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당내 갈등 격화돼도 “분열 크지 않아”
검증위에 반발한 ‘원조 친명’은 이낙연 신당행
준연동형이냐 병립형 회귀냐...全당원투표 준비 들어가나
유인태 “‘병립이냐 연동이냐’ 좌고우면하다 소탐대실?”
친문·친명 간 갈등, 친명계 ‘자객 출마’ 논란 수습할까?

지난 18일 이재명 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지난 18일 이재명 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총선까지 70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내에선 선거제 문제부터 경선 과정에서의 파열음까지 불협화음이 잦아들지 않고 있어 이재명 대표가 사면초가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 선거제 결정도 ‘전당원투표’에 맡기자 도마 오른 李 리더십

국민의힘이 연일 민주당에 선거제 관련 입장을 내놓으라고 압박하는 가운데 민주당에선 전당원투표로 이 문제를 풀겠다는 모양새인데, 앞서 민주당은 지난 2020년 3월 준연동형 비례제 도입으로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만들지 여부를 놓고도 당내 찬반 논란을 전당원투표를 통해 매듭지은 바 있다.

다만 전당원투표로 선거제를 결정하자고 제안한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병립형 회귀에 무게를 뒀던 만큼 사실상 현재 당 지도부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약속을 위반하는 정치적 부담을 덜고자 전당원투표라는 형식을 명분으로 내세운 게 아니냐는 비판적 시선도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이 대표의 경우 지난 대선 당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약속하고 위성정당 금지를 천명한 바 있는데다 지난달 26일에는 민주당 의원의 절반에 가까운 81명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병립형 퇴행은 윤석열 심판 민심을 분열시키는 악수 중의 악수”라며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를 촉구했던 만큼 준연동형 비례제로 간다면 전당원투표에 부칠 필요도 없이 지도부가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 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전당원투표 준비에 들어갔다는 점은 민주당 지도부도 국민의힘과 마찬가지로 거대양당이 다수 의석을 확보하는 데에 유리한 병립형 회귀로 기운 셈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는데, 대선 때 했던 약속을 스스로 파기하고 그간 병립형 회귀에 부정적이었던 제3지대와 야권 소수정당들로부터 쏟아질 비판은 당원 뜻임을 앞세워 돌파해보려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당 내부에선 계파를 막론하고 전당원투표만으로 선거제를 결정하려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는 상황인데, 김영진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조차 지난달 3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선거제 개편 결정 방식과 관련 “전당원투표까지 갈 사안이 아니다. 지도부가 논의하고 의총을 거쳐 결정하면 당원과 의원과 국민들이 따를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친명계 좌장으로 꼽히는 정성호 의원조차 1일 YTN라디오 ‘박지훈의 뉴스킹’과의 인터뷰에서 ‘전당원투표’와 관련해 “그냥 당원들에게 ‘어떤 게 좋은지’ 묻는 게 과연 올바른지 저는 사실 조금 의문”이라고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지도부가 입장이 있다고 하면 의총을 거쳐 의견을 모아 국민들과 당원들을 설득하는 게 올바른 태도 아닌가. 이 문제와 관련해선 의원들 간 무제한 토론이 한번 있으면 좋지 않겠나”라며 “전체 의원들의 의견을 확인하고 그 방향을 갖고 지도부가 결정하든, 아니면 지도부가 어떤 방향이 있다고 하면 그걸로 의원을 설득하고, 그리고 설득된 의견을 갖고 당원을 설득하든지 이런 절차로 가는 게 맞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워낙 (병립형인지 연동형인지) 양쪽 견해가 대립되고 대표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기 때문에 지도부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인 것은 알고 있으나 ‘이것인지 저것인지 결정하기 어려울 때는 내가 조금 손해 보는 쪽이 좋다’라는 게 개인적 심정”이라며 “대표나 우리 당이 좀 손해 본다고 해도 그런 게 나중에 결과적으로 낫다고 하는 게 제가 정치하면서 느낀 경험의 결과”라고 사실상 연동형 쪽에 무게를 싣는 견해를 내비치기도 했다.

