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에 힘입은 정부, 의대 증원 밀어붙이며 의사들과 전면전 선언?
박민수 차관 “생명 담보 의료계 집단행동에 대해 만반의 준비 마쳐”
교육부 “비수도권 의대 배정 원칙이나 교육역량 등 다각적 고려 예정”
‘총파업 불사’ 대응, 뿔난 의사들 “불굴의 의지로 정부와 맞서 싸울 것”
의사들에게 힘 보태는 병원장협의회 “비전문가의 마타도어에 대항해야”
의대 증원 환영하는 야권, 의대 정원수 배정 확보 위한 쟁탈전 벌이기도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가 과거 서울 시청역 일대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모습.사진 / 박상민 기자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가 과거 서울 시청역 일대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모습.사진 / 박상민 기자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정부가 오는 2025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하여 의사단체가 즉각적인 집단행동의 총파업 돌입을 예고하며 강하게 반발하자, 다시 정부 측에서는 ‘집단행동금지 명령’과 함께 보건의료 위기 단계를 ‘경계’로 상향시키며 ‘강대강’의 엄정 대응 방침으로 맞대응에 나서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 의대 정원 확대 밀어붙이는 정부, 박민수 차관 “생명 담보 의료파업, 사라져야”

의료계를 제외한 대체적인 여론이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하는 분위기가 큰 탓에 여론의 힘을 등에 업은 정부는 전날에 이어 오늘(7일)도 의사단체를 향해 국민 건강과 생명을 볼모로 한 불법적인 집단행동에 대해 “행정처분 및 고발 등 법에서 규정한 모든 제재 조치를 할 것이다. 정부도 의료계의 집단행동에 대해 법적인 부분을 포함해 만반의 준비를 다 마친 상황”이라고 선전포고하며 강경 대응 입장임을 거듭 표명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도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하여 총파업 등 집단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한 대한의사협회와 전공의 단체를 겨냥해 “소수 과격자들의 생명 담보 파업”이라고 규정하면서 “생명을 담보로 툭하면 의료파업(을 하겠다고 협박) 하는 것은 대한민국에서 좀 사라져야 한다”고 비판하며 사실상 통제 정치의 시작음을 알렸다.

특히 박 차관은 “대부분의 의료인은 현장에서 당직도 불사하면서 묵묵히 환자를 지키고 있고, 또 정부에서 의료계에 ‘10조 원+α(알파)’ 투자 계획도 밝혔는데 파업을 하겠다고 이러면 어떤 국민이 이것을 지지하고 동의하겠느냐”고 되물으면서 “좀 합리적으로 생각해 주길 바란다. 의사들에 대한 이미지가 너무 나빠질까봐 걱정도 된다”고 경고했다.

또한 그는 일각에서 주장하는 의대 교육 질 저하 우려에 대해서도 “교수 수는 충분히 많다. 이미 대학으로부터 의대 증원 희망 수요를 받았고, 전문가들과 실제 수용 가능 여부에 대해 검증한 결과 교육의 질 저하는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다”며 “더군다나 사례로 설명 드리면, 80년대 초에 졸업정원제를 해서 정원의 30%를 더 뽑은 적이 있다. 이게 81학번부터 86학번까지 해당 되는데, 당시 이분들은 교육을 총분히 잘 받아서 지금 대학에서 중진 이상의 교수들을 하고 계신다. 아주 좋은 의료를 하시는 선생님들이시다”고 반박했다.

다만 박 차관은 소아과 오픈런 문제와 응급실 및 기피과목 의사 부족 문제 등의 의료계 상황에 대해 “의사 수만 늘린다고 해서 해결되는 건 아니다”며 “지금 지방으로 가면 의사 부족 문제가 아주 심각하다. 인건비를 굉장히 많이 올려서 줘도 의사를 못 구하는 것이 지방병원의 현실이기에 정원 증원과 함께 정부가 이런 대책들을 이제 시작하는 거라 이해해 주길 바란다. 정부는 종합적인 의료 개혁을 통해서 지역과 필수 의료 부족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마찬가지로 교육부에서도 각 대학별 정원 배분 계획 수립에 나선 모습을 보여줬는데, 다만 교육부는 전날 보건복지부가 지역인재전형 비율을 60% 이상 확대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는 선을 그으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즉, 교육부는 늘어난 정원을 되도록 비수도권 의대에 집중 배정할 것을 원칙으로 하면서도 각 지역의 의과대학에서 제출한 수요와 대학의 교육 역량도 고려하여 배정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실제로 교육부 관계자는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비수도권 의대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배정한다는 원칙이지만, 각 대학이 제출한 수요와 교육 역량, 소규모 의과대학 교육역량 강화 필요성, 지역 의료 지원 필요성을 다각적으로 고려할 예정”이라면서 각 대학별 의대 정원 배정은 오는 4월 중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 ‘총파업 불사’ 반발 더 거세지는 의사들···“불굴의 의지로 정부와 맞서 싸울 것”

지난해 7월 보건의료노조가 산별총파업대회를 갖고 있는 모습. [사진 /오훈 기자]
지난해 7월 보건의료노조가 산별총파업대회를 갖고 있는 모습. [사진 /오훈 기자]

하지만 의사단체에서의 반발은 사그라들 기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전공의협의회의 요청에 따라 ‘빅5’ 병원으로 꼽히는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이 파업에 찬성한 상황이라고 전해졌다.

