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검사 출신의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공식 임명된 가운데 사법리스크에 둘러싸여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 쇄신과 혁신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분출되면서 리더십이 출렁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 전직 총리 ‘이낙연-정세균’ 전격 회동, 李 측 “두 분, 솔직한 의견 교환해”

무엇보다도 이재명 대표를 향해 퇴진 요구와 함께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을 강하게 촉구하고 나섰던 국무총리 출신의 이낙연 전 대표는 26일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비공개 조찬 회동을 가지면서 당내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의 시간을 가졌다.

정 전 총리와 회동을 마친 이 전 대표 측은 즉각 입장문을 통해 “두 사람은 국가와 민주당 안팎의 문제들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히면서 “윤석열 정부의 실정으로 국민 삶이 어려운 부분에도 당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전 대표 측은 “(당내 일부에서)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제안도 있었고, 그런 여러 가지 부분에 대해 서로 공감하는 말씀을 많이 나눴다”고 설명하면서 더 나아가 “적절한 상황이 조성된다면 김부겸 전 총리를 포함한 ‘3총리 회동’을 추진할 수 있다는 데 의견도 같이 했다”고 덧붙여 당내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 이낙연-정세균 회동에 쏠린 눈, 전직 총리 만남이 주는 의미는?

다만 이번 회동은 정 전 총리가 주도한 만큼 그간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 행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왔던 점을 감안하면 당내 계파 갈등 해소를 통한 통합 방안을 고심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실제로 정 전 총리는 지난 24일 김부겸 전 총리를 만나 자리에서도 민주당 내 공천 갈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짚으면서 당이 공정하게 운영돼야 한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군다나 정 전 총리는 오는 28일 이재명 대표와 만남을 앞두고 이낙연 전 대표를 먼저 만난 것이기에 그간의 당내 문제를 비롯해 이 전 대표 측에서 우려하고 있는 것에 대한 의견들을 이 대표에게 전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한 분위기였고, 이에 더해 정 전 총리가 이 대표와 만남을 가진 이후에 ‘3총리 회동’(김부겸·이낙연·정세균)도 곧장 이어질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정치권 일각에서는 3총리 회동의 성사 여부에 대해 촉각을 세운 분위기가 역력해 보였는데, 이는 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 창당 행보와 맞물려 해석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이재명 대표를 향해 연말까지 사퇴해 줄 것을 조건부로 제시한 바 있어 사실상 이번 주가 민주당의 통합과 분열의 향방을 가름하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 엎친 데 덮친 격?, 민주당 계파 갈등 격화 ‘공천 갈등 수면 위로’

뿐만 아니라 민주당 내부에서는 물 밑에 있던 내년 총선과 관련한 공천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잡음이 커지는 듯한 모습도 감지됐는데, 실제로 총선 예비후보 심사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최성 전 고양시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 전 대표가 창당할 신당에 합류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최 전 시장은 “저는 이재명의 민주당에 의한 북한 수령체계식 불법 부당한 ‘공천학살’을 당한 이후 이낙연 전 대표가 추진하는 신당에 참여하기로 결단했다”며 “새해에 이낙연 전 대표가 최종 입장을 피력한 이후 가장 먼저 이낙연 신당에 참여하고 내년 총선에서는 32만에 달하는 ‘고양을’ 시민의 심판을 직접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최 전 시장은 경기 고양을 총선 예비후보 심사를 신청했었지만 당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에서 부적격 판정을 내렸으며, 곧바로 이어진 이의신청까지도 기각을 당했다. 하지만 최 전 시장은 자신이 부적격 판단이 내려진 배경에 대해 친명계로 분류되는 한준호 의원의 공천권을 주기 위함이라고 의심했다.

이렇듯 비명계의 공천 낙마가 현실화되어 가는 양상으로 흘러가는 모습을 보이자 비명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의 사퇴와 통합 비대위 전환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늘어나면서 이재명 대표체제의 리더십도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재명 지도부는 내년 총선의 공천권은 현 지도체제에서 행사하겠다는 뜻을 더욱 분명히 한 상황이기에 사실상 앞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열려 있는 ‘3총리 회동’ 여부가 이재명 지도부의 최대 난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인데, 3총리가 연대해 이재명 대표 지도부의 퇴진을 압박한다면 결국 이재명 지도부 체제는 크게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 이재명 압박하는 이낙연 “3총리 회동, 적절 상황 아니면 모임 어려울 수도”

한편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서울 강북구 강북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김대중 정부 강북지회 출범식에서 ‘3총리 회동 가능성’과 관련해 “의미 있는 자리가 돼야 한다”면서 “(반대로) 적절한 상황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모임도 어려울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제가 이제까지 했던 말을 토대로 유추해보면 답이 나올 것”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아울러 이 전 대표는 이날 출범식의 축사에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준비하던 과정을 설명하며 “김대중 정신”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는데,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3대 원한과 3대 갈등을 없애려고 도전한 최초의 대통령이다. 김 전 대통령은 동서 갈등과 보혁 갈등을 없애기 위해 헌정 사상 첫 연합정부를 꾸렸고, 남북 갈등과 한일 갈등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고 평가하면서 “후대들은 말로만 김대중 정신을 되살리자고 하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반면 정치권에 따르면, 친명계에서는 당내 계파 갈등 양상의 내홍을 수습하기 위한 대안으로 3인의 전직 총리가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을 맡는 방안까지 제안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는데, 분명한 것은 이 대표가 어떤 결심으로 당내 통합을 꾀할 메시지를 내 주느냐에 달린 문제일 것이라는 데 있다.

심지어 여당의 한동훈 비대위원장 등판으로 이재명 대표를 향한 거취 압박과 민주당 내 쇄신과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에 이번 한주가 이재명 대표에게 무엇보다도 무겁고 어려운 시간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흘러나와 그 결과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