심지어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 대표는 지난번에도 불체포특권 포기하겠다고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해놓고 부결 호소했는데 이번에 또 (선거제) 이거 뒤집으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이 대표를 누가 믿겠나. 선거 앞두고 대표에 대한 불신이 강하면 총선 전망도 어두워지는 것”이라며 “권역별 비례로 가고 싶어 하는 게 맨 처음에 이 대표 생각이었는데 ‘다당제가 대선을 이기는 것보다 중요하다’고까지 얘기해놓고 이제 와서 ‘병립이냐 연동이냐’ 좌고우면한다. 소탐대실이라고, 비례 몇 개 자기가 아는 사람 주고 싶어 하는데 이걸 뒤집으면 지역 선거에서 손해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 李 “공천 갈등 크지 않아” 자평했으나 ‘원조 친명’까지 탈당

유승희 전 국회의원이 1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민주당 탈당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유승희 전 국회의원이 1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민주당 탈당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비단 선거제 문제 뿐 아니라 이번 총선 공천 과정에서 내부 반발이나 불협화음도 점차 커져가고 있는데, 이 대표는 전날 가진 신년 기자회견에서 ‘당 내부 분열 양상이 나오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역대 어떤 선거 공천 과정에 비교해보더라도 오히려 갈등 정도나 분열 정도는 크지 않은 것 같다”고 자평하면서 “공관위가 당의 당헌당규, 만들어놓은 시스템에 따라 공정하게 합리적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정작 내부 분위기는 심상치 않은 모양새다.

심지어 ‘원조 친명’으로 꼽히는 유승희 전 민주당 의원마저 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한 경선이 이뤄질 것만 기대하고 준비해왔는데 4년 전 이해하기 어려운 경선 결과로 공천 탈락하고 이번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아예 경선 참여조차 원천 배제되는 상황”이라며 “지금도 제가 왜 후보 부적격 판정을 받았는지, 왜 고무줄 검증의 희생자가 되었는지 이유를 모른다. 분명한 것은 저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 부당한 사례가 여러 사람에게 지금 걸려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급기야 유 전 의원은 이 대표를 겨냥 “당의 지도자가 원칙과 신의를 지키지 못하고 일관성과 명분이 없으면 당의 공적인 시스템이 무너지고 공정성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은 데 이어 “지금 당 대표를 비롯해 상당수 국회의원이 도덕성 시비에 걸려 방탄에 집중하다보니 윤석열 정부의 독주와 국정 실패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고 개혁과제에 대한 정책적 대안도 제시하지 못한지 오래”라고 직격탄을 날렸을 뿐 아니라 민주당 탈당까지 선언했다.

유 전 의원은 이낙연 전 대표가 이끄는 신당인 새로운미래와 함께 하기로 했는데, ‘친명계 1호 탈당자’조차 이 전 대표 신당에 합류한다는 점에서 향후 총선 공천 과정에서 반발한 인사들이 계파를 막론하고 추가로 민주당을 탈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이 전 대표의 신당과 오는 4일 개혁미래당(가칭)을 공동 창당할 예정인 ‘비명계’ 이원욱 개혁미래당 통합위원장은 1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공관위가 제대로 평가한다면 꼴등이 이 대표일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특히 이 위원장은 이 대표를 겨냥 “상임위 출석률이 40.4%밖에 안 되고 지금까지 법안 발의를 딱 6개밖에 하지 않았으며 그 중 본회의 통과된 법안이 하나도 없다”며 “이런 국회의원이 하위 평가 20%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도저히 상상할 수 없고, 공관위의 국회의원에 대한 공정하지 않은 평가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일침을 가한 데 이어 이언주 전 의원의 복당을 친명계에서 제안한 점도 꼬집어 “정말 당의 시스템이 망가지고 말았다는 것을 또 한 번 보여주는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 李 지도부, 자객 출마·이언주 복당 논란에도 적극 정리 없어

