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진 요구받던 이재명, 공천관리위원장에 임혁백 교수 임명
동교동계 이석현, 민주당 탈당 선언하며 이낙연 신당행 예고
대장동 의혹 최초 제보자 남평오, 민주당 역할에 의문 제기해
갈수록 멀어지는 이낙연과 이재명, 계파 갈등 극복 가능할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현 대표(좌)와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우). 시사포커스DB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현 대표(좌)와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우).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비명계(비이재명)로부터 퇴진과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을 요구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년 총선의 공천권을 행사할 공천관리위원장에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인사인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를 임명하여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 이재명, 공관위원장에 임혁백 교수 임명 “공정한 공천관리 업무 이끌어줄 것”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29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세계적 석학인 임혁백 교수를 임명했다”면서 “앞으로 임 위원장이 민주당의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관리 업무를 이끌어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강 대변인은 임 위원장에 대해 “한국정치사 현장과 함께 했고, 한국 정치를 일원화해서 가야 할 길을 제시한 분으로 유명하다”고 소개하면서 “변화를 주도하는 민주당, 이기는 민주당이 될 수 있도록 공정한 선거관리를 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 따르면, 임 위원장은 지난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으며 노무현 정부에서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치개혁연구실장을 역임한 바 있는데, 다만 지난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당시 이재명 대선 후보의 정책자문 그룹에 이름을 올려져 있어 사실상 친명 인사로 분류되어 당내 계파 갈등 해결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 ‘친명 인사’로 분류된 임혁백 교수, 공관위원장 인선의 의미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를 비롯 최고위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를 비롯 최고위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무엇보다도 이번 공천관리위원장의 인선에 대해 정치권의 관심이 주목된 이유는 통합 비대위로의 전환을 요구받고 있는 이재명 대표가 통합 의지를 보여주면서 비명계를 설득할 카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아쉽게도 이 대표는 친명 인사로 해석되는 임 위원장을 임명하여 사실상 통합 행보와는 거리가 먼 선택을 한 것이라는 지적이 흘러나왔다.

더군다나 최근 비명계로 분류되던 최성 전 고양시장을 비롯해 김윤식 전 시흥시장, 이창우 전 동작구청장 등이 공천과 관련해 부적격 판정을 받아 ‘공천 학살’ 논란도 일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당내 계파 갈등을 잠재울 수 있는 통합형 공관위원장 인선이 필요한 상황이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심지어 이 대표는 전날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의 회동에서 정 전 총리로부터 ‘현애살수’(懸崖撒手, 벼랑 끝에 매달려 결국에는 잡고 있는 손을 놓치게 된다라는 뜻)라는 사자성어까지 들으며 퇴진 결단을 요구 받은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정 전 총리 측은 현애살수에 대해 “낭떠러지를 계속 붙잡고 있으면 언젠가 힘이 빠져서 떨어지게 되니 선제적으로 손을 놔야만 살 방법이 생긴다는 의미”라고 설명까지 곁들여 사실상 이 대표의 퇴진 압박이 최고조에 이르러 있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또한 민주당 소속의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하여 정 전 총리의 ‘현애살수’ 경고음에 대해 “매우 절박한 상황이기 때문에 그냥 그냥 넘어가는 그런 게 아닐 거라서 이재명 대표의 고민이 매우 깊게 진행되고 있을 거다”며 “그냥 흘려들은 얘기가 아니기에 고민은 꽤 하실 것”이라고 상황을 짚었지만, 결국은 이 대표는 공관위원장 자리에 친명 색채의 인사를 인선하게 되면서 당내 통합 행보와는 점점 더 멀어지는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그동안 이재명 대표에게 연말까지 사퇴해 줄 것을 촉구하면서 해당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내년 초 신당 창당 행보에 돌입할 것이라고 시사하는 메시지를 내왔던 이낙연 전 대표도 사실상 신당 창당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 엿보였는데, 실제로 이 전 대표는 전날 경기도 고양시 덕양행신종합복지관에서 열린 최성 전 고양시장의 출판기념회에서 “내년 1월 첫째 주 안에 나의 거취랄까 하는 것을 국민께 말씀드리는 것이 옳겠다”며 “연말까지 민주당에 시간을 주겠다고 약속했고 새해 초에 국민께 보고드리겠다고 했으니 그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말해 예고된 신당 창당 수순으로 ‘이낙연 신당’ 출범이 초읽기에 돌입한 듯한 양상이다.

