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개편안 두고 고심에 고심 거듭하는 이재명의 민주당, 왜?
민주당 지도부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 시도에 뿔난 야권, 집단 총반발
이재명 지도부 작심비판 나선 김두관 “침묵은 리더십이 아니야” 직격
‘병립형’ 압박 나선 국민의힘 “정치적 계산기 그만 두들기고 답할 시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좌)와 회의 중인 국회 본회의장 모습(우). 사진 / 이 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좌)와 회의 중인 국회 본회의장 모습(우). 사진 / 이 훈 기자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오는 4·10 국회의원 총선거와 관련해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을 결정짓는 선거제 개편안의 키를 쥐고 있는 이재명 대표 체제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준연동형 유지와 병립형 회귀를 놓고 갈팡질팡 고심을 거듭하는 모습만 보이자 결국 당내를 비롯해 야권 전반의 비판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민주당이 위기감이 한 폭 더 높아진 분위기가 감돌았다.

◆ 선거제 놓고 민주당 파열음, “병립형 회귀는 악수 중에 악수” 집단 반발

민주당 지도부는 오는 4월 총선에 적용할 비례제 방식에 대해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여전히 이겨야 하는 선거라는 ‘현실론’에 부딪혀 고민만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최근 민주당의 탈당 행보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가 신당 창당 움직임까지 활발해짐에 따라 의석수 확보에 대한 불안감이 작동되어 병립형 비례제를 기반으로 한 협상안으로의 전환을 꾀하는 분위기라고 관측했다.

실제로 앞서 전날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당 지도부는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갈 것을 제안하며 당론화를 시도했지만 결국 당내 반발로 인해 불발되고 말았는데, 이와 관련해 박주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하여 “당내에 지금 선거제를 둘러싼 이견들이 있고 그 이견이 사실 팽팽한 상태여서 지금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밝혀 당내 선거제를 둘러싼 갈등과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형국임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민주당 소속 의원 81명은 26일 국회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선거제 개편안에 대한 의견을 재차 밝히고 나서 눈길을 끌었는데, 이들은 이재명 대표체제의 당 지도부를 향해 “지역구 민주당, 비례 연합으로 연동형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병립형 퇴행은 비례 몇 석을 더 얻으려다 253개 지역구에서 손해 보는 소탐대실이다”고 비판하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그들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야합해 병립형으로 돌아가면 민주 진영 분열의 명분을 주는 것이며 윤석열 심판 민심을 분열시키는 악수 중의 악수”라면서 “지역구 민주당, 비례 연합으로 연동형 대국민 약속을 지키는 민주개혁 진보 대연합을 이루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무엇보다도 이들은 “이번 총선은 집권 1년 반 만에 국정운영과 민생을 파탄의 지경으로 몰아넣은 윤석열 정부를 중간평가하고 이를 견제·심판하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며 “이번 총선에서 다시 ‘윤석열정부 대 민주개혁진보세력’의 구도를 강화하고, 그 결과로서 정부·여당의 의석 수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는데, 즉 지도부의 ‘작은 욕심’으로 인해 군소 정당과 시민사회계를 적으로 돌려서는 안된다는 점을 에둘러 경고한 셈이다.

◆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 꾀하는 이재명 지도부에 강하게 반발하는 야권

정의당 김준우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정의당 김준우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재명 대표는 ‘선거에서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라고 말해 ‘병립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필요성을 은연중에 내비쳐 왔었고, 정청래 최고위원도 전날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의 당론화가 불발되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총선은 정당 간판을 걸고 단 1표를 더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총력전”이라면서 “여유 부리며 의석을 나눠 주는 자선사업이 아니다”고 말하며 전당원 투표제로 결정하자고 제안해 사실상 이 대표가 계획한 선거제에 힘이 실릴 수 있는 방향으로 분위기를 이끄는 듯한 모양새였다.

더군다나 민주당 지도부는 최근 총선에 함께 할 외부 인사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영입된 인사들에게도 비례대표 순번을 나눠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고려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정치적 득실 차원에서는 병립형을 주장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병립형 회귀를 만지작거리는 이재명 대표의 지도부를 바라보는 야권의 시선들은 매우 따갑기만 했는데, 특히 정의당 김준우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하여 민주당에서 현재 밀고 있는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에 대해 “전국단위 병립형보다 더 퇴행한 제도”라고 비판했다.

더욱이 김 비대위원장은 선거제 개편안에 대해 “민주당은 2월 말까지 계속 끌고 갈 것 같다”고 전망하면서 “민주당은 매주 바뀐다. 새로운 안을 던져보면서 여론의 동향, 지지층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다”고 의구심을 내비치면서 못마땅해 했다.