경기 성남 분당갑 예비후보인 여선웅 전 청와대 행정관이 1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친문, 친명 갈라치기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경기 성남 분당갑 예비후보인 여선웅 전 청와대 행정관이 1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친문, 친명 갈라치기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실제로 친명계 좌장인 정 의원이 1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제가 (이 전 의원에게) 민주당과 함께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했다. (복당을) 권유하려면 대표가 통화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말을 드렸다”고 밝혀 이 전 의원의 복당 문제도 당내 파열음을 일파만파 확산시키고 있는데, 정 의원은 “(이 대표가) 참고만 하지 정성호가 얘기했다고 들어준 적이 거의 없다”고 강조했으나 이 대표는 정 의원의 제안대로 이 전 의원에게 복당을 권하는 전화를 한 바 있어 앞서 현근택 변호사 징계 수위를 함께 논했던 문자 메시지 사건에 이어 다시금 ‘비선’ 논란이 불거졌다.

더구나 정 의원은 자신이 과거 원내수석부대표를 할 때 이 전 의원이 원내대변인이었고 법조 선후배 사이이기도 해 반윤연대 차원에서 복당 제안을 했다고 해명했지만 민주당을 탈당한 뒤 국민의힘 소속으로 문재인 정권을 거세게 비판해온 전력이 있어 친문계에선 친명 측이 이 전 의원의 복당을 추진한 데 대해 격앙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그러자 당사자인 이 전 의원은 1일 SNS를 통해 “친문86에서 돌아가며 저를 비난하고 있어 당황스럽다. 제게 함께 하자고 한 당 대표에도 도움이 안 되고 자칫 제가 당내 권력투쟁의 빌미가 되고 있는 게 아닌가. 저는 복당을 제안 받기 전엔 전혀 생각지 않았고 지금도 고민 중”이라고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친명계 원외 인사들을 중심으로 친문계 인사들을 겨냥해 불출마 압박까지 가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본다면 이 전 의원 복당 문제도 친문 측을 자극할 요소가 될 법한데, 특히 지난달 31일 뉴시스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의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을 맡았던 임 전 실장이 서울 중·성동갑 출마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은 임 전 실장과 ‘이재명 변호사’로 알려진 조상호 법률위 부위원장에 대한 경쟁력 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져 친명의 ‘친문 배제 본격화’ 아니냐는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 뿐 아니라 임 전 실장의 출마를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예 “윤석열 검찰총장을 임명한 결과를 책임져야 한다”고 문 전 대통령을 직격한 곽상언 변호사의 발언까지 자신의 SNS에 인용한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에 대해서도 최근 민주당이 서울 동작을 후보 경쟁력 조사대상에 포함시켜 조사한 것으로 알려진 것은 물론 뉴시스에선 서울 송파갑에 전략공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보도해 친명 측을 바라보는 친문계의 경각심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비록 친문·친명 간 갈등이 선거 패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문 정부 출신인 여선웅 전 청와대 행정관은 1일 “경선 과정에서의 작은 갈등 불씨로 단결과 통합의 길에 금이 가거나 윤 정권 심판 동력이 꺼져선 안 된다”면서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지호 전 당 대표 정무조정부실장으로 경기 성남 분당갑 예비후보 단일화를 하고 자신은 불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지만 과연 당 지도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여 전 행정관 같은 하나의 사례만으로 골 깊은 계파 간 불신이 극복되고 ‘자객 출마’ 의혹까지 잦아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래선지 ‘친문’인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미 지난달 31일 KBS1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에서 친명계의 ‘자객 출마’ 논란과 관련 “누가 봐도 이 대표한테 보고 내지는 상의 없이 했겠나. 특히 이 대표 비서실 차장 출신 젊은 친구가 소위 반명 지역구에 도전하고 있고 (비명계 강병원 의원 지역구 출마자인) 김우영이라든가 (전해철 의원 지역구 출마자인) 양문석 이런 사람들은 자기 지역위원장직을 무책임하게 버리고 반명한테 도전하겠다고 해선 옮긴 것”이라며 “김우영은 징계 안 받았는데 이것도 의아한 것이다. 자객 출마 프레임이 좋은 게 아니라면 빨리 정무적 기능을 작동해 정리해줘야 한다”고 당에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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