◆ ‘민주당 뿌리’ 이석현, 탈당 선언하며 이낙연 신당행 “이재명 사심 때문”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이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오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이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오훈 기자]

한편 동교동계로 널리 알려지고 ‘민주당의 뿌리’라고 평가받고 있는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금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심으로 민주와 정의가 실종되고 도덕성과 공정이 사라졌다”고 지적하면서 “오늘 민주당 탈당을 선언한다. 그리고 이낙연 전 대표와 함께 신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 전 부의장은 “전두환 때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로 오랜 세월 민주당을 지켜 온 당원으로서 너무나 참담한 심정이며, 지금 민주당은 침몰 직전의 타이타닉호”라고 비유하면서 “대선 패배에 부딪혔을 때 선장도 바꾸고 배도 정비했어야 했다”고 한탄하며 이재명 대표체제를 향해 작심 비판하고 나섰다.

이어 그는 “선장이 파국으로 배를 몰아도 선원들은 배의 크기만 믿고 자기들만의 선상 파티를 즐기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렇게 원칙에 귀를 닫고 상식을 조리돌림을 하다가는 결국 난파해서 침몰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이 전 부의장은 앞으로 출범할 이낙연 신당에 대해 “민주 세력 최후의 안전판이자 제3의 선택지다. 내가 실질적으로 창당을 비밀리에 준비하고 있다”면서 “(이재명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 타이타닉’이 난파하면 옮겨 탈 수 있는 구명보트 역할과 윤석열 정권의 국정 난맥에서 새로운 배를 찾는 합리적 다수의 국민을 위한 준비가 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싫고 이재명 대표도 싫은 국민에게 제3의 선택지를 제공할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 나아가 그는 이재명 지도부를 향해 “이 대표의 독단과 전횡으로 민주당이 망가졌다. 이재명 1인 정당이 된 것에 개탄하며 당을 떠나는 것이다”고 직설적으로 밝히면서 “민주당은 신당에 국민적 지지가 없다고 하지만 중도는 말이 없을 뿐 생각이 없는 게 아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렇듯 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 창당이 가시화되고 힘을 받는 듯한 기류가 흐르면서 앞으로 민주당의 현역 의원들이 얼마나 합류할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는 분위기였는데, 다만 비명계가 중심인 ‘원칙과 상식’ 모임은 이낙연 신당 합류에 대해 아직까지는 선을 긋는 모습이 엿보였다.

실제로 이날 이원욱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에 대해 “내년 1월 초에는 본격적인 창당 작업을 시작할 것 같다”고 상황을 짚으면서도 “원칙과 상식 의원들도 나가는 것이냐고 묻길래 ‘그건 아니다’고 이런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앞서 원칙과 상식 모임(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의 의원들은 오는 12월까지 당이 변화하지 않으면 자신들의 거취에 대한 결단을 하겠다고 말한 바 있기에 사실상 며칠 후면 이들도 자신들의 거취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일각은 관측했다.

◆ 점점 더 멀어지는 이낙연과 이재명, 계파 갈등 극복 가능할까?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최초 제보자인 남평오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이 지난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연대와공생’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최초 제보자인 남평오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이 지난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연대와공생’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또 다른 한편, 이낙연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남평오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이 자신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최초 제보자라고 밝히고 나서 정치권에서는 친명계와 비명계의 갈등은 좁혀질 수 없는 상황에 도달한 것이라고 점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앞서 남 전 실장은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이낙연계 싱크탱크인 ‘연대와 공생’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2021년 7월 초순에 대장동 원주민 한 분이 찾아와서 대장동 비리 의혹을 조사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고, 그래서 저는 캠프 종합상황실장으로서 제보의 사실관계를 알아봤다”고 제보에 나서게 된 배경을 밝혔다.

더욱이 그는 이날도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하여 “상대 후보가 비리나 의혹이 있다면 그건 당연한 검증과정인 것”이라면서 “현재까지 수사과정이나 지난 2021년 8월에 저희가 추적해 보면 대장동 사건은 이재명 대표 결재 없이는 이게 불가능한 거다”고 거듭 비판했다.

그러면서 남 전 실장은 “이재명 대표는 지난 2년 동안 우리 민주당의 어떤 체제를 만든 사람인데 그 체제가 정말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앞으로도 국민의힘을 비판하고 대안 정당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거듭 이재명 대표의 퇴진을 촉구해 사실상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앞으로 함께 할 가능성과는 점점 더 멀어지는 듯한 모양새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