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사과 없었다”...與, “기대 못 미쳐”부터 “소통 의지 보여” 제각각
고민정 “의혹을 떨쳐내야 되는 게 대통령 의무인데 사과없는 대담”
심상정 “정 많은 김 여사가 당한 신파극을 늘어놓으려고 한 것이냐”
이용호 “충분치는 않지만 국민들에게 자신 심정과 경위 나름 표현”
조정훈, 김 여사 공백에 “국격에 대한 심각한 훼손” 활동 재개 역설

2월 4일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를 진행했다. 대담은 지난 7일 밤에 방송됐다. ⓒ대통령실
2월 4일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를 진행했다. 대담은 지난 7일 밤에 방송됐다. ⓒ대통령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과 관련해 처음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밤 KBS 신년 대담을 통해 직접 입장을 밝혔는데, 해당 발언을 놓고 정치권에선 제각기 엇갈린 해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 명품백 논란, ‘정치 공작’ 규정한 尹 “앞으로 단호한 처신 중요”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밤 KBS 신년 대담에서 김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과 관련해 “제 아내가 중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최모 목사가) 아버지와 동향이라는 친분을 얘기하면서 왔는데 그걸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게 문제라면 문제고 아쉽지 않았나 생각된다”며 “저라면 좀 더 단호하게 대했을 텐데 아내 입장에선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물리치기 어렵지 않았나”라고 밝혔다.

특히 지난 2022년 9월 있었던 이 사건이 용산 관저에 들어가기 전 서초동 사저에 있을 때 벌어졌다는 점을 들어 “검색기를 (일반 주민들도 살고 있는 서초동 아파트) 거기다 설치할 수 없었다”며 “지금은 이제 관저로 가서 그런 게 잘 관리된다. 국민들께서 오해하거나 불안해하거나 걱정 끼치는 일 없도록 그런 부분들은 분명하게 해야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 뿐 아니라 윤 대통령은 최모 목사 측을 겨냥 “선거 앞둔 시점에 (촬영한지) 1년 지나서 이렇게 터뜨리는 것 자체가 정치공작이라고 봐야 한다. 시계에 몰카까지 설치해 이런 걸 했기 때문”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는데, 다만 “정치공작이라고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분명히 선을 그어서 처신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일각에서 특별감찰관제와 제2부속실 설치를 요구하는 데 대해선 “감찰관은 국회에서 뽑고 보내는 것이고 제2부속실은 현재 비서실에서 검토 중”이라며 “제 아내가 (사람을) 내치지 못해서 자꾸 오겠다고 하니까 사실상 통보하고 밀고 들어오는 건데 그걸 박절하게 막지 못한다면 제2부속실이 있어도 만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 이런 일 예방하는 데는 별로 도움 안 되는 것 같다”고 효과에 회의적이란 시각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는 “비리가 있든 문제가 있으면 (제2부속실 등은) 사후 감찰하는 것이지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이라며 “그래서 저나 제 아내가 앞으로 국민께서 걱정 안 하도록 사람 대할 때 좀 더 명확하게 단호하게 해야 된다”고 사실상 특정 기관보다는 자율에 방점을 두는 듯한 목소리를 냈다.

또 윤 대통령은 이 사안과 관련해 대담 내내 사과나 유감을 표명하는 발언을 하지는 않았으며 심지어 진행자도 ‘명품 가방’ 수수 논란이란 표현은 일절 언급하지 않은 채 “이른바 파우치, 외국 회사 조그마한 백을 어떤 방문자가 김 여사를 만나서 앞에 놓고 가는 영상이 공개됐다. 의전과 경호 문제가 심각한 것 아니냐”는 취지로 질문했다.

◆ 野 “몰카 찍히면 면죄되나…죄 짓고 아쉽다는 말하면 끝나나”

(좌측부터)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고민정, 박주민, 박용진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윤건영 의원실
(좌측부터)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고민정, 박주민, 박용진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윤건영 의원실

이 같은 신년 대담 내용을 일일이 꼬집어 야권에선 8일 맹공을 퍼부었는데,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인식의 차이가 너무 큰 것 같다. 대통령이 사과 정도는 할 것 같았는데 사과의 시옷 자도 안 꺼내더라”며 “명품백 쏙 빼버리고 몰카 얘기만 계속하고 ‘매정하게 하지 못했다’ 얘기하는데, 죄를 짓고 아쉽다고 말하면 모든 게 끝나나. 그럼 뇌물을 받든 폭행을 하든 사기를 치든 몰카에 찍히면 다 면죄되고 죄가 아닌가”라고 윤 대통령에 일침을 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윤 의원은 “짜고 치는 게 뻔히 보이는 어설픈 80년대 방송을 보는 듯 용산뉴스 같은 느낌이다. 오히려 국민들의 분노를 조장하는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대담”이라며 김 여사를 겨냥해서도 “사과해야 하고 명확하게 ‘잘못했다’고 얘기해야 한다. 미안하다고 하면서 새 출발을 하든지 아니면 자숙해야 하는데 지금 보면 그럴 것 같지 않고 곧 나오려고 이런 대담한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한 발 더 나아가 박주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같은 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여전히 제2부속실조차도 설치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이고 지금까지의 통치스타일을 유지하겠다는 건데 향후에도 이런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일 수도 있다. 누구를 만나는지 전혀 기록을 남기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유감 표명이 없었다는 부분보다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된다. (제2부속실 설치에) 누군가 강하게 반대하면서 자유롭게 움직이거나 움직여야 한다고 하는 분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도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나와 윤 대통령을 꼬집어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게 문제라는 말을 했는데 매정하게 끊지 못해서 그게 뇌물인 거고 그걸로 죄의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며 “김 여사 사과는 마무리 단계가 아니고 시작이다. 사과를 하고 수사에 나서서 국민들로부터 그 의혹을 떨쳐내야 되는 게 대통령의 의무인데 사과조차 없었던 대담이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같은 당 박용진 의원 역시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뇌물죄로 처벌한 모든 사람들도 다 그만한 핑계와 사연이 있었다면 눈감아 줬어야 한다는 이야기냐. 정치공작으로만 설명하는 게 반지성주의”라고 지적했으며 양경숙 민주당 의원은 아예 “김 여사의 디올백은 윤 대통령의 궤변이 아닌, 검찰의 수사가 필요하다. 철저한 수사로 명품백 수수 의혹의 실체를 밝혀내면 된다”고 주장했고, 김두관 의원까지 “설령 몰카라고 쳐도 몰카는 몰카대로, 명품수수는 그것대로 수사 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한 목소리로 윤 대통령을 압박했다.

