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과 친분? 그냥 아는 정도지 직접적 관계라고 보기 어렵다”

이균용 신임 대법원장 내정자가 김명수 대법원장과 면담을 위해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들어오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이균용 신임 대법원장 내정자가 김명수 대법원장과 면담을 위해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들어오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23일 김명수 현 대법원장과 면담하러 가는 중 “최근 무너진 사법의 신뢰와 재판의 권위를 회복하겠다”고 ‘뼈 있는’ 발언을 내놨다.

이 후보자는 이날 오전 김 대법원장과 만나기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찾은 가운데 지명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국민의 기대와 요구, 눈높이에 부응할 수 있는 바람직한 법원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성찰하겠다”며 이같이 답했다.

그는 과거 기고 글을 통해 사법부의 신뢰 저하와 정치화 우려를 표한 데 대해선 “재판의 공정과 중립성은 어느 나라의 사법 제도건 기본”이라고 강조했는데, 다만 “아직 후보자에 불과하고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 청문과정과 인준동의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에 더 이상 말씀드리는 것은 주제넘은 말이 되기 때문에 이 정도로 양해해 주길 바란다”며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해당 글은 이 후보자가 대전고등법원장을 지내던 지난해 12월 대전지방변호사회지에 기고한 ‘법관의 길을 묻는다’는 제목의 글로 “적어도 자유의 수호에 있어서 극단주의는 결코 악이 아니며 정의의 추구에 있어서 중용은 미덕이 아니라는 확고한 신념과 끊임없는 자기 확인을 통해 어제보다는 오늘, 오늘보다는 내일 더 나아지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며 “모든 법관은 법의 지배에 따라야 하고 두려움이나 편견 없이 그것을 보호하고 실행해야 하며 법관으로서 독립성을 침해하는 어떤 정부와 정당에도 맞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뿐 아니라 이 후보자는 앞서 지난해 2월엔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성근 전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와 관련해 거짓 해명을 한 것으로 드러나자 “사법신뢰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법원이 조롱거리로 전락하는 등 재판의 권위와 신뢰가 무너져내렸다”고 김 대법원장을 공개 비판한 바 있어 이날 언급한 “무너진 사법 신뢰”란 표현은 김 대법원장 체제 아래 있는 현 사법부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되고 있다.

다만 이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친분 덕분에 지명된 게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의엔 이날 “(윤 대통령은) 저의 친한 친구의 친구”라면서도 “당시 서울대 법과대학 학생이 160명이고 그 중 고시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몇 안 되기 때문에 그냥 아는 정도지 직접적인 관계라 보기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 후보자는 이날 김 대법원장과의 면담을 마친 뒤엔 법원행정처 측과 인사청문회 준비팀 구성 등을 논의하게 되며 청문회 준비팀은 과거처럼 법원행정처 소속 부장판사 1명, 심의관급 판사 3명을 포함하는 규모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 준비팀이 꾸려지기 전까지 이 후보자는 대법원으로 출근하게 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뒤엔 국회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을 표결해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동의를 얻어야 최종적으로 대법원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집권 후 처음으로 임명하게 될 대법원장인데다 더불어민주당이 원내 단독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야권의 동의 여부에 따라 이 후보자의 운명이 좌우될 가능성이 높은데, 민주당은 “김 대법원장에게 이념 문제를 지적하던 윤 대통령이 보수 성향이 강한 인물을 지명한 것은 아쉽다.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이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닌지 국민 눈높이로 철저하게 검증할 것”이란 반응을 내놓은 바 있어 과연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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