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 불사’ 의사단체, 내일 투쟁 이어 총파업 로드맵 예고까지
‘의대 정원 확대 방침’ 입장 확고한 정부, 의사들과 전면전 불가피?
윤재옥 “기득권에 매달려선 안 돼” vs 소청과의사회 “망발, 가십적”
시민단체도 간호단체도 ‘의사단체 집단행동’ 비판, ‘단호한 대처’ 촉구
경찰, 의사단체 집단행동 예고에 “법의 경계 넘으면 묵과할 수 없어”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비상대책위원장(왼쪽에서 3번째)과 비대위원들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 오 훈 기자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비상대책위원장(왼쪽에서 3번째)과 비대위원들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 오 훈 기자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의사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추진을 저지하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총파업 투쟁도 불사하겠다며 강경 대응 입장을 표명하면서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이 격화되는 양상으로 흘러 가면서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 ‘총파업 불사’ 의사단체, 15일 궐기대회 이어 17일 투쟁방안 로드맵 발표 예고까지

일단 지난 9일 의대 증원을 막기 위한 비대위를 꾸린 의협은 오는 15일 전국 곳곳에서 의대 증원 저지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반대를 위한 궐기대회를 시작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으며, 특히 오는 17일에는 첫 비대위 전체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투쟁방안을 논의한 후 16개 시도의사회 회장단 연석회의를 거쳐 진료거부의 총파업 집단행동 추진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불합리한 의대 증원 추진을 반드시 막아내겠다”면서 “17일 예정된 1차 비대위 회의에서 (총파업 추진 등의 투쟁방안에 대해) 다양한 안건을 다룰 것”이라고 예고했다.

특히 김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OECD 평균보다 낮다는 이유로 의사 부족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의사가 부족할 때 나타나는 현상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의사 부족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2000명 증원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40개 의대 정원이 약 3000명인데 한 번에 2000명이나 늘리면 의대 24개를 새로 만드는 것과 같다”며 “그러면 교육의 질도 떨어지고 대한민국의 모든 인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이고, 결국 의료비 부담 증가를 가져와 고스란히 미래세대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욱이 김 비대위원장은 “전공의들의 투쟁 동력은 2020년보다 더 뜨겁다”며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인턴·레지던트 단체)가 비상체제로 돌입한 것은 그만큼 사안이 중대하기 때문이며, 의협도 대전협과 함께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강한 투쟁 의지를 내보였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의 겁박 등 앞으로 예상되는 어떠한 역경과 시련에도 굴하지 않겠다”며 “(의협이) 의료계 모두가 합심해 대응해 나갈 수 있는 구심점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천명했다.

무엇보다도 앞서 전날 대전협은 온라인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어 박단 회장을 제외한 집행부 사퇴와 비대위 체제 전환을 의결했는데, 박단 대전협 회장은 같은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국 대부분의 전공의들은 일선 의료 현장을 외면한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좌절하고 있다”며 “말을 듣지 않으면 처벌을 내려 통제하면 된다는 식의 강압적이고 독재적인 보건복지부 장·차관 태도에 분노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박 회장은 “전공의는 국가의 노예가 아니다”면서 “정말 국민을 생각한다면, 환자를 생각한다면, 그리고 전공의를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2000명 의대 증원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에 더해 그는 “(정부는) 전문의를 고용하지 않고 값싼 인력인 전공의와 진료지원인력(PA)으로 대체하고 있는 병원의 행태를 눈감아주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본질을 외면한 허울뿐인 의료 정책을 중단하고 젊은 의사들이 마음 놓고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의료 정책을 제시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의대 증원, 절대 물러설 수 없어’ 입장 확고한 정부, 의료계와 전면전 불가피?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뉴시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뉴시스

하지만 정부는 의료계와 마찬가지로 의대 증원 의지가 확고한 입장을 재차 밝히면서 전직 의사협회장 등 그간 정치적 발언을 해왔던 일부 의사들을 겨냥해 젊은 의사들의 투쟁을 부추기는 행동을 멈추라고 강하게 비판했는데, 실제로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오전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과거 의사협회 회장 등 주요 직위를 역임한 일부 의사들이 투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차관은 “잘못된 사실이나 왜곡된 내용을 퍼뜨리는 행위도 멈춰주길 바란다”며 “의료계의 얼굴이자 모범이 되어야 할 분들의 도가 넘는 발언 등으로 묵묵히 환자 곁을 지키는 대다수 의사들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아직 배움의 과정에 있고 현장의 가장 열악한 조건에서 근무하고 있는 전공의에게 희생을 강요하거나 이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행동을 멈춰 주길 바란다”고 경고해 젊은 의사들의 반발 행동이 일부 선배 의사들로부터 선동 당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한 듯한 뉘앙스였다.

