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불체포특권 포기부터 국회의원 정수 감축까지 연이어 공약
의원 50명 축소에 “300명에서 250명으로 법 개정”...1호 법안 추진
‘재판 기간 세비 반납’에 홍익표 “노동자들, 재판중에는 월급 안 주나”
與 공관위원장 “시대상황 맞는 기준 제시”...도덕성·민생·지역일꾼론
野 공관위원장 “단호하고 엄격하게 대처할 것”...현근택 불출마선언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특권 축소 등에 방점을 둔 정치개혁 공약을 거의 연일 쏟아내고 있어 정치권 변화의 주도권을 쥘 것인지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韓, ‘불체포특권 폐지·세비 반납’ 공약으로 민주당 압박

한 위원장이 그동안 제시한 정치개혁 공약은 크게 4가지로 가장 먼저 내놓은 ‘1호 어젠다’는 지난해 12월 취임 당시 내놓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인데, 이는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이미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대표가 공약한 바 있으며 이 대표 체제에서 김은경 혁신위가 1호 쇄신안으로도 내놓은 내용인 만큼 실상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위원장이 지난 14일엔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는 분들만 공천하겠다”고 천명한 데 이어 민주당도 이를 받아들일지 답하라고 연일 촉구하는 등 대야 압박수위까지 높여가고 있는데, 이 대표 체제 하에서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던 점을 겨냥한 카드로 풀이되고 있다.

두 번째 어젠다는 한 위원장이 지난 10일 제안한 ‘금고형 이상 확정된 국회의원의 재판 기간 세비 반납’으로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 시절 공천관리위원회가 21대 총선 후보 공천장 수여 시 세비 삭감 서약을 받기로 했던 적은 있지만 이번엔 경비 삭감이란 의미보다 금고형 이상 확정된 의원의 재판 기간 세비 반납이란 일종의 징계 성격이란 점에서 이 역시 민주당의 사법리스크를 겨냥한 압박 공세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한 위원장은 “최근 일부 국회의원들이 재판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면서 재판을 방탄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국민 비판이 뜨겁다”고 언급하기도 했으며 같은 당 권성동 의원도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황운하 의원은 1심에서 징역 3년 실형을 받았지만 항소해 임기를 모두 채울 전망인데 수억원의 국민 세금으로 자신의 변호사비를 충당하고 있는 셈이다. 윤미향 무소속 의원도 의원직 상실형을 상고해 임기 채우는 데는 문제가 없고 그 외 돈 봉투 사건 연루자들은 말할 것도 없다, 때문에 형이 확정된 경우 세비 반납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염치”라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건 정치인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국민 일반에게 적용될 수밖에 없지 않나. 기업대표, 노동자들, 서민들 모두 재판 진행 중이면 월급 안 줄 건가”라며 “당장 헌법소원에 들어가는 문제다. 영장 청구해서 기각되면 해당 수사 영장 청구했던 검사 월급 깎고 해당 정치인 무죄 나오면 수사기간 동안 검사 월급 전부 다 100% 안 줄 건가”라고 한 위원장에 반문했다.

이에 한 위원장은 11일 부산에서 가진 비대위 회의에서 “민주당이 반대하면 우리 당이라도 총선 공천에 반영해 서약서를 받겠다”고 역설한 데 이어 14일 고위 당정협의회 참석 뒤엔 기자들과 만나 홍 원내대표의 지적에 맞서 “그런 억지 비유는 이상해 보인다. (홍 원내대표 주장대로면) 국회의원도 법안 발의했다가 통과 안 되면 (월급) 반납한다는 건가”라며 “서민, 기업인, 노동자는 재판 확정되면 월급 반납할 거냐고 묻던데 그분들은 세금으로 월급 받는 사람이 아니다. 국회의원 특권을 얼마나 내려놓는지, 얼마나 진심으로 정치개혁 할 것인지 경쟁하기 바란다”고 맞받아쳤다.

