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마지막 예산 정국, 긴축 재정 기조의 정부 예산안 향방은?
野 홍익표 “민생과 우리나라 미래, 국가 경제를 내팽개친 예산” 맹폭
與 윤재옥 “내년 예산 관련 야당 공세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 고심
내일 시정연설 나서는 尹대통령, 여야 ‘협치’ 판세 읽을 가늠자 될 듯
달라진 이재명 대표?, 이번 사전 환담회에는 참석키로 해 尹과 대면

(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국회 본회의장 모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사포커스DB
(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국회 본회의장 모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끝나고 오는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예산 국회’로 인해 여야에서는 한창 예산심사 준비를 위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반면에 여야가 윤석열 정부의 긴축 재정 기조를 두고 큰 온도차를 보이고 있어 벌써부터 그 과정에 대해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 곧 국회 ‘예산 정국’ 시작, 내년도 예산안에 온도차 큰 여야···난항 예상?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31일(내일) 국회를 직접 찾아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협조를 구하는 시정연설에 나설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는데, 앞서 정부는 예상과 달리 대폭 감소한 세수 환경으로 인해 재정 적자가 예상된 만큼 건전재정 기조하에서 이를 고려해 내년도 예산을 올해 본예산보다 2.8%만 늘린 656조9000억 원 규모의 ‘긴축 예산’을 편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국회 예산결산위원회는 본격적으로 내달 1일 전문가 공청회를 시작으로 하여 예산 심의에 착수하고, 헌법상 의결 기한인 오는 12월 2일까지 예산을 처리해야 하는데, 하지만 지난해 21대 국회의 여야가 보여준 바로는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까지도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국 임시국회까지 가는 사태까지 벌어진 바 있기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예산 심사가 시작하기도 전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 나오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세수 부족으로 이미 재정이 불충분한 상황을 고려해 정부가 긴축 예산을 편성한 것과는 달리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역대급 세수 결손’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삭감된 ▲R&D 예산 ▲새만금 사회간접자본(SOC) ▲지역사랑상품권 등의 예산 복원 및 증대를 촉구하며 ‘정부의 재정운영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에 이번에도 역시 예산안을 두고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실제로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에 대해 “민생 문제와 우리나라 미래, 국가 경제를 내팽개친 예산”이라고 규정하면서 당내 의원들을 향해 “사상 초유의 듣지도 보지도 경험하지 못한 예산안을 정부가 제출했는데, 예결위에 부담 떠넘기기보다 상임위 차원에서 꼼꼼하게 심사해 주면 좋겠다”고 당부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홍 원내대표는 정부를 겨냥해 “우리가 제안한 예산안들 심사과정에서 지난해와 같이 대통령실에서 ‘감 놓아라, 콩 놓아라’ 하는, 그런 식으로 예산 심사할 생각이라면 아예 협의 자체를 안 하겠다”고 경고하면서 “만약 예산안이 제때 법정시한을 못 지키고 원만히 합의되지 못하면 전적으로 여당과 대통령실에 책임이 있다”고 못 박아 사실상 예산 쟁탈전을 선포한 듯한 모습이었다.

◆ R&D·새만금·지역상품권 등 삭감 예산 복원 외친 野, TF 구성까지 강력 대응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를 비롯 최고위원들이 지난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를 비롯 최고위원들이 지난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뿐만 아니라 앞서 김성주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도 전날(29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R&D 예산은 전문가의 심의를 거쳐서 몇 개월 동안 편성하는데 지난 6월 28일 대통령의 연구비 카르텔 비판과 재검토 지시에 따라서 55일 동안 ‘깜깜이’ 심의를 거쳐서 전년 대비 13.9%가 삭감된 예산안이 수립된 것”이라고 꼬집으면서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증액에서 감액으로 방향이 틀어진 것”이라고 비판했었다.

무엇보다도 김 부의장은 과학기술·산업·중소기업·인문학 연구기관의 정부 연구개발 예산이 삭감된 것과 관련해 “인문학을 기반으로 해서 과학기술도 발전하고, 사회도 발전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각 연구기관의 분절적 연구 과정을 떠나서 융합과 연결이 중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맞지 않는 삭감인 것”이라고 지적했었다.

이에 더해 윤영덕·최혜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의 R&D(연구개발) 예산은 예산 심사에서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면서 민주당 차원에서 R&D 예산 삭감 기조에 대응하기 위해서 당내 TF(태스크 포스)를 구성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정부는 내년도 R&D 예산은 올해(31조1000억 원)보다 16.6% 감액한 25조9000억 원으로 조정·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는데, 이와 관련해 민주당 측은 “국정감사를 진행했는데 R&D 예산 삭감이 대단히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이번에 구성하는 TF의 목표에 대해 “11월에 예산심사를 더 내실 있게 진행하기 위하여 준비를 집중적으로 하기 위한 검토 작업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민주당 측은 검찰 특별활동비에 대해서도 함께 TF를 꾸리겠다고 밝히면서 “권력기관에 대한 국정조사를 하려고 한다. 권력기관에는 법무부, 검찰, 경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이 있다. 이들이 특활비를 어떻게 썼는지 조사하려 한다”고 예고했다.

