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된 예산 국회, 여야 달라진 예산 쟁탈전···여론전에 여론전으로 응수
윤 대통령 “어려운 서민에게 두툼히 지원해주는 쪽으로 예산 재배치”
이재명 “정부가 빚 부담 나눠지지 않으면 우리 경제 회복 불능 상태 돼”
달라진 여당 대응···장동혁, 李 발언 환영하며 “그러니 민생 위해 협조를”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 주재하는 모습(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우). ⓒ대통령실(좌), 시사포커스DB(우)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 주재하는 모습(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우). ⓒ대통령실(좌), 시사포커스DB(우)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656조 9000억 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심사하는 예산 정국의 막이 오른 가운데 정부·여당은 세수 결손 문제와 나라 빚이 늘어난 점을 고려해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며 긴축 재정 방침을 세웠지만 거대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경제가 어려운 상황인 점을 고려해 확장적 재정 운영 기조로 전환해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서 여야 간의 충돌이 심화될 것임을 예고했다.

◆ 국회 ‘예산 정국’ 돌입, 여야 과연 ‘법정 기한 내 처리’ 가능할까?

국회는 전날(1일)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공청회를 시작으로 예산 정국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고, 그 후로 각 부처의 국무위원과 기관장들은 각자 소속된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의원들에게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제안 설명을 하고 나선 상황이며 여야는 오는 3일부터 본격적으로 2024년도 정부 예산안의 심사에 돌입한다.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심사 일정은 오는 3일부터 8일까지는 각 부별 심사가 진행되며, 오는 9~10일은 종합 정책 질의가 진행된다. 이어 13일부터 9일간 각 소위원회에서 세부적인 심사를 진행하여 30일 전체회의를 통해 최종 의결하는 일정으로 일단 잡혀 있고, 내년도 예산안 처리의 법정 시한은 내달 2일까지다.

하지만 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내세우며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등의 조치를 취한 반면에 야권에서는 경제 위기 상황인 만큼 정부 지출을 대폭 늘려야 한다며 첨예하게 상반된 재정 방향을 제시하고 있어 법에서 정한 기한(12월 2일)에 여야가 서로 합의한 예산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실제로 지난해에 여야는 정부 예산안을 두고 크게 이견이 갈려 2023년도 예산안은 결국 법정 기한을 한참 넘긴 그달 24일에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처리되었기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흘러 나왔다.

특히 김진표 국회의장은 지난달 31일 윤석열 대통령이 내년도 예산안 심사와 관련된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를 찾아 여야 대표들과 함께 한 사전환담회 자리에서 “지난해 우리 국회는 예산처리 법정 시한을 지키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국회에서는 금쪽같은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해 달라. 예산이 국민의 삶에 보탬이 되도록 하려면 그 내용 면에서도 적재적소에 투입돼야 하지만, 시기성을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다. 적재적소 ‘적기의 원칙’이 지켜져야 할 것”이라고 신신당부를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야권인 민주당 측에서는 역대급의 세수 결손이 발생한 상황임을 인정하면서도 삭감된 ▲R&D 예산 ▲새만금 사회간접자본(SOC) ▲지역사랑상품권 등의 예산 복원 및 증대를 추진할 것이라고 앞서 누누이 예고해 왔기에 이번 예산안 심사도 지난해처럼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라고 일각은 관측했다.

더군다나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정부 예산안에 대해 “민생 문제와 우리나라 미래, 국가 경제를 내팽개친 예산”이라고 규탄하면서 “예산안이 제때 법정시한을 못 지키고 원만히 합의되지 못한다면 전적으로 여당과 대통령실에 책임이 있다”고 선전 포고해 놓은 상황이기도 하다.