더군다나 정의당을 비롯한 노동당·녹색당·진보당 등 야 4당은 전날 국회 본청 앞에서 선거제 개편안을 두고 시간을 끌고 있는 민주당을 향해 “지금 촛불을 배신하려고 하는 것은 민주당이다”고 쏘아붙이면서 규탄하는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특히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는 이 자리에서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에 대해 “모두 알고 있듯이 권역별 병립형과 지역균형은 아무 관련이 없다”고 꼬집으면서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알고도 모르는 척 주장하는 것은 비겁한 꼼수다. 병립형 퇴행은 정권심판을 위한 야권의 공조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야권의 힘을 모아 거부권 통치를 저지해야 하는 중대한 시기에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지 말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 이재명 지도부 향해 작심비판 나선 김두관 “욕심부리면 다 죽어” 경고음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거 국회에서 열린 행사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거 국회에서 열린 행사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마찬가지로 민주당 내부에서도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를 꾀하고 있는 지도부를 향해 비판의 수위는 점점 더 높아져 가는 분위기였는데,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 지도부는 기어이 국민을 배신하고 병립형으로 돌아가겠다고 의원들을 줄세우고 있는 중인 것 같다”고 상황을 짚으면서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 “혼자 다 먹겠다고 욕심부리면 다 죽는다”며 충고했다.

김 의원은 “일부에서 연동형을 고수하면 총선에서 패한다는 엉터리 프레임에 갇혀 퇴행적이고 반민주적인 병립형 비례제로 야합의 길을 가려고 한다”고 한탄하면서 “제일 시급하고 중요한 것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흔들림 없이 지키고 위성 정당을 막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그는 “정청래 최고위원이 총선은 ‘여유 부리며 의석을 나눠 주는 자선사업이 아니다’며 준연동형 유지를 전제로 한 비례연합정당 논의를 비판했는데, 대선 당시 국회 계단에서 연동형 정치개혁을 약속했던 자신을 벌써 잊었느냐”고 비판했고, 이어 “임혁백 공관위원장은 ‘병립형으로 회귀하는 대신 30%를 소수정당에 배분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제시했는데, 정치를 얼마나 누더기로 만드려고 그러시는지 모르겠다. 왜 민주당을 ‘국민 배신 정당’으로 만들려고 하시느냐”고 질타했다.

더 나아가 김 의원은 선거제 개편안의 결정을 미루고 있는 이재명 대표를 향해 “계속 침묵인데 침묵은 리더십이 아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받아야 민주진보 진영의 리더가 되고 집권도 할 수 있다”고 직격탄을 날리면서 “‘국민과 한 약속을 꼭지키겠다’고 한마디만 해 달라”고 거듭 촉구했다.

그러면서 그는 “야권의 맏형답게 연동형 비례제라는 큰 깃발 아래 모든 민주개혁세력을 총결집시키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민주당은 알량한 민주당 비례대표 몇 석을 위해 정치개혁을 후퇴시키고 야권 대단결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할 절호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 ‘병립형 회귀’ 압박 나선 국민의힘, 장동혁 “긴 투표용지 만들어선 안 돼”

국민의힘 장동혁 사무총장(좌)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우). 시사포커스DB
국민의힘 장동혁 사무총장(좌)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우). 시사포커스DB

한편 변함없이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회귀를 주장해 왔던 국민의힘 측에서는 이날 선거제 개편안 결정을 미루고 있는 민주당을 향한 재차 압박에 나섰는데, 실제로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 본청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마땅히 해야 할 때 하는 것이 정치개혁의 시작”이라면서 “그런데도 민주당은 정치적 계산기를 두드리며 해야 할 일을 고의적으로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장 사무총장은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 “국민의힘은 이미 오래전에 (선거제도에 대한) 답을 민주당에 전달했다”고 피력하면서 “민주당은 선거제도나 선거구 획정 그 어떤 것에서도 제안을 하고, 국민의힘이 제안을 수용하면 다른 조건을 붙이면서 계속 도망만 다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 사무총장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실패한 제도로 판명났다. (그런데 그걸 알면서도) 이번에도 60센티가 넘는 투표용지로 또 국민들의 비웃음거리가 되어야겠냐”고 쏘아붙이면서 “정치적 계산기를 두드릴 것이 아니라 이제는 민주당이 답해야 할 시간인 것”이라고 몰아붙였다.

더군다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19일 이재명 대표를 향해 “기본적으로 우리 당은 병립형으로 가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고 한번도 바뀐 적이 없다”고 분명히 밝히면서 “민주당이 다수당의 힘으로 지금의 잘못된 제도를 유지하겠단 입장이면, 우리 당으로서 당연히 ‘플랜B’가 필요하다”고 말해 사실상 범진보 비례 위성정당에 대응하기 위한 범보수 비례 위성정당 출연으로 맞대결에 나설 것을 시사한 바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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