 선대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과 윤 정부는 운명공동체다. 그렇게 해야 폭주하는 이재명 사당과 통진당 종북세력이 이 나라 주류를 차지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단 황 수석 사퇴와 이 대사의 귀국으로 용산발 리스크는 정리되는 모양새인데, 한 위원장은 이날 수도권 험지를 직접 찾아 지역개발 등 공약으로 표심잡기에 나서는 한편 야권의 정부심판론에 대해선 일부 야당 인사들의 사법리스크를 꼬집어 ‘야당 심판론’으로 맞불을 놓는 등 수도권 위기론 돌파에 총력을 쏟았다.

◆ 사법리스크 등 꼬집어 역공 나선 與…野 “與, 지지율 올리려 쇼”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20일 오전 경기 안양 초원어린이공원 거리인사 중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20일 오전 경기 안양 초원어린이공원 거리인사 중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실제로 한 위원장은 경기 안양 초원어린이 공원에서는 “저희는 국민 안전과 평화를 생각해 재건축·재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시민이 원하는 대로 경기도를 포함한 행정구역 개편을 적극 추진하려는 세력”이라고 강조했으며 ‘정부심판론’을 띄우는 야권을 겨냥해선 “이재명과 조국 모두 범죄로 재판이 진행 중이고 수사 받는 사람들”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심지어 그는 이날 유세에서 공직선거법상 마이크를 쓰지 못하는 점도 들어 “이 대표는 마이크를 쓴다. 법을 무시하는 사람”이라고 지적했으며 “대한민국의 사법리스템이 두 사람에게 합당한 책임을 묻는 데 실패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런 범죄자들이 주류를 차지하고 국회로 떵떵거리며 들어가려 하는 건데 (총선에서) 여러분의 선택으로 심판해줘야 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날 국민의힘에서 민주당 공천 결과를 일일이 꼬집어 맹공을 퍼붓기도 했는데, 신주호 중앙선대위 공보단 대변인은 서울 강북을에 출마한 조수진 민주당 후보에 대해 “조 후보는 변호사 시절 다수의 성범죄 가해자 변호를 맡은 것도 모자라, 성범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을 때 유리한 판결 받는 방법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며 “미성년자 상대로 벌인 성범죄까지 변호하며 자랑스럽게 홍보한 것은 충격을 넘어 분노를 느끼게 하는데 또다시 민주당은 친명이란 이유로 조 후보에게 경선 기회를 준 것이고, 사실상 극단 지지층의 화력에 힘입어 공천권까지 따낸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신 대변인은 “이런 변호 이력을 몰랐다면 무능인 것이고, 알았다면 민주당의 땅에 떨어진 성인지 감수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친명이란 이유로 성범죄 가해자 전문 변호사까지 공천한 민주당을 국민께서 엄중히 심판할 것”이라고 덧붙였으며 같은 당 박정하 중앙선대위 공보단장도 이날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엄호 속에 밀어주고 끌어주니 대장동 변호사 5인방은 무사히 공천에 안착했다. 여기서 단연 꼼수 공천은 서울 서대문구갑 공천권 따낸 김동아 후보인데 정진상 전 정무실장을 변호한 김 후보는 당초 공개 오디션에 참가했지만 탈락했음에도 하루 만에 이를 번복, 거듭된 특혜 속에 공천을 받았다”고 꼬집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박 공보단장은 “이번 총선에 출사표 던진 이 대표 측 변호인단 7명 중 5명이 공천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정도 확률이면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는 이 대표와 그 측근들의 변호사가 되는 것”이라며 “이러니 노골적 보은 공천, 변호의 대가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 아니겠나. 22대 국회가 또다시 이 대표의 방탄 참호로 전락하는 것 아닌지 두려운데 민주당을 엄중히 심판해야 하는 이유가 늘어만 간다”고 ‘민주당 심판론’을 펼쳤다.

반면 민주당에선 황 수석 사퇴를 계기로 여야 간 공수 전환 가능성이 생기자 이날 강민석 대변인의 서면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을 직접 겨누는 형태로 기존 이슈를 지속시키려 했는데, 강 대변인은 “이번 사태는 황 수석 개인 문제가 아니라 윤 정권의 언론장악 시도가 본질이고 사의 수용 한 마디로 윤 대통령의 언론관이 달라졌다고 믿기 어렵다”며 “대통령실은 ‘칼틀막’ 사태에 사과나 반성 표현 없이 사의 수용한다는 짧은 입장만 내놨는데 역풍에 놀라 마지못해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고 역설했다.