또한 서울특별시의사회도 이날 성명서를 내며 “5000여 명에 달하는 의대 정원은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필수의료, 지역의료 붕괴를 빌미로 전체 의대정원을 확대한다는 것은 명백한 오진”이라며 “정부의 정치적이고 비과학적인 의대정원 확대 발표안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아울러 지역 의사회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는데, 특히 대구시의사회에서도 이날 함께 성명서를 통해 “전문가의 합리적 의견을 무시하고 인기영합적인 행동을 하는 정부의 어이없는 결정에 우리 대구광역시 의사회원은 참을 수 없는 분노를 표한다”며 “정부가 대한민국 역사상 유례없는 의대 정원 증원을 기어코 강행한다면 우리 대구광역시 모든 의사회원은 물불 가리지 않고 불굴의 의지로 정부와 맞서 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의사협회도 이날 오후에 임시대위원총회를 소집하여 의대 증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설치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도 오는 12일 대의원총회를 통해 총파업 등의 대응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특히 박단 대전협 회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000명은 너무 지나치다”며 “대한민국 의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대응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더군다나 대한병원장협의회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지난 (문재인) 정권에서는 임금을 올리면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는 괴상한 논리에 휘둘렸는데, 이번 (윤석열) 정권은 의사를 늘리면 필수의료가 해결될 것이라는 해괴한 논리를 들고 나왔다”고 꼬집으면서 “의사가 부족해 지역의료 격차가 발생한다거나 필수의료 공백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지난 1월 (부산대병원에서 헬기를 타고 서울대병원으로 이전해 간 이재명) 야당 대표가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병원장협의회는 “우유 가격을 강제로 내린 로베스피에르, 당백전을 발행한 흥선대원군의 결말은 이미 역사가 보여주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의 인한 결과로 우리나라 경제가 어떻게 되었는지 겪고 있기에, 의사를 늘려 의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단순한 발상을 더 깊이 들여다보아야 한다”며 “의사 등 전문가 집단의 지적 권위는 비전문가의 마타도어에 대항해 사회를 바로잡는 길라잡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경고하면서 힘을 보탰다.

◆ 의대 증원 환영하는 정치권, 다만 의대 정원수 배정 확보 위한 쟁탈전 벌여

윤석열 대통령(좌)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우). 시사포커스DB
윤석열 대통령(좌)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우). 시사포커스DB

반면 정치권에서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을 환영하면서도 총선을 앞둔 상황 때문인지 지역의사제 도입 및 공공의대 설립을 주장하며 의대 정원수 배정을 놓고 쟁탈전을 펼치는 분위기가 엿보였는데, 실제로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 요구를 받은 의대정원 확대는 평가할 대목이라 생각한다”면서도 “의대 정원 확대 그 자체는 목표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홍 원내대표는 “공공, 필수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구체적 대안이 포함돼 있지 않아 유감스럽다”며 “정책 목표는 국민 누구나 어디에 살든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받는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서는 ▲지역 의대 신설 ▲공공의대 설립 ▲지역의사제 도입 등을 함께 추진해 달라고 촉구했다.

더욱이 정부가 의대 증원을 비수도권 중심으로 배정하겠다는 방침에 대해 인천 지역의 민주당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해 눈길을 끌었는데, 실제로 인천 지역의 김교흥(서구갑)·박찬대(연수갑)·허종식(동구·미추홀구갑) 의원은 이날 함께 보도자료를 내며 “인천 소재 인하대와 가천대 의대 정원을 늘리고 인천대에 공공의대를 신설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특히 이 3명의 의원은 “비수도권에 집중한다는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은 수도권으로 묶여 역차별에 시달린 인천시민에게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며 “인하대와 가천대는 의대 정원 확대에서 배제될 우려가 있는데, 인천 소재 대학 의대 정원은 확대해야 한다. 정부는 더 이상 인천 의료사각지대 문제를 외면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이들은 “인천대 의대 신설을 추진해야 한다”며 “수도권, 비수도권으로 나누는 기계적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 인천 의료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촉구해 사실상 의대 정원 배정 투쟁에 나선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이날 대한의사협회 총파업 등 의사의 집단행동에 대비하기 위해 17개 시·도 보건국장 회의를 열고 비상 진료체계를 점검했다고 밝혔는데, 특히 이날 회의의 주요 내용은 의대 증원에 따른 의사들의 집단행동 동향과 설 명절 연휴 응급실 운영 등 비상 진료 대책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의료진과 전면전을 펼칠 것을 시사한 셈으로 그 결과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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