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단체 반발 최고조, 전공의 집단 사직에 의대생 동맹휴학 결의까지
윤 대통령, 사직한 전공의 향해···“국민 생명 볼모 한 집단행동 안 돼”
의사 단체 반발에 강경 대응 태세 갖춘 정부, ‘의사와의 전쟁’ 불가피?
의·정 갈등에 정치권도 충돌, 野 ‘정치쇼’ 공격에 與 “해로운 음모론” 반격
의사출신 안철수 “필요한 의료 인력의 확대 규모를 정교하게 제시해야”

윤석열 대통령(좌)과 20일 사직서를 제출하고 서울 대한의사협회 건물에 모여 있는 대한전공의협의회 소속 전공의들(우). 사진 / ⓒ대통령실(좌), ⓒ뉴시스(우)
윤석열 대통령(좌)과 20일 사직서를 제출하고 서울 대한의사협회 건물에 모여 있는 대한전공의협의회 소속 전공의들(우). 사진 / ⓒ대통령실(좌), ⓒ뉴시스(우)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대형병원의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 추진을 저지하기 위해 결국 집단행동으로 사표를 제출하고 나선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의대생 증원 방침 의지를 재차 강조해 사실상 의료계와 정부의 전쟁은 불가피한 상황이 되면서 의료대란이 현실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 의사단체 반발 최고조, 전공의 집단 사직에 의대생 동맹휴학 결의까지

정부가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에 대해 집단 행동으로 간주하며 의료진 공백에 대한 환자들의 피해 발생을 우려해 ‘진료유지명령’까지 발령하며 엄정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형병원 전공의들의 이탈 행동은 시작됐는데 특히 ‘빅5’ 병원을 비롯한 전국 수련병원의 전공의들이 대거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 현장을 떠났다.

보건복지부 관계자에 따르면, 전국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전날 오후 11시를 기준으로 전공의의 55% 수준인 641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그 중 사직서를 제출한 1630명은 이미 근무지를 이탈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더욱이 사직서 제출에 동참하여 근무 중단에 나선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은 20일 전국적으로 확산이 되면서 병원 이탈 속도는 가속화되는 양상을 보였는데, 특히 전공의들 중 일부는 이날 병원에 출근하지 않고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으로 향해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에 참여하여 대응책을 논의에 들어갔다.

이날 전공의들의 총회에서는 대다수의 전공의들이 마스크와 흰 가운을 착용하고 있는 풍경이었는데, 특히 벽면에 내걸린 현수막에는 ‘의대 정원 졸속확대 의료체제 붕괴된다, 비과학적 수요 즉각 폐기’ 등의 문구가 적혀 있어 사실상 정부의 의대 2000명 규모 확대 방침을 저지하기 위한 집단행동에 나선 것임은 분명했다.

또한 전국의 의대생들도 마찬가지로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이날 집단 동맹 휴학계를 제출하는 움직임을 보였는데, 교육부 의대 상황대책팀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대를 대상으로 점검한 결과 전날 오후 6시 기준으로 의대생들 중 반발성 휴학계을 제출한 대학은 총 7곳이고, 학생 수는 1133명 규모라고 밝혔다.

◆ 윤 대통령, 현장 떠난 전공의 향해···“국민 생명 볼모 한 집단행동 안 돼”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사진 /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사진 / ⓒ뉴시스