또 이 대사 문제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이날 이언주 대변인의 서면 브리핑을 통해 “애초에 피의자를 멋대로 호주대사에 임명하고 출금 해제한 행위 자체가 문제지, 그가 귀국해 수사 협조하는지는 본질이 아닌데 한 위원장은 마치 귀국해 조사 받는 등 절차 거치면 괜찮은 듯 사태를 호도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약속대련을 벌이며 또다시 지지율 올리기 위한 쇼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한 위원장과 국민의힘 후보들은 이 대사의 임명 철회를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채 상병 특검 처리에 협조함으로써 진정성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채 상병 특검까지 묶어 공세를 이어갔다.

◆ 비례 공천 문제로 與 지도부 직격한 이철규, 새 ‘총선 변수’ 되나

이철규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이 20일 오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이철규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이 20일 오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이처럼 여야 간 공방이 진행되는 가운데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공천 결과에 문제를 제기해온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이날 오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까지 열고 당 지도부를 향해 “국민의미래 당직자 임명부터 공천 과정은 한 위원장 책임 하에 진행돼 왔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비례대표 공천은 진행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며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나서, 이제 막 용산발 리스크를 털고 국면 전환에 나서려던 여당을 흔들 수 있는 또 다른 뇌관으로 부상했다.

이 의원은 이날 회견에서 “기자들이 어제 오후 2시반 경 비례대표 공천 발표가 있다며 제게 취재가 들어와 그 요구에 응답하고 상황 파악을 위해 한 위원장과 장동혁 사무총장, 유일준 국민의미래 공관위원장에 전화했는데 한 분도 전화 받지 않았다”며 “사무처 당직자와 호남 지역에 기반을 둔 인사들이 한 명도 후보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제가 윤재옥 원내대표에게 이렇게 협의 없이 밀실에서 이뤄지면 함께 할 수 없다고 전달한 것 맞다. 바로잡아주길 바라는 충정이었는데 어제부터 누구 뜻인지는 모르겠으나 언론을 통해 사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니까 제가 몽니 부린다는 식으로 사실을 왜곡시켰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저는 우리 당 공동인재영입위원장으로서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어떤 분들은 왜 인재영입위원장, 공관위원이 국민의미래 공천에 관여하느냐, 월권 아니냐고 말하는데 그럼 한 위원장도, 장 사무총장도 모두가 다 월권이고 잘못된 것”이라며 “발표 직전까지도 명단을 몰라 비례대표 관련해 한 위원장과 충돌 발생할 이유도 없음에도 왜곡된 언론보도가 난무하고 있는데 배후에 누가 있는지 잘 알리라 생각 든다. 저는 이런 것들이 누군가에게서 잘못 만들어진 뉴스인지, 아니면 오해로 인해 사실이 아닌데 잘못 전달돼서 발생됐는지 답을 듣고 싶다”고 지도부를 거듭 압박했다.

심지어 그는 비례대표 당선권에 ‘한동훈 비대위’ 출신인 한지아 을지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와 김예지 의원 등이 배치된 점도 겨냥한 듯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저한테 한 위원장이 적어도 비대위원은 비례대표로 가면 안 되는 말을 했었다”며 비례대표 순번이 조정되지 않을 경우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엔 “문제 되니 한 분 교체됐던데, 아직 호남 지역 많은 후보들이 애타게 잘못이 바로잡아지길 기다리고 있다. 저분들 목소리를 들어주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렇듯 이 의원이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하고 나서자 당초 정영환 공관위원장이 호남홀대론·당직자 홀대론·비대위원 출신 인사 당선권 배정 등 비례대표 공천 논란과 관련해 공관위원들과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 이날 오후 개최하려던 긴급 공관위 회의는 전격 취소되기도 했는데, 이종성 공관위원은 이날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언론에서 소식 듣고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이니까 위원장이 부담됐는지 취소한 것 같다”고 밝혀 용산발 리스크에서 겨우 한 숨 돌렸던 국민의힘이 새로 부상한 이번 사안은 과연 어떻게 넘길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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