◆ 달라진 대통령, 野 공세에 국민과 직접 소통 나서며 ‘긴축 재정 필요성’ 설득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그래서인지 윤석열 대통령은 야권의 이러한 분위기를 인지한 듯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민생 행보에 나서 정부 예산안의 재정 건전성 차원의 긴축 재정 필요성을 설득하고 나선 모습이 엿보였는데, 실제로 대통령은 전날 서울 마포구 한 북카페에서 주부·회사원·소상공인·학생 등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을 만나 예산은 한정되어 있다는 점을 알리면서 “예산을 막 늘릴 수는 없다. 왜냐하면 정부 재정 지출이 팍팍 늘어나면 물가도 따라 오르고 결국 그 물가 때문에 또 서민들이 죽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불요불급한 것을 좀 줄이고, 정말 어려운 서민들의 절규하는 분야에다 재배치시켜야 한다. 그런데 어려운 서민들을 두툼하게 지원해주는 쪽으로 예산을 좀 재배치시키면 (반대 측에서는) ‘내년 선거 때 보자, 탄핵시킨다’고 아우성”이라고 한탄하면서 “오늘날 같은 이런 정치 과잉 시대에 어떻게 보면 서민들은 희생자일 수도 있다”고 에둘러 정치권을 비판하며 여론전을 펼쳤다.

뿐만 아니라 윤 대통령은 야권에서 삭감된 R&D 예산을 심사 과정에서 복원시키겠다고 예고한 것에 대한 맞대응 차원으로 해석되는 발언을 하여 이목을 집중시켰는데, 대통령은 오늘(2일) 방영된 'SBS D 포럼'(SDF)에서 공개된 대담에서 R&D 예산 규모에 대해 “재임 중 예산을 많이 늘릴 것이다. 정말 필요한 분야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투자할 것이다”고 밝혔다.

특히 대통령은 “지난 2019년부터 3년 동안 예산이 20조 원에서 30조 원으로 늘면서 성장동력을 창출해 내는 데 미흡한 점이 많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예를 들어서 연구자들한테 똑같이 연 3000만 원씩 나눠준다면 한 달에 2∼300만 원의 금액으로 수당 보조의 개념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정부가 왜 재정으로 R&D 투자를 하는지를 생각해 봐야 된다”며 “민간이 투자하기 너무 앞선 기술, 우리나라 기업에서 아직 몇 년 이내에 상용화하기 어려운 최첨단 기술 같은 경우 그것을 그냥 놔둘 수 없기 때문,에 정부가 선제적으로 재정 투자를 하는 것이 재정 R&D”라고 설명했다.

◆ 尹 ‘여론전’에 이재명도 여론전으로 맞대응, 확장 재정 필요성 거듭 주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반면 이에 질세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이날 국회 본청 당대표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윤 대통령의 건전 재정 기조를 비판하며 확장 재정 정책의 필요성을 피력하고 나섰는데, 이 대표는 지금의 경제 상황에 대해 “무한 내핍의 시기”라고 규정하면서 “정부가 빚 부담을 나눠지지 않으면, 가계와 기업이 그대로 주저앉아 우리 경제를 회복 불능의 상태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응수했다.

무엇보다도 이 대표는 “경제 3주체 중 가계와 기업이 타격을 받으면, 정부와 소비와 투자를 증대시켜 경기를 부양해야 하는데 윤석열 정부는 호황이든 불황이든 재정건전성에만 매달린다”고 비판하면서 올해 2분기 소비·투자·수출이 모두 감소한 ‘트리플 위기’가 발생한 원인에 대해 정부의 긴축 재정 기조로 인해 지출을 줄였기 때문이라고 꼬집으며 “경기불황으로 수입이 줄었으니 허리띠를 더 졸라매라고 다그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경제 회복을 위해 정부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반격했다.

더 나아가 이 대표는 “정책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위기 극복방안을 총 동원한다면 3% 성장률 회복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자신하면서 “이를 위해서는 경제를 회복시킬 ‘쌍끌이 엔진’이 필요하다. 한 축은 연구기술 개발(R&D)·신성장 동력 발굴·미래형 SOC(사회간접자본시설) 투자, 다른 한 축은 총수요 부족을 개선하기 위한 소비 진작인 것”이라며 경제 위기 극복 방안으로 ▲1년 한시 ‘임시소비세액공제’ 신설 ▲지역화폐예산 증액 ▲민관협력 3조원 민간대출 금리인하 프로그램 가동 ▲청년 3만원 정액 교통 패스 ▲소상공인 가스·전기요금 부담 완화 정책 등을 총망라해 제안했다.

즉, 이 대표는 정부 빚이 좀 더 늘어나더라도 경제 위기 상황에서는 정부가 재정 지출을 과감하게 늘려야 경제가 다시 회복되어 살아날 수 있다는 점을 주장하며 대통령의 여론전에 맞대결을 펼치고 나선 것이다.