특히 한 위원장은 뇌물 및 불법정치자금 혐의로 기소된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공천 적격’ 판정 받은 점도 꼬집어 “세비 반납 반대하는 민주당 입장대로면 세비 그대로 다 받게 될 건데 국민들이 볼 때는 해도 너무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꼬집었으며 같은 날 오후 충남도당 신년인사회에선 보다 분명하게 “깨끗한 정치하겠다면 내가 말한 이 두 가지에 반대할 이유가 있나. 지금 이 대표를 보호해야 하는 민주당은 절대 할 수 없는 것들”이라고 이 대표에게까지 직격탄을 날렸다.

◆ 국민의힘 귀책사유 시 재보선 무공천·의원수 감축도 공언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국회의원 정수 감축 주장을 펴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국회의원 정수 감축 주장을 펴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다만 국회의원 특권 폐지를 골자로 한 한 위원장의 정치개혁안이 그저 민주당 압박만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닌데, 지난해 강서구청장 재보선 실시 원인이 된 김태우 후보를 끝까지 내세웠다가 국민의힘이 선거 참패했던 점도 의식한 듯 15일 비대위 회의에서 그는 “국민의힘의 귀책으로 재보궐이 이뤄지게 된 경우에 있어 후보를 내지 않겠다. 공천하지 않겠다는 것을 명확히 말씀 드린다”며 세 번째 어젠다로 ‘자당 귀책 시 재보궐 무공천’을 공언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자당 소속이던 김광신 전 구청장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무효형이 확정돼 낙마한 대전 중구청장 재선거가 이번 4월 총선과 함께 치러질 때 후보를 내지 않을 것으로 보여 민주당에는 반사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공교롭게도 대전 중구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황운하 민주당 의원은 1심에서 실형을 받았으나 당으로부터 총선 출마 예비후보 ‘적격’ 판정을 받아 이 같은 여야의 모습이 뚜렷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 뿐 아니라 한 위원장은 16일 국민의힘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선 “지금 국회의원 수 300명이 적정한지, 아니면 줄여야 하는지 국민여러분께 여쭤본다. 사실 우리는 국민들께서 어떻게 생각하실지 답을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다”며 “문제는 실천할 만한 의지와 결의가 있는 정당이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인데 민주당만 반대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국회의원 정수는 올해 4월 250명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네 번째 어젠다로 ‘의원정수 감축’을 제시했다.

이 ‘의원정수 감축’ 주장 역시 앞서 국민의힘을 이끌었던 김기현 당시 대표가 지난해 6월 취임 후 첫 교섭단체 연설을 통해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 무노동·무임금제 도입과 함께 제안한 정치쇄신 3대 과제 중 하나로 새로운 제안은 아니지만 차이가 있다면 김 대표가 전체 의원 수의 10%인 30명 감축을 제안했던 것보다 한 발 더 나아가 한 위원장은 50명 감축안을 제안한 것이고 단지 당론화 차원을 넘어 한 위원장은 “이번 총선에서 승리해서 의원 수 300명에서 250명으로 줄이는 법 개정을 제일 먼저 발의하고 통과시키겠다”고 ‘1호 법안’ 추진 의지까지 적극 드러냈다.