더군다나 박 차관은 의료개혁 전면 백지화 요구에 대해서도 “극히 소수의 의견”이라고 잘라 말하기도 했는데, 그는 “이번 정책에 대해 많은 의료인들이 잘 된 정책이라고 격려도 해주고 있다.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는 의료계 요구를 담고 있는데, 전면 백지화는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와 수가 공정성 제고 등 필수의료를 지원하는 모든 정책을 중단하라는 것”이라며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수정해야 하는지 밝혀주면 제안하는 어떤 내용도 경청하고 더 나은 대안이 있다면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맞대응을 펼쳤다.

무엇보다도 박 차관은 의대 2000명 증원이 너무 많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지금 관점에서는 커 보이지만 2006년에 의대 정원은 351명 감원에 동결했다. 그 당시 감축하지 않았다면 현재 6600명의 의사가 추가로 배출됐을 것이고, 오늘날의 현장 문제점들도 잘 발견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하면서 “의대 정원에 대한 (추가) 논의는 가능하지만,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대한) 정부 의지는 확고하다”고 못 박아 사실상 일각에서는 의료계와 정부의 전면전은 불가피해 보인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라고 관측했다.

◆ 정치권 비판에도 발끈, 윤재옥 “기득권에 매달려선 안 돼” vs 의사단체 “망발”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지난 2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오 훈 기자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지난 2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오 훈 기자 

반면 정치권에서도 이러한 전공의들의 반발에 대해 예의주시하면서 연일 의사 달래기와 설득 작업에 나선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이날도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전공의들은 전국 주요 병원의 주력이라는 점에서 즉각 파업을 선언하지 않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한숨을 돌리면서 “대전협이 앞으로도 신중하고 합리적인 태도로 국민, 의사, 정부가 모두 윈윈하는 결정을 내려주시기를 바란다”고 거듭 당부했다.

이어 윤 원내대표는 “고령화가 급속도로 전개되고 심지어 의료계의 고령화도 심각한 상황에서 정원 동결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한 옵션이 아니다. 의대 정원 확대는 국민 90% 가까이가 찬성하고 여야 정치권도 모두 찬성하는 사안”이라고 설명하면서 “전공의들은 대한민국 의료계의 미래를 짊어지고 있는데, 의대 정원 확대를 비롯한 의료 개혁과 관련해 10년 후와 그 너머의 미래를 봐야지 기득권에 매달려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그는 “의사들은 ‘정부가 의사를 이길 수 없다’고 말하지만, ‘의사는 국민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의사들이 계속 의료 대란을 낳을 수 있는 파업 등의 집단행동을 고집한다면 고립무원의 처지에 빠져 국민의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 나아가 윤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은 필수의료 4대 정책 패키지를 통해 의료사고 안전망과 보상 체계 공정성에 관한 의사들의 요구사항을 충분히 반영한 바 있으며, 의사들이 정부에 더 요구할 것이 있다면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참여해서 언제라도 논의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하면서 “대전협과 의협을 비롯한 모든 의사단체는 집단행동을 중지하고 의료현장을 지키면서 정부와의 대화에 임해주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하며 정부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의사단체에서 정치권의 메시지에도 날을 세우면서 즉각 반격에 나섰는데, 실제로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소청과의사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며 윤 원내대표의 ‘기득권’ 지적에 대해 “망발”이라면서 “윤재옥 원내대표에게 묻는다. 대통령 지지율이 30%를 넘지 못하는데, 70%의 국민이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으니 대통령은 하야해야 하는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소청과의사회는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소아청소년과 의료인프라 재건 문제를 해결하겠다면서 이른바 ‘소아·청소년과 의료대란 해소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달간 진행된 이 TF의 해결책은 알맹이 하나 없는 빈 껍질뿐이었다. 국민의힘은 민생을 챙기는 당이 아니라 그때 그때 국민 앞에 민생을 챙긴다고 연기만 하는 정당”이라고 이다. 가식적인 행태를 보인 정당”이라고 비판하면서 “가식적”이라고 비난하며 날을 세웠다.