이밖에 심상정 녹색정의당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 많은 김 여사가 당한 것이란 신파극을 늘어놓으려고 한 것이냐”라고 윤 대통령의 대담을 혹평했으며 조응천 미래대연합 공동창당준비위원장조차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김영란법 위반 아니냐는 지적이 있고 지금 국민권익위에 신고도 되어 있다. 피상적으로 볼 때 법 위반 사항이 있는 것 같다”고 역설했다.

◆ “아쉽다”부터 “진솔한 생각”까지 尹대담 평가 엇갈린 국민의힘

(좌측부터) 국민의힘 김경율 비상대책위원, 박은식 비대위원, 권성동 의원, 조정훈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국민의힘 김경율 비상대책위원, 박은식 비대위원, 권성동 의원, 조정훈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한편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에선 윤 대통령의 김 여사 논란 관련 발언에 대해 저마다 온도차 있는 목소리가 나왔는데, 지도부 일원인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비대위 회의 직후 기자들 과 만나 윤 대통령의 대담에 대해 “안 봤다. 왜냐하면 그저께 한국 축구 때문에 ‘안 보는 사람이 승자’라고 해서”라면서도 ‘(윤 대통령 발언이) 국민 눈높이에 맞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엔 “보도는 봤는데 대통령께서 계속 ‘아쉽습니다’ 했다. 저도 똑같은 말씀 반복하겠다, ‘아쉽습니다’”라고 에둘러 평했다.

비단 그 외에도 이상민 국민의힘 의원 역시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정치공작이란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음습한 냄새가 풍기지만 그런 백이 왔다 갔다 했다는 점에 대해선 국민이 아주 곱게 안 보고 있다. 해명과 함께 사과도 필요하지 않았을까”라며 “야당에서 부인이 나와 직접 해명하라는 식으로 더 번지는 게 그간 패턴이었기 때문에 총선 앞두고 정무적 고려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되는데 국민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또 박은식 비대위원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몰카공작이었을지라도 경호팀에서 걸려졌더라면, 인간적 관계를 내세웠을지라도 만남을 거절했더라면, 파우치를 사용하지 않고 보관하고 있었더라도 애초에 단호히 거절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입장을 내놨는데, 다만 그는 “민주당은 타지마할 여행 및 의상 논란, 책에도 나온 법카 사용사건을 두고도 반성하는 목소리를 냈었나.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일에 대한 국민 여론을 겸허히 수용해 윤 대통령이 제2부속실 설치, 특별감찰관 제도를 언급한 만큼 더 이상 정쟁을 지양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이용호 의원도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충분치는 않지만 국민들에게 자신의 심정과 경위를 나름대로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어떤 말씀을 대통령이 했어도 사과하면 야당에선 ‘대리 사과했다’, ‘조사 계속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자꾸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고민해서 말씀하신 것으로 봤다”며 “사과 안 했다는 문제 갖고 야당에선 공세를 취할지 모르나 설명하는 모습 자체가 저는 상당히 진정성 있게 다가왔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고, 이번 대담이 국민 여론 반전에 줄 영향에 대해서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이 뿐 아니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 제2부속실 및 특별감찰관 등 질문에 대한 솔직한 답변은 국민과 소통하려는 의지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호평했으며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명품백 관련 이슈를 질문에 포함하고 답변해 배우자에 관련된 국민들의 걱정에 대해 시간을 할애했다. 매를 크게 맞은 것”이라며 “여러 번 ‘단호하게 선을 그었어야 했다’, ‘다시 이런 일 없을 것’이란 말씀을 강조했다. 국정 책임자로서 말조심해야겠다는 모습이 진하게 느껴졌고 대통령 스타일은 건강한 미숫가루 같다”고 극찬했다.

급기야 조 의원은 “영부인 역할이 밥해주고 빨래하는 것으로 국한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국격을 위해 대통령 배우자가 법적으로 있다”며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에도 “(김 여사가) 무조건 동행해야 한다. 정상회담하고 정상 부부간 만찬이 있는데 이런 일정을 (대통령) 혼자 간다면 국격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라고 김 여사의 활동 재개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