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겨냥 공세수위 높아지는 친명…‘자객 출마’ 논란도 격화
더민주혁신회의 “前 정부 인사들의 출마는 총선 구도를 혼란스럽게 해”
공관위長 “文 정부에서 검찰 정권 탄생에 기여한 분들...책임감은 느껴야”
윤영찬, 친명 이수진 자객 출마선언에 “무례하며 지역주민 무시하는 처사”
탈당한 조응천, 수박나가자 친文도 나가라고 해 ‘제3당에 많이 올 것’
총선은 사천과 계파논란을 뛰어넘어 명실상부한 공천 하느냐에 달려

지난 18일 이재명 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지난 18일 이재명 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일부 비명계 인사들의 탈당으로 잠시 잦아드는가 했었던 더불어민주당 내 계파갈등이 총선 공천을 받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되자 다시금 친·비명 간 신경전이 격화되면서 내홍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 공관위 “586에 감점 안 줘” 공언해도 ‘세대교체’ 띄우는 친명계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18일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민주화) 운동한 게 잘못한 것도 아니고 잘라야 할 이유인가. 잘라야 할 586에 대한 정의도 정해진 게 없지 않나”라며 “‘내 편이냐, 네 편이냐’는 그 다음 문제다. 이기는 게 중요하지”라고 ‘586 용퇴론’을 일축한 데 이어 친명계 인사들의 비명계 지역구 출마로 자객 공천 논란이 일어나는 데 대해서도 “지금 공천을 했나. 공정하게 경쟁을 붙이는 건데 왜 자객공천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한 바 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당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의 검증에서 탈락한 인사들과 관련해서도 “소위 친명계라 불리는, 나랑 가까운 사람들이 오히려 더 많이 떨어지지 않았나. 가까우니까 공천해준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저열한 것”이라고 강조했으며 임혁백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도 지난 21일 “‘3선 이상’이나 ‘올드보이’, ‘586’ 등 카테고리 만들어 공천 심사에 감점 줄 계획이 전혀 없다. 그분들을 차별하는 기준 세운 바도 없고 앞으로도 세우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586’이나 ‘비명계 현역’을 겨냥한 친명계 측 압박수위는 이에 개의치 않는 듯 점점 높아지고 있는 실정인데, 이 같은 배경엔 당 통합을 저해할까봐 지도부에서 직접적인 메시지를 내놓지 못할 뿐 실상은 ‘세대교체론’에 무게를 싣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대표가 “잘라야 할 이유인가”라고 말한 바로 다음날인 19일엔 이 대표의 측근인 윤용조 전 당대표실 부국장이 입장문을 통해 “국민은 민주당의 과감한 선수 교체를 원하고 있다. 특히 지난 정부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임종석, 노영민 두 분은 권력 유지가 목표가 아니라면 물러나는 게 맞다”며 “전대협 1기 의장으로 86세대 맏형이고 이번에 출마하면 서울 구로구에 7번째 출마가 되는 이인영 의원도 마찬가지”라고 특정 인사들을 직접 저격하기도 했고 이날 586세대이자 3선인 김민기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자 20일엔 친명계 원외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까지 “김 의원만의 결단으로 그쳐선 안 된다”는 논평을 내놨다.

특히 더민주혁신회의는 “전 정부 인사들의 출마는 총선 구도를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며 ‘친문’ 측 인사들을 압박했으며 다음 날인 21일 중앙당사 기자간담회에서 “일률적으로 기준 잡아 ‘586은 안 된다’, ‘3선 이상은 안 된다’, ‘올드보이는 안 된다’ 이런 것은 없다”고 말한 임 공관위원장조차 한편으로는 “선당후사, 선공후사의 정신으로 후진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여론이 있다는 것을 안다. 김민기 의원이 솔선수범한 것처럼 자리를 내어주는 게 어떻겠느냐는 바람이 있을 뿐 교체대상으로 언급되는 그분들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시스템 공천상 우리가 강제할 수 없다”고 에둘러 이런 여론을 거론하기도 했다.