◆ 여론 힘 받은 의대 증원 정책, 시민단체도 간호단체도 ‘의사단체 집단행동’ 비판

대한간호협회 탁영란 회장 및 회원들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의료 개혁에 대한 지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대한간호협회 탁영란 회장 및 회원들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의료 개혁에 대한 지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한편 이미 여론 상으로 국민적 지지에 힘을 얻은 것이 확인된 의대 증원 문제로 인해 좀처럼 의사단체에게 힘이 실리지는 못하는 분위기가 엿보이면서 의사 집단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점점 늘어가는 추세였는데, 시민단체인 경실련은 “의사 부족으로 인한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지방공공병원 폐쇄 등 수없이 많은 의료위기를 겪고 있다. 더욱이 1998년을 끝으로 27년 동안 의대 정원을 단 한 명도 늘릴 수 없었고 이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의료계의 집단행동에 정책 추진이 가로막혔다”고 지적하며 “정부는 의사단체의 반복되는 불법 파업에 선처 없이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 경실련은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해 “피해 당사자인 국민이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며 요구하는 정책”이라고 피력하면서 “의료계는 변화된 상황에 귀와 눈을 닫은 채 또다시 불법 파업 카드를 꺼내 들면서 그동안 군림해 온 의사공화국의 주권 행사에 여념이 없는 후안무치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경실련은 “의료계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막기 위한 정부의 업무개시 명령을 회피하려는 꼼수로 집단사직서 제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는데, 국가가 국민을 대리해 부여한 진료독점권을 자신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는 자가 과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의사가 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꼬면서 “국민은 더 이상 의사들의 불법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파렴치한 의사에게는 단순 사직이 아닌 자격 박탈을 요구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뿐만 아니라 같은 의료계로 분류되는 대한간호협회도 의사 정원 확대 정책에 힘을 싣고 나섰는데, 대한간호협회(간협)는 이날 국회 앞에서 ‘의료개혁 적극 지지 및 의료정상화 5대 요구사항 추진 촉구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의사들을 향해 “의료인의 제1책무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보호”라고 일침을 날리며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비판했다.

특히 간협은 “대한민국 국민들은 의사 부족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생명까지 위협받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대한민국 가장 큰 병원의 간호사가 쓰러져도 의사가 없어 수술조차 받지 못하고 죽는 믿기지 않는 사고까지 일어났다”고 꼬집으면서 “더 이상 이런 비극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간협은 “우리는 의료 개혁을 반대하는 82%가 아닌 국민의 편에 서서 의사의 본분을 지키는 18%의 용감한 의사들을 지지한다”면서 “이들이야말로 진정 국민을 살리는 의사들”이라고 치켜세웠고, 더 나아가 “정부의 의료 개혁을 지지하며, 이것은 진정한 의료 개혁의 시작일 뿐이다. 정부는 초고령사회와 지방 소멸이 동시에 진행돼 지역 의료가 붕괴하는 현실에서 국민을 지키기 위한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정부는 이들 이익단체들과 의료개혁을 퇴보시키는 밀실 타협을 하는 등의 시도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일말의 시도라도 있다면 정부는 전 국민의 저항과 지탄을 받게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한 간협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건강권 확대를 위한 5대 핵심과제로 ▲대리수술 등 불법 의료행위 근절할 근본 대책 마련 ▲간호·간병 국가 책임제 추진 ▲지방 의료 불균형 문제 해결 ▲노인질환·만성질환 문제 해결을 위한 재택 간호시스템 확대 ▲국민 건강 보장을 위한 간호서비스 보장법 제정 등을 함께 제안하기도 했다.

◆ 의사단체 집단행동 예고에 경찰도 대응 예고 “불법행위에 필요한 조치할 것”

업무를 보고 있는 경찰차. 시사포커스 DB
업무를 보고 있는 경찰차. 시사포커스 DB

또 다른 한편, 의사단체들이 내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총궐기대회를 펼치는 것을 시작으로 하여 앞으로 총파업 등의 투쟁 강도를 높여나갈 방침을 세운 가운데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서울경찰청에서 진행된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이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불법행위에는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예고하며 맞대응을 펼쳤다.

조 청장은 “중요한 국가정책이 합의돼가는 과정은 얼마든지 존중하지만, 그런 행위가 법의 경계를 넘으면 경찰이 묵과할 수 없다”며 “현재까지 구체적인 불법행위가 나타난 게 없어 대응해야 할 부분은 없지만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린 만큼 어떠한 행위가 나타날지 몰라 관심 있게 지켜보며 준비하고 있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해 정부와 의사들 간의 본격적인 힘겨루기가 더욱 거세질 조짐을 보여 그 결과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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