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대표, 국회 회의장에서 피케팅 및 막말 금지키로 합의해 눈길
정쟁만 벌여왔던 여야, ‘신사협정’ 합의대로 남은 회기 이끌 수 있을까?
윤재옥, 합의 내용 전하면서도 민주당의 정치 공세 태도에 불만 내비쳐
오늘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정치적 이슈 놓고 여야 극한 대치전 ‘도돌이표’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회동을 가진 가운데 윤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회동을 가진 가운데 윤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내년 총선이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인 가운데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과 제1야당의 더불어민주당 양당의 원내대표가 국회 회의장 안에서 피켓을 부착하거나 상대 당을 향해 고성·막말·야유·비난 등 극단의 대치전을 유발하는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지 않기로 서로 합의해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 여야 원내대표, 신사협정 합의 발표 “국회 회의장 분위기 개선에 공감대 이뤄”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당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전날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와 만났다고 알리면서 “우선 회의장 분위기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며 “국민께 국회가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여야가 지나치게 정쟁에 매몰됐다는 모습을 보이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이런 노력을 앞으로 지속해 함께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여야는 본회의장과 상임위 회의장에 피켓을 소지하고 부착하는 행위를 안 하기로 서로 합의했으며, 본회의장에서 고성이나 야유를 하지 않는 것도 합의했다”면서 양측이 서로 ‘신사협정’을 체결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마찬가지로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열린 당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국회 본회의장에서 여러 가지 고성과 막말로 인해서 많은 논란이 있었는데, 그간 여야는 입장이 바뀔 때마다 손피켓을 들고 들어가고 회의가 파행되는 것이 반복됐었다”고 꼬집으면서 “이번 기회에 바로 잡자는 취지에서 여야 원내대표와 의장 회동에서 합의가 됐다”고 전하고 나섰다.

이어 홍 원내대표는 “앞으로 회의장 안으로 본회의장이든 상임위 회의장이든 손피켓은 들고 가지 않는다고 결정했다”며 “대통령 시정연설, 여야 교섭단체 대표연설 시에는 자리에 앉아있는 의원들이 별도의 발언을 하지 않은 것으로 우리가 일종의 신사협정을 제안해 여야가 이에 대해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홍 원내대표는 “앞으로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면서 “국회에 새로운 문화가 정착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는데, 일각에서는 여야가 정쟁을 유발하는 내용이 담긴 피케팅과 고성 등의 막말을 서로 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은 내년 총선을 고려해 ‘상생 정치’ 차원에서 서로 정쟁을 자제해야 한다는 점을 부단히 잘 알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앞서 최근 국회 국방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여 국정감사가 파행을 빚기도 했으며, 또한 양당 대표의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나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 국무위원이 국회 단상에 섰을 때도 고성과 야유가 되풀이되어 연설이 중단되는 사태가 종종 벌어지기도 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야 원내대표의 이번 합의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시선이 우세한 분위기 사실상 여야의 정치 행보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회의적인 반응이 지배적인 상황이라고 짚었다.

◆ 신사협정 체결했지만 여야 향해 의심 목소리도 솔솔, 불편한 심경 털어놓기도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무엇보다도 여야의 원내대표가 신사협정에 표면적으로는 합의했지만, 내용적으로는 여야가 서로 정쟁을 펼칠 수밖에 없는 대립적 정치 이슈들은 그대로 이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여야를 향한 의심의 눈길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이날 윤재옥 원내대표는 민주당 측과 신사협정에 합의했다고 밝히면서도 민주당의 태도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함께 털어놓기도 했는데, 그는 “당무에 복귀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첫 일성은 내각 총사퇴와 정부 예산안 전면 재검토였고, 이뿐만 아니라 민주당의 모 최고위원(정청래)은 여야 대표 회담과 관련해 ‘바지사장, 시간 낭비’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여당 패싱의 뜻을 노골적으로 밝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윤 원내대표는 “최근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겸허히 수용하면서 민생을 위한 여야 협치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우리 당으로서는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의 이러한 강경한 발언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내각 총사퇴를 주장하고, 여당 대표와의 만남을 무의미한 것이라고 폄하하는 것은 정쟁을 위한 도전장이지, 협치를 위한 초대장일 수 없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더욱이 그는 “내각 총사퇴는 이재명 대표가 단식 기간 내내 주장했던 사안으로 이를 반복하는 것은 이재명 대표가 여전히 방탄 투쟁 기조를 버리지 않겠다는 얘기로 들린다”면서 이 대표를 향해 “우선 내각 총사퇴가 어떻게 민생을 일으켜 세울 방안이 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경제와 안보 상황이 위중한 시기에 정부 마비를 초래할 내각 총사퇴를 주장하는 것은 민생의 어려움을 함께 헤쳐 나가려는 태도가 아니다. 대정부 공세로 정치적 이득만을 취하겠다는 태도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 나아가 윤 원내대표는 “정부 예산안을 전면 재검토하란 요구 역시 세계의 경제 전문 기관들이 일제히 한국의 부채 증가 속도를 우려하며 건전재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는데 민주당이 주장하는 재정확대를 정부가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지적하면서 “얼마 남지 않은 국정감사가 끝나면 예산안 처리에 들어가게 되는데, 정부와 여당에 대한 민주당의 투쟁 일변도가 계속된다면 예산 정국에서도 대립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그는 민주당을 향해 “협치는 생각의 다름을 인정하고 대화를 통해 차이를 좁히겠다는 상대에 대한 존중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어제 민주당 지도부의 분위기는 기대와는 달랐다”고 지적하면서 “국회가 여야 갈등이 극에 치달았던 한 달 전에 비해 한 걸음이라도 더 민심에 다가간 모습을 국민께 보여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당부하고 나선 모습도 보여줬다.