비록 임 위원장은 “문 정부 인사가 민주당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그런 동지들을 일괄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공관위에서 생각지 않고 있다”고 선을 긋기는 했지만 사견을 전제로 “문 정부 하에서 지금의 검찰 정권 탄생에 본의 아니게 기여한 분들이 있다면, 우리가 조치하겠다는 것은 전혀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책임감은 느껴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덧붙여 일부 친문 인사에 대한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급기야 그간 친명 측에 힘을 실어주는 목소리를 내왔던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은 임 위원장의 이런 발언이 나온 지 이틀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와중에 책임을 지고 석고대죄해야 할 문 정부의 두 비서실장이 총선을 나온다고 한다. 윤석열·한동훈 커플이 저지른 난동질을 제동 걸지 못한 참담한 결과에 대해 책임감과 정치적 양심을 보여줘야 한다”며 윤용조 부국장과 마찬가지로 임종석·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 총선 불출마를 촉구했다.

◆ ‘비명 현역’ 지역구 출마 선언한 ‘친명 비례’…계파 충돌 본격화?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22대 총선 경기 광명시을 지역구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22대 총선 경기 광명시을 지역구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비단 비명계를 향한 친명계의 공세는 ‘불출마 종용’에 그치지 않았는데, 친명계로 꼽히는 이수진(비례대표) 의원은 중앙당에 의해 전략선거구로 선정된 서울 서대문갑 출마를 철회한다고 밝힌 지 하루 만인 22일 “성남을 지키는 것은 민주당을 지키는 것이며 이 대표를 지키는 것”이라며 비명계 윤영찬 의원의 지역구인 성남중원구 출마를 선언했다.

당초 이 지역에 도전하려던 친명계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성희롱 논란 때문에 불출마를 선언하자 공교롭게도 또 다른 친명계인 이 의원이 윤 의원의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졌는데, 심지어 이 의원은 보다 노골적으로 “지금 성남중원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오겠다는 후보는 민주당의 정체성조차 없는 사람이다. 민주당에 배신과 분열의 상처를 주면서 민주당의 이름으로 출마하겠다는 상황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며 이 대표 체제를 비판해온 ‘원칙과상식’ 출신인 윤 의원에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자 윤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1994년 김대중 총재의 전담 기자로 시작해 노무현 대통령의 정권재창출을 곁에서 지켜봤고 청와대의 초대 국민소통수석으로 일하며 문재인 정부와 함께 해온 자랑스러운 민주당원인데 이 의원은 민주당의 역사와 정신을 얼마나 알고 얼마나 함께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성남 중원엔 저만 있는 것도 아닌데 (총선) 80일 앞두고 갑자기 내려와 오직 자신만이 진짜 민주당 후보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도 무례하며 지역주민을 무시하는 처사다. 출마의 변조차 자신을 보여주지 못하고 남의 것을 빌려야 하는 옹색함을 부끄럽게 여기길 바란다”고 맞불을 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명계 의원들의 비명계 의원 지역구 출마선언은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23일엔 친명계 양이원영 의원(비례)이 “당 대표가 검찰 독재의 칼날에 난도질 당하는 상황에서 당 대표 체포동의안에 왜 가결표를 던졌나. 국민의힘에 있어도 이상하지 않는, 민주당답지 않은 정치인이란 조롱이 여기저기 들린다”면서 비명계 양기대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광명을 출마를 선언했다.

양 의원이 광명에서 출마 회견한지 바로 다음 날 견제구를 던지듯 등판한 셈인데, “이제 선수 교체가 필요한 때”라고 외친 양이 의원은 이날 회견 뒤에도 기자들과 만나 “(양 의원은) 지난 대선 때 유세 한 번 안 했고 결국 당원 항의 때문에 마지막에 한 번 했다는 얘기도 들었다”며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건에 대해서도 역할 한 분이라고 다 알려져 있는데 그걸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고 계속 숨어 있다”고 양 의원에 대한 압박을 이어갔다.