이 같은 공약과 관련해 기자들은 이날 신년인사회 직후 한 위원장과 만나 ‘총선용 공약 아니냐’고 질의했는데, 한 위원장은 “실천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확고한 다짐을 보여드리는 것밖에 없다. 법안을 낼 것”이라고 강조했으며 의원정수 축소가 국민 대표성을 축소할 수 있다는 지적엔 “많은 국민들은 지금 300명에게 투입되는 세금을 감안할 때 그만큼 역할을 못하고 있고 오히려 줄여도 더 집약적으로 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시는데 그 판단에 따라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의원정수를 50명 축소하면 비례대표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선에도 그는 “지난 4년을 되돌아보면 비례대표 의원 중 실제로 직무를 대표한다기보다 다음 지역구를 따내기 위해 그 당의 권한이 있는 사람을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그 과정에서 무리한 가짜뉴스를 뿜어내고 그것으로 정치와 국민 마음을 혼탁하게 한 예를 우리가 잘 봤다”며 “직능자와 소수자를 대표한다는 비례대표의 순기능이 물론 있지만 민주당이 그렇게 운영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그는 의원정수 축소 공약과 관련 “개인 의견이 아니라 원내대표와 말을 나눈 것이고 이 부분에 대한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우리 의원들도 충분히 느끼고 있다. 우리 헌법은 국회의원 정수를 200명 이상으로 하고 있어 250명으로 줄이는 안을 낼 건데 어떤 방식인지 차차 고민하겠다”라고 부연했는데, 하지만 같은 날 민주당에선 최혜영 원내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선거철만 되면 나오는 단골 레퍼토리는 새로울 게 없고 한 위원장은 선거철 반짝 인기를 위해 떴다방식 공약으로 던졌다”고 혹평을 쏟아냈다.

한 발 더 나아가 최 원내대변인은 “무엇보다 의원 정수 조정은 포퓰리즘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선거구, 선거제도 등 정치제도 개편과 함께 논의돼야 한다. 과거 안철수 의원 등이 무책임하게 내놓은 구호를 답습하는 것은 정치개혁이 아니란 점을 명심하라”며 “무책임할뿐더러 그 근저에 정치 혐오가 담겨 있는데 한 위원장은 이제라도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무책임한 언행 대신 김건희 특검에 대한 국민 요구에 책임 있게 답하기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與 공관위도 ‘정치개혁’ 발맞춰…“부적격 기준 대폭 강화”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16일 오후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첫 공관위 회의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16일 오후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첫 공관위 회의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한편 16일 첫 회의를 당사에서 개최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에서도 한 위원장의 정치개혁 주장에 발맞춰 정영환 공관위원장이 “당헌·당규에 있는 부적격 기준을 대폭 강화하고 엄격하게 적용해 국민 여러분들이 요구하는 시대적 상황에 맞는 도덕적 기준을 갖춘 분들을 공천하겠다”며 도덕성·민생·지역일꾼이라는 3대 공천 기준을 제시하고 막말 또는 음해를 통해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선거운동, 당내 분란을 야기하는 선거운동, 갈등을 조장하는 선거운동 등 3대 불가 원칙에 반하는 선거운동을 한 게 드러날 경우 공천심사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치개혁 일환으로 선거 때마다 부상했던 현역 의원 물갈이도 어느 정도 이뤄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 국민의힘 홍석준 의원은 KBS라디오에 나와 “국민들이 바라는 혁신을 어떻게 보여줄까 하는 면에서 혁신위에서 현역의원 20% 물갈이를 제안했고 총선기획단을 거쳐 공관위에서도 받아들여져서 그 방향으로 공천 관리와 공천룰이 정해질 거라 생각한다”고 전망했으며 같은 당 유상범 의원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20% 정도가 검토되지 않겠나. 한 위원장은 헌신이란 단어를 쓰면서 총선에 참여하지 않고 그 과실을 갖지 않겠다고 했고 결국 우리 당에서도 개혁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요구할 수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심지어 김종혁 조직부총장은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4년이란 시간이 흐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교체나 물갈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 어느 선거든 여야 할 것 없이 한 40% 정도는 신인들이 들어온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다만 “힘없는 사람 다 쳐내고 숫자만 맞추는 것을 개혁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덧붙여 ‘보여주기’식으로 교체 비율에만 집중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국민의힘에서 비대위원장부터 공관위원장에 이르기까지 정치개혁을 전면에 내세우자 민주당에서도 같은 날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이 성희롱 논란에 휩싸인 ‘친명계’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관련해 “현 예비후보자의 일련의 문제에 대해 단호하고 엄격하게 대처할 것”이란 입장문을 내놨는데, 결국 현 부원장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민주당 역시 정치개혁 경쟁에 돌입한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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