◆ 국정감사 풍경···국감 첫 출석한 이재명, 채 상병 사건·홍범도함명 꺼내며 돌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해군본부를 대상으로 한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의 수사외압 의혹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해군본부를 대상으로 한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의 수사외압 의혹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한편 국회 여러 상임위원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국정감사에서도 여전히 여야는 이재명 대표 재판과 채 상병 사망 사건, 홍범도 장군 문제 등 그간 꾸준히 제기되어 왔던 정치적 이슈들을 놓고 공방을 벌이는 분위기였다.

실제로 국감에 첫 출석한 이재명 대표는 이날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해군본부와 해병대사령부 등을 대상으로 한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종호 해군참모총장을 향해 “(만약) 홍범도함 폐지 검토 지시가 내려오면 어떤 결론을 내릴 것인가”라고 가정법을 달은 질문을 하면서 “홍범도 독립지사에 대한 평가와 관련한 논쟁은 매우 부당하다. 우리 군이 (이런 식의) 정치적 논쟁에 연루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해 정쟁을 시도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더욱이 이 대표는 해병대의 채 상병 사망 사건도 함께 꺼내 들면서 “국가의 부름을 받은 젊은 청년이 아무 잘못도 없이 사망했는데 가족의 아픔이 얼마나 크겠는가”라고 개탄하면서 “박정훈 전 수사단장을 항명으로 규정하고 기소한 것이 정당하고 양심에 거리낌이 없는 행위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쏘아붙였다.

이어 이 대표는 “(박 전 수사단장에게)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는데 그것은 옳은 행위였다고 생각하는가. 전역한 해병대원들이 집회하고 항의하는 것도 부당한 행위인 것이냐”고 반문하며 수사 외압 의혹을 거듭 제기하면서 “시간이 지나면 모든 부분들의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여 정부·여당을 자극했다.

이날 국방위에서는 그간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였던 ‘홍범도함 함명 변경’과 ‘채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문제를 두고 여야가 치열하게 공방을 벌였는데, 특히 채상병 사망 사건에 대해 야당은 여전히 수사 외압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며 공세했고 여당도 박 전 수사단장의 항명 혐의를 기정사실화하며 맞대응을 펼쳐 사실상 여야의 정치권은 서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대립하는 모양새였다.

◆ 법사위 국감장도 마찬가지, 이재명 재판 두고 여야 충돌음 여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법무부를 상대로 국정감사를 실시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법무부를 상대로 국정감사를 실시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마찬가지로 이날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법원을 대상으로 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각종 혐의의 사법 리스크에 둘러싸여 있는 이재명 대표의 재판 지연 문제를 두고 여야가 공방전을 펼쳤는데, 판사 출신인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은 이 대표의 재판과 관련해 “재정합의 여부는 법원의 재량권이지만, 그래도 이 대표는 제1당 대표라서 단독 사건도 재정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재판을 대장동·위례·백현동 사건 등 복잡한 사안을 다루는 합의부에 배당한 것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

즉,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사건은 단독 재판에 배당되면 1심 재판 결과가 빨리 나올 수 있는 상황인데 법원이 해당 사건을 병합하는 결정을 내려 재판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을 꼬집은 것인데, 전 의원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 사건으로 작년에 부패방지법 위반으로 기소됐는데 계속 형사단독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결국 법원이 사람보고 차별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일침을 날리며 “정치생명 연장을 위한 이재명 지키기이자, 편들기 꼼수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판단을 하는 것은 법원”이라면서 “법관 사무분담 예규를 보면 쟁점이 복잡하거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은 배당 주관자가 재정결정 등의 과정을 거쳐 합의부에서 적당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반박하며 맞대응했다.

더군다나 이날 국감장에 출석한 김정중 서울중앙지방법원장도 여당에서 이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을 대장동·위례·백현동 재판부에 배당한 것에 대한 비판에 대해 “법관 사무 분담 예규에 따른 것이다. 단독 사건으로 접수된 위증교사 사건은 예규에 따라 합의부에 다시 배당한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하면서 “법원장이 일일이 확인할 수 없지만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심리하여 결론을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하며 진땀을 뺐다.

이밖에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전북도를 대상으로 한 국감에서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파행 책임소재와 정부의 새만금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삭감 문제를 두고 여야가 치열한 공방을 벌여, 사실상 그간 여야가 극단적으로 대립하며 싸워왔던 소재들로 도돌이표 식의 대치 정국을 이어 가는 형국이어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남은 국회 회기도 협치와는 거리가 먼 시간이 될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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