이밖에도 민주당은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종점변경 의혹 ▲고(故)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 ▲감사원 정치감사 의혹 ▲YTN 일부 지분 매각 문제를 포함한 정부의 방송장악 의혹 관련 등 4가지 문제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할 뜻을 거듭 밝혔으며, 또한 ▲이태원참사특별법 제정을 비롯해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과 ▲방송 3법도 내달 9일에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뜻을 밝혀 사실상 예산 쟁탈 문제만이 아니라 입법 문제에 대해서도 극한 대치전을 펼칠 모양새였다.

심지어 민주당은 아직 남아있는 국정감사인, 정보위원회 국감에서 국가정보원의 선관위 장악 시도 의혹을, 운영위원회 국감에서는 김승희 전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의 자녀 학교폭력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적극적으로 알리고 나서기도 했다.

◆ 野 공세 우려하는 與. 윤재옥 “법정 기한 내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 다해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 의원들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하고 있다.사진 / 김경민 기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 의원들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하고 있다.사진 / 김경민 기자

반면 민주당의 강한 공세가 예상됨에 따라 수적 열세에 있는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크게 우려하며 고심하는 듯한 기류가 흐르기도 했는데, 그래서인지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내일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예산과 법안을 심의하는 국회에 돌입하는데 절대 다수의석을 가진 야당에 비해 어려운 현실”이라고 불편한 심경을 토로하면서 “(당내 의원들은) 소수 여당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치열하게 공부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특히 윤 원내대표는 여당 의원들을 향해 “내년도 예산 관련 야당 공세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상임위 심사 단계부터 철저히 대응해 주고, 예결위에서 책임감을 갖고 국민께 설명하고, 되도록 법정 기한 내에 예산이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 다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더욱이 그는 “사회적 합의되지 않아 혼란과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법안들이 통과되어 국민들께 큰 피해가 돌아가는 법안들을 막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민생 법안에 대해 반드시 통과되어야 할 법안에 대해 내일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후 상임위별 민생법안 관련 회의를 갖겠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윤 원내대표는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을 민주당이 처리할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하면서 필리버스터 추진에 대한 대응 준비를 요구하기도 했는데, 그는 “의원들이 긴장감을 가지고 이 법안들의 문제점을 충분히 국민께 지적 설명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며 “민생 국감에 이어 정기국회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소속 의원들은 분발해 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 내일 尹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 진행···달라진 이재명, 사전 환담회 참석 예고까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5일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5일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 대통령실)

한편 여야의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 24일 ‘지나치게 매몰됐던 볼썽사나운 정쟁을 멈추고 민생을 위한 정치로 나아가는데 협력하기로 했다’면서 여야 간에 서로 국회 회의장 안에서 피켓을 부착하거나 상대 당을 향해 고성·막말·야유·비난 등 극단의 대립을 유발하는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지 않기로 하는 이른바 ‘신사협정’을 체결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 내일 내년도 예산안 처리와 주요 법안 통과에 협조를 당부하기 위해 국회를 찾는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여야 협치 정도를 판가름할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해 무작정 보이콧을 하며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여줬던 야당인 만큼 내일 있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어떠한 평가와 태도를 보일지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으며, 또한 대통령도 그간 보여줬던 모습을 달리해 야당에 대한 어떤 변화된 자세를 보여줄지도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일각은 진단했다.

일단 지난해 시정연설 당시 윤 대통령과의 사전 환담회에 불참했었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내일 있을 사전 환담회에 참석키로 결정하여 달라진 모습을 먼저 보여주고 나섰는데, 더욱이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윤 대통령을 향해 “(내일 있을 시정연설에서 대통령은) ‘국정 기조에 전면적 전환이 있다, 생각이 바뀐 거 같다’는 평가를 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표출해 그간의 대립 국면을 접고 협치에 나설 가능성을 열어두는 듯한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와 관련해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내일 대통령의 시정연설 때 사전 ‘5부 요인-여야 지도부 환담’ 모임에 참석하기로 했다”며 “여러 반대 의견도 있었지만, 이 대표의 결단으로 참석하기로 결론 났다”고 밝혀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전향된 자세를 보인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이는 이 대표가 정치적 유불리 차원에서 윤 대통령을 피하기 보다는 직접 마주쳐 국정 기조 변화를 촉구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책임 있는 야당 대표다운 면을 부각시키는 것이 낫겠다고 진단한 것이라고 분석하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라고 관측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정부와 여당 측은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재정 건전성을 위해 원안 통과를 강하게 주장할 것이 분명하며 야당도 정부가 삭감한 R&D 예산과 새만금 SOC 사업비 및 지역사랑상품권 예산 등을 복구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만큼 여야가 협치와 대립 사이에서 어떠한 자세를 취할지 그 과정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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