그래서인지 윤석열 대통령은 20일 국무회의에서 전공의 등의 의사 집단을 향해 “의대 2000명 증원은 ‘최소한의’ 확충 규모”라고 강조하면서 “의대 증원에 반대해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고 의대생들이 집단 휴학을 결의했는데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만, 의료 현장의 주역인 전공의와 미래 의료의 주역인 의대생들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집단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무엇보다도 윤 대통령은 “일각에서는 2000명 증원이 과도하다고 주장하며 허황된 음모론까지 제기하고 있지만 30년 가까이 해묵은 문제를 해결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기에는 이 숫자도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는 지금까지 의사 증원을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실패와 좌절을 거듭해 왔고 이제 실패 자체를 더 이상 허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의대 증원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대통령은 “의료 개혁이 시급한데도 역대 어떤 정부도 해결하지 못한 채 30년 가까이 지났다”며 “의료서비스의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는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필수의료 분야의 의료인력은 더 현저히 줄어들었고, 그 결과 지역 필수의료도 함께 붕괴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지역 필수의료체계의 붕괴는 지역에 사는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이 매우 위험해졌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럼에도 정부는 지난 27년 동안 의대 정원을 단 1명도 늘리지 못했다”며 “오히려 2006년부터는 의대 정원이 (351명) 줄어서 누적 합계 7000여 명의 의사를 배출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더욱이 대통령은 의사 단체들이 주장하고 있는 ‘의대 교육 질 저하’에 대해서도 “서울대 의대 정원은 현재 135명이지만, 과거 1983년에는 260명이었다. 즉, 지난 40년 동안 의료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한 데 반해 의대 정원은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라고 반박하면서 “정원이 더 많았던 그때 교육받은 의사들의 역량이 조금도 부족하지 않았다. 오히려 뛰어난 의술과 역량으로 대한민국 의료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려놓았다. 또한 의학교육에 있어 더 필요한 부분에 정부는 어떤 투자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수했다.

심지어 대통령은 정부의 의료 개혁에 대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은 국가안보, 치안과 함께 국가가 존립하는 이유이자 정부에게 주어진 가장 기본적인 헌법적 책무”라면서 “의사는 군인, 경찰과 같은 공무원 신분이 아니더라도 집단적인 진료 거부를 해서는 절대 안 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 나아가 윤 대통령은 지난 2022년 7월 ‘빅5’ 병원 중 한 곳의 간호사가 병원에서 일하다가 쓰러졌는데도 의사가 없어 수술받지 못하고 사망한 사건을 예로 들면서 의사들의 집단 행동을 꾸짖으며 “의사 증원이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의대 증원은 지역 완결적 필수의료체계를 완성하는 핵심 요소”라고 거듭 피력하며 의대 증원 방침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 의사 단체 반발에 강경 대응 태세 갖춘 정부, ‘의사와의 전쟁’ 불가피?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 ⓒ뉴시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 ⓒ뉴시스

뿐만 아니라 정부 측에서도 마찬가지로 의대 증원 방침을 공고히 하면서 의사들의 집단 행동에 제동을 걸고 나섰는데, 일단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을 통해 “의사 집단행동 피해 신고·지원센터를 통해 국민의 피해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1년 전부터 자녀 수술을 위해 보호자가 회사도 휴직했으나 갑작스럽게 입원이 지연된 안타까운 사례도 있었다”고 알리며 “그래서 본인 요청에 따라 법률서비스 지원을 위해 법률구조공단으로 연계한 사례도 있었다”고 밝혔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 기준으로 34건의 상담 사례가 접수됐다고 밝혔는데 이중 ▲수술 취소 25건 ▲진료 예약 취소 4건 ▲진료 거절 3건 ▲입원 지연 2건이라고 복지부는 세부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는데 다만 의료 피해 신고센터(국번 없이 ‘129번’)에 접수되지 않은 피해 사례를 고려한다면 의료 피해는 더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박 차관은 “정부는 이러한 피해 사례를 검토해 환자 치료 공백이 없도록 신속히 지원하고, 필요한 경우 (손해배상청구) 소송 지원도 하겠다”고 밝히면서 “전공의들은 환자 곁으로 돌아가 주시길 바란다. 여러분의 뜻을 표현하기 위해 환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일은 정말로 해서는 안 된다”고 압박에 가세했다.

또한 법조계에 따르면 경찰에 이어 전국의 일선 검찰청에서도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한 상황이라고 알렸는데, 실제로 이원석 검찰총장은 내일 예정됐던 기존 지방 검찰청 일정도 취소하며 의사단체들의 집단 행동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상황을 전했다.