다만 ‘친명계 자객 출마’라는 시선을 의식한 듯 기자들이 이에 대해 질문하자 양이 의원은 “양 의원이 비명인 것을 몰랐고 공교롭게도 (출마하고 보니) 양 의원이었다”며 자신이 출마 지역구로 이곳을 택한 이유에 대해서도 “자객공천으로 단순히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광명이란 정치적 연고를 찾아가서 경쟁 도전장을 던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친명계 김의겸 의원이 비명계 신영대 의원의 지역구인 전북 군산을 출마지역으로 택했으며 비명계 강병원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은평을 출마를 선언한 ‘친명 원외 인사’ 김우영 강원도당위원장도 당 공직선거후보자 검증을 통과했고 친명계 정봉주 전 의원은 비명계 박용진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강북을 출마 의사를 내비치는 등 현역 여부를 막론하고 친명계의 비명계 지역구 출마선언은 줄줄이 이어질 모양새다.

◆ 조응천 “수박 다음엔 친문 나가라? 친명 많이 당선돼야 한단 것”

지난 16일 조응천 의원이 청년당원들의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지난 16일 조응천 의원이 청년당원들의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그래선지 비명계에서도 친명계에 역공을 가하는 목소리가 나왔는데, 앞서 당 사무총장이나 공직선거후보자 검증위원장 지역구에 출마하려던 인사들이 전부 부적격 판정을 받아 ‘친명 기득권 지키기’란 비판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임 공관위원장이 지난 21일 “그분들의 탈락이 오비이락이라고 하필이면 사무총장과 검증위원장 선거구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반박했음에도 친문으로 분류되는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23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사무총장 자리는 총선을 앞두고 헌신이 요구되는 자리”라며 친명계 핵심으로 꼽히는 조정식 사무총장에 사실상 불출마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조 사무총장에 대해선 전날 친명 원외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도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선 전 정부 주요 인사보다 당 지도부가 먼저 솔선수범해야 하고 특히 가장 주요한 당무를 책임지고 있는 사무총장이 선당후사의 물꼬를 터주길 요청한다”며 총선 불출마를 촉구한 바 있어 일각에선 꼭 계파 갈등이라기보다 제각기 벌이는 공천 경쟁이란 시각도 없지 않은데, 홍익표 원내대표는 당내 파열음 때문인지 23일 원내대책회의 마무리 발언 중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공관위에 세심한 관리를 부탁한다. 아울러 예비후보들은 불필요한 인신공격이나 비방보다 공정하고 발전적인 경쟁을 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비명계 출신으로 민주당을 탈당해 제3지대 ‘빅텐트’ 신당 추진 중인 조응천 미래대연합 창당준비위원장은 23일 채널A 유튜브 ‘정치시그널’에 나와 현재 민주당 상황을 꼬집어 “이제 수박들이 나가니까 그 다음에 조금 덜한 멜론들과 친문들 나가라고 하고, 이제 드디어 이해찬계도 나가라고 한다. 목숨 걸고 이재명 사수할 사람들은 우리(친명계)고 다 나가라는 것이고 뒤집어서 얘기하면 우리(친명계)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얘기에 불과하다”며 공천 탈락한 현역의원들이 제3지대에 뛰어들 가능성에 대해 “불신을 확신으로 바뀌게 하는 게 있다면 도저히 안 되겠다고 하는 분이 많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민주당과 경쟁하는 또 다른 정당인 국민의힘에서도 같은 날 오후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이 당사에서 열린 2차 공관위 회의에서 민주당을 겨냥 “사천 등 개인 공천에 대한 우려가 많다”며 “국민의힘은 시스템 공천을 통해 줄 세우기 공천, 계파 공천 등 구태를 끊어내겠다”고 강조했는데, 이런 상황 속에 장차 민주당이 ‘계파 공천’ 논란을 자초하지 않는 결과를 과연 내놓을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