◆ 늘어난 국가 채무 ‘위험 수위’, 與도 野 자극 줄이며 저자세로 응대 나서 눈길

국민의힘 장동혁 원내대변인(좌)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우). 시사포커스DB
국민의힘 장동혁 원내대변인(좌)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우). 시사포커스DB

하지만 대통령은 정부가 지출을 늘리면 물가가 올라 결국은 서민들의 실질 소득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기에 그런 차원에서 긴축 재정 기조를 결단한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도 2024년도 예산안의 핵심 기조는 ‘알뜰 재정·살뜰 민생’으로, 4대 중점 분야는 ▲따뜻한 동행을 위한 약자복지 강화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미래준비 투자 ▲경제활력 재고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국가의 본질 기능 수행 뒷받침 등이라고 소개됐다.

더군다나 2022 회계연도 국가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국가 채무는 1067조7000억 원인 것으로 집계돼 경제 분야 전문가 일각에서도 나라 빚에 대한 경고성의 메시지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에 대통령의 말도 마냥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인 것도 분명해 보인다.

그래서인지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측에서도 정부에 힘을 실어주고 나선 분위기가 역력해 보였는데,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재명 대표의 기자간담회 직후 국회소통관에서 논평을 통해 “건전재정을 기본으로 물가안정과 민생안전을 지키고자 하는 정부의 노력을 무작정 깎아내리기만 해서는 곤란하다”고 경고했다.

이어 장 원내대변인은 “이재명 대표의 말처럼 국정은 장난이 아니다. 국정은 막연한 기대와 선심성 정책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다. 국가 재정은 무한한 화수분이 아니다”며 “국가 재정은 국민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그는 “지난 (문재인)정부에서 급증한 국가부채는 이미 우리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국가재정만 무한히 늘리는 것은 ‘미래 세대에게 절망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일’이 될 것이다. 국제사회도 우리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지지를 보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도 한국의 건전재정 기조를 ‘옳은 방향’이라고 호평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장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국내 생산과 소비, 투자가 일제히 증가하며 경기 회복의 신호가 나타났다. 우리 경제가 저점을 통과해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본격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 내년도 정부 예산의 ‘적기 처리’와 집행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재명 대표가 ‘민생경제회복’과 ‘성장률 3% 달성’ 등의 희망적인 메시지를 제시한 것을 환영한다”고 긍정 평가하면서 “그렇기에 이재명 대표가 강조한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야권에서도) 정부 예산안 처리에 적극 협조해 주기를 바란다”고 우회적으로 협조를 요청하며 사실상 고도의 심리전을 펼쳤다.

◆ 여야 ‘예산 쟁탈전’ 향방에 귀추, 내년도 예산안 심사 과정에 쏠리는 눈 

윤석열 대통령이 내년도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31일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한 뒤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 / 박상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내년도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31일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한 뒤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 / 박상민 기자

한편 앞서 전날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공청회에서도 여야는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는데, 장 원내대변인은 그 자리에서도 침착한 자세로 “어떤 예산이든 늘리면 좋겠지만 예산은 경직성이 있다”며 “구조조정을 통해서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여서 사회적 약자나 꼭 필요한 곳에 써야 한다. R&D 예산도 정말 아무런 효율성 없이 낭비되는 게 없는지 삭감 기준에 비춰서 꼼꼼히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야권을 설득했다.

반면 같은 자리에서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복지나 필요한 공공 지출이 억제되기 때문에 피해는 시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정부·여당을 향해 “확장 재정을 반대하면서 감세를 시행하는 모순적인 정책”이라고 반발하며 정부의 재정 기조의 전환을 거듭 촉구했다.

한편 ‘정치 9단’이라고 불리는 민주당의 원로인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하여 윤 대통령이 국민과의 직접 소통에 나선 것과 관련해 “대통령은 서민에게 두툼하게 지원해주는 쪽으로 예산을 재배치하려는데 ‘탄핵시킨다’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말했는데, 이는 국민과 야당을 향해서 협박한 것”이라고 부정평가를 내리면서 못마땅해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부·여당이 그동안 야권을 향해 날을 세우며 대응했던 태도를 달리해 저자세를 취하고 나선 모습이라고 평가하면서 여야가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해 서로 합의를 통해 법정 기한 내에 통과시킬 수 있을지 그 과정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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