즉,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의료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이미 마련되어 있기에 검찰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내린 업무개시명령을 의사들이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의료법 저촉으로 간주하여 형사 처벌을 실행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의료법 88조의 벌칙 조항에는 개업의나 전공의가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불이행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 3000만 원을 부과할 수 있으며, 이에 더해 의료법 66조의 자격정지 조항에 따라 1년 이내 의사 자격정지 처분도 내릴 수 있고, 게다가 의료법 64조 조항에는 업무개시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의료기관의 자격도 1년 범위 내에서 개설 허가 취소 및 병원 폐쇄 조치를 내릴 수 있게 되어 있다.

심지어 앞서 윤희근 경찰청장은 전날 “명백한 법 위반이 있고 출석에 불응하겠다는 확실한 의사가 있는 의료인에 대해서는 체포영장을, 그리고 전체 사안을 주동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검찰과 협의해 구속 수사까지 염두에 두고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기도 하다.

◆ ‘의사·정부’ 갈등에 정치권도 충돌, 野 ‘정치쇼’ 공격에 與 “해로운 음모론” 반격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좌)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우). 시사포커스DB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좌)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우). 시사포커스DB

한편 정치권에서도 의대 정원 확대 문제를 두고 갈등의 골은 깊어지는 듯한 분위기였는데, 실제로 전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대해 ‘정치쇼’라고 지적한 것에 대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의사와 정부를 갈라치기하고 의대정원 확대와 의료개혁을 방해한다”고 지적하면서 “본인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 지지율만 의식해 시급한 개혁과제를 도외시한 책임은 차치하더라도, 정치적 이익 때문에 이번 정부의 개혁에조차 어깃장을 놓는 건 국민의 한숨을 자아낼 뿐”이라고 규탄했다.

특히 윤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이라는) 실현이 어려운 얘기를 꺼낸 다음에 여당에서 그 규모를 줄임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쇼’를 하려는 것 아니냐며 음모론을 제기했는데, 아마 민주당 눈에는 국민들이 불안과 불편을 겪는 상황을 잘 활용하면 그 원망을 정부·여당을 향해 돌릴 수 있는 절호의 호재로 보는 모양”이라고 꼬집으면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아주 해로운 음모론”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 원내대표는 이 대표를 향해 “많은 국민께서 이번 의대 증원에 공감하며 의사단체가 집단행동을 멈추고 정부와 원만한 합의를 이루길 바라는 상황”이라고 쏘아 붙이면서 “민주당이 책임 있는 공당이라면 선거의 유불리를 떠나 의사단체의 집단행동 중단을 간곡히 요청함으로써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려 애쓰는 것이 마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의사 출신인 같은당 안철수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할 일을 (문재인 정부에서) 다음 정부로 떠넘긴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의대 정원 확대를 무턱대고 비판할 자격은 없다”고 비판에 가세하면서도 “의료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의사이자 정치인으로서 두고만 볼 수 없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어 안 의원은 “먼저 의료계에 호소한다. 우리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 의사들이다. 어떤 경우에도 환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해선 안 된다”고 경고하면서, 이와 함께 정부를 향해 “의대 증원 규모는 정교한 자료를 바탕으로, 대화로 풀어야 한다. 의료계의 심각한 문제인 필수의료인과 의사 과학자 양성 및 지방의료 강화 방안을 내놓음과 동시에, 필요한 의료 인력의 확대 규모를 정교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더욱이 안 의원은 “강경 대응 만으론 강대강 충돌에 따른 국민의 희생을 막기 어렵고, 의료개혁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기도 어렵다. 지금이라도 의사들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의사협회 등 의료인들도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대승적 결단으로 집단행동을 멈추라”고 거듭 자제를 촉구하면서 “강대강의 충돌로 국민을 피해자로 만드는 의료대란만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 정부와 의료계 모두 지금 불안해하는 환자들과 그 가족들의 목소리를 최우선으로 듣고, 하루속히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양측 모두를 향해 대화로 풀